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을 하지 않는 사찰에서는 김치에 젓갈과 오신채를 넣지 않는 대신 채소 국물과 곡물 죽 등을 넣고 발효시킨 김치가 다양하게 발달해왔다.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사찰 김치는 별다른 반찬 없이도 밥 한 그릇을 비우게 하는 겨울철 별미다.
배추김치
겨울 안거를 위해 배추 오백 포기 남짓 김장을 합니다. 지인들이 농사지어 보내주는 배추가 도착하는 날이 김장날입니다. 시주받은 배추는 매년 크기가 일정하지 않고 고춧가루는 매운 정도도 달라, 배추 절이는 시간이며 양념 비율이며 약간씩 달리하다 보면 해가 지날수록 김치 담그기의 달인이 되어가는 듯합니다. 김치는 양념도 중요하지만, 절인 배추가 미끈거리지 않도록 깨끗하게 씻는 것이 기본입니다. 영선사 김장 김치는 현미찹쌀로 빡빡하게 죽을 쒀서 호박죽, 고춧가루, 무채, 갓, 생강, 청각, 무즙, 소금을 섞어 양념을 만듭니다. 현미찹쌀죽과 호박죽이 삭으면서 숙성된 배추김치는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납니다.
무섞박지김치
속이 꽉 찬 무를 8등분으로 큼직하게 잘라 소금에 재운 뒤 하루 정도 말리고, 무청과 갓은 소금에 살짝 절이지요. 다시마, 마른 표고버섯, 무, 마른 가죽나물로 채소 국물을 우려 찹쌀죽을 빡빡하게 쑨 다음 고춧가루, 다진 생강, 소금을 섞어 감칠맛 나는 양념장을 만듭니다. 꾸들꾸들하게 말린 무와 무청, 갓을 양념장에 섞으면 깔끔한 맛의 무소박이김치가 완성됩니다.
배추우거지김치
시주받은 배추는 우거지 한 장도 버릴 수가 없습니다. 배추 겉잎만을 모아 소금에 30분 정도 재웠다가 들깨 거핏가루를 듬뿍 넣은 삼삼한 양념장에 한 장씩 무칩니다. 질깃한 겉잎으로 김치를 담그기 때문에 완전히 숙성해야 고소한 들깨 맛과 양념장이 쏙 배어 제맛이 납니다. 갓 지은 밥을 한 숟갈 뜬 다음 배추우거지김치로 감싸 쌈을 싸면, 그만한 밥도둑이 없지요.
갓김치
남원에서 오래 지내셨던 큰스님은 갓김치에 무즙과 배즙을 넣지 않고 사과즙만 넣어 단맛을 내셨습니다. 그 조리법을 이어받아 저 또한 사과즙만 넣습니다. 더러 갓김치에 당근을 넣기도 하던데, 당근은 숙성되면서 갓 향과 맛을 변하게 하므로 넣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채소 국물로 쑨 찹쌀죽과 호박죽, 고춧가루, 사과즙, 생강, 청각으로 맛을 낸 양념장에 무친 갓김치는 익을수록 아삭한 맛이 살아납니다.
호박지김치
배추김치 만들고 난 자투리 배추를 늙은 호박과 함께 버무린 호박지김치는 일주일 정도 숙성시켜 익힌 뒤 게국지처럼 끓여 먹습니다. 쌀쌀한 겨울날, 뜨끈한 국물이 생각날 때면 호박지김치에 물만 부어 보글보글 끓이면 달짝지근한 늙은 호박 맛과 칼칼한 양념 맛이 일품이지요. 깔끔한 국물 요리를 만들어야 하니 무채는 넣지 않고 무즙과 현미찹쌀죽, 다진 생강, 고춧가루, 소금으로만 양념을 만듭니다.
우엉김치
아작아작 씹을수록 우엉 특유의 흙내가 풍기는 우엉김치입니다. 식촛물에 살짝 데친 뒤 무치면 우엉 향이 돋고 질깃하지 않아 좋아요. 다른 김치에 비해 양념 가짓수가 적어 손쉽게 만들 수 있지요.
무말랭이김치
집장으로 양념한 무말랭이김치는 입맛 없을 때 참기름과 깨를 조물조물 무쳐 내면 별미 반찬이 됩니다. 김치 담글 무말랭이는 굵어야 하니 김치용으로 따로 말리지요. 아무리 깔끔하게 말려도 군내가 나기 때문에, 집간장으로 밑간하고 1달 정도 숙성시켜야 제맛이 납니다.
무청김치
무청은 자르지 않고 그대로 김치를 담급니다. 상에 낼 때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지 않고 한 줄기 그대로 올려야 먹을 때 툭툭 끊어 먹는 재미가 있지요. 무청김치 또한 사과즙으로 단맛을 내고, 호박죽과 찹쌀죽을 쒀서 양념장을 만들면 깔끔하면서 시원한 맛이 일품입니다.
대전에 위치한 영선사에서 수행 중인 법송 스님은 16년 전부터 모시던 고 성관 큰스님에게 음식을 배웠다. 전통 사찰 음식에 조예가 깊은 성관 큰스님은 제대로 손맛이 나지 않으면 그 맛이 날 때까지 다시금 시켜 호된 수련 과정을 겪게 했다. 법송 스님은 현재 동국대, 영선사,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서 운영하는 사찰음식교육관 향적세계에서 강의를 통해 숨겨진 사찰 음식과 그 의미를 알리고 있다.
무청김치
에쎈 | 2015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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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무청 1kg, 소금물 적당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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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
호박죽·찹쌀죽 2컵씩, 무 ½개, 생강 150g, 마른 청각 20g, 마른 고추 10개, 고춧가루·소금 2컵씩, 사과즙 1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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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죽
늙은 호박 200g, 물 2½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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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죽
찹쌀 1컵, 마른 표고버섯 10개, 물 6컵
- 1
무청 겉잎은 시래기로 말리고 속잎만 손질해 깨끗이 씻어 1시간 정도 소금물에 절인다. 소금물은 달걀을 띄웠을 때
500원 동전 크기만큼 떠오르는 정도로 염도를 맞춘다.
- 2
호박은 얄팍하게 썰어 물을 붓고 푹 삶아 으깨어 2컵 분량을 준비한다.
- 3
표고버섯은 물에 넣고 끓여서 표고버섯 물을 만든다. 찹쌀과 표고버섯 물 1컵을 부어 뭉근한 불에서 죽을 쑨다.
- 4
무는 즙을 짠다.
- 5
생강과 마른 청각, 마른 고추는 곱게 간다.
- 6
호박죽, 찹쌀죽, 무즙, 생강, 청각, 고추, 고춧가루, 소금, 사과즙을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 7
절인 무청은 깨끗하게 씻어 물기를 뺀다.
- 8
무청에 양념장을 무쳐 숙성시킨다.
갓김치
에쎈 | 2015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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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갓 3단, 무 1개, 소금물 적당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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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죽
찹쌀 1컵, 다시마(사방 10cm) 2장, 마른 표고버섯 5개, 마른 가죽나물 3줄기, 무 ¼개, 물 10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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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죽
늙은 호박 400g, 물 5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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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
호박죽·찹쌀죽 2컵씩, 사과 2개, 생강 150g, 마른 청각 20g, 고춧가루·소금 2컵씩
- 1
갓은 너무 크지 않은 것을 준비해 소금물에 2시간 정도 절인다. 소금물은 달걀을 띄웠을 때 500원짜리 동전 크기만큼 떠오르는 정도로 염도를 맞춘다.
- 2
무 반 개는 즙을 짜고, 반 개는 곱게 채 썬다.
- 3
찹쌀은 깨끗이 씻는다.
- 4
표고버섯, 가죽나물, 무, 물을 냄비에 담고 가열해, 끓으면 다시마를 넣고 3분 뒤에 다시마를 건져 낸 다음 30분 정도 더 끓여 국물을 만든다.
- 5
찹쌀과 채소 국물 5컵을 냄비에 넣고 되직하게 죽을 쑨다.
- 6
호박을 얄팍하게 썰어 물을 붓고 푹 삶은 뒤 으깨어 호박죽을 만든다.
- 7
사과는 갈아서 즙을 낸다.
- 8
생강과 청각은 곱게 간다.
- 9
호박죽, 찹쌀죽, 생강, 청각, 무즙, 무채, 고춧가루, 소금, 사과즙을 넣고 버무린다.
- 10
갓은 깨끗이 씻어 물기를 빼고 양념에 고루 치대어 숙성한다.
배추우거지김치
에쎈 | 2015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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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배추 우거지 1kg, 굵은소금 2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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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죽
찹쌀 1컵, 마른 표고버섯 10개, 물 6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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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죽
늙은 호박 200g, 물 2½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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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
찹쌀죽 3~4컵, 호박죽·고춧가루·들깨 거핏가루·소금 2컵씩, 무즙 1컵, 다진 생강 1큰술
- 1
호박은 얄팍하게 썰어 물을 붓고 푹 삶은 뒤 으깨어 호박죽을 만든다.
- 2
표고버섯은 물에 넣고 끓여서 표고버섯 물을 만든다. 찹쌀과 표고버섯 물 1컵을 냄비에 담고 뭉근한 불에서 죽을 쑨다.
- 3
배추 우거지는 소금에 30분 정도 절인 뒤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 4
양념 재료를 모두 섞는다.
- 5
우거지를 한 장씩 펼쳐 양념장을 발라 차곡차곡 쌓는다.
- 6
2일 뒤 숙성하면 쌈으로 먹는다.
무말랭이김치
에쎈 | 2015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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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무말랭이 1kg, 고춧잎 30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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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장
집장·찹쌀죽 3컵씩, 고춧가루·간장·배즙 1컵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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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장
겉보릿가루 8컵, 호밀가루·콩가루 4컵씩, 찹쌀죽 4컵, 조청 450g, 고춧가루 100~150g, 소금 2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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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장 만들기]
1 겉보릿가루와 호밀가루, 콩가루를 섞어서 김이 오른 찜기에 20분간 찐다. 불을 끄고 한 김 나가면 바로 손바닥만 하게 메주를 빚는다.
2 메주를 볏짚에 얹고 3~7일간 햇볕 좋을 때 겉면을 바짝 말리고, 밤에는 방 안에 들여 따끈한 곳에서 말린다. 날씨가 좋지 않을 때에는 따뜻한 방 안에서 바짝 말린다. 바짝 마르면 따뜻한 방에 메주를 놓고 이불을 덮어 3일간 띄운다.
3 띄운 메주를 쪼개어 바삭 말린 뒤 방앗간에서 굵게 간다. 이 과정이 번거로우면 방앗간에서 파는 메줏가루를 사용한다.
4 찹쌀죽을 쑤어 미지근해지면 소금, 메줏가루, 고춧가루, 조청 순으로 고루 섞는다. 이때 소금은 반 컵 정도만 넣고 그다음 날 간을 봐서 필요하면 소금을 더 넣는다. 맛을 보면서 고춧가루와 조청도 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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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말랭이김치 만들기]
1 무말랭이와 고춧잎은 물에 불린 뒤 씻어 물기를 뺀다.
2 양념장 재료를 모두 섞은 뒤 무말랭이와 고춧잎을 섞은 다음 항아리에 꾹꾹 눌러 담아 숙성시킨다.
3 숙성한 김치는 참기름, 깨소금에 무쳐 낸다.
우엉김치
에쎈 | 2015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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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료
우엉 500g, 식초·소금 1큰술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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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
찹쌀죽·고춧가루·간장·배즙 ½컵씩, 다진 생강 1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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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엉을 깨끗하게 씻어 껍질째 어슷하게 썬 뒤 물에 담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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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물에 소금, 식초를 넣고 우엉을 살짝 데쳐 물기를 뺀다.
- 3
양념 재료를 모두 섞고 우엉을 버무려 항아리에 담아 숙성시킨다.
육식을 하지 않는 사찰에서는 김치에 젓갈과 오신채를 넣지 않는 대신 채소 국물과 곡물 죽 등을 넣고 발효시킨 김치가 다양하게 발달해왔다.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사찰 김치는 별다른 반찬 없이도 밥 한 그릇을 비우게 하는 겨울철 별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