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서피를 늘 무작정 따라 하기만 했다면 이젠 조리의 기초에 대해 공부할 때다. 양념은 왜 설탕부터 넣는지, 채소를 삶거나 데칠 때는 처음부터 물에 담가놓고 불에 올려야 하는지 혹은 끓기 시작하면 넣어야 하는지 등 레서피 없이도 맛있게 요리를 만들기 위해 꼭 알아둬야 할 조리의 기본기를 모았다.
채소 삶기·데치기
채소의 종류에 따라 처음부터 냄비에 물과 함께 재료를 넣고 삶을 것인지, 끓기 시작한 후 넣을 것인지 나뉜다. 땅속에서 자라는 뿌리채소류는 찬물 상태에서 넣고 익히는 것이 좋고 땅 위에 자라는 녹색 채소는 물이 끓기 시작한 후 넣는다. 땅 위로 자라는 하얀 채소는 처음부터 넣으나 끓고 나서 넣으나 상관없지만 단단한 채소라면 처음부터 넣는 것을 추천한다. 녹색 채소를 삶을 때 소금을 추가하면 잎의 색이 더욱 선명해지고 콜리플라워의 경우 식초와 밀가루를 넣으면 더욱 하얘진다. 죽순은 쌀뜨물로 삶으면 아린 맛이 줄어든다. 데친 경우 잎채소는 찬물로 헹구는데 단시간에 빠르게 식혀 감칠맛이 사라지기 전에 건져낸다. 단단한 채소는 따로 헹구지 않는다.
찜
찌는 조리법은 부서지기 쉬운 재료에 알맞다. 찌는 도중에는 간을 하기 힘드니 미리 한다. 재료는 찜통 칸막이 아래 물을 7할만 넣고 끓이다 수증기가 충분히 올라오면 그때 넣는다. 단, 달걀은 예외. 찜통 뚜껑을 면포로 감싸면 수증기가 물방울이 되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한 가지 팁을 알려준다면 재료를 그릇에 담은 상태로 찜통에 넣어 찌면 그대로 상에 낼 수 있어 편하다.
구이
팬은 미리 달궈놓는다. 그릇에 담았을 때 보이는 면부터 굽고 표면을 시어링(겉을 바삭하게 굽는 것)하고 싶다면 센 불에 굽는다. 뚜껑을 열고 구우면 바삭한 식감을 살릴 수 있고 반대로 덮으면 촉촉한 식감을 낼 수 있다. 생선은 소금으로 밑간을 해두면 간이 잘 스밀 뿐만 아니라 생선살이 단단해져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구울 수 있다. 밑간을 할 때 생강즙과 청주를 추가하면 비린내를 제거할 수 있다. 양념구이 요리들은 간이 잘 배게 애벌구이를 먼저 하면 좋다. 고기류는 처음부터 소금이나 간장으로 양념하면 겉면이 응고되어 질겨지므로 배, 키위, 파인애플, 양파 등으로 밑 양념을 해 육질이 연해지면 양념한다. 누린내를 없애기 위해 다진 마늘, 양파, 생강 혹은 즙으로 미리 재워두길 추천한다. 단, 쇠고기에는 생강을 사용하지 않는다.
양념의 기본 순서
양념을 할 때는 순서가 있다. 기본적으로 설탕, 소금, 식초, 간장 순으로 넣는다. 설탕은 재료를 부드럽게 만들고 다른 양념이 잘 스미게 만들어 첫 번째로 넣는 것이 좋다. 그다음은 단백질을 응고시켜 맛 성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소금을 넣는다. 식초는 가열하면 휘발되기 때문에 끓이는 음식에 일찍 넣으면 안 된다. 간장 역시 특유의 맛과 향이 날아가지 않도록 나중에 넣는다.
찌개·전골
국물이 멀거면 미관상 맛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건더기가 잠길 듯 말 듯하게 물을 부어 바특하게 끓인다. 처음엔 센 불로 팔팔 끓이다 불을 줄여 은근하게 끓이면 국물이 잘 우러난다. 고기를 넣고 맛을 낸다면 고기를 먼저 볶다가 물을 부어 끓이면 더욱 깊은 맛이 난다. 생선은 살이 부서지기 쉽기 때문에 국물이 끓을 때 넣는다. 두부를 넣는 경우 불을 끄기 직전에 넣어야 고소한 맛이 사라지지 않는다. 파, 마늘 역시 마지막에 넣어야 향이 살아 있다.
튀김
재료마다 알맞은 기름의 온도를 미리 체크해 온도에 맞춰 튀긴다. 재료는 물기를 완전히 닦아내 준비해야 튀김옷이 벗겨지거나 눅눅해지지 않는다. 물기가 남아 있으면 기름이 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양념장을 따로 준비하더라도 재료 자체에 어느 정도 밑간이 되어 있어야 더욱 맛있으므로 밑간을 해둔다. 재료를 차게 만들어 튀기면 바삭함을 더 잘 살릴 수 있다. 튀김옷을 얇게 입히는 것도 식감을 살리는 방법 중 하나. 달걀옷을 입히는 경우 달걀에 물을 섞어 준비한다. 달걀만 사용하면 뭉치고 미끈거려 재료에 잘 묻지 않는다. 튀김옷은 튀기기 직전에 만드는 것이 좋으며, 튀길 때는 재료를 한꺼번에 많이 넣지 않는다. 기름의 온도가 내려가고 서로 엉겨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침
미리 무쳐두면 양념이 겉돌고 물기가 생겨 싱거워지니 먹기 직전에 무친다. 생채의 경우 재료의 물기를 탈탈 털어 무쳐야 양념이 겉돌지 않는다. 오이나 무처럼 딱딱한 채소는 썰어서 소금에 절여 물기를 짠 후 사용하면 부드러워져 무치기도 쉽고 간도 잘 밴다. 녹색 채소는 살짝 데쳐 요리하는데 아삭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으면서도 살짝 부드러워질 정도로만 데친다. 이때 소금을 조금 넣으면 색이 더 잘 살아난다. 데친 채소는 물기를 80% 정도만 짜내고 무치면 부드러운 맛도 살고 간도 더 잘 밴다. 콩나물, 숙주, 가지 등은 따로 물기를 짜지 않고 건져놓았다가 식으면 무친다.
볶음
기름은 미리 가열해두고 팬은 바닥이 넓고 두꺼운 것을 사용한다. 넓고 두꺼운 팬이 재료에 열을 골고루 전달하고 한 번 달궈진 열이 잘 식지 않아 볶음 요리에 적합하다. 잘 익지 않는 재료는 미리 데치거나 살짝 튀긴 후 볶는다. 고기와 생선, 채소, 달걀 순, 즉 잘 익지 않는 재료부터 볶는다. 단, 향신채소는 먼저 볶으면 향이 기름에 우러나 다른 재료에 배면서 음식의 풍미가 깊어진다. 한 번에 많은 양을 볶지 않도록 주의한다. 기름의 온도가 내려가 눅눅해지기 때문. 볶음 요리는 재빨리 볶는 것이 중요하니 도중에 시간이 지체되지 않도록 재료와 양념은 미리 준비한다.
조림
조림은 기본적으로 납작하고 넓은 냄비에 조린다. 또 서서히 오래 끓이는 음식이기에 간장과 같은 양의 물을 넣어 조림장을 만든다. 재료가 부서지지 않고 간이 잘 배도록 국물을 자주 끼얹으며 조리고 센 불에서 끓이다가 불을 줄여 뚜껑을 덮은 채로 계속 끓인다. 국물이 바특해지면 불을 세게 키우는데 이때 뚜껑을 열고 재빨리 뒤적이면 조림에 윤기를 더할 수 있다.
레서피를 늘 무작정 따라 하기만 했다면 이젠 조리의 기초에 대해 공부할 때다. 양념은 왜 설탕부터 넣는지, 채소를 삶거나 데칠 때는 처음부터 물에 담가놓고 불에 올려야 하는지 혹은 끓기 시작하면 넣어야 하는지 등 레서피 없이도 맛있게 요리를 만들기 위해 꼭 알아둬야 할 조리의 기본기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