바삭한 닭 껍질에 촉촉한 살결, 참을 수 없는 고소한 내음의 통닭 튀김 한쪽 집어 들고 맥주를 홀짝이기 좋은 계절이다. 외국인들마저 그 매력에 엄지를 치켜드는 한국식 프라이드치킨의 계보 읽기.
삼성삼통치킨에서 가장 인기 높은 메뉴인 ‘마늘치킨’. 다진 마늘이 듬뿍 올라갔지만 달콤하게 양념해 부담스럽지 않다. 젊은이들에게 인기.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대한민국 대표 간식
우리나라 국민만큼 ‘치킨’을 즐기는 이들이 또 있을까? ‘퇴근하고 치맥 한잔할까?’는 지친 오늘을 보상해주는 가장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마법의 주문이고 젊은 친구들은 치킨을 ‘치느님’으로 부르며 찬양한다. 현재 국내에는 치킨 전문점만 5만 개, 골목마다 들어찬 치킨집의 전화벨은 한밤중에도 울려 퍼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닭고기를 좋아했지만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귀한 손님이 오면 닭을 잡아 백숙으로 끓여 내고 여름에 기력이 달리면 보양식으로 삼계탕을 끓였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닭을 튀기는 음식이 없었다. 흔히 ‘닭강정’이 우리 전통 한식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지만 닭강정은 역사가 채 몇 십 년 되지 않은 ‘요즘 음식’이다. 해외로 건너가면 ‘프라이드치킨’의 유래를 미국 남부의 흑인 음식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주인이 먹고 남긴 닭의 부위를 가져다가 구워 먹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살도 별로 없어 빠르고 맛있게 먹기 위해 튀겨서 먹으니 ‘뼈째 씹어 먹을 수’ 있어 영양도 섭취하고 맛도 좋아 널리 퍼진 노예들의 ‘솔푸드(soul food)’였다.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에는 닭 껍질에 여러 향신료와 물엿 등을 발라 양념해 꾸덕하게 건조시킨 뒤 기름을 끼얹어가며 통으로 튀긴 음식이 있었다. 프라이드치킨의 유래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우리나라에 프라이드치킨이 상륙해 통상 ‘치킨’으로 불리며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동안 프라이드치킨을 만드는 우리의 기술과 방법은 실로 눈부시게 발전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아버지 월급날은 전기구이 통닭 먹는 날
한국식 치킨 요리의 원조는 빙글빙글 뜨거운 전열기에 기름을 쫙 빼 구워 통으로 한 번 튀겨낸 ‘전기구이 통닭’으로 본다. 아버지의 손에 들린 누런 재생 봉투에 커다랗게 쓰인 영양센터 마크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대단한 위력이 있었다. 1961년 문을 연 ‘명동영양쎈타’의 사장은 해외를 돌아다니다 ‘닭구이 요리’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전기구이 통닭을 냈고, 그것은 전국적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당시에 닭은 몸보신용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기에 ‘영양을 보충 하는 곳’이라 해 ‘영양쎈타’로 이름을 지었고, 그 후에 우후죽순 생겨난 각종 전기구이 통닭집의 이름은 하나같이 ‘00 영양쎈타’로 통일되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되면 케이크와 치킨 판매량이 급증하는 우리나라의 특이한 풍속도도 이때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호사스러운 음식이 케이크와 함께 통닭이었던 것이다. 1968년 12월 24일, 한 영양센터에서는 아예 신문에 대대적으로 광고를 실었다. 썰매 가득 선물을 실은 산타가 ‘각 가정마다 X마스와 연말연시 선물은 가장 오붓한 xx쎈타 전기구이 통닭’이라고 외치는 장면이었다. 크리스마스나 생일, 아버지 월급날에나 먹을 수 있던 특별한 음식, 그래서인지 ‘전기구이 통닭’ 하면 아버지의 사랑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그러던 어느 날 ‘한강의 기적’이 도래한다.
가장 스탠더드한 메뉴, 삼성삼통치킨의 프라이드치킨. 신선한 닭을 깨끗한 기름에 ‘잘’ 튀겨내는 것만으로 최상의 맛을 낸다.
전국 아이들의 침샘을 폭발시킨 ‘한강의 기적’
1969년 우리나라 경제는 급속도로 성장해 외신에서는 이를 두고 ‘한강의 기적’이라 명명했다. 그와 더불어 육계의 생산량이 13배 성장하며 ‘한국식 프라이드치킨’의 태동을 알린 해이기도 하다. 토종닭보다 3~4배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육계는 그만큼 생산량을 많이 낼 수 있었고 그만큼 많은 이들에게 공급이 가능했다. 당시에도 귀한 식재료이긴 했지만 통닭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 충분히 대량 공급할 수 있는 양이었다. 거기에 또 하나, 1971년에 ‘해표’에서 식용유를 출시하면서 전국의 시장통에 통닭을 튀기는 고소한 내음이 진동하기 시작한다. 그 전에는 튀김용 기름이 귀해 닭을 튀기고 싶어도 쇼트닝에 튀기는 수준에 그쳤던 것이다.
열전도율이 높아 튀김의 생명인 기름 온도가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는 가마솥에 샛노란 기름을 팔팔 끓여 그 자리에서 닭을 잡아 통째로 튀겨내는 통닭 튀김의 참을 수 없는 냄새는 엄마 손 잡고 장에 간 전국 어린아이들의 침샘을 폭발시켰다. 엄마 치맛자락 붙잡고 눈물 짜내며 조르지 않고는 못 배기는 냄새와 맛, 통닭 하나가 그대로 인쇄된 노란색 봉투에 담긴 통닭튀김의 마력은 눈 깜짝할 사이에 전 국민을 사로잡았다. 이때부터 통닭집이 동네 곳곳에 들어서기 시작했는데 그 위세가 점점 커져 치킨집의 브랜드화도 이뤄졌다. 당시 브랜드 치킨은 고급 레스토랑에 속했는데 국내 첫 치킨 프랜차이즈인 ‘림스치킨’이 1호점을 연 곳도 신세계백화점 안이었다. 1970년대 후반, 1980년대 초반에 이르면서 국민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이 10년 전에 비해 5배 가까이 뛰었을 정도로 치킨집은 유례 없는 호황을 맞았다. 특히 당시 치킨집은 맥주를 함께 마실 수 있는 호프집 형태로 발전하기 시작해 ‘치킨=맥주’라는 공식이 생겨 본격 ‘치맥’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가장 대중적인 맛 고대 삼성삼통치킨 본점
30년이 넘는 역사의 ‘삼성 삼통치킨’은 안암동 일대 치킨·호프계의 터줏대감이다. 치킨집이 지금처럼 많지 않던 당시, 15평 조그만 공간에서 시작한 것이 인근 고대생과 주민들의 입소문을 타며 으레 ‘치맥’을 나누는 참새 방앗간이 되었다. 처음에는 전기구이와 프라이드치킨 두 가지 메뉴로 시작하였고 시간이 지나 양념통닭이 유행하면서 양념통닭이, 마늘치킨이 유행하면서 마늘치킨 등이 메뉴에 올랐다. 말 그대로 ‘대중의 기대에 부응하는 스탠더드한 치킨’을 내는 곳. 오래도록 인기를 유지하는 비결은 역시 좋은 재료, 신선한 국내산 냉장 닭을 받아 매일 갈아주는 깨끗한 식용유에 넣고 바삭하고 노릇하게 튀겨내는 것이다. 치킨 튀기는 기술에는 도가 튼 30년 경력의 사장이 지금도 매일 매장에 출근해 직접 닭을 튀기는 것도 맛의 비결이다. 처음에는 ‘삼성통닭’으로 시작했는데 당시 비슷한 시기, 비슷한 위치에 동명의 가게가 있어 나중에 치킨집을 브랜드화하면서 ‘삼성통닭’을 줄인 ‘삼통치킨’으로 이름을 바꿨다. 옛날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 많아 본점만은 ‘삼성삼통치킨’으로 이름을 섞어 사용하고 있다. 껍질이 얇고 바삭한 옛날식 치킨을 그리워하는 이들도 이들이지만, 세월에 따라 변하는 입맛에 맞춘 메뉴로 젊은이들에게도 여전히 인기가
많다.
영업시간 오전 11시~새벽 4시
메뉴 프라이드치킨 1만4천원, 양념치킨 1만5천원, 마늘치킨 1만5천원, 파닭 1만5천원
위치 서울 성북구 안암5가 101-51 문의 02-927-1330
‘치킨’의 새 장을 연 한국식 양념치킨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롯데리아가 문을 연 것이 1979년, 당시에는 프라이드치킨을 ‘한 마리’가 아닌 ‘조각’으로 먹을 수 있는 최초의 음식점이었다. 세련되고 우아하게 치킨을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점이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를 끌었고 그러던 중 1984년에 백발의 ‘치킨 할아버지’가 국내 치킨계를 강타한다. 이제까지는 없었던 ‘입천장 까지도록 바삭’한 크리스피 치킨을 내는 ‘KFC’가 등장한 것. 이때부터 껍질이 얇은 옛날식 프라이드치킨에서 양념이 가미되어 짭짤하고 두툼하며 바삭바삭한 프라이드치킨이 치킨계의 대세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전국의 초등학생들은 무엇에라도 홀린 듯 일제히 ‘페리페리~ 페리카나~’라는 노래 구절을 밤낮없이 부르기 시작한다. 1981년 대전에 문을 연 페리카나의 창업자가 한국식 치킨을 만들어보겠다는 야심으로 고추장에 갖은 양념을 갈아 매콤달콤하게 만든 소스에 치킨을 버무린 ‘양념치킨’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를 치며 전국적인 반향을 불러일으킨 양념치킨 덕분에 바야흐로 본격적인 치킨의 새 시대가 도래했다. 동네 골목마다 우후죽순처럼 ‘배달 치킨’집이 생겨났고 토종 치킨 브랜드도 줄을 이어 생겼다. 이때부터 배달 음식의 대표 주자로 양념치킨이 떠오르게 되었고 아이들의 생일잔치에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가 되었다. 양념치킨이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동안 독자적인 노선을 걷는 동네의 숨은 강자들도 생겨났다. 맥주 한 잔과 어울리는 ‘성인용 치킨’이 그것. 반포동 문인들의 사랑방으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른 ‘반포치킨’의 마늘치킨을 필두로 튀김 껍질에 카레가루를 섞어 묘하게 짭짜름한 맛이 맥주와 어울리는 ‘카레치킨’ 등이 ‘호프집 치킨’의 대표 주자라 할 수 있다. 이런 가게들은 대개 치킨 자체보다도 ‘치킨에 맥주’를 콘셉트로 하는 곳이기 때문에 골뱅이무침이나 어묵탕 등의 다른 메뉴를 함께 파는 곳이 대부분이다. 또 하나 호프집 치킨의 특징을 들자면 갈수록 두껍고 바삭해지는 튀김옷에 비해 여전히 얇은 옷을 고수한다는 것이다. 닭고기에 살짝만 가루를 묻혀 얇게 튀기는데 이렇게 하면 식어도 맛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맥주 안주로 오래 두고 먹는 호프집 치킨으로 애용된 것이다.
36년의 역사 청담동 새로나호프
강남권에는 그 역사가 꽤나 오래된 내공 있는 치킨집이 여럿 있다. 옛날식 통닭 튀김만을 판매하는 전통의 ‘양재통닭’, 마늘치킨으로 유명한 ‘반포치킨’ 그리고 틈새시장에서 오랜 시간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새로나호프’다. 3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새로나호프’는 본래 돈가스집으로 시작, 남편이 미군에서 근무해 어깨너머로 ‘미국식 프라이드치킨’을 배운 사장이 치킨을 함께 튀겨 팔면서 치킨으로 근방에 소문이 나 결국 치킨과 호프를 함께 파는 호프집으로 바뀌었다. 처음에는 오리지널 프라이드치킨만을 판매하다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색다르고 맛있는 치킨을 만들까 하는 고민에 ‘카레치킨’이 나오게 되었는데 같은 계열에서 이름 높은 다른 곳의 카레치킨보다 모양새나 맛이 사뭇 독특하다. 닭을 염지할 때도 카레가루와 향신료 등을 섞어 사용해 튀김 자체에서도 카레 향이 나지만 이렇게 튀긴 것에 먹기 직전 특제 커리파우더를 터프하게 뿌려내는 것. 보기에는 ‘너무 짜지 않을까’ 망설여지는 비주얼이지만 시판 인스턴트 카레가루가 아닌 커리파우더와 강황 등의 향신료를 직접 섞어 만든 특제 가루라 생각만큼 짜지 않고 커리 내음이 강하다. 짭조름하니 맥주를 부르며 먹을수록 중독되는 맛에 연예인들의 단골집이기도 하다. ‘카레치킨’은 주로 호프집에서 많이 판매하는데 종로의 ‘거성호프’는 주변 직장인들의 단골 맛집으로 오랜 명성을 떨치고 있고 홍대의 ‘레게치킨’은 젊은 감각으로 무장하고 ‘홍대식 치킨’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영업시간 오후 5시~새벽 2시
메뉴 카레치킨 1만7천원, 골뱅이무침 1만7천원
위치 서울 강남구 청담동 50-2 문의 02-544-2802
치킨 춘추전국시대
날로 다양해지는 먹거리 사이에서 1세대 토종 브랜드 치킨들이 위력을 잃어가는 사이 각기 다른 아이덴티티로 무장한 2세대 토종 브랜드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1990년대 말에는 숯불바비큐가, 2000년대 초반에는 간장치킨과 불닭이, 중반에는 파닭이 인기를 끌더니 치킨이 영양 보충이 아닌 영양 과잉으로 인식되는 세태에 이르러 오븐에 구워 칼로리를 줄인 ‘구운 닭’이 차례대로 유행한다. 하지만 양념치킨 급의 메가 히트를 기록한다기보다는 한 번 유행한 것이 나름의 인기와 명맥을 꾸준히 유지하며 다양한 종류의 치킨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형태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지방 브랜드의 전국 프랜차이즈화다. 경상도나 전라도에서는 각자의 ‘로컬 치킨 브랜드’가 발전해왔는데 이러한 것들이 하나 둘 서울로 진출해 전국구로 자리 잡아 가는 것. 거기에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지방의 유명한 치킨집을 찾아다니는 ‘치킨 순례족’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유명해진 속초의 만석닭강정은 전국에 택배 배달을 하고 있을 정도.
이렇게 많은 치킨집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치킨’은 전 국민의 별미이자 가장 사랑받는 맥주 안주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 한국 경기가 있던 날, 단일 브랜드의 하루 닭 판매량이 40만 마리에 이르렀다고 하니 가히 한국은 ‘치킨의 나라’라 할 수 있다.
한식 세계화의 중심에 선 치킨
이제 ‘치킨’은 국민 간식을 넘어 한국식 프라이드치킨으로 세계로 뻗어나가는 중이다. 서양에서 건너왔지만 한국 특유의 개성으로 발달한 치킨이 역수출되고 있는 것. 한국의 치킨 문화를 접한 외국인들은 다양한 종류와 이제까지 먹어보지 못한 맛에 반하고 있다. 외국 현지에서도 마찬가지. 최근 미국 <시카고 트리뷴>에서는 한국식 양념치킨을 소개하는 기사가, 21세기식 신개념 요리책 <모더니스트 퀴진>의 뉴스레터에는 한국식 양념치킨을 만드는 법이 소개되는 등 해외 언론에서도 진기하고도 특별한 한국의 치킨 문화에 주목하는 중이다. 이에 맞춰 한국의 대형 치킨 브랜드들도 세계 각지로 뻗어나가 한국식 치킨을 알리고 있는 상황, 그 인기는 날로 더해져 동남아 등지에서는 꽤나 유명한 ‘한식’으로 알려져 있다. 프라이드 치킨을 전통 한식이라 할 수도 없고 ‘한국식 치킨=한식’이라고 말하기에도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어쨌거나 우리나라의 치킨 문화가 세계에 유례 없는 독특한 음식 문화인 것만은 사실이다. 초여름 길거리를 걷다 보면 코끝을 스치는 닭 튀기는 냄새에 ‘치맥’의 유혹이 스멀스멀 고개를 드는 한국, 치킨이 있어서 행복한 나라다.
환상의 치킨 불쇼 홍대 옥상달빛
젊은 층이 많은 홍대에서는 그만큼 다양한 종류와 브랜드의 치킨이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카레치킨의 ‘레게치킨’, 옛날 치킨 스타일의 ‘꼬꼬순이’, 닭강정으로 유명한 ‘치킨인더키친’… 그곳에서 알싸한 불 향의 술맛 당기는 ‘고추마늘치킨’으로 인기를 얻으며 3호점까지 분점을 낸 곳이 ‘옥상달빛’. 약간은 키치하고 캐주얼한 ‘홍대 분위기’의 인테리어가 ‘본격 치킨집’ 느낌을 자아내지 않아 오히려 더 사랑받는 장소다. 얇은 튀김옷의 치킨을 바싹 튀겨내 매콤한 양념을 입힌 뒤 양념된 다진 마늘을 수북이 올려놓은 비주얼만으로도 인상적인데 이것을 상에 올리자마자 치킨에 불을 붙이는 ‘불쇼’가 치킨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솔바람 부는 옥상에서 자유롭게 앉아 치킨과 맥주를 즐기는 ‘치맥 나이트’의 화룡점정인 셈. 요리용 알코올을 살짝 뿌려 15~30초가량 불꽃이 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그윽한 향의 ‘불맛’이 남아 치킨의 풍미를 끌어올린다. 본인 자신이 치킨 예찬론자인 사장이 치킨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한 흔적이 묻어나는 메뉴로 불쇼도 동남아 지역에서 먹기 직전 불을 붙여 직화구이 향을 내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것. 천연 재료로 염지해 이틀 동안 냉장 숙성시킨 치킨은 속살까지 양념이 배어 있어 촉촉하고 겉옷을 얇게 입혀 느끼하지 않아 자꾸 손이 간다. 이 집에선 ‘치맥’ 외에 특이하게 진과 치킨 세트를 주문하는 이들이 많은데 프레시한 뒷맛의 진 토닉과 치킨의 궁합이 의외로 훌륭하다.
영업시간 오후 5시~새벽 4시 30분
메뉴 마늘고추치킨 1만7천원, 달빛치킨 1만5천원
위치 서울 마포구 서교동 411-2 2층 문의 02-3143-4785
바삭한 닭 껍질에 촉촉한 살결, 참을 수 없는 고소한 내음의 통닭 튀김 한쪽 집어 들고 맥주를 홀짝이기 좋은 계절이다. 외국인들마저 그 매력에 엄지를 치켜드는 한국식 프라이드치킨의 계보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