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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위험요소

1위 자리를 놓고 삼성과 KIA와 SK가, 4위 자리를 놓고 롯데와 LG가 혈전을 벌이고 있다. 시즌 종반으로 치닫는 9월이 관건이다.

UpdatedOn September 08, 2011



1. 삼성라이온즈

- 최민규(일간스포츠 기자) : 정규시즌 1위에 가장 근접한 팀이다. 그러나 8월 중순까지 2할5푼대에 그친 팀 타율은 부끄럽다. 타선에서 뇌관이 돼야 할 채태인은 시즌 내내 부상과 현기증에 시달렸다. 커리어 최고가 될 수도 있었던 시즌은 최악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베테랑 박한이와 신명철의 배트도 축 늘어졌다. 돌이켜보면 시즌 전 외국인 강타자 한 명을 영입하려 했던 건 현명한 판단이었다. 하필 그 외국인 선수가 손가락 부상을 당할 운명의 라이언 가코였다는 게 불행이다.

- 이재국(스포츠동아 기자) : 8월 11일까지 팀 타율 2할5푼8리로 6위지만 팀 득점은 445로 전체 3위다. 그만큼 응집력 있는 공격을 해왔다는 뜻이다.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역전승(29승)을 올렸다. 그러나 후반기, 특히 8월 들어 방망이가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 불안하다. 8월만 비교해보면 팀 타율과 득점이 최하위 수준이다. 그나마 8월에 가장 많은 팀 도루(15개)를 기록하는 기동력과 특유의 마운드의 힘으로 버티고 있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팀 타선 전체에서 홈런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공격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거의 매 경기 박빙의 승부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반기처럼 역전승이 계속 이어질지는 확신할 수 없다. 또한 주축 타자들이 대부분 젊은 선수들이라 팀이 위기에 빠졌을 때 헤쳐 나올 수 있는 힘도 부족할 수 있다. 팀 전체의 체력적·정신적 에너지 소비가 많다는 점에서 막바지 레이스에서 지칠 가능성이 있다.

- 마해영(전 프로야구선수, IBPN 해설위원)

향후 5년간 선수 보강 없이도 상위권을 유지할 만큼 안정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 선수들이 젊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경험이 없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야구 대통령이라 불리는 류중일 감독은 25년간 삼성에서만 선수로서, 코치로서,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어, 삼성의 모든 부분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으며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과 사소한 습관까지 꿰뚫고 있다. 확실한 1선발이 없는 것이 삼성의 문제다. 타격에서는 장타력이 좀 더 요구된다. 2009년 기아 타이거즈가 우승할 당시에도 결국 장타력으로 승부수를 띄웠고 2010년 SK가 한국시리즈를 제패했을 때도 강력한 장타력이 힘을 발휘했다. 외국인 투수가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좌완 권혁이 부활한다면 남은 시즌, 그 어떤 팀보다 유리하다.

2. KIA 타이거즈

- 최민규(일간스포츠 기자) : 3·4·5번 타자가 부상으로 동시 결장한 팀이 언제 또 있었을까. 3번 이범호는 오른쪽 허벅지 근육이 파열됐고, 4번 최희섭은 오른쪽 엄지발가락 뼈에 금이 갔다. 5번 김상현은 광대뼈가 주저앉았다. 그뿐인가. 에이스 아킬리노 로페즈와 주전 포수 김상훈, 주전 유격수 김선빈까지 올해 KIA에는 부상 악령이 떠나지 않는다. 부상의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하지만 KIA가 올해 정규시즌 1위에 실패한다면 내년 최우선 과제는 광주구장 인조잔디를 걷어내는 것이다.

- 이재국(스포츠 동아 기자) : 부상자 속출로 신음하고 있다. 타자 중에서는 테이블세터 김선빈, 3~5번 중심 타선을 지켜야 할 이범호, 최희섭, 김상현이 이탈한 점이 뼈아프다. 타선의 힘이 떨어지면 결국 그 부담은 마운드로 전이된다. 그런데 마운드에서도 선발의 축인 외국인 선수 로페즈와 트레비스의 후반기 초반 공백이 크다. 개막 이후 6선발까지 꾸리던 강력한 선발진에 구멍이 생기면서 불펜 요원들이 선발로 투입됐다. 결국 남아 있는 불펜진에 후유증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일단 페넌트레이스 일정은 팀 간 18차전을 기준으로 8월 28일까지만 짜여 있다. KIA는 8개 구단 중 우천 취소 경기가 가장 적다. 바꿔 말하면 잔여 경기 일정은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8월을 버틴 뒤 9월에는 컨디션이 좋은 선발투수를 집중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 그러나 타선이 터지지 않는다면 쉽지 않은 승부다.

- 마해영 (전프로야구 선수, IBPN 해설위원) : 투수 로페즈, 트레비스의 부상은 유난히 뼈아프다. 외국인 투수가 과연 무리하면서까지 팀 승리를 위해 희생하려 할지 미지수고, 그 2명의 비중이 팀 내에서 너무 크다. 현재 이 두 선수를 대체할 만한 카드는 없다. 다행히 기아는 8개 팀 중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했기 때문에 잔여 경기 일정이 경쟁 팀들에 비해 여유가 있다. 정규시즌에서 1위를 한다면 최소한 10월 중순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주전 5명의 부상 회복이 기아를 울고 웃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3. SK 나이츠

- 최민규(일간스포츠 기자) : 두 외국인 투수 게리 글로버와 브라이언 고든이 선발진의 기둥이다. 그다음 순번의 선발투수들이 문제다. 이영욱과 엄정욱은 기대 이상의 피칭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시즌 끝까지 호투해줄 수 있을까. SK는 선발을 한 템포 빨리 내리고 불펜을 조기 가동하는 게 특징인 팀. 여전히 팀 평균 자책점은 삼성과 1·2위를 다툰다. 하지만 에이스 김광현이 이탈한 상태다. 불펜진의 부담은 예년보다 크다. 투구 이닝이 선발보다 더 많을 정도다. 여기에 송은범과 정대현의 몸 상태도 완벽하지 않다.

- 이재국(스포츠동아 기자) : SK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그러나 갖가지 지표에서 예년 같은 압도적인 전력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년과 비교해 가장 SK답지 못한 기록은 바로 접전 승부다. 8월 11일까지 1점차 승부에서 9승18패로 8개 구단 중 최하위(0.333)다. 또한 7회까지 앞선 경기 중 무려 7차례나 역전패를 당했다. LG(8차례 역전패)에 이어 가장 많다. 결국 불펜의 힘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다행히 7월에만 방어율 6점대(6.75)로 부진하던 불펜의 핵 정우람이 올스타 브레이크와 장마를 발판 삼아 후반기 초반에 제 모습을 보이고 정대현이 살아나는 모습은 반갑지만 이들이 다시 지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후반기 초반 안치용, 박진만, 최동수 등 베테랑 타자들이 이끌었던 타선도 박정권, 박재상이 가세해야 한다. 이들이 없는 SK 타선은 상대에게 압박감을 주지 못한다.

- 마해영(전프로야구 선수, IBPN 해설위원) : 시즌을 치를수록 김재현의 은퇴, 채병용과 나주환의 군 입대, 에이스 김광현의 부상, 터줏대감 박경완의 무릎 수술로 인한 공백이 커 보인다. 김성근 감독의 이기는 야구는 정평이 나 있으나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지금껏 ‘이기는 야구’를 해왔기 때문에 선수들이 스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을 키우지 못했다. 또한 어린 선수들이 이미 지니고 있는 기량 이상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SK는 주전과 백업의 경계가 없다. 장점이기도 하지만 약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다른 팀에 비해 선수들의 나이가 많다. 베테랑이 많고 우승 경험자도 많지만 체력에 문제가 있다. SK 선수들은 지금도 지쳐 있다. 1위로 독주할 때와 3위 자리에서 느끼는 피로는 다르다. 물론 SK는 가을에 강한 팀이다. 당연히 우승 후보이기는 하나, 여러 후보 팀 중에서 가장 우승 가능성이 적은 후보다. 역시 변수는 김광현의 복귀 여부다.

4. 롯데 자이언츠

- 최민규(일간스포츠 기자) : 지난해 가을부터 구단은 ‘Anything but (Jerry) Royster’를 모토로 삼는 듯했다. 전임 감독의 그림자를 지우려 했지만 오히려 그림자 안에 갇혀 허둥댔던 게 전반기 롯데였다. 후반기 들어 팀은 안정됐다. 전반기 롯데는 긴 연승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긴 연패도 없었다. 후반기 시작 직후 6연승을 달릴 때는 마치 약점이 없는 팀처럼 보였다. 하지만 6연패를 당하지 말란 법도 없다. 연패를 막아줄 확실한 에이스와 확실한 마무리가 없는 건 여전히 롯데의 약점이다.

- 이재국(스포츠 동아 기자) : 롯데 선발투수들은 모두 퀄리티 스타트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장기 레이스에 적합하다. 그러나 잔여 경기는 6연전을 치를 일이 거의 없다. 다시 말해 고만고만한 5명의 선발보다는 상대 에이스와 맞붙어 승리를 보장할 수 있는 확실한 에이스가 필요하다. 롯데는 또한 주전 위주의 야구를 펼친다. 그동안 다른 팀에 비해 부상자가 적었지만 힘이 떨어지는 막바지 레이스에서 주력 타자 중에서 심각한 부상이나 부진을 겪는 타자가 나타난다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롯데는 올 시즌 8월 11일까지 7회까지 뒤진 경기에서 0승40패2무를 기록했다.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7회 이후 역전승이 없는 팀이다. 후반기에 김사율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했지만 8개 구단 중 7위의 구원투수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는 불펜이 강하다고는 보기 어렵다. 좋을 때는 한없이 좋다가 추락할 때는 끝없이 추락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레이스를 펼치는 팀이다.

- 마해영(전프로야구 선수, IBPN 해설위원) : 초보 감독 양승호는 전반기에 고전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그 스트레스를 선수들에게 풀지 않았다. 팀을 잘 이끌었다. 새로운 팀을 맡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으나, 안정권에 접어들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이 뛰어나다. 롯데가 중간 불펜과 마무리로 몇 년 고전했는데 최근 들어 강영식, 임경완, 김사율이 안정을 찾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은 가능해 보인다. 타자보다는 투수 쪽이 약하다. 선발 요원이 6명이나 되지만 구위가 고만고만하다. 한 방이 없단 얘기다. 타선이 폭발해야 우승에 다가갈 수 있다. 이대호, 홍성흔, 강민호가 힘을 내면 어떤 투수도 무너뜨릴 수 있다. 양승호 감독은 모험을 걸지 않는다. ‘노멀한’ 스타일이다.
하지만 선수들을 믿는다.

5. LG 트위스

- 최민규(일간스포츠 기자) : 8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역사. 야구에 관심이 지대한 구단주. 야구단 경험이 부족한 사장과 단장. 2년 차 감독. 올해도 어김없이 선수 영입에 쏟아 부은 돈. 작년 포스트시즌부터 쉼 없이 진행됐던 훈련. LG는 매 경기 총력전을 펼쳐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치는 팀이다. 박종훈 감독은 “좀 더 선수들이 강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 한도는 개인이든, 조직이든 정해져 있다. 오늘 무엇을 하든 내일은 어김없이 온다. 다음 시즌도 어김없이 온다.

- 이재국(스포츠 동아 기자) : 마운드가 상대적으로 약한 LG가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은 공격력이다. 그중에서도 기동력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이대형의 부상 이후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5월 22일까지 LG는 41경기에서 팀 도루 55개로 단독 1위를 내달렸다. 이대형은 그중 21개를 책임졌다. 그러나 이대형이
빠진 5월 23일부터 8월 11일까지 팀 도루 34개로 8개 구단 중 7위에 그쳤다. 이대형은 복귀 이후 도루 개수는 물론 성공률이 떨어지고 있다. 불펜도 물음표다. 송신영이 가세했다고는 하지만, 역전패에 대한 불안으로 벤치와 타선이 조급해질 수 있다. LG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8년간 가을 잔치에 참가하지 못하면서 다른 팀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롯데처럼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치고 올라간 것이 아니라 1위까지 내달리다 4위 싸움으로 내려앉아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다. 자칫 한 발씩 뒤처질 경우 실망감 속에 팀 분위기가 급격히 와해될 수 있다.

- 마해영(전프로야구 선수, IBPN 해설위원) : 2년 차인 박종훈 감독은 5년 계약을 했음에도 내일이 없는 야구를 하고 있다. 선수들을 강하게 몰아붙이며 기다려주는 법이 없다. 선수는 감독의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않는다. 기다리지 못하면 지는 거다. 박종훈 감독은 경기 중에 4번 타자를 교체하기도 하는데, 일시적인 충격 요법으로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선수와 감독 간의 신뢰는 깨진다. 박종훈 감독은 팀을 재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흐트러진 팀 분위기부터 수습해야 한다. ‘올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경기 운영이 선수단을 불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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