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 Editor 김창규
지난달 일본 여행 중에 지인을 만났다. 정치가가 꿈인 그녀는 밤이면 신주쿠의 조그마한 바에서 바텐더로 일한다. 바의 이름은 ‘모르겐 로트 (Morgen Rot).’ 프랑스인 신부 네란이 1979년에 만들어 지금은 3대째 사장인 신도 씨가 운영하고 있다(신도 씨는 일본 가톨릭 주보의 편집장이다). 유서가 깊은 바는 저마다 자신들만의 칵테일이 있는 법. 나는 신도 씨에게 모르겐 로트만의 칵테일을 부탁했고, 그는 나에게 예전에 일했던 사람이 만들었다는(지금은 게이오 대학의 과학 강사라고 했다) ‘에포페(epopee)’라는 칵테일을 만들어주었다. 이 칵테일은 봄페이 사파이어 진과 체리 브랜디를 베이스로 하여 레몬 즙과 그레나딘 시럽으로 맛을 낸다. 술에 관심이 많은 나지만 처음 맛본 체리 브랜디는 강렬한 꽃향기로 콧속을 파고들었다. 4가지 재료로 만든 술은 과학도가 만든 칵테일답게 균형 잡힌 맛이 느껴졌고 6일간의 일본 여행 중 가장 맛이 좋은 술이었다고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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