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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 같은 ‘슈퍼 히어로 스토리’의 단점은 항상 1세대에서 끝난다는 것이다. 거미에게 물린, 핵반응에 노출된, 괴상한 과학 실험에 희생된 아이가 괴력을 갖게 되고, 그 힘으로 사회의 병폐를 척결하겠다는 신중하지 못한 결심을 하는 식이다. 그렇지만, 그다음에는? 만약 그들이 평범한 인간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곤란해질 게 빤하다. 그래서 언제나 이 영웅들은 사랑하고, 또 사랑하지만 턱시도를 입고 신랑 입장을 하진 않는다. 자, 예를 들어보자. 완벽하게 평범한 변호사-아마 남자겠지-가 있다. 안경을 썼을 것이고, 거의 예외 없이 조끼를 입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가 스파이더맨을 자처한다면? 벽을 타고 기어오르는 솜씨는 삼류에 지나지 않겠지만, 그가 ‘스파이더맨스러운’ 감각으로 법정에서 다툼을 벌인다면 어떨지 상상해보자(그렇다고 재판장이 벽을 기어오른다거나 하는 것을 상상해선 안 된다). 자, 이번에는 새로운 부류의 인간형을 그려보자. 자기가 사는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굳은 결의를 한 것 같다. 그러나 얼굴도 없는 기업을 위해 노예같이 일해주고 시간당 수수료를 챙기는 것은 그 방법이 아니다. 그는 젊고 이미 성공한 냄새가 나며 카리스마를 풍긴다. 할리우드의 스타와도 자주 어울려 다니는데, 이름도 아주 멋있다. 이를테면 제이슨 매큐라고나…. 과거 그의 이력은 별로 눈에 띌 것이 없는 미디어 전문 변호사였다. 어떤 신문에 대해 불평을 하는 독자와의 다툼에서 그 신문을 대리해 싸움에 나서는 것이 주요 업무였다. 꽤 성공적인 이력이었지만, 신문 1면에 머리기사로 날 만한 활약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민법을 이용해서 국제 테러리스트를 옭아매는 전문직 종사자로 지내고 있다. 요즘은 소위 스타라는 사람을 많이 만납니다. 보통 사람은 스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듣고, 그들에 대한 그림을 그려요. |
그런데 막상 만나보면 완전히 다릅니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좀 특이하기도 하죠. 그러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해요.‘야, 이 오만 방자한 인간아, 너 혼자 잘 먹고 잘살아라!’ 그렇지만 스타라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좋은 사람들입니다.4 대체 이런 생활을 어떻게 참고 견디나 하고 의아해 할 정도로 말이죠.” 매큐는 자신을 아주 평범한 인간이라고 진단한다. H2O 사무실에서도 그는 아주 편안한 인상이다. 책상은 갖가지 서류로 어지럽혀져 있으며 아이팟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는 곧잘 가죽 소파에 앉아 <아레나>를 읽는다. 정장을 입는 날은 거의 없다. 말끔하게 면도를 한 얼굴로 나타나는 날도 거의 없다. 그래서 더더욱 가족과 평온한 생활을 하고 싶어 하는 그는 최근 은퇴한 후에 살기 위해 스코틀랜드에 작은 농장을 하나 샀다. 악마 (테러리스트)를 쫓아내는 십자군의 스테레오 타입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말이다. 매큐 같은 이력이 있는 사람에겐 아마 다른 건 몰라도 직업상 지구상에서 내로라하는 악당을 대적하는 인물상이 어울릴 것 같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약간 그런 면도 있다. 매큐는 아일랜드공화국군 (IRA)의 정보원인 이먼 컬린스가 1999년에 잔인하게 살해되기 전, 그와 함께 일한 적이 있었다. 어떤 위협이나 협박에 시달리는 사람은 대개의 경우 50보 밖에서 봐도 뭔가 불안해 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 남자는 그렇지 않다. “그럴 경우, 사람들은 대개 아주 위험한 인물과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인식합니다. 그래서 겁을 먹죠. 그러나 조심하는 것과는 별도로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나 같은 경우, ‘잠깐, 나는 변호산데?’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나를 위협하는 상대가 누구든, 나를 다치게 하거나 내 파트너 중 누군가를 위험하게 하는 걸로 다른 사람의 행동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계산할까요? 절대 그렇지 않죠. 그런 일이 벌어진다 해도 사람들의 행동은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우리가 벌이고 있는 캠페인을 더 홍보해주는 격이죠. 테러리스트가 그런 짓을 왜 하겠습니까? 정말 바보가 아니라면 그런 짓은 못하죠.” |
“테러리스트가 나를 다치게 하거나 내 파트너 중 |
오마 사건의 경우, 그 희생자의 가족과 친지가 이 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이나 기관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벌였다. 세계 최초로 테러리스트를 상대로 한 민사 소송이 시작된 것이다. 9·11 사태 이후, 미국인은 알카에다를 추적하는 데 똑같은 방법을 썼는데, 현재 영국과 미국의 변호사가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의 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대고 있다는 의심을 받는 아랍 은행을 상대로 고소한 상태다. 매큐는 이런 활동이 사막에 모래 한 줌 더 던진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다. 범세계적인 테러의 공포를 잠재우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더 치열하게 투쟁적인 변호사가 나서서 이런 활동을 해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지금 프랑스는 바로 그런 변호사가 필요합니다. 또 독일에서도, 호주에서도, 그리고 발리에서도 필요합니다. 형사 재판에서는 희생자가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그러나 테러 사건의 희생자는 자신이 직접 재판에 나서기를 원합니다.” 형사 재판의 가장 큰 문제는 희생자가 사건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단, 희생자를 재판에 참여시키는 절차는 너무 까다롭다. O.J. 심슨이 세상을 활보하고 다니는 것도 바로 그런 허점 때문이다. 그러나 살해당한 커플, 론 골드먼과 니콜 브라운의 가족이 제기한 민사 소송에서는 심슨이 패소, 3천3백5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오마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경찰총장도 그 사건이 누구의 소행인지는 알지만, 그것을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희생자의 가족을 만나 테러리스트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하자고 설득했고, 희생자 가족 일부가 드디어 한번 해보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6개월 동안 전략을 수립했고, 거기서부터 출발했습니다. 많은 희생자 가족을 만나면서 깨달은 것은, 그들이 잊혔다는 사실이었어요. 사람들로부터 약간의 동정을, 정부로부터는 약간의 보상금을 받지만, 정의는 결국 그들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투쟁은 꼭 보복을 위한 것이 아니다. 물론 동기가 아무리 고결해도 이런 경우 보복의 의미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매큐는 희생자의 어려운 처지를 널리 알리고, 앞으로 테러리스트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폭탄이 사실은 그들이 목표로 하고 있는 정부보다 무고한 시민을 더 많이 살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테러와의 투쟁에 더 효과적이라고 믿는다. 그의 활동이 찰스 클라크가 제기한 새로운 ‘의회 체포 법안’보다 더 효과적일지 모른다. 테러리즘은 가난과 무지, 그리고 불의에서 싹튼다. 테러리즘을 치유하기 위한 수단이 오히려 그 온상을 더 키우는 역할을 한다면, 그 수단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나는 우리가 무지와 불의의 문제에는 대항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빈곤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테러리즘과 싸우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고, 나는 나의 방법만이 최선이라고 주장할 만큼 오만하지는 않습니다. 나의 방법도 불충분한 방법입니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서 ‘뭐 어떻게 되겠지. 나한테 무슨 특별한 수가 있겠어?’하고 체념하는 것보다는 백배 낫습니다. 이 방법이 전부는 아니지만 올바른 방법이라는 것을 우리는 지금까지 증명해왔습니다.” 사실, 가족과 조용하고 평화로운 생활을 보내고 싶은 매큐는 슈퍼 히어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러나 열정과 원칙에서는 배트맨을 초월하는 영웅이다. “우리가 세운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다고 확신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중동의 한 어머니가 자기 아들이 ‘난 샤비드(순교자)가 될래요’라고 말할 때 ‘아니다, 얘야. 그래서는 안 된다. 너는 내게 햇살 같은 아들이다. 넌 이 엄마와 쇼핑이나 가자구나’라고 응수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성공입니다. 당장은 아무도 인정하지 않을지 몰라도 노력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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