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악어섬과 원시 밀림 파푸아에서 살아 돌아왔다.
리얼이다. 100% 리얼. 시즌 2 찍으러 다른 정글에 간다.
촬영 스태프들도 출연자들처럼 집 짓고 먹을 것 구하러 다니나?
따로 먹는다. 그 사람들은 우리와 떨어져 있다. 150m 정도. 텐트를 치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생활이 다른 건 아니다. 바닥에서 자야 하고 모기도 물리고, 우리와 같이 이동한다. 트럭도 없다. 다 걷는다.
그래도 그 사람들은 밥도 먹고 라면도 먹겠지?
그 사람들이라고 맛있는 걸 먹는 건 아니다. 음식을 가져가는데 떨어지면 정글에서 구해야 한다. 실제로 파푸아에선 음식이 떨어져서 굶었다.
며칠 전에 ‘파푸아’ 첫 방송이 방영됐다. 악어섬에 함께 갔던 광희와 류담이 빠졌다. 류담은 최근에 결혼했고, 광희는 악어섬에서 힘들어해서, 왠지 안 갈 것 같았다.
광희 안 빠졌다. 비밀인데 나중에 합류한다. 광희는 안 가려고 했지만.
당신은 어땠나? 가기 싫지 않았나?
사람이니까…. 그런데 그렇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살면서 없다. 관광을 가고 싶어도 못 가는 데니까. 혼자 가면 정말 죽는다.
이런 프로그램 한다는 얘기 들었을 때 어땠나? 그래도 ‘고정’이니까 좋았나?
해외 나가서 예능 한다고 하니까 당연히 좋았다. 해외 예능은 몇 번 못 가봤지만, 광고 촬영은 많이 가봤다. 갈 때마다 ‘파이브 스타’ 호텔에서 자고 비싼 뷔페 식당에서 맛있는 거 먹고 좋은 차 탔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런 생각을 하고 갔다. 고생해봤자 며칠이고 나머지 시간은 놀 줄 알았다.
도착했을 때 ‘어, 예상했던 거랑 다르네?’ 이런 생각했겠다.
그냥 확! 뒤통수 맞은 느낌이었다. 이게 뭐야. 나도 배우인데 이런 것까지 해야 돼?
리얼 예능이라고 해도 결국 연출자가 어떤 목적 아래 큰 틀에서 진행을 한다. 근데 <정글의 법칙>은 뭐랄까, 방목하는 느낌이었다.
악어섬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풀었다. 알아서 살라고 했다. 그래서 물었다. 콘티 어딨어요? 대본은요? 오늘 뭐해야 해요? 그랬더니, 알아서 하라고 했다. 피디랑 작가들도 이게 어떤 그림이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들도 매일 회의했다. 리스크가 큰 시도였다.
제작진이 거기 가서 회의를 했다고?
이거 괜찮을까? 이렇게 해도 될까? 어떻게 편집하지? 계속 얘기했다. 병만이 형이랑 나랑 류담 형이랑 광희는 방송을 아예 생각 안 했다. 먹고 자고, 살아남는 것만 생각했다. 우리한테 절실한 건 3개였다. 음식, 집, 물.
아, 그리고 너무 많은 모기들, 벌레들.
정말? 그 정도였다고?
악어섬에서 며칠이 지났을 때 우리끼리, 과연 이런 걸 방송에 내보낼 수 있을까, 얘기했다. 근데 먹을 걸 안 주니까 결국 다시 먹을 것 구할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배고파서 다른 걸 신경 쓸 수가 없었다.
악어섬에서 집 지을 때 김병만과 신경전을 벌였다. 파푸아에서 첫날 집 지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짜증날 수밖에 없다. 배고프고, 덥고, 벌레도 많고. 싸웠지만 크게 싸운 건 아니다. 병만 형이랑 나랑 성격이 비슷하다. 형은 리더십이 강하고 일이 자기 생각대로 돼야 한다. 나도 그렇다. 나는 일하기 전에 머릿속에 그림을 그린다. 병만이 형 머릿속에도 그런 그림이 있다. 그런데 병만 형은 그림에 대해 말을 안 하는 편이고 나는 말을 하는 편이다. 그러니까 둘 다 답답한 거다. ‘리키는 왜 그렇게 말이 많아?’ 형은 이렇게 말하고, ‘형은 왜 그렇게 말이 없어요?’ 나는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시간 지날수록 서로 알게 되면서 부딪치는 일이 줄었다. 그리고 계속 싸우면….
싸우면?
더 위험해진다. 집 만들어야 하는데, 계속 싸우면 집 못 만들고 밥도 못 먹는다. 병만이 형이랑 내가 그걸 안 하면 동생들도 잠 못 자고 굶는다.
사실, 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카메라 끄면 안락한 데 가서 쉬고 제대로 식사를 한다거나.
그렇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 나 6kg 빠졌다.
악어섬과 파푸아 중 어디가 더 위험했나?
파푸아가 10배 더 힘들고, 10배 더 위험했다. 악어섬은 잘 때는 편했다. 모래 바닥이었으니까. 그리고 무인도여서 동물들이 접근을 못했다. 악어는 빼고. 근데 우리가 울타리를 잘 만들어놔서 악어도 가까이 못 왔다. 그런데 파푸아는 울타리를 만들어도 동물들이 타고 넘어 들어왔다. 눈에 안 보이는 벌레도 많았다. 그런 벌레들이 상처에 침투해서 염증이 생기고, 치료를 안 하면 잘라내야 하고. 게다가 바닥이 습해서 잘 수가 없었다. 우리가 뭘 잘못하면 원주민이 언제 활을 쏠지 모른다. 설명할 시간 없이 바로 쏜다. 아직까지 파푸아에는 사람 손과 뇌를 먹는 원주민이 있다.
살벌하다.
파푸아에서 일정이 끝나고 나올 때 국장님이 사라졌다. 같이 간 전문가가 파푸아 정글에서 길 잃으면 거의 죽는다고 했다. 죽을 확률이 80%라고 했다. 정글이 워낙 크니까.
그래서?
원주민 백몇십 명을 불러 다 같이 찾으러 갔다. 이틀 동안 밤새 찾고 찾고 찾고, 헬리콥터 뜨고 유엔에도 연락하고, 그러다가 나중에 배우들은 빠졌다. 위험하니까. 엄청 우울했다. 심각한 상황이었다. 죽는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전화가 왔다. 국장님 찾았다! 그때 다 울었다. 무릎 꿇고 기도하고. 그 순간을 평생 기억할 것 같다.
이럴 때 이런 말하면 안 되지만, 진짜 리얼이다.
사람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나는 되게 충격이었다. 서울 가면 한국 생활 정리하고 미국 가서 다시 변호사 하려고 했다. 방송은 더 못할 것 같았다. 하기 싫었다. 내가 일하는 동안 동료들 몇 명이 자살했는데, 촬영하다 사람까지 죽었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다. 딱 그 순간에 전화가 온 거다.
견딜 수 없다고 했지만 <정글의 법칙>을 보면 리키가 이제야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것 같다.
말하는 프로는 나랑 안 맞는다. 나는 몸으로 표현하는 게 맞다. <출발 드림팀>도 그렇고.
일요일 아침에 늦잠 자지 않는 사람, 교회 가지 않는 사람한테는 당신이 대스타다.
나도 요즘 느낀다. 시간이 바뀌면 좋은데.
우리 아빠는 <출발 드림팀>에서 리키가 기록을 세울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아니, 저게 돼?”
운이 좋아서….
그런 신체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정글의 법칙>에 캐스팅된 걸까?
캐스팅된 이유는 단순하다. 병만이 형이랑 <출발 드림팀>에서 같이 경기를 했었다. 병만이 형이 나를 보고, 아, 이 사람 나랑 비슷하구나, 카메라 신경 안 쓰고 열심히 하는구나, 캐릭터 잡고 연기하고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몰입하는구나, 이런 걸 느꼈다고 한다. 스태프들이 촬영 세트를 옮기거나 치우면 나랑 병만이 형은 도와서 같이 한다. 다른 연예인들은 멘트 외우거나 쉬고 있다. <출발 드림팀> 찍고 나서, 언젠가 병만이 형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내가 정글에 갈 건데 누구랑 가야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을지 고민이다, 너랑 같이 가는 거면 나도 갈 수 있겠다. 병만이 형이, 나와 갈 수 있는 사람은 리키밖에 없다고 했다.
하필 왜 날 데려왔어, 나중엔 원망했나?
병만이 형이 나를 선택했기 때문에 간 게 아니다. 나한테도 좋은 기회였기 때문에 간 거다. 다만 형이 나를 선택했기 때문에 그 기대만큼은 제 역할을 하고 싶었다.
운동 잘하는 거랑 정글에서 버티는 건 다르겠지?
다르다. 나는 포기를 못한다. 성격상 그렇다. 그리고 정글에선 순발력이 필요하다. 눈앞에 동물이 나타나면 바로 잡아야 한다. 정글 가기 전엔 동물을 잡아본 적이 없다. 당연히 생선 배도 안 갈라봤다.
김병만은 정말 달인인가?
보통 사람이 아니다. 보통 사람은 ‘달인’ 절대 못한다. 중간에 포기한다. ‘달인’ 하다가 다칠 확률이 굉장히 크다.
정글에서 김병만 때문에 놀란 적도 있겠다.
나는 병만이 형을 아니까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당연해 보인다. 병만이 형이니까. 파푸아에 45m 높이의 나무 위에 지어진 집이 있다. 아파트 11층 정도 높이다. 갑자기 병만이 형이 하늘을 보더니 슥슥 올라갔다.
정글에서 자신의 모습에 놀란 적도 있겠다.
살면서 슈퍼 히어로가 될 기회가 거의 없다. 왜냐면 그런 일은 영화에서나 일어난다. 하지만 정글에선 종종 그런 일이 일어난다. 맨몸으로 강을 건너고 배가 뒤집히고, 상처가 나서 몸에 독이 오르고. 그럴 때마나 나도 모르게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고 입으로 독을 빼내고, 그게 놀라웠다. 나한테 그런 면이 있었나, 생각하게 되고.
‘파푸아’ 첫 방송에서 모기 때문에 괴로워하는 거 보고 나도 괴로웠다.
정말 힘들었다. 진짜 힘들었다. 몸을 옷으로 가려도 모기는 어떻게든 들어온다. 그래서 하루에 3시간 정도밖에 못 잤다. 집 앞에 모닥불을 피우는데 바람이 엉뚱하게 불면 연기가 집안으로 들어간다. 연기는 몸에 안 좋다. 연기가 있으면 모기도 안 들어온다. 모기한테 물리는 것보다 차라리 연기 마시는 게 나아서 연기를 마셨다. 눈물이 계속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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