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nhill,
어떻게 찍을 것인가
인터넷을 헤매다 어느 사진가의 홈페이지를 구경한 적이 있다. 그는 여러 나라를 돌며, 허름한 사무실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을 찍은 것 같았는데, 각각의 사진만 봐서는 솔직히 어떤 감흥을 느끼기 어려웠다. 그런데 그 사진들이 각국의 정부 사무실을 찍은 것이란 걸 알았을 때 단지 별 볼일 없는 사무실에 불과한데도 각국의 역사, 문화, 정치를 느낄 수 있었다. 그제야 비로소 사진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때의 감동은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광고도 이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패션 광고는 막연히 ‘고품격’만을 강조한다. ‘고품격’이 명품으로 통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느 광고 사진에서는 거액을 들여 고상한 유럽 이미지를 담거나 휴양지의 모습, 지중해 모습을 삽입하기도 한다. 또는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핫’한 배우가 떠오르면, 그 배우를 기용해 아주 막연한 그림을 그려낸다. 이런 천편일률적인 광고사진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명확히 알기 어렵다. 패션 브랜드의 광고가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없는 것은 각 브랜드마다 확고한 스토리가 없기 때문이다. 광고 기획자들의 기획력 부재가 원인일 수도 있다. 혹은 광고사진을 촬영하는 사진가들이 그저 ‘그림’을 잘 잡으려고만 하기 때문일 것이다. 광고가 그저 광고일 때 소비자에게 외면당한다. 하지만 광고가 ‘이야기’가 되면 소비자는 이를 받아들이고 서서히 느낄 것이다. 기업에서 흔히 말하는 ‘저비용 고소득’이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 장기적인 안목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Louis Vuitton,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지금 일민미술관에서는 <고백: 광고와 미술, 대중>이 전시 중이다. 1백20년 전부터 나오기 시작한 우리나라 광고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붓글씨로만 이루어진 최초의 광고부터 어릴 적 향수가 묻어 있는 추억의 브랜드 ‘르까프’ 광고까지. 광고는 그렇게 시대상을 반영하는 하나의 매개체 역할을 해왔다. 아니, 지금 와서 보니 그때 그 광고들이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광고를 너무 배타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보는지도 모르겠다. 그 광고를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과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 등은 배제한 채 ‘광고는 그저 광고다’라는 고정관념에 싸여 차가운 시선으로만 바라봤는지도. 반면, 에디터에게 패션 광고는 꽤 괜찮은 참고서가 되기도 한다. 잘 몰랐던 사진가를 아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화보 촬영에 응용할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공해주기도 하니까. 이런 경우도 있다. 감성을 자극하는 사진으로 유명한 사진가, 라이언 맥긴리가 찍은 ‘We are Animals’란 랭글러 광고였는데, 워낙 감동을 받아 그 시리즈 광고를 모두 소장하고 있을 정도다. 자연스럽게 라이언 맥긴리가 찍은 브랜드들은 에디터에게 ‘호감’으로 다가왔다. 그 반대면 또 어떤가. 선택을 하는 건 당신이다.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나쁜 것은 그냥 흘려보내면 된다. 이러한 훈련이 반복되면 당신의 감각은 계속 높아지고 단단해질 것이다. 광고는 당신의 눈에서 선입견을 빼는 순간 그 자체로 하나의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다. 감동적인 소설과 한 편의 시가 인생을 바꾸듯 좋은 광고가 당신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거다.
Theory, 2008 S/S Campaign
Wrang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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