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들르기 좋은 예쁘고 맛있는 집밥 스타일의 한식당과 긴긴 밤을 한 잔의 전통주와 지새우게 해줄 분위기 있는 한식 주점.
낮[午]
맛있는 한식집은 많다. 그러나 ‘예쁘면서도 저렴한 가격의’란 수식이 붙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저렴한 가격의’라는 표현에서 이미 한식 파인다이닝은 후보에 들 수 없다는 이야기이며, ‘예쁘면서도’에는 흔한 백반집은 사절이란 뉘앙스가 있다. 한때는 이런 식당 추천을 부탁받으면 참 난감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가정식 반상을 콘셉트로 한 다양한 밥집이 생겨나고 있다. 심지어 메뉴도 주기적으로 바뀌어 질리지 않고 두고두고 오래 다닐 수 있을 곳들로.
류지
김이 폴폴 나는 갓 지은 따끈한 밥이 그리울 땐 ‘류지’로 향하자. 그날그날 지은 솥밥과 갖가지 찬류 그리고 달콤한 후식까지 준비된 반상을 즐길 수 있다. 솥밥이라 해서 투박한 고깃집 돌솥밥을 상상한다면 오산이다.
푸드스타일리스트로 10년 넘게 경력을 쌓은 류지현 대표가 정갈하게 담아낸 한 상에 눈부터 호강한다. 메뉴는 매일 인스타그램(@ryuji.homemeal)을 통해 공지한다. 그동안의 메뉴만 봐도 솥밥이 이렇게 다양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매일 새로운 솥밥을 선보인다. 샘솟는 아이디어로 다양한 재료를 센스 있게 매치해 짓는 덕분.
이전에 선보인 적 있는 강황, 소시지, 마늘종, 당근종, 파르메산치즈가 들어간 솥밥, 새우마늘종달걀솥밥 등 이름만 들어도 벌써부터 맛이 궁금해지는 메뉴들이 즐비하다. 그렇다고 실험정신만 투철한 것은 아니다.
기본 레서피를 제대로 지키되 조금씩 아이디어를 가미하고 오늘의 솥밥이 다소 무겁다면 맑은 국과 간단한 찬류를, 솥밥이 가벼운 편이라면 진한 국물과 보다 풍성한 찬류를 준비해 밸런스를 맞춘다.
10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지만 바 공간을 들여 혼자 와도 오픈 키친을 바라보며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류지의 또 다른 매력은 소소하게 준비된 칵테일. 달콤한 두유하이는 특히 추천할 만한 메뉴다. 계절이 바뀌면 새로운 칵테일 메뉴를 선보일 예정이라 하니 지켜봐도 좋다.
메뉴 오늘의 메뉴 1만2천원, 달콤한 두유하이 8천원
영업시간 12:00~21:00 (월요일 휴무)
주소 서울 마포구 포은로 11
문의 02-338-9759
할머니의 레시피
한적한 서울숲 근방, 작은 뜰을 품은 한옥에 이제 막 둥지를 틀었다. 가게 이름처럼 엄마가 배워 간직해온 할머니의 레서피를 이제는 젊은 부부가 이어받아 선보인다. 가게를 들어서면 한쪽 벽면에 엄마가 그때 그 시절 진짜로 사용했던 식기구들이 다소곳하게 진열돼 있어 가게 이름이 단순히 콘셉트가 아님을 보여준다.
메뉴는 고정 메뉴와 해당 요일에만 맛볼 수 있는 그날의 메뉴로 구성됐다. 고정 메뉴 중 대표 메뉴인 숨뼈국은 할머니가 명절 때 끓여주던 국이다. 어려웠던 그때 그 시절 사골 대신 쓰던 갈비 끝 쪽 뼈를 오래 푹 끓여 만든다. 요일 메뉴는 고추 불고기, 꽃게된장국, 미나리북엇국 등 5가지 메뉴가 있다. 그 외에도 수육, 사골라면 등 몇 가지 고정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이곳의 메뉴들은 간이 세지 않은데 이는 재료 자체의 맛을 살리기 위해서다. 그래서 좋은 재료로 건강을 생각하며 할머니가 손수 지어준 밥상이 더욱 생각나는 맛이다.
메뉴 숨뼈국 1만원, 고추 불고기 8천원, 사골라면 6천원, 수육 2만9천원
영업시간 11:00~15:00, 17:00~22:00
주소 서울 성동구 서울숲6길 15-1
문의 02-467-5101
쌀가게 by 홍신애
당일 도정한 5분도미로 지은 밥과 하루에 오직 100인분만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한 ‘쌀가게 by 홍신애’. 쌀겨를 50%만 벗겨 영양 흡수를 최대로 도운 밥은 영양도 좋지만 밥맛이 꿀맛이란 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메뉴는 그날그날 바뀌며 밥과 국, 기본 반찬과 메인 반찬으로 한 상 차려져 나오는데 메인 반찬은 2가지 중 고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가격도 달라진다.
그리고 또 하나 더 눈에 띄는 것은 늘 나오는 두부쌈장과 쌈채소. 두부쌈장은 원래 홍신애 요리연구가의 집안에서 증조할머니 때부터 즐겨 먹던 것을 만들어 올린 것이다. 쌈채소 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한 숟가락과 두부쌈장 한 젓가락만 올려 먹어도 꿀떡꿀떡 넘어가는 맛이다. 쌀가게란 가게 명칭에 걸맞게 마시는 물 역시 그냥 물이 아닌 소화에 좋은 현미차를 낸다. 오늘의 고기반찬과 쌀, 반찬은 포장도 가능하며 쌀은 홈페이지(hongshinae.com)에서도 구입 가능하다. 주문하면 바로 다음 날 쌀을 직접 도정해 보내준다.
메뉴 쌀가게 정식1 9천9백원, 쌀가게 정식2 1만3천9백원
영업시간 월~금요일 11:30~15:00, 18:00~100인분 소진시까지, 토·공휴일 11:30~100인분 소진시까지(일요일 휴무)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25길 37
문의 02-517-5999
어 테이블
한적한 주택가에서 새하얀 외관으로 마치 프렌치 캐주얼 레스토랑을 연상시키는 ‘어 테이블’.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전체적으로 화이트톤의 깨끗한 분위기, 우드 재질과 모노톤의 가구, 그리고 스테인리스로 군데군데 포인트를 준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업장 가득 은은하게 밴 라벤더 향을 맡으며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는 순간 놀랄지도 모른다.
‘이곳이 고등어정식도 파는 백반집이야?’ 이름과 인테리어 그리고 업장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까지, 못 해도 감성 가득 담긴 카페쯤은 돼 보이는 이곳은 사실 된장찌개, 김치찌개, 삼치구이를 비롯해 그날그날 바뀌는 오늘의 메뉴 2~3가지를 함께 파는 한식집이다. 모자(母子)가 함께 운영하는 이곳은 그날그날 신선한 재료를 장봐 영양 가득한 잡곡밥과 메인 메뉴, 7가지 정도의 찬을 차려 한 상 내놓는다. 심플한 메뉴들이지만 그날 가장 신선한 재료를 이용해 엄마의 마음으로 만든 한 상차림과 하루에도 몇 번씩 새로 끓여 식수로 내는 우엉차 한 잔은 마음까지 위로해주는 맛을 지녔다.
메뉴 김치찌개·된장찌개 각 7천원, 삼치구이·고등어구이 각 9천원, 그 외 오늘의 메뉴 7천~9천원 사이
영업시간 12:00 ~21:00(일요일 휴무)
주소 서울 광진구 능동로4길 51 101호
문의 02-455-6015
파르크
‘Korean Mother's Recipes & More’를 콘셉트로 가정식 밥상을 선보이는 곳. 어머니의 레서피를 참고해 만든 집밥 스타일 메뉴를 선보인다. 가정집을 개조한 듯한 인테리어는 마치 솜씨 좋은 어머니를 둔 친구 집에 밥을 먹으러 가는 기분이 들게끔 한다.
점심 메뉴는 이틀에 한 번 새로운 메뉴로 3가지씩 준비되는데 채소, 해산물, 고기 중 원하는 메인 메뉴의 스타일에 따라 선택 가능하다. 메뉴를 시키면 오늘의 국과 반찬 3가지가 기본으로 제공되며 밥은 백미와 흑미 중 선택할 수 있다.
좀 더 풍성하게 즐기고 싶다면 부가 메뉴를 추가하길 추천한다. 동치미, 잡채, 해파리냉채, 젓갈 3종 세트, 무항생제 달걀프라이 등 취향에 따라 추가할 수 있다.
저녁은 점심과는 메뉴가 다른데 거의 고정 메뉴로 운영하며 똑같이 오늘의 국과 반찬 3가지가 기본적으로 제공된다. 그 외 단품 메뉴가 강화돼 가볍게 반주 한 잔 걸치며 즐기기 좋다.
메뉴 매콤두부조림 9천2백원, 새우브로콜리볶음 1만2천7백원, 호주산 쇠불고기 9천9백원·1만3천9백원
영업시간 11:30~16:00, 18:00~22:00(월요일 휴무)
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가길 26-5
문의 02-792-2022
낮에 들르기 좋은 예쁘고 맛있는 집밥 스타일의 한식당과 긴긴 밤을 한 잔의 전통주와 지새우게 해줄 분위기 있는 한식 주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