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이나 비닐 소재로 지붕을 만든 소프트톱 컨버터블은 장점과 단점이 분명하다. 하드톱 컨버터블에 비해 가벼워 무게중심이 밑으로 내려가 동력 성능이 낫다. 가격도 훨씬 저렴하다. 잘 달리고 싼 소프트톱의 문제는 아무래도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거다. ‘사계절이 확실한’ 우리 기후에서 부족한 내구성은 치명적인 단점일 수 있다. 하지만 매일 타는 차로 어정쩡하게 컨버터블을 선택하지 않는 한 내구성이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꽃피고 바람 순한 봄, 세 종류의 소프트톱 컨버터블이 일제히 출시되었다.
아우디는 고집스럽게 소프트톱을 고수해온 브랜드다. 그간 아우디가 만들어온 소프트톱 컨버터블 중 극단적으로 강력한 모델이 등장했다. 아우디 R8 스파이더의 한정판 모델 R8 GT 스파이더. 전 세계 3백33대, 국내엔 6대만 들어온다. 출력과 토크를 560hp, 55.1kg·m으로 높였다. 제로백 3.8초는 ‘슈퍼카’라는 단어가 전혀 아깝지 않은 수치. 카본파이버와 알칸타라 등 호사스러운 소재를 전혀 아끼지 않고 투입한 실내는 압도적인 수치상의 성능보다도 더 인상적이다. 사이드 브레이크 손잡이까지 온통 알칸타라로 감쌀 정도. 다만 지나칠 정도로 움직일 여지가 없는, 빡빡한 버킷 시트는 조금 아쉽다. 레이싱 서킷에서야 안정적이겠지만, 스킨십의 기회가 원천봉쇄되니까. 이 차 자체가 여자에겐 그 어떤 스킨십보다 더 자극적일지도 모르겠지만.
여자들이 좋아하는 차라면, 마세라티를 빼놓을 수 없겠다. 화려한 실내, 실외 디자인과 육중한 자연흡기 엔진의 배기음 때문. 그런 마세라티 특유의 매력을 극도로 높인 모델이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스포츠다. 소프트톱을 활짝 열면 바람과 함께 운전석으로 흘러들어오는 배기음의 포효는 강렬해지고, 부드럽게 흐르는 라인 역시 한결 우아해진다. 밖에서 보일 것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실내는 호사의 끝을 달린다. 1950년대 마세라티 레이싱카에서 차용해온 붉은 컬러는 페라리 레드보다 강렬하다.
운전석 안으로 들이닥치는 바람을 가르고 달리는 짜릿한 오픈 드라이빙을 경험하기 위해 반드시 2억원 이상의 돈이 필요한 건 아니다. 별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긴 하지만, 실용적인 컨버터블도 분명히 있다. 이를테면 골프 카브리올레다. 전동 소프트톱을 여는 데 9.5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루프를 내린 모습이 생각외로 자연스럽다. 골프 카브리올레는 여기 소개한 세 대의 차 중 가장 실내와 적재 공간이 넓고 연비는 적어도 세 배 이상이다. 가격도 4천3백90만원으로 가장 현실적이다.
(왼쪽부터)
1. 포르쉐 파나메라 GTS
카이엔과 파나메라가 처음 나왔을 때, 그를 반긴 포르쉐 마니아는 많지 않았을 거다. 작고, 효율적이고, 빠른 포르쉐 특유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차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카이엔과 파나메라는 엄청나게 팔렸고, 포르쉐는 그 결과 모든 면에서 탁월한 새 세대의 911과 박스터를 발표할 수 있었다. 파나메라 GTS는 가장 최근에 발표된 파나메라다. 기존 파나메라 S에 비해 30마력을 늘렸고 각종 편의 장비와 옵션을 추가했다. 파나메라 S의 옵션이 아쉬웠던 사람들에게 권할 만하다.
2. 메르세데스-벤츠 B클래스
몇 년 전인가 이른바 마이B를 사는 주변 여자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차에서 탐낼 만한 건 오직 메르세데스-벤츠의 세 꼭지별 엠블럼뿐이었다. 생김새는 멋없이 펑퍼짐했고 가속·브레이크 페달 반응은 둔하다 못해 짜증스러웠다. 하지만 2세대 벤츠 B클래스는 완전히 새로워졌다. 어색한 이름을 버리고 외관과 주행감 모두 훨씬 젊고 스포티해졌다. 극적인 변화다. 이젠 보닛 위 엠블럼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나부터 이 차를 진지하게 고려해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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