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슨한 내부 관리에 ‘무관용 원칙’ 적용 시사
#역대 최대 실적은 ‘정부 덕분?’
은행권에서 연이어 터지는 횡령, 금융 사고에도 불구하고 은행을 필두로 한 금융지주회사들의 실적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최근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는데, 순이익은 16조 4,205억원으로 전년(14조 8,908억원)보다 약 10% 증가했다. 실적 기준으로는 기존 최대였던 2022년(15조 4,904억원)보다 9,000억원가량 늘어난 규모이기도 하다. 예대금리차가 커지면서 이자 수익이 늘어난 덕분이었다.
은행은 통상적으로 대출금리를 정할 때 한국은행에서 정하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다. 지난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지만, 금융 당국은 금리가 낮아질 경우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대출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하도록 했다. 결국 내수 침체 국면에도 금융지주와 은행은 나 홀로 호황을 누리는 이자 장사를 한 셈이다. 실제로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총 이자 소득은 41조 8,763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늘었다. 정부 가이드라인 속 손쉽게 이자 소득을 올리는 금융권을 향해 내부 통제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대목이다.
정부 가이드라인 속 손쉽게 이자 소득을 올리는 금융권을 향해
내부 통제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나오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10일 금융 사고에 책임 있는
금융회사 임직원을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히 조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융 당국 견제에도 ‘레임덕’ 탓 무시하는 은행들?
이를 금융 당국도 모를 리 없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가계·기업이 두 차례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대출금리 전달 경로와 가산금리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고,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기준금리가 떨어진 부분에 대해서 은행들이 이제는 반영해야 할 시기”라고 언급했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잇따른 은행권의 사건·사고에 대해 “대규모 소비자 피해 유발, 내부 통제 미흡 등에 따른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대형 금융 사고 등에 대해 엄중 조치 방침 등 무관용 원칙을 견지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조기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이라 ‘레임덕’이 상당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한 금융 당국 관계자는 “비상계엄 전까지만 해도 은행들이 금융 당국의 눈치를 보는 경향이 분명했는데,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윤석열 정부가 아닌 선거 후를 의식하는 게 좀 더 분명해졌다”며 “부동산 대출 비중이 높고 부동산 자산 집중 등 정부가 금리에 깊숙하게 목소리를 내는 구조를 가진 탓에 은행들이 쉽게 이자 장사를 할 수 있는 것에 비해 내부 통제가 느슨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