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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같지 않은 호텔

더 좋은 숙박은 뭐지? 더 수준 높은 휴식은 뭐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탄생했다. 서울의 정취를 담은 신개념 호텔들.

UpdatedOn March 1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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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루애

서울 하늘 동네

서울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아름다운 동네를 꼽으라면, 단연코 이화동이다. ‘벽화마을’이란 애칭으로 더 유명한 이곳은 굽이굽이 골목마다 벽에 그려진 아기자기한 그림 덕분에 여행자들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에 바쁘다. 마을 초입에서 어벤져스 벽화를 지나 천사 날개를 끼고 좌회전, 우회전해가며 미션에 가까운 길 찾기를 완수하고 나면 ‘과연 여기에 숙소가 있을까?’ 싶은 바로 그 곳에 ‘이화루애’가 위치한다. 이화루애에 입성하기 전, 파스텔 뮤직에서 발매한 다양한 음반을 들을 수 있는 뮤직 숍과 조우하게 된다.

파스텔 뮤직 소속 뮤지션인 에피톤 프로젝트가 ‘이화동’이라는 노래를 부른 덕분에 이화루애와 인연을 맺게 됐다고. 여기서 가볍게 음악으로 몸을 풀고 나면 안쪽에 본격적으로 흥미로운 공간이 펼쳐진다. 이화동 언덕길에 사랑방을 만든 이는 디자인 그룹 지랩(Z_lab)이다. 이효리와 김나영의 결혼식 장소로 유명해진 제주도의 ‘눈먼 고래’, 서울 창신동의 도심 여행 숙소로 이름을 알린 ‘창신기지’ 등 만드는 족족 감성을 건드리는 공간 디자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부모님의 낡은 식당을 개조하는 작업을 함께 하면서 공간에 대한 남다른 생각을 갖게 된 지랩은 연달아 히트 작품을 만들어낸 이후 전국은 물론 세계 곳곳의 잘 만들어진 공간을 소개하는 채널인 ‘스테이폴리오(Stayfolio)’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낡고 오래된 공간을 새롭게 바꾸는 작업의 결과물인 이화루애도 경험이 머무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이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1950년대 지어진 적산 가옥을 개조해 옛것과 새것을 조화시켰다. 가장 서울다운, 옛 서울 ‘한양’의 느낌을 간직한 이화동은 아찔한 언덕배기 때문에 차량 진입이 어려워 숙박에 불리한 점도 많지만 한양 도성의 가치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구릉지 환경을 유지하면서도 불편함을 개선해야 하는 아이러니함을 안고 시작한 이화루애는 그간 지랩의 노하우를 성곽에 접목할 수 있는 모험적인 프로젝트였다.

1층은 오픈 키친으로, 2층은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나눴다. 옹벽에 숨어 있는 노천탕도 이화루애만의 매력이다. 작년 여름 문을 연 이곳은 단순한 숙박 시설을 넘어서 소규모 파티 문화의 메카이자 친목을 도모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랩의 이상묵 실장은 이화루애가 왜 이화동에 자리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어떤 도시도 이처럼 산을 끼고 발전한 곳은 없다. 서울에서 성곽 도시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화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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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

고즈넉한 서촌 방향

여행객의 발걸음으로 북적대는 북촌과 달리 서촌은 한가롭다. 한때 장삿속에 밝은 이들이 서촌 여기저기에 침투하기도 했지만, ‘작은 골목 안엔 프랜차이즈 가게가 들어올 수 없다’는 일명 ‘서촌 보호법’ 덕분에 큰 지각 변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인왕산 바로 아래, 서촌의 한적한 골목에 자리한 ‘사이드(SIDE)’는 작년 11월에 문을 연 따끈따끈한 한옥 레지던스 호텔이다. 초행자들이 찾기엔 조금 어려운 곳에 위치해 있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대표 번호로 전화를 걸면 사이드와 이웃해 있는 ‘이용재 건축설계 사무실’의 건실한 청년들이 직접 안내를 도와준다. 이는 사이드의 전체 디자인과 설계를 건축가 이용재가 맡았고, 또 운영도 도맡아 하는 까닭이다.

1백 년 가까이 된 고택을 고치면서 그가 가장 많이 고려한 것은 기본 뼈대를 살리는 ‘최소한의 개입’이었다. 정겨움을 강조한 여타의 한옥 게스트 하우스와 다르게 사이드는 개인 공간을 내세운다. 마당을 중심으로 위아래 두 채로 나뉘는데, 아래는 여럿이 나눠 쓰는 편안한 공간이고 위는 철저하게 사생활이 보장된 공간이다. 숙박 기능뿐 아니라 시원하게 펼쳐진 앞마당에서 ‘루나 포토 페스티벌’ 같은 공연 전시를 여는 등 사람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주변을 천천히 산책하다 보면 ‘천년 가옥’ ‘이상범 가옥’ 등 근대 예술가들의 집을 만나게 된다. 작업이 잘 안 풀리면 종종 인왕산에 오르거나 종로로 넘어가 막걸리 한잔하던 그들의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조선 시대에 구운 기와를 올려 나무와 흙으로 완성한 한옥 호텔 사이드에선 최소한의 현대적 편리함과 최대한의 고즈넉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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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타델레 부

부암동 수상록

<수상록>을 쓴 몽테뉴는 37세의 나이에 세상 모든 것과 인연 끊고 성 안에 놓인 3층 규모의 원형 탑 ‘치타델레(Zitadelle)’에 틀어박혔다. 그는 숨어든 건물 벽에 로마 시인 루크레티우스가 쓴 글귀 ‘더 오래 살아도 새롭게 얻을 낙은 없다’라는 문장을 새겨놓았다. 몽테뉴처럼 세상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을 때 찾게 되는 작은 아지트가 바로 ‘시타델레 부(Zitadelle View)’다. 부암동 언덕배기에 자리한 이곳은 1960년대를 풍미한 어느 여배우의 집 3층을 개조한 은밀한 다락방이다. 발코니에 서면 가까이 인왕산과 멀리 청와대 뒷산인 북악까지 부암동 전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스스로 ‘시타델레 부 관리인’이라 칭하는 민경진 대표는 평일엔 이곳에서 몽테뉴 같은 한적한 시간을 보내고, 주말엔 다른 이들을 위해 이곳을 열어놓는다.

작년 12월에 소리 소문 없이 문을 열었지만 소규모 파티를 즐기는 이들의 입소문을 타고 주말마다 만원 사례를 기록하는 중이다. 또 오는 봄에는 지하 보일러실을 개조해 음악 다방인 ‘살롱 드 시타델레’를 만들 예정이다. “먹을 것이 떨어지면 평창동이나 서촌까지 나가야 하지만 그 불편함이 매력인 동네다. 언제고 집 앞을 산책하고 싶게 만드는 동네가 바로 부암동이다.” ‘시타델레 부 관리인’이 부암동을 선택한 이유다. 도시 건축가 김진애는 “어떤 도시가 잘 설계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연인이 손을 잡고 돌아다니면서 뽀뽀하기 좋은 도시.” 시타델레 부는 그 대답과도 같은 부암동에서 잠시 속세의 시름을 잊고 싶을 때 찾아가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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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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