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렬한 반응이다. 지나를 만나러 간다고 하자 동료들의 눈에는 질투가 이글거린다. 모두 남자들이다. 사실 앞에선 뻐겼지만, 에디터는 심드렁했다. 몸매에 집착하지도(정말이다), 가요를 잘 듣지도(그렇다고 팝송만 듣는 건 아니다), 여자 연예인에 환호하지도(영화 기자 출신이라니까) 않는 에디터에게 지나는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인터뷰하기 전 지나를 알아가자 관심이 생겼다. 물론 그녀의 가슴 크기 때문은 아니다. 지나로 데뷔하기 전 연습생 시절 일화와 과정이 흥미로웠다. 가수라는 고지를 향해 달리는 소년병, 아니 소녀병 같은 느낌이랄까. 그 속에는 남자들의 혼을 빼는 섹시한 몸매도, 춤도 발견할 수 없었다. 다만 낯선 한국에서 고군분투하는 갓 스물을 넘긴 청춘이 있을 뿐이다. 그 청춘이 눈부시다. 하지만 직접 만난 지나는 더 눈부시다. 시려도 눈을 돌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Top Girl’을 부르니 자신감이 생긴다고? 자신의 노래를 부르며 흥겹다는 건 좋은 일이다.
가사를 많이 바꿔서 처음에 받았을 땐, 정말 내 노래다, 이렇게 느끼지 못했다. 참다 참다 사장님한테 말했다. 내 노래가 아닌 거 같다고. 약간 남의 노래를 하는 것 같았다. 휘성 선배님에게도 어색하다고 말했다. 대중을 속일 수 없는 게 좀 두렵다고. 이렇게 말해주시더라. 오히려 네가 대중을 이해시키고 너 자신을 키울 수 있는 단계라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녹음해보고 다시 얘기해보자고. 그 말대로 녹음해보니 생각이 바뀌더라. 그때부터 정리되면서 가사가 내 것이 된 느낌이다.
솔로라서 외롭지는 않나. 요샌 그룹도 많고, 예전에는 그룹의 일원이기도 했으니까.
무대를 마지막에 올라갈 때나 마지막으로 인사할 때, 서로 챙겨주는 모습을 볼 때, 그럴 땐 팀이 부러워 보인다. 덜 심심해 보이기도 하고. 진짜 솔직하게 말하면 혼자가 좋다. 밥이나 간식을 먹고 싶을 때, 무리에 속해 있으면 힘드니까, 하하하. 그리고 솔로지만 안무팀이나, 스태프가 있으니까 그 안에서 생활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결국 무대에 올라가서 노래하는 사람은 나니까.
긴 연습생 시절에 회사도 몇 번 옮겼다. 그러고 나서 지금의 지나가 됐다. 인기를 얻으니 힘들었던 게 다 보상되나?
그렇다, 하하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그런 일들을 겪어서 지금 잘 버틸 수 있으니까. 조금이라도 생각이 더 성숙해졌으니까. 그때가 없었다면 지금의 지나는 없었을 거다. 어려움이 있어서 지금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 것 같고, 끝까지 믿을 수 있다. 어려운 길이잖은가. 올라갔다가 다시 넘어지고,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또 엎어진다. 그 과정에서 다시 다짐하고 각오할 수 있다. 내 팔자가 세서 어쩔 수 없다, 하하하.
연습생 시절에 전화 영어 강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합숙소 월세를 냈다는 등 열정이 남달랐다. 그런 힘이 어디서 나왔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열정이 아니었을까. 한국말도 잘 못하는 내가 당시 친구들이나 남자친구를 다 버리고 한국에 온 거다. 진짜 하고 싶었으니까. 그만큼 각오하고 와서 거기까지 도달했는데 포기하기 너무 싫은 거다. 가까운 데 빛이 보이니, 결국 그 빛이 진짜 보이는 데까지 한 3년 더 걸리긴 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CK 청바지 광고를 찍은 걸 보고 여자 솔로로서 어떤 의미에서 정점에 섰다고 느꼈다. 처음 그 광고가 들어왔다고 했을 때 어땠나?
난리 났다, 하하하. 너무 하고 싶은 광고였다. 내가 관심 있는 것들에 욕심이 생기잖나. 그 자리가 너무 탐났다. 이효리 선배님, 신민아 선배님과 같은 아이콘이 되고 싶었다. 예전부터 내가 느끼는 걸 다른 여자들도 느꼈으면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혀 있었다. 찍으면서는 신기했다. 내가 이걸 어떻게 하는 거지? 하면서. 찍고 나니까, 그래 이제 조금 더 하며 욕심도 생겼다, 하하하.
작년과 올해, 인기를 얻어 기쁜 만큼 불안하지 않나? 달콤한 만큼 다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말이다.
항상 불안하다. 티는 안 내지만. 항상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 실패할 마음의 준비. 촬영하다가 다칠 수도 있고, 살이 찔 수도 있다. 데뷔 첫 방송 때 사고가 세 번이나 났다. 게다가 생방송이었다. 초반부터 어려움이 있어서 지금은 당황하지 않을 자신 있다. 많이 구박받기도 하고. 지나야 이렇게 하면 안 돼, 이런 거 때문에 스트레스 받았다면 지금은 혼자서 연구하기도 한다. 계속 해봐야 알 것 같다. 실패해도 재도전해야 하니까. 그래서인지 여유는 아닌데, 불안함을 좋게 받아들이는 마음이 생겼다.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찾아가려는 거다. 어렵다. 너무 신인이니까.
신인인데 앨범 만들 때 이것저것 의견도 내고, 가사도 쓴다. 그냥 주는 대로 받아서 하는 성격은 아닌가 보다.
이상하다. 내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하다. 너는 음역대가 어디까지니? 너는 춤을 어디까지 추니? 너는 노래를 어디까지 부르니?
이런 질문들은 많은데 난 아무것도 모른다. 매번 할 때마다 놀랐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키가 높았나? 이렇게까지 내가 춤을 못 췄나? 잘 췄나? 하면 할수록 알 수 있고, 매번 다르다. 내가 한계를 정하면 그 이상 늘지 않잖은가. 그냥 오픈 마인드로 살 생각이다. 그래서 계속하는 거다. 어디까지 가는지 알고 싶고, 해봐야 아니까 새로운 것도 해보고.
이민 1.5세다. 한국에 왔을 때 사람들의 선망도 있지만 시기, 질투가 많지 않았나?
소심해진다고 하나. 그게 뭔데요 하고 묻는데 그것도 몰라? 하는 말에 상처받는 성격이다. 시기, 질투보다는 기가 죽었다. 말하는 것도 쉽지 않아서 잘 말하지도 않았다. 애들과 숙소 생활하면서 말을 많이 하게 됐다. 요즘 애들 유행어도 쓰고. 아, 한국식으로 영어를 발음하는 건 지금도 답답하다. 너무 혀를 굴리면, 사람들은 얘가 왜 이래? 이렇게 보니까. 영어를 못하려고 노력하는 게 웃기다. 오늘도 세 번이나 있었다. 머리 터지는 줄 알았다, 하하하.
보상 심리로 돈 벌면 막 쓸 텐데 모은 돈을 어머니에게 드렸다고 들었다. 효녀인가.
에이, 그런 거 아니다. 그냥 엄마에게 관리를 맡긴 거다. 처음 돈을 버는 내겐 너무나 큰돈이었다. 그래서 엄마에게 맡겨 통장 만들고 용돈 쓰는 정도다. 엄마에게 나 거지 안 되게 도와줘, 하고 갖고 있어 달라고 한 거다. 돈 받고서 내가 바라던 거 딱 두 가지 샀다. 비싼 명품은 아니고, 그냥 길 가다 예쁜 옷. 그리고 처음 번 돈이니 회사 사장님과 사람들에게 줄 선물. 아, 그리고 캐나다에 있는 동생에게 용돈 보내줬다. 이번엔 여유 있게 보내줄 수 있어서 마음이 편했다.
네티즌이나 일반 대중의 시선을 많이 의식한다. 특히 사진 속 모습을.
나도 모르게 좀 심해졌다. 관심 있게 봐줘서 감사한데 한편으로 그걸 계속 유지해야 하는 게 힘들다. 처음 어떤 점수를 받았다면 그 아래로 내려가는 걸 용납하지 못한다. 그 이상을 하고 싶다. 여기서 멈추면 안 되니까. 그래서 살이나 얼굴로 트집 잡히는 게 싫다. 항상 예쁜 모습을 유지하고 싶고. 내가 출연한 광고도 나만 예쁘게 나오는 게 아닌 진짜 이 상품을, 내가 한 말을 지키고 싶다.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생각이 큰 거다. 내가 출연한 광고의 제품을 보면 지나가 생각나고, 지나를 보면 또 그 제품이 생각나고, 그런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예쁘게 보정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 단 너무 많이 보정하면 위험하니까 조금만, 하하하.
사람들이 몸매만 주목해도 그 과정에서 노래를 알릴 수 있으면 좋다고 한 적이 있다.
몸매만 부각되느냐 아니냐 하는 점을 떠나 지나라는 애가 누군지 알려야 한다. 사람들이 처음에는 내 몸매를 보더라도, 얘 노래하는 애야? 하다가 음악 나오는 거 듣고, 얘 좀 하네? 이렇게 느낄 수 있으니까. 사실 내 몸매가 다른 애들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그 덕분에 내 노래를 한 번이라도 듣게 되면 정말로 나라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몸매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정이 들지 않을까? 그게 내 목표다. 꾸준히 사랑받아 정이 드는. 그러려면 눈에 익숙해져야 하니까. 싫든 좋든 정이 꼭 들어야 한다.
“항상 불안하다. 티는 안 내지만. 항상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 실패할 마음의 준비. 계속 해봐야 알 것 같다. 실패해도 재도전해야 하니까. 그래서인지 여유는 아닌데, 불안함을 좋게 받아들이는 마음이 생겼다.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찾아가려는 거다.”
“내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하다. 하면 할수록 알 수 있고, 매번 다르다. 내가 한계를 정하면 그 이상 늘지 않잖은가. 그냥 오픈 마인드로 살 생각이다. 그래서 계속하는 거다. 어디까지 가는지 알고 싶고, 해봐야 아니까 새로운 것도 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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