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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노트북으로 쓴 소설

이상문학상이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오늘날 한국어로 쓰인 소설 중 가장 탁월한 작품을 알 수 있으니까. 그 권위와 위상은 수상 목록만 보아도 확인할 수 있다. 1977년 김승옥을 시작으로 은희경, 김훈, 한강, 김영하, 김애란 모두 이상문학상을 탔다. 2025 이상문학상은 예소연과 <그 개의 혁명>에게로 돌아갔다. 우리 시대에 가장 뛰어난 소설은 어떻게 쓰였을까. 봄볕이 내리쬐는 어느 오후, 소설가 예소연을 만나고 왔다.

UpdatedOn April 0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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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상 소식을 처음 접한 때가 할머니 장례식 직후였다고 들었습니다. 기분이 묘했을 것 같아요.
장례식 마지막 날이었어요. 엄마랑 동생과 녹초가 돼서 저녁 식사를 하려는데, 그 전화를 받은 거죠. 다산북스라고 하면서 이상문학상 얘기를 하시길래 ‘내가 우수상을 탔구나’ 싶었죠.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그런데 대상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몇 번이나 “네?” 하고 되물었던 기억이 나네요.

조금 민망한 질문인데요. 상금은 어떻게 쓰셨습니까?
노트북 샀어요. 맥북 에어. 처음으로 중고가 아닌 신제품으로 샀습니다. 기존에 쓰던 노트북은 늘 중고였거든요. E북 리더기도 큰맘 먹고 하나 장만했고요. 어머니께는 원하는 선물 사드릴 테니 골라보시라고 했는데 아직도 고민 중이세요. 부담스러우신가 봐요. 가까운 친구들한테는 에어팟 선물했고, 나머지는 저축할 계획입니다.

<그 개와 혁명>은 <문장웹진> 2024년 1월호에 처음 게재된 소설이죠. 평소에 본인 작품도 종종 읽어보세요?
원고를 송고하고 책으로 나오면 읽어보는 편인데요. 사실 <그 개와 혁명>은 잘 안 읽게 되더라고요. 마음이 안 좋았거든요.

<그 개와 혁명>은 ‘장녀의 시선으로 아버지의 장례식’을 그린 이야기죠. 자전적 경험을 담은 소설이기도 하고요. 처음 이 작품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한창 아버지 간병을 하는 시기였어요. 원고 마감일은 다가오는데, 쓸 이야기가 없더라고요. 간병 외에는 제가 몰두할 수 있는 시간도 체력도 없었거든요. 어쩔 수 없이 내 주변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죽음을 상상하게 됐고 지금의 소설이 나오게 됐습니다.

아버님께서도 이번 소설을 읽어보셨나요?
네. 좋다고 하셨는데, 많이 아프셨을 때라 잘 읽으셨는지는 모르겠네요. ‘재밌다 야’ 하셨던 건 기억나요. 사실 소설에서 아버지를 간병하는 이야기는 일면 저의 경험일 수 있지만, 장례식 이후의 장면은 다 허구거든요. 아버지가 살아 계셨을 때 쓴 소설이니까요.

마주하지 않았으면 하는 상황을 소설로 썼지만, 그렇다고 가족이 서글퍼하지는 않았네요.
사실 그때 저희 가족은 아버지가 돌아가실 거라는 생각은 안 했어요. 위독한 상황이었고 의사 선생님도 곧 돌아가실 거라고 말씀하셨는데 저희는 안 믿었어요. 그렇게 되더라고요. 사람 마음이 참 그래요.

<그 개와 혁명>에서 ‘그 개’와 ‘혁명’은 마지막 두 페이지에 짧게 등장합니다. 이번 작품은 마지막 장면을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일까 궁금했어요.
‘장례식장에 강아지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쓴 소설이기는 해요. 사람들이 만든 제도에 훼방 놓을 수 있는 방식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어요. 그 방법 중 하나가 ‘비인간 존재’였고요. 사람이 아닌 무언가가 제도에 훼방 놓는 모습을 풍경으로 담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소설입니다.

‘비인간 존재’로 개를 선택한 건, 본인이 개를 기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어요.
지금은 가족과 따로 떨어져 살고 있는데요. 집에 두 살 된 치와와가 있어요. 이름은 콩순이. 임시보호를 하다가 입양을 못 가서 데리고 살고 있어요.

소설에서처럼 아버님과 콩순이도 각별했나요?
사실 콩순이와 아버지는 접점이 없어요. 소설 속 강아지는 다른 강아지예요. 11년 정도 가족이 같이 기르던 강아지가 있었어요. 이름은 태평이고, 덩치가 아주 컸는데요. 아버지가 아프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허물어짐의 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짧은 순간도 사랑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쓴 문장입니다.”

소설은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걸렸습니까?
쓰는 데는 일주일 정도 걸렸어요.

주인공 수민은 아버지를 ‘태수 씨’라고 부르죠. 투병 중인 아버지를 위해 고모가 새로 얻어온 이름으로요. 저는 소설을 읽을 때마다 작가들은 등장인물 이름을 어떻게 지을까 궁금했거든요.
너무 특별하지도, 흔하지도 않은 이름을 지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요. 다만 제 주변 사람의 이름과는 겹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유가 있나​요?
자기 이야기인 줄 알까 봐.(웃음) 그게 걱정돼서 제 주변에 없는 이름을 쓰는 편이에요.

<그 개와 혁명>에 대한 호평은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집’ 뒤표지에 가득 적혀있습니다만, 스스로 생각하는 이 소설의 미덕은 무엇일까요?
진정성이라고 생각해요. 나름대로 당시의 절절했던 마음을 담은 소설이니까요. 제가 아빠와 함께 공명했던 감정을 솔직하게 담은 만큼, 독자들도 그 부분을 느끼시지 않을까 싶어요.

출판사는 단행본이 나오면 가장 화제가 될 법한, 혹은 매력적인 문장을 뽑아서 홍보하잖아요. 작가님이 이번 소설에서 그 문장을 고른다면요?
‘우리는 한 트럭의 미움 속에서 미미한 사랑을 발견하고도 그것이 전부라고 말하는데’라는 문장이 있어요. 그 문장을 가장 좋아합니다. 이번 ‘이상문학상 작품집’에는 24페이지에 나오네요.

이 문장을 고른 이유는요?
우리는 서로 되게 많이 미워하잖아요. 마음을 할퀴는 말도 곧잘 하고, 불필요한 감정 소모도 많이 하고요. 그러다 어떤 순간에는 그간 쌓인 마음이 허물어지는 때가 오는데, 그 순간을 떠올리면서 또다시 오래도록 같이 살게 되죠. 허물어짐의 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짧은 순간도 사랑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쓴 문장입니다.

본인은 아버지에게 어떤 딸이었나요?
한 입으로 두말하는 걸 못 견딘 딸이었던 것 같아요. 가족끼리 살을 맞대고 살면 그럴 수도 있는 건데, 저는 항상 화가 많았거든요. 저희 가족이 대체로 화가 많은 편이긴 한데요. 그럼에도 나름대로 각자의 이야기를 존중해주는 가족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이번 <이상문학상 작품집>에는 자선 대표작 <마음 깊은 숨>도 함께 소개됐죠. 일종의 SF 소설로 읽히기도 하는데, 이 작품을 대표작으로 고른 이유가 궁금했어요.
이유는 간단해요. 미발표작 중에 골라야 했거든요. 미리 써둔 작품이 별로 없었던 터라, 그중에서 가장 마음이 가는 소설로 골랐습니다. <마음 깊은 숨>에는 간병 로봇이 나오잖아요. 주인공이 엄마랑 같이 살면서 죽은 언니를 되게 그리워하는데, 그 감정이 제가 지금 겪는 상실의 감각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점에서 <그 개와 혁명 >과 함께 두면 참 좋겠다 싶었어요. 


예소연은 1992년생이다. 초등학생 때 처음 인터넷 소설과 판타지 소설에 빠졌고, 자연스레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소설가를 꿈꿨다. 평생 스스로 유일하게 잘한다고 여긴 것도 글쓰기다. 지난해 가을, 예소연은 강원도 펜션에서 TV를 보며 열광했다. 화면에서는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모습이 중계되고 있었다. 이듬해, 예소연은 20년 전 한강이 탄 것과 같은 상을 받았다. 이상문학상 대상. 등단 4년 만의 일이다.

예소연 소설가의 이상문학상 수상이 더욱 화제가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2013년 수상자인 김애란과 더불어 이상문학상 역대 공동 최연소 대상 수상자이기 때문. 그는 이상문학상 최초의 1990년대생 수상자이기도 하다. 예소연은 이상문학상 상금으로 신형 노트북을 구입했다. 그는 여태껏 노트북을 중고로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그 개와 혁명>은 당근으로 구입한 2019년식 중고 핑크색 맥북 에어로 쓴 작품이다.


<그 개와 혁명> <마음 깊은 숨>은 비슷한 시기에 완성했나요?
1년 정도 차이 나요. <그 개와 혁명>은 재작년 겨울에, <마음 깊은 숨>은 작년 12월에 쓴 작품입니다.

한 소설가의 작품을 쭉 읽다 보면 공통된 소재나 주제가 보이기도 하죠. ‘예소연 소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아닐까요.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의 사정이 있잖아요. 서로의 사정이 맞물릴 때 갈등이나 오해가 생겨나고요. 그 어쩔 수 없는 상황을 파헤치고 바라보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소설가에게는 ‘쓰고 싶은 소설’과 ‘쓰게 되는 소설’이 있을 듯합니다. 앞서 말씀하신 대로 <그 개와 혁명>은 후자에 가까워 보이고요. 소설 집필은 보통 어떻게 처음 시작하나요?
한 문장에서 길어 올릴 때도 있고, 어떤 장면에서 출발할 때도 있는데요. 요즘에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려고 합니다. 문득 ‘내가 쓴 소설이 섣불리 판단한 가치 하나에 매몰되지는 않았나’ 하는 염려가 들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작품의 중심이 되는 주제를 좀 더 신중하게 고민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쓰고 싶은 소설’이 있다면요?
멀어졌다가 가까워지고,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관계들이 있잖아요. 관계의 낙차를 풍경처럼 보여주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그런 관계들을 문장으로 설명하기는 쉬운데 장면으로 보여주기는 참 어려운 것 같아요.

독자로서는 어떤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세요?
제가 읽고 싶은 소설은 제가 쓰고 싶은 소설과 같은데요. 여백이 많은 소설. 어떤 장면을 던져주고 독자가 마음대로 생각하게끔 하는 소설을 좋아합니다.

소설을 좋아하는 마음과 소설가가 되고 싶은 마음은 다르잖아요. 두 마음이 들게 한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사실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해준 작품은 모두 인터넷 소설이었어요. 작품명을 말하기엔 조금 민망한데요.(웃음) 초등학생 때부터 인터넷 소설을 탐독했어요. 1990년대생은 아실 텐데 예전에는 PMP가 있었거든요. MP3 기능도 되는 휴대용 플레이어. 거기에 온갖 인터넷 소설을 내려받아서 열심히 읽었어요. 판타지 소설도 무척 좋아했고요. 그러다 어느 순간 ‘나도 소설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어요. 지금은 읽지 않지만,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된 건 인터넷에 마구 올라와 있던 소설이었습니다.

2011년에 숭실대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했고, 2021년에 등단했죠. 한국에서는 등단해야만 ‘소설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등단 전에 공부하듯 읽은 작품도 궁금합니다.
문예창작학과를 선택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유일하게 잘한다고 생각한 게 글쓰기였거든요. 20대에 열심히 읽은 작가는 너무 많은데요. 저는 특히 윤성희 작가님 소설을 즐겨 읽었어요. 서사가 정해진 길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책장을 펼칠 때마다 설렜죠. 소박하면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가슴 아프면서도 아주 아름다운 이야기였어요.

소설을 쓰다 보면 스스로 질문하게 되는 순간도 많을 것 같아요.
20대 때는 ‘왜 이 이야기를 해야 하지?’라는 생각에 빠져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해야 되니까 하는 이야기’는 잘 없는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만 쓰다 보면 기시감이 느껴질 테니까요. 주제도 너무 강조하게 되고요. 사실 제가 그렇게 많이 썼어요. 욕심도 많았고, 마음도 조급했으니까요.

지금 예소연이 2011년 예소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대학교 1학년 때는 정말 열심히 놀았거든요. 그래서 아쉬움이 없어요. 2016년에 대학원에 갔는데, 그때의 예소연에게는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요. 왜 그렇게 스스로를 미워하냐고, 그냥 너대로 살아보라고.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실린 대담에서 이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슬픈 와중에도 틈틈이 웃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소의 예소연은 웃긴 편인가요?
늘 재미있는 사람이려고 노력은 하는데 마음처럼 되지는 않더라고요.(웃음) 다만 너무 진지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소설 쓸 때도 웃기고 싶은 욕심이 있나요?
웃기려고 하기보다, 가볍게 쓰려고 노력해요. 때로는 이야기 속에 변화구도 던져보려고 하죠. 늘 전형적이지 않게 이야기하려고 하지만, 그럼에도 전형적일 수밖에 없을 때가 있거든요. ‘어쩔 수 없다’라고 느껴지는 순간을 경계하려고 합니다.

소설가가 된 후로도 여러 번 직장을 옮겼다고 들었습니다. 청탁받지 못했을 때도 원고를 꾸준히 썼고요.
그냥 회사원이었죠. 편집자도 했었고, 사무직도 다녀보고.

읽어줄 사람이 없는 소설을 쓰는 것만큼 작가에게 외로운 일도 없을 텐데요. 그럼에도 꾸준히 소설을 쓴 이유가 있었나요?
소설을 쓰는 건 오랫동안 제 꿈이었어요. 그래서 스스로를 많이 힘들게도 하고, 괴롭히기도 했는데요. 그것과 별개로 소설 쓰는 일은 ‘내가 해야 되는 일’이었어요. 내 인생에서 언제나 첫 번째가 돼야 하는 일. 직장으로 출근할 때도 속으로는 ‘나한테는 해야 할 것이 있다’라는 생각을 늘 했어요.

직장 다닐 때는 언제 글을 쓰나요?
퇴근하고 썼어요.

퇴근하면 누워만 있고 싶을 텐데.
그래서 누워서 썼어요.(웃음) 요즘에는 소설 거의 안 쓰는데요. 카페에 가서 1~2시간 정도 끄적이는 게 전부예요. 회사를 다니든 안 다니든 소설 쓰는 시간 자체는 똑같아요. 다만 책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건 좋죠.


“좋은 소설은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소설 같아요.
읽을 때는 명확하고 아름답게 느껴지지만, 막상 설명하려면 입이 탁 막히는.
그런 소설이 좋은 소설이라고 믿어요.”

저는 제목 짓는 게 어려워서 늘 마지막에 쓰거든요. 서점에 갈 때마다 ‘소설가들 참 제목 잘 쓴다’ 싶더라고요. 제목 짓는 노하우 좀 알려주세요.
저도 제목을 가장 마지막에 정하는데요. 잘 쓰려고 노력하면 더 안 나오더라고요. 최대한 힘을 빼려고 합니다. 나름대로 노하우가 있다면 시각적으로 눈에 잘 들어오는 제목을 쓰려고 해요. 입으로 소리 내어 읽을 때는 그냥 그런 것 같은데, 눈으로 봤을 때 단어의 조합이나 전체적인 모양이 예쁘게 보이는 제목이 있거든요. 그런 제목을 쓰려고 노력하죠.

문장을 쓸 때 꼭 지키는 게 있다면요?
저는 ‘~처럼’을 되도록 안 쓰려고 합니다. 좀 더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고 싶어요. 그게 더 나은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저만의 규칙 같은
거예요.

이번 이상문학상 소식을 듣기 넉 달 전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있었죠. 후배 소설가로서 감상도 남달랐을 듯합니다.
무척 행복했죠. 때마침 친구들과 강원도 펜션에 놀러 갔는데 TV 생중계로 시상식을 봤거든요. 기가 막히더라고요. 백인 남성들 틈바구니에 혼자 앉아 계신 모습이 너무 멋졌습니다.

소설가들은 오래도록 글을 쓰기 위해서 별도로 하는 일이 있더라고요. 이를테면 헤밍웨이는 수영과 복싱을 하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기를 하는 것처럼요. 작가님도 꼭 지키려는 일이 있나요?
음··· 돈 벌기? 소설도 생활이 해결되어야 쓸 수 있잖아요. 작가가 되고 상을 받는다고 일확천금을 얻는 건 아니니까요.

지금 출근하는 직장이 있나요?
저 퇴사했어요. 오늘 기준(3월 6일)으로 딱 일주일 됐네요. 대학교에서 행정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최근에 그만뒀습니다. 별다른 이유 때문은 아니고, 업무가 안 맞더라고요. 저는 소설에 최대한 많은 시간을 쏟고 싶거든요. 그래서 적게 일하고 적게 돈 받는 직장에 다니고 싶었는데, 요즘 사회에서는 그런 일자리가 없잖아요. 천천히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죠.


소설가의 로망이라면 ‘소설만 쓰고도 먹고살 수 있는 것’이겠네요.
그렇긴 한데요. 막상 생각해보면 소설 쓰는 시간 외에는 도대체 뭘 하고 살까 싶기도 해요. 사람이 하루 종일 소설만 쓰고 읽으면서 살 수는 없잖아요. 일상생활에 충실해야, 좋은 소설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좋은 소설은 어떤 소설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요즘 하는 생각인데요. 좋은 소설은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소설 같아요. 누가 ‘이건 어떤 소설이야?’ 물어봤을 때 쉽게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 힘든 소설이 있잖아요. 짧은 소설 안에 복잡다단한 이야기가 얽히고설켜 있으니까요. 분명 읽을 때는 명확하고 아름답게 느껴지지만, 막상 설명하려면 입이 탁 막히는 소설. 그런 소설이 좋은 소설이라고 믿어요.

그런 소설은 어떻게 쓸 수 있을까요?
고루 관심을 가져야겠죠.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마다 처한 상황, 그걸 표현하는 소소한 문장 하나하나에 애정을 쏟아야 좋은 소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소설가 예소연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나요?
‘그래도 참 애정이 있는 사람이었다.’ 모든 존재에 애정을 가질 줄 아는 소설가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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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주현욱
Photographer 신동훈

2025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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