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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의 집

센 음악을 틀고 단정한 옷을 만드는 메종 키츠네가 서울에 예쁜 집을 만들었다. 여우처럼 영리하게 생긴 마사야 구로키도 만났다.

UpdatedOn March 28, 2012



메종 키츠네는 음악과 패션이 공존하는 브랜드다. 당신과 파트너 질다는 어쩌다 이 브랜드를 만들었나?
15년 전쯤이다. 질다는 파리에서 레코드 가게를 운영했고 나는 손님이었다. 그리고 질다가 다프트 펑크의 매니저로 있을 당시 일본인 일러스트레이터와 협업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친해졌다.

 리움 맞나? 나는 그 박물관을 설계한 건축가 장 누벨 밑에서 일했었다. 우린 서로 다른 분야에 속해 있었지만 공통된 관심사 하나로 메종 키츠네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럼 지금 두 사람이 하는 일은 나뉘어 있나?
그렇다. 나는 메종 키츠네의 모든 컬렉션을 디자인하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고객을 만난다. 패션은 전적으로 내가 도맡고 있다. 질다는 새로운 뮤지션을 발굴하고 키츠네 메종 시리즈 앨범을 내는 등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한다.
서울에 팝업 스토어를 냈다. 왜 서울인가?
음, 내가 불고기를 좋아해서? 하하. 나는 파리에서 자란 일본인이자 한국의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한국은 나에게 편한 곳이다. 좀 더 비즈니스적으로 접근하자면, 한국인의 구매 형태에 관심이 많다. 한국인은 럭셔리 브랜드들의 외형적인 화려함보다는 제품 자체가 지닌 가치와 질에 관심을 둔다. 그래서 흥미롭다. 예전처럼 보수적이지도 않고.
당신들의 옷과 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 쉽게 매치되지 않았다. 도발적인 음악에 비해 옷은 클래식하고 말끔하다.
그걸 의도했다. 보통 음악 레이블은 뮤지션의 성향에 맞는 티셔츠를 만들고 패션 브랜드는 음악과의 연관성을 꿰맞추기 위해 프로모션 CD를 낸다. 우리는 음악, 패션 모두 진지하게 접근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둘 사이에서 억지스러운 공통점을 이끌어내진 않는다. 대신 추구하는 신념은 같다. 우리가 어떤 뮤지션과 계약할 때 그들의 음악에 긴 생명력을 불어넣고, 가치를 높이는 데 목적을 둔다. 마찬가지로 메종 키츠네의 카디건은 10년을 입을 수 있는 아이템이다. ‘시간에 제한받지 않는 품질’이라는 신념은 음악이나 패션이나 마찬가지다. 평균적으로 봤을 때 옷과 음악을 위한 고객이 따로 존재한다. 그러나 둘 다 좋아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옥스퍼드 셔츠와 카디건, 보타이와 롤업 팬츠 차림으로 클럽을 찾는 남자들이다.
엔지니어드 가먼츠나 하버색의 디자이너 모두 일본인이다. 그럼에도 미국인보다 더 미국적인 것들을 잘도 만들어낸다. 당신 역시 일본인이지만 아주 파리다운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
나는 환상적인 패션을 만들어내는 디자이너가 아니다. 옷의 실용적이고 일상적인 측면을 중시한다. 미국 드라마 <매드 맨>을 본 적 있나? 거기에 나온 복고적인 아메리칸 스타일 그리고 아이비리그의 프레피 느낌을 특히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파리에서 자랐기 때문에 파리 스타일이 익숙하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미국적인 요소들을 파리식으로 바꿔놓는 일을 한다. 메종 키츠네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내 일상의 합작품이다. 일본인이기 이전에 파리에 사는 남자가 만드는 파리 브랜드인 거다.
사실 메종 키츠네의 옷은 싸지 않다. 그래도 소재나 만듦새가 좋다는 건 인정한다.
내가 입고 있는 카디건은 굉장히 일반적이다. 하지만 나는 이 카디건에 적당한 비율과 핏을 적용했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게. 왜냐하면 다양한 사람들이 입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키가 크든 작든, 말랐거나 뚱뚱하거나, 게이건 스트레이트건 모두. 그러기 위해선 최상의 품질로 옷을 만들어야 했다. 카디건은 로로피아나에서 사용하는 실로 만든 거고, 셔츠는 이탈리아에서 최고라고 인정받는 토마스 메이슨과 작업했다. 그리고 데님은 일본산 데님 원단 중 질이 가장 좋은 쿠로키 원단을 사용한다. 재킷은 프랑스 남단에서 만드는데, 에디 슬리먼에게 소개받은 곳이다. 그가 디올 옴므를 만들 당시 컬렉션 의상을 제작하던 곳이다. 우리처럼 깔끔한 옷은 품질이 가장 중요하다.
메종 키츠네의 봄옷을 봤다. 파스텔 색들이 파릇파릇했다.
단순하게 생각했다. 봄이니까 파스텔 컬러를 넣어 가볍고 신나는 컬렉션을 만들어봤다. 사실 디자인에 관한 기본 아이디어는 항상 같다. 실용적이고 간결한 옷을 만드는 것 말이다. 이번엔 거기에 <위대한 개츠비>의 콘셉트를 부여했다. 1930~1940년대 뉴욕 어퍼이스트 사이드나 햄튼에서 입었을 것 같은 옷들을 생각하며 만들었다.
매 시즌 당신들이 만드는 영상물을 챙겨보고 있다. 훤칠한 남녀 모델들이 그 비싼 옷들을 입고 벗으며 내팽개치는 영상 말이다. 거기엔 당신들의 음악도 나온다. 어떻게 시작한 건가?
그 영상들은 루아 프리장(Loic Prigent)이라는 프랑스의 유명한 감독과 만든 거다. 시작은 단순했다. 뭔가 재밌고 팝아트적인 것을 해보자는 그의 제안에서 비롯됐으니. 예쁘고 잘생긴 모델들이 나오는 지루한 영상들은 많지만 우리는 그런 게 싫었다. 비싼 옷을 막 다루는 재밌는 걸 만들고 싶었다. 특별한 콘셉트나 목적은 없다. 그냥 우리의 옷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고 즐겼으면 했다.
5년 전이었나? 당신들이 서울에 와서 디제잉하는 걸 보러 간 적이 있다. 그땐 옷 잘 만들고 좋은 음악 트는 남자들로만 생각했다. 비주류적인 느낌도 강했고. 그런데 지금은 양쪽 모두 성공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 당신과 브랜드는 어떻게 변했나?
지금 우리가 어떤 시점에 와 있는지 잘 알고 있다. 하고 싶은 걸 해도 되는 시기라 생각한다.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이제 시작이다. 그동안을 돌아보자면 꽤 잘해낸 것 같다.
요즘 괜찮은 뮤지션이 있나?
런던의 밴드 시티즌! 프란츠 퍼디난드의 보컬 알렉스 카프라노스와 새 앨범을 작업 중인데 기대해도 좋다.
당신이 직접 옷을 만들기 전에는 어떤 옷을 입었나?
빈티지 티셔츠, 랭글러 데님, 컨버스 운동화, 치노 팬츠, 흰색 티셔츠, 갭, 제이 크루, 무인양품.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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