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llettes 리예트

터프하게 찢긴 고기가 농후한 풍미의 지방질과 섞여 입안 가득 녹아내리듯 퍼지는 맛. 파테보다 터프하고 콩피보다 부드러운 ‘리예트’는 한마디로 고기 스프레드이다. 재료의 진한 풍미를 그대로 전해주며 식욕을 한껏 끌어올리는 잇 스프레드 리예트로 즐기는 미식 체험.

컨트리 버전의 파테, 혹은 고기 잼

프랑스 중서부 투르 지방의 전통 음식인 리예트는 일종의 염장 고기 스프레드로 ‘돼지고기 잼’ 혹은 ‘브라운 잼’으로 불리기도 한다. 전통 방식의 리예트는 돼지고기를 염장해 자체의 지방 혹은 천연 라드를 더해 장시간 저온 조리한 뒤 잘게 찢어 스프레드 형태로 완성한 것이다. 주로 부위는 어깨살이나 앞다릿살 등을 사용하는데 여기에 삼겹살 등 지방이 많은 부위와 라드를 섞어 콩피 스타일로 장시간 저온 조리하기 때문에 고기 살결이 녹아내릴 정도로 부드럽다. 리예트가 콩피와 구분되는 것은 각종 허브로 양념하고 잘게 찢어 스프레드 형태로 만든다는 점인데 완전히 다 뭉개지 않고 살결을 살려 씹는 질감을 내는 것이 역시나 부드러운 스프레드 형태인 파테와도 다르다. 완성된 리예트는 상온 혹은 약간 차가운 상태로 서브하며 주로 토스트한 바게트나 크래커를 곁들여 짧고 강렬한 인상의 애피타이저로 애용된다. 풍부하고 진한 맛이 와인이나 맥주 안주로도 좋고 작은 번이나 바게트 등에 올려 간단한 식사 대용으로 먹기도 한다.

풍부한 지방과 숙성 과정, 재료 본연의 맛이 어우러진 다양한 향미

리예트식 조리법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은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는 점과 재료 본연의 풍미를 녹진하게 담아낼 수 있다는 것에 있다. 풍부한 지방은 고기가 숙성되는 동안 고기의 향과 맛을 최대한 끌어내며, 여기에 향신료의 향이 어우러져 입안에서 폭발하듯 풍성한 맛을 낸다. 그래서 최근에는 거위나 오리, 꿩, 칠면조, 닭, 토끼 등의 육류는 물론 멸치, 참치, 연어, 숭어 등 다양한 해산물도 리예트의 재료로 활용된다. 어떤 재료로도 만들 수는 있지만 지방질이 풍부하고 특유의 결이 있는 것이 좋다. 전통적 방식으로 다량의 지방질이나 라드를 넣어 조리하는 대신, 그 자체로 조리한 뒤에 스프레드 형태로 만들 때 기름을 첨가하기도 한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육류나 해산물 외에 버섯 등의 채소를 이용한 리예트도 선보이고 있다. 해산물이나 채소 리예트의 경우 고기의 지방 대신 올리브유나 버터, 크림 등을 넣어 만든다. 리예트는 해산물과 채소의 경우 최소 하루, 고기의 경우 이틀 뒤에 먹어야 주재료와 허브, 지방의 풍미가 서로 녹아들어 제대로 된 맛을 즐길 수 있다. 유리병에 옮긴 뒤 라드나 버터 녹인 것을 부어 굳히면 공기와의 접촉이 완전히 차단되어 몇 달이고 보관이 가능하다.

1. 훈제방어리예트
전통적인 돼지 리예트 외에 연어나 참치 등 해산물로 만든 리예트가 주목받고 있다. 요즘 한창 기름지게 살 오른 방어를 사과나무 훈연칩으로 훈제해 사워크림 등을 넣고 갈아 만들었다. 풍부한 방어 맛과 훈연 향이 어우러진 부드러운 스프레드가 강하면서도 섬세한 여운을 남긴다.

2. 오리기름을 더한 돼지어깨살리예트
씹는 질감이 좋은 돼지고기 어깨살을 저온 조리한 뒤 오리기름을 넣으며 농도를 조절해 마치 푸아그라와 같은 향이 난다. 카옌페퍼와 마르살라 와인으로 이국적인 풍미를 더해 입맛을 한껏 끌어올리며 강렬한 애피타이저 역할을 톡톡히 한다. 토스트한 바게트와 곁들이는 것은 물론 바게트나 번에 얹고 피클 등을 곁들여 오픈 샌드위치로 즐겨도 좋다. 특히 레드와인과 궁합이 좋다.

3. 연어리예트
올리브유로 콩피한 연어에 생크림과 사워크림을 더해 갈아 크리미한 질감이 일품이다.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으로 만드는 과정도 간단해 손님맞이 핑거 푸드로도 제격이다. 사과나 오렌지 등 새콤달콤한 과일을 콩피해 올리면 산뜻하게 즐기기 좋다. 연어의 씹는 질감을 극대화하고 싶으면 익히지 않은 훈제연어를 잘게 다져 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