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뉴욕)
하우징 웍스 Housing Works Book Cafe
북 카페라는 명칭이 붙어 있다고 해서 커피를 주로 팔고, 책은 한쪽에 몇 권 간신히 붙어 있는 한국식 풍경을 상상해서는 곤란하다. 비록 최근 들어 현대미술의 중심이 서서히 베를린으로 넘어가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뉴욕은 ‘세계 문화 수도’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도시가 아니던가. 더군다나 이곳은 홈리스와 에이즈 환자를 위해 중고 책과 옷을 파는 곳. 따라서 서가에 꽂혀 있는 모든 책들은 뉴요커, 또는 뜻있는 사람들이 기증한 것들이다. 커피를 내리는 직원, 계산대에 서 있는 이들도 모두 자원봉사자. 더 큰 놀라움은 자원봉사단체라면 즉각 떠오르는 특유의 지리함과 퀴퀴함이 이곳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구나 발랄하고,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책을 찾고, 읽어나갈 수 있는 곳. 1달러에 판다는 표지가 붙은 수레조차 예술 작품과 쏙 빼닮은 이 곳에 과연 더 바랄 게 있기나 할까?
위치 126 Crosby Street New York, NY 10012
영업시간 Monday~Friday 10:00~21:00 / Saturday~Sunday 10:00~17:00
2. 영국(런던)
던트북스 Daunt Books
던트북스는 벨기에 출신 모델 아눅 르페르가 케이트 모스의 전남편 제퍼슨 해크와 함께 거리를 걷다 파파라치 컷에 찍히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샤넬의 뮤즈인 르페르가 들고 있던 고작 5파운드짜리 흰색 리넨 천 가방. 던트북스가 책의 무게 때문에 쉽게 찢어질 뿐 아니라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비닐 봉투 사용을 억제하자는 차원에서 만들어낸 이 평범한 캔버스 가방은 곧, 세계 곳곳에 캔버스 가방을 들고 다니는 패션 피플이 출몰하는 거대한 날갯짓으로 변했다.
그전부터 영국 일간 <가디언>이 ‘런던에서 가장 아름다운 독립 서점’이라 평한 바 있는 이 서점은 유리 지붕을 통해 햇살이 쏟아지는 따사로운 풍광과 옥스퍼드의 도서관, 또는 고귀한 영국 공작의 개인 서재를 연상케 하는 고풍스러운 떡갈나무 서재가 오롯이 교차하는 독특한 공간이다. 1910년, 에드워드 7세 때 여행 관련 서적들을 모아둔 갤러리로 시작된 역사를 반영하듯, 여전히 여행 또는 나라와 관련된 책들만 서가를 장식하고 있다. 여행 가이드뿐 아니라, 사진집, 여행 수필, 역사, 전기, 소설 등 지하와 1, 2층으로 구성된 서점에는 영국뿐 아니라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중동, 아시아산 등 총 4만 권의 책이 지리적으로 나뉘어 빽빽이 진열되어 있다.
‘여행’이라는 키워드에 어울리도록 단순한 ‘공간의 여행’뿐 아니라 ‘시간의 여행’ 또한 가능케 하는 고즈넉한 분위기야말로 이 서점의 가장 큰 특색. 자연광이 비치는 천장 위에 비가 흩뿌리는 날이면, 윌리엄 모리스의 프린트를 배경으로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 위에 털썩 주저앉은 런더너가 시공간을 초월해 책에 몰입한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터다.
위치 83 Marylebone High Street, London W1U 4QW
영업시간 Monday~Saturday 9:00~21:00 /
Sunday 11:00~18:00
홈페이지 dauntbooks.co.uk
3. 독일(베를린)
사비니역 아치 Bücherbogen Savignyplatz
사비니역 철도 고가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는 아치 서점은 주인장의 고집 덕분에 지금과도 같은 독특한 서점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창업주이자 여전히 대표를 맡고 있는 루트힐트 슈팡겐베르크는 퇴락한 동베를린의 구시가지에, 그것도 철도 고가 바로 아래에 서점을 내겠다는 당찬 아이디어를 직접 실행에 옮긴 인물. 사비니 광장 주변에는 아치 서점 이외에도 19세기에 창업한 철물점이나 양화점 등이 여럿 늘어서 있어 독특한 정취를 더한다. 물론,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전반이 슬럼화될 거라는 우려가 광범위하게 유포되었으나 아치 서점의 독특하면서도 유려한 콘셉트와 외관 덕분에 오히려 사비니역 주변에는 사람과 자동차의 통행이 더 늘어났다.
사비니 아치 서점은 바로 위쪽 철로를 지나가는 기차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 번씩 흔들린다. 여기에 5개로 분리된 공간을 이동할 때마다 아치형 통로를 지나가야 한다는 사실도 독특한 운치를 더한다. 단순히 특이한 공간 구성 때문이 아니라 영화, 연극, 무용, 패션, 미술, 디자인, 건축 등 유럽에서 가장 전문화된 예술 서점이라는 점이 아치 서점의 가치를 드높였다. 지금껏 이 서점을 스쳐 지나간 유명 예술가들만 노부요시 아라키, 애니 레보비츠, 빔 벤더스, 렘 콜하스 등. 문화비평가 수전 손택은 생전에 베를린에 거주하는 동안 수시로 이 서점을 드나들었다. 만약 운이 좋다면 지금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과 수시로 조우할 수 있는 곳이다.
위치 Savigny Platz, Berlin 영업시간 Monday~Saturday 10:00~20:00 / Sunday 10:00~18:00
4. 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
엘 아테네오 El Ateneo
서점의 위상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요즘에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하루 3천 명의 사람들이 방문하고, 1년에 70만 권이 넘게 팔리는 서점이 있다. 보유하고 있는 서적만 약 12만 종. 거대한 오페라 극장을 서점으로 개조한 덕에 영국 <가디언>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생각해보라. 이곳은 탱고 가수 카를로스 가르델이 직접 공연을 하고 음반을 녹음했던 곳이자, 서점에 들어선 사람들이 일단 천장 사진부터 찍게 되는 웅장한 벽화가 좌중을 압도하는 1백 년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굳이 구매하지 않아도 책을 읽거나 쉬어갈 수 있는 박스 객석이 여전히 존재하는 곳, 예전 무대였던 공간은 라이브 피아노 연주가 울려 퍼지는 레스토랑으로 활용되는 곳, 음반 가게와 전시장과 영화관까지 복합적으로 들어서 있는 그야말로 진정한 복합 문화 공간이 실제로 실현되고 있는 곳이다.
어찌 보면, 비현실적이기 이를 데 없는 이런 서점이 시내 한복판에 떡하니 들어서 있는 건 부에노스아이레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완벽한 거리 풍광을 위해 1900년대 중반에 전신주를 모두 없애고 전선을 지하에 파묻은 ‘남미의 파리’, 에비타가 묻혀 있는 최고급 맨션에 버금가는 죽은 자들의 무덤으로 유명한 공동묘지, 무엇보다 보르헤스가 ‘바벨의 도서관’을 꿈꾸며 눈이 먼 다음에도 탱고가 울려 퍼지는 거리를 내딛었던 곳이 바로 이 도시이기에.
위치 Avenida Santa Fe 1860, Barrio de Recoleta
영업시간 Monday~Saturday 9:00~20:00 / Sunday 11:00~18:00
5. 미국(센프란시스코)
시티라이트 City Lights Bookstore
한 번 가보면 마음을 두고 올 수밖에 없는 도시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샌프란시스코가 전 세계 자유로운 영혼들의 이상향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해마다 때가 되면 무지개 깃발이 도시를 휘감는, 미국 최초로 동성애자 시장(하비 밀크)을 탄생시킨 도시, 몇 개월 전 노숙자를 박해하는 시 당국에 항의하며 시민들이 직접 지하철 운행을 폐쇄시켜버린 진보적인 도시, 무엇보다 비트제너레이션의 후예들과 히피들이 여전히 도시 한복판을 활보하는 대안 문화의 도시이기 때문에. 시티라이트는 낡은 목조 건물에, 오랜 낙서와 문화 코드의 인테리어가 한데 어우러진 보헤미안 예술가들의 아지트다. 1950년대에 탄생한 비트 문화의 선봉장이자 시인인 로렌스 퍼링게티가 직접 운영했던 서점인 탓에 여전히 잭 케루악, 앨런 긴즈버그 등 비트 문학 작가들의 작품들이 서가를 가득 메우고 있다. 2층에는 ‘시인의 방’과 ‘시인의 책상’이 보존되어 있고, 여전히 신간 시집이 별도 섹션으로 구분되어 있다.
벽 곳곳에 장식되어 있는 ‘폭탄이 아닌 책이다(Books not bombs)’ ‘인간을 위한 문학의 서식지’ ‘민주주의는 관람하는 운동 경기가 아니다’ 등등. 정감 넘치면서도 단호한 구호에 가까운 낙서들이 ‘불온 서적’으로 취급받았던 책들을 꿋꿋이 다루며 샌프란시스코 대안 문화의 중심에 놓여 있었던 시티라이트의 지난 과거를 여전히 오롯이 비추고 있다.
위치 261 Columbus Avenue at Broadway, San Francisco, CA 94133 영업시간 Monday~Saturday 10:00~19:00 / Sunday 11:00~18:00 홈페이지 cityligh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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