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조리법 없이 섭리와 이치에 따르는 사찰 음식. 자연 순리에 맞춰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니 당연히 몸에 이롭다. 겨울에서 봄으로 이어지는 환절기에 입맛 돋우는 사찰 밥상.
모둠나물찜
겨울의 푸성귀 시금치와 봄을 알리는 냉이, 절집에서 키운 콩나물을 김이 오른 찜기에 5분 정도 찌면 달큼한 내음을 풍기며 살캉하게 익습니다. 나물에서 폴폴 김이 오를 정도로 따끈할 때 깨소금과 들깨기름을 푼 장에 찍어 먹어야 재료 본연의 맛이 그대로 살아나지요. 아침 공양에 흰죽과 곁들여 먹으면 속도 편안하고 기분 좋은 하루를 맞이합니다.
무죽
식은 밥이 남아 있을 때 일반 가정에서 손쉽게 끓이는 게 갱죽이라면, 절집에서는 무를 듬뿍 넣은 무죽을 쑵니다. 무를 멥쌀보다 배나 많은 양을 넣고 끓인 무죽은 체기가 있을 때 천연 소화제 역할을 하지요. 무채는 참기름에 달달 볶고 깨끗이 씻은 쌀은 참기름을 약간 떨어뜨려 쌀눈에 참기름이 배도록 손바닥으로 비벼 물을 넣고 죽을 쑤면 달달하고 고소한 무죽이 완성됩니다.
비지탕
두부는 겨울 음식이었습니다. ‘여름에 콩을 맷돌에 가는 동안 콩물이 삭는다’는 말처럼 여름에는 두부가 금방 삭아버려 만들지 않았죠. 두부를 만들고 난 뒤 면포 속 새하얀 비지 또한 겨울에 먹을 수 있는 별미였지요. 요즘에는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두부이고 비지지만, 이 겨울이 끝나기 전에 추억의 맛을 전하기 위해 비지탕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진하게 우려낸 채소물에 비지를 넣고 한소끔 끓인 뒤 먹기 직전에 볶은 표고버섯과 당근, 미나리를 얹어 먹으면 비지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습니다.
시래기콩볶음
채소가 부족한 겨울에는 겨우내 말려둔 시래기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시래기된장국, 시래기무침, 시래기밥 등으로 밥상을 풍성하게 만들죠. 질기지 않고 연한 시래기가 있으면 검은콩을 불려 절구에 빻아 시래기콩볶음을 만들 준비를 합니다. 들기름 듬뿍 넣어 양념해 부드럽게 삶은 시래기와 굵게 빻은 콩은 씹을수록 고소해 밥도둑이 따로 없지요.
연근무침
아작아작 씹히도록 얇게 썬 연근을 살짝 데친 뒤 깨소금을 듬뿍 넣은 양념장에 무친 연근무침은 영양 반찬입니다. 겨우내 김치를 많이 먹어 기름기가 부족한 스님들에게 영양분을 채워주기 때문이죠. 차가운 성질이 강한 연근은 생으로보다는 데쳐서 요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대추처럼 따뜻한 성질을 지닌 식재료를 더하면 건강에 이롭겠지요.
메밀김치전
겨울에 나는 채소인 당근과 시금치 그리고 김치를 송송 썰어 걸쭉한 메밀 반죽에 고루 섞고 기름에 노릇하게 지진 메밀김치전은 매콤하면서 바삭한 맛이 일품입니다. 사찰 음식의 부침개 반죽에는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감자를 갈아 존득한 찰기를 내지요. 또한 메밀가루를 섞으면 파삭한 식감과 함께 고소함이 더해집니다.
메밀김치전
에쎈 | 2015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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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배추김치 1kg, 감자 2개, 당근 ½개, 시금치·생강 100g씩, 말린 느타리버섯 30g, 식용유 적당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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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죽
메밀가루·물 1컵씩, 감자 1개
- 1
배추김치는 소를 털어내고 잘게 썬다.
- 2
감자, 당근, 생강은 깨끗이 씻어 껍질을 제거한 뒤 채 썬다.
- 3
시금치는 시든 잎과 뿌리를 다듬고 물에 씻은 뒤 3cm 길이로 썬다.
- 4
말린 느타리버섯은 찬물에 불려 부드러워지면 건져 물기를 꼭 짠다.
- 5
반죽 재료의 감자를 강판에 간 뒤 메밀가루와 물을 넣고 버무려 반죽한다.
- 6
준비한 재료에 반죽을 넣고 고루 섞는다.
- 7
달군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반죽을 한 국자씩 팬 위에 올려 둥글게 모양을 잡아 노릇하게 부친다.
연근무침
에쎈 | 2015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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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연근 300g, 대추 5개, 배 ½개, 볶은 소금 1작은술, 깨소금 1컵, 참기름 3큰술, 간장·식초 2큰술씩, 굵은소금 1큰술, 물 1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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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근은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기고 얇게 썬다.
- 2
물에 식초와 굵은소금을 넣고 팔팔 끓이다가 연근을 넣고 데친다.
- 3
대추는 마른행주로 닦고 돌려 깎은 뒤 곱게 채 썬다.
- 4
배는 즙을 내어 볶은 소금으로 간한다. 하루 전에 해놓으면 더 좋다.
- 5
배즙에 깨소금, 참기름, 간장을 넣고 고루 섞어 양념을 만든다.
- 6
연근과 대추를 볼에 담고 양념을 넣어 버무려 낸다.
시래기콩볶음
에쎈 | 2015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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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시래기 300g, 불린 검은콩 1컵, 생강 30g, 들기름 6큰술, 깨소금·간장 3큰술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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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맛국물
다시마 사방 3cm 5장, 말린 표고버섯 5개, 무 ⅓토막, 말린 가죽나물 2줄기, 물 4컵
- 1
냄비에 채소맛국물 재료를 모두 넣고 센 불에 올린 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다시마를 건져낸다. 중간 불로 낮춘 뒤 물이 절반으로 줄 때까지 끓여 채소맛국물 2컵을 준비한다.
- 2
시래기는 푹 삶은 뒤 그대로 두어 식힌다.
- 3
불린 콩은 식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절구에 빻거나 믹서로 살짝 간다.
- 4
생강은 곱게 간다.
- 5
시래기의 물기를 꼭 짠 뒤 들기름, 간장, 생강 간 것을 3큰술씩 넣어 무친다.
- 6
팬에 들기름 2큰술을 두르고 시래기를 볶다가 채소맛국물과 콩 간 것을 넣고 뚜껑을 닫아 조린다.
- 7
채소맛국물이 자작해지면 불을 끄고 깨소금과 들기름을 넣어 마무리한다.
비지탕
에쎈 | 2015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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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비지 600g, 당근·미나리 50g씩, 말린 표고버섯 2개, 간장·참기름 1작은술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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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맛국물
다시마 사방 3cm 5장, 말린 표고버섯 5개, 무 ⅓토막, 말린 가죽나물 2줄기, 생강 20g, 물 4컵
- 1
비에 채소맛국물 재료를 모두 넣고 센 불에 올린 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다시마를 건져낸다. 중간 불로 낮춘 뒤 물이 절반으로 줄 때까지 끓여 채소맛국물 2컵을 준비한다.
- 2
말린 표고버섯은 물에 불려 부드러워지면 채 썰어 간장과 참기름으로 밑간한 뒤 노릇할 정도로 볶는다.
- 3
당근은 깨끗이 씻어 껍질을 제거한 뒤 4cm 길이로 곱게 채 썰어 볶는다.
- 4
미나리는 잎을 떼고 깨끗이 씻어 당근과 비슷한 길이로 썬다.
- 5
냄비에 채소맛국물을 붓고 비지를 넣어 5분 정도 끓인 뒤 표고버섯, 당근, 미나리를 올려 낸다.
무죽
에쎈 | 2015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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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무 600g, 쌀 1컵, 생강 20g, 참기름 1큰술, 물 2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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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는 깨끗이 씻어 껍질을 제거하고 5cm 길이로 잘라 채 썬다.
- 2
생강은 갈아 즙을 짠다.
- 3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무채와 생강즙을 넣어 달달 볶는다.
- 4
쌀은 깨끗이 씻어 참기름 한 방울을 넣고 쌀눈에 참기름이 배도록 손으로 박박 문지른다.
- 5
볶은 무에 쌀, 물을 넣고 센 불에 올려 끓으면 불을 줄여 쌀알이 퍼질 때까지 끓인다.
별다른 조리법 없이 섭리와 이치에 따르는 사찰 음식. 자연 순리에 맞춰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니 당연히 몸에 이롭다. 겨울에서 봄으로 이어지는 환절기에 입맛 돋우는 사찰 밥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