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육상 선수였다. 일주일 정도 꾼 꿈이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 대표로 뽑혀 큰 대회에 나갔다. 대표를 뽑는 방법은 간단했다. 반에서 제일 빠른 사람을 뽑고 그들끼리 모여 겨뤘다. 거기서 100m도 일등 하고 200m도 일등 했다. 쉬웠다. 100m는 앞만 보고 달리면 되고 200m는 곡선 주로를 달릴 때 몸을 안쪽으로 바짝 붙이면 됐다. 각설하고, 기대와 기량에서 우사인 볼트급이었다. 키도 지금만큼 컸다. (이 말은 그때 이후 성장이 멈췄다는 것. 참고로 지금 키는 173cm.)
(아마도) 100m와 200m를 한 명이 독식하는 건 아이들의 정서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둘 중 한 종목만 선택해야 했다. 당연히 100m를 뛰겠다고 말했다. 좀 더 남자답게 보여서.
대회날, 일요일도 아니었는데 아빠가 딸기까지 사서 경기를 보러 왔다. 그래서 몇 등 했냐면, 6등 했다. 여섯 명이 뛰었다. 응원 온 사람들은 믿기 어렵다는 눈으로 어린 꼴등이 레이스를 마치고 돌아오는 걸 봤다. 넘어져서 그래, 누군가 위로해준 기억이 난다. 넘어진 건 맞지만 넘어져서 꼴등 한 건 아니다. 도저히 상대가 안 돼서 밀려 넘어졌다. 스타트하고 불과 몇 초 지나지 않아 알았다. 꿈을 바꿔야 한다는 걸. 포기가 달리는 속도보다 빨랐다.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m 결승에서 우사인 볼트가 플라잉 스타트(Flying Start, 부정 출발을 뜻하는 말치곤 아름답지 않나?)를 할 때 육상 선수가 꿈이었던, 초등학교 대표 출신이자
첫 대회에서 꼴등을 해 꿈을 접은 선수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오래전의 오후를 떠올렸다. 기대를 한몸에 받을 때 결과가 좋지 않으면 모멸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건 창피함에서 오는 감정이라기보단, 도저히 어찌해볼 도리가 없을 때 오는 막막함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볼트는 달릴 수 있다. 하지만 달릴 수 없었다. 결승선을 향해 세계의 대표 선수들이 달려가고 있는데 눈은 계속 다른 데 있었다.
볼트는 100m 경기가 허무하게 끝난 날 저녁에도 동료들과 함께 햄버거, 치킨을 먹었다고 한다. 200m 결승전과 100m×4 계주 경기를 앞두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자원봉사자와 장난을 쳤다. ‘어린 선수’는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했을 뿐 아니라 며칠 동안 학교도 가기 싫었는데.
이게 ‘월드 레벨 멘털’이란 건가.
볼트는 100m에서 확실한 우승 후보가 아니었다. 3관왕에 오를 것인가, 의 관건은 100m였다. 볼트가 아무리 빨라도 부상을 따돌릴 순 없어서. 우승을 차지한 동료 요한 블레이크는 9월 12일 베를린에서 열린 ISTAF 국제육상대회에서도 우승했다. 볼트는 참가하지 않았다. 여전히 아직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일 볼트는 마지막 순간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영원히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는 없으니까.
다음에 참가할 대회에선 볼트가 100m에서 우승할 수 있을까? 우승을 넘어 자신의 기록까지 넘겠다는 다짐을 실현할 수 있을까? 100m 결승선 너머에서 다시 한 번 번개 세리머니를 하며 춤추는 모습이 보고 싶은 건 개인적인 기억 때문일까? 볼트가 지구에서 가장 유쾌하고 재밌는 육상 선수여서? 아직까진 볼트 말고 다른 선수가 100m에서 우승하는 걸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같은’ 대표 출신인 이 몸뿐인가? 인터넷에서라면 동의하시는 분 ‘추천’ 눌러주세요, 라고 말하고 글을 끝낼 텐데.
1. 인천 송도 마라톤
달리는 날 10월 16일 일요일 | 신청하는 날 9월 23일까지
알아보는 곳 www.songdorun.com
좋아요 코스가 대부분 평지다. 주최 측에 의하면 송도의 지형 조건을 활용한, 오직 송도만의 장점이라고 한다. 최고 기록에 도전하는 사람, 모여라! 외국인과 다문화 가정을 위한 체험놀이 마당 같은 이벤트도 마련할 예정. 5km, 10km, 하프코스, 풀코스 모두 신청 가능.
2. 나이키 WE RUN SEOUL 10K
달리는 날 10월 23일 일요일 | 신청하는 날 9월 19일부터 선착순 3만 명
알아보는 곳 www.werunseoul.com
좋아요 대한민국에서 가장 상큼한 마라톤 대회가 뭐냐고 물으면 답은 나이키 10K! 몸매 예쁜 청춘들이 다 와 있는 것 같다. 어르신들은 왠지 ‘거시기’해서 같이 못 뛸 것 같은 분위기. 대회 끝나면 가수들의 공연도 열린다. 하루 노는 거지. 코스는 오직 하나, 10km!
3. 이봉주 보스턴 제패 기념 홍성마라톤대회
달리는 날 11월 13일 일요일 | 신청하는 날 10월 7일까지
알아보는 곳 www.amarunhs.com
좋아요 잊고 살았다. 이봉주가 세계 3대 마라톤대회 중 하나인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 우승했단 사실. 자랑스러운 기억을 되살리는 것만으로 의미 있는 대회. 게다가 참가 기념품으로 쌀 1.5kg 혹은 새우젓 1.2kg을 준다. 풀코스는 없고 5km, 10km, 하프코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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