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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 Jude!

하늘 아래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믿고 싶은 사람들에게, 주드 로는 결코 달갑지 않은 존재일 것이다. 그는 두 번이나 아카데미상 후보로 지목될 만큼 인정받는 연기자이며,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남성으로 꼽히니까. 그가 지금까지 이룬 것, 그리고 앞으로 이루어갈 것에 대하여.

UpdatedOn December 06, 2005

미안한 말이지만, 주드 로는 배우로서 한계가 있는 듯하다. 물론 재능 있는 사람이지만, 세상에는 그가 절대 소화하지 못할 역할이 존재한다.  이 사람이 천박한 웃음의 험상궂은 주정뱅이를 연기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 주드 로는 빈틈없이 잘생긴 외모인 데다, 유쾌하지만 경박하지 않은 신사기도 하다. 이미 태아 때부터, 탯줄까지 매력적이지 않았을까 의구심이 드는 이 영국 사내는, 결코 흉하거나 평범해 보일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 우리 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남자 배우 중 한 명이 된 것은 아마 불가항력이었으리라.

사실 주드 로의 경력에서도 그의 외모는 빠뜨릴 수 없는 요소다. <와일드>나 <리플리> 같은 작품에서 그는 욕망의 대상으로 등장한다. <가타카>에서는 우성 인자만으로 디자인된 완벽한 인간형이었다.  이 작품들은 주드 로라는 배우의 존재를, 대중에게 깊이 각인시켰다. 영화에서 이 배우의 아름다움은 무척이나 중요했다. 스크린 속의 인물이 왜 그토록 그를 갈망하는지 관객에게 납득시킬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피사체를 필요로 하는 역할이었다. 연기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었다. <리플리>에서 그가 맡은 디키 그린리프는 기가 막히게 근사한 어른의 껍질을 뒤집어썼지만, 실제로는 이기적인 어린아이와 같은 인물이었다. 주드 로는 이 옴므 파탈에게 타고난 듯한 우아함과 유혹적인 순진함을 더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관객은 디키를 향한 애증을 키우는 리플리에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는데, 여기에는 리플리를 연기한  맷 데이먼보다는 주드 로의 공이 컸다.  <가타카>에서는 모든 것을 갖추었지만 불의의 사고로 두 다리를 쓸 수 없게 되자, 상실감을 보상해 줄 자신의 분신을 남기는 데 집착하는 역할이었다. 로의 섬세하고 복잡한 연기는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장점 중 하나였다. 이 작품에서 로는 더할 나위 없는 선택이었다.

문제는 로의 정교한 이목구비가 관객에게 지나치게 인상적이라는 점이다. 사람들은 그의 연기보다는 눈이나 입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눈요깃거리가 아닌 진정한 배우로 남고 싶은 야심만만한 배우에게 반갑기만한 일은 아니었다. <로드 투 퍼디션> 같은 작품에서 분장으로 외모를 망가뜨린 채 출연한 것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제 자신을 섹스 심벌로 만들 생각은 없었어요. 사실 전 그 방법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는 이렇게 투덜대곤 한다. “전 주드 로라는 이름만으로 불리지 않아요. 사실 영국에서 제 이름은 세 개쯤 되지요. ‘매력남(hunk) 주드 로’나 ‘심장을 뛰게 하는(heartthrob) 주드 로’라는 게 더 있습니다.  이런 싸구려 단어 안에 한 사람을 구겨넣고 멋대로 정의해버리는 거죠. 이렇게 건성으로 배우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그의 진짜 삶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수식어 이면을 바라본다면, 실제로 그 배우에 대해 말해줄 무언가를 좀더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로는 일에 대한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작년 한 해 동안만 다섯 편이나 되는 출연작(목소리만 빌려준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은 제외하더라도)을 선보였다는 사실만으로도 알 수 있다. 그는 “넉 달 동안 2년치의 일을 한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극장마다 걸려 있는 그의 포스터를 보고,  “이제 주드 로가 출연하지 않는 영화를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과장 섞인 불만을 늘어놓는 이들도 있었다. “4~5개월에 그 많은 영화가 죄다 쏟아져나오는 걸 저도 원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다른 성격의 작품이고, 역할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강행하기로 했죠. 관객이 작품의 편수보다 그 다양함에 주목해주기를 바랐습니다.”

과연 2004년에 선보인 각각의 작품에서 그는 서로 교집합이 없는 인물을 연기해냈다. 일단 사기꾼 기질이 농후한 미국인 사업가를 연기한,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의 <아이 하트 헉커비스>가 있다. 카툰 캐릭터 같은 고전적 영웅으로 등장한 <월드 오브 투모로우>가 그 뒤를 따랐고, 마이클 케인의 1966년도 출연작을 리메이크한 <나를 책임져, 알피>에서도 바람둥이로 분한 이 잘생긴 사내를 만날 수 있었다. 마이크 니콜스가 연출을 맡은 <클로저>에서는 우유부단한 소설까가 되었다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에비에이터>에 에롤 플린 역으로 잠시 얼굴을 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아이 하트 헉커비스>는 나오미 와츠와 더스틴 호프먼, 이자벨 위페르 등에 이르는, 숨넘어갈 듯 호사스러운 캐스팅인데도 거의 무시되다시피 한 작품이었다. 영화의 초현실적인 분위기는 찰리 카우프만의 산만하고 어설픈 모방 같다는 비난이 뒤따랐다. 신인인 케리 콘란 감독과 함께한 <월드 오브 투모로우>는 독특한 시각적 스타일 덕분에 많은 관심을 얻은 바 있다. 화면에서 배우를 제외한 모든 요소는 전부 컴퓨터 그래픽으로 채워넣은 것이었다. 컬러를 덧입힌 프리츠 랑의 무성 영화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거대 로봇이 뛰어든 듯한 시대착오적인 이미지는 무척 매혹적이었다. “제가 맡은 역의 성격이 참으로 명쾌하다는 게 마음에 들었죠. 말 그래도 만화책에서나 만날 법한 전형적인 영웅이었어요.

아침에 일어나 시리얼로 식사를 때우고 세상을 구한 뒤, 집에 돌아와 잠이 드는 인물 말이에요. 전 정말 신선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로는 영화의 거창한 농담 같은 분위기를 즐겼고, 정확하게 자기 몫을 해냈다. 하지만 그가 제작까지 겸한 이 작품의 빈약한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좋지 못한 평가를 감수해야 했다. <나를 책임져, 알피>는 주드 로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었다. 이 배우가 자신의 매력을 쉽게 이용하려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사실 상당히 도전적이고 부담이 따르는 시도였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우선 그는 원작에서 알피 앳킨스를 연기한 마이클 케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케인의 뛰어난 연기는 이 능글맞은 바람둥이를 단번에 1960년대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전 그 영화의 팬이었습니다. 때문에 그 역을 맡는다는 게, 제가 감히 접근할 수조차 없는 영역에 뛰어드는 일처럼 느껴졌죠.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흥미가 생겼습니다. 제 자신에게 수없이 물었죠. ‘이봐, 넌 리메이크를 좋아하지도 않잖아. 정말 멋진 영화인 데다 네가 그토록 좋아하는 마이클 케인이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었어. 그런데도 정말 그 제안을 받아들일 거야?’” 그의 대답은 우리 모두 알다시피 ‘예스’였다. 알피는 로의 외모를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역할이었다. 연기보다 외모로 평가받는 일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그에게는 꺼려질 만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이 작품이 자신의 스테레오 타입과 정면 대결을 벌일 기회라 생각한 듯하다. 로는 캐릭터의 속되고 연한 부분을 드러냄으로써, 그가 연기하는 인물에 질감을 더하고자 했다.

영화는 솔직히 말해 로를 위한 두 시간짜리 광고나 다름없었다. 엄격하게 느껴질 만큼 스타일리시한 21세기의 알피는 물론 보기에 좋았다. 하지만 알피 앳킨스는 기본적으로 20세기 중반의 시대 분위기에 더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정치적 공정성을 염두에 둔 각색은 원작의 뻔뻔한 매력을 효과적으로 옮겨오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우리는 눈치 보지 않고 매력을 과시하는 로의 미소를 구경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마틴 스콜세지의 마스터 클래스에 참여한다는 기분으로 불려가, 단 한 장면에만 등장한 <에비에이터>를 논외로 한다면, 작년에 그가 출연한 작품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패트릭 마버의 연극을 스크린으로 옮긴 <클로저>였다. 연애에 대한 환상을 확실하게 박살내주는 이 작품에서, 로는 줄리아 로버츠, 클라이브 오웬, 그리고 나탈리 포트만과 함께 완벽한 앙상블 연기를 보여준다. 로는 얄팍하고, 비겁하며, 나약하기 짝이 없는 댄이라는 인물을 거침없이 연기해낸다. <클로저>에서 로의 예쁘장한 얼굴은 댄의 초라한 이면을 강조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될 뿐이다. 그가 이만큼 처절해 보인 적은 없었으며, 동시에 이처럼 인간적으로 보인 적도 드물었다. 댄에게 <클로저>의 결말은 우울한 것이었지만,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이채로운 모습을 더할 수 있는 로에게는 이 영화가 해피 엔딩이었다.

그러나 2005년은 주드 로의 팬에게 그리 행복한 시간이 아니었다. 우선 작년과는 사뭇 대조적으로 극장에서 그의 출연작을 한 편도 만날 수 없었다. 대신 타블로이드 기사가 그의 근황을 끈질기게 추적해냈는데, 반가운 소식만 들려오지는 않았다. 최근 그는 연인이던 시에나 밀러와 결국 헤어졌다. 가장 반짝거리는 커플이던 이들의 결별은 단번에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외도로 이별의 원인을 제공한 로는, 대중에게 값싼 호기심의 대상으로 던져지는 일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는 “시에나, 그리고 나와 가까운 사람을 실망시켰다는 점 때문에, 무척이나 부끄럽고 마음이 아프다”라고 속내를 밝혔다.

최근 작업을 마친 스티븐 자일리언 감독의 <왕의 사람들>은 그의 사생활에 쏠린 사람들의 관심을 다시 배우의 커리어로 되돌려놓을 것이다. 숀 펜, 케이트 윈슬렛과 함께하는 이 작품은 로버트 펜 워렌의 소설을 각색한 정치 드라마다(이 책은 이미 1949년에도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져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전직 리포터인 잭 버든 역을 맡아 숀 펜의 정치적 야심을 부추기는 인물을 연기한다. <콜드 마운틴>에서 함께한 안소니 밍겔라 감독과는 <브레이킹 앤 엔터링>으로 다시 만날 예정이다.

“이 직업은 늘 파도를 타는 것과 같습니다. 좋을 때가 있으면, 지옥처럼 끔찍한 경우를 겪어야 할 때도 있죠. 그렇기 때문에 늘 배우 자신이 모든 결정에 책임을 지고, 그 결과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불행이 닥쳐왔을 때, 그것을 극복할 기회를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로는 파도에 준비가 되어 있고, 물결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다. 차기작을 통해 이 사실을 증명해 보일 것이다.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주드 로는 부모님께서 자신의 이름을, 비틀스의 곡 ‘헤이, 주드’에서 빌려왔다고 대답한 바 있다. 그의 왼쪽 팔에는 ‘섹시 세이디’의 가사 한 구절이 문신으로 남아 있다.  전 부인이던 세이디 프로스트를 위해 오래전에 새긴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주드 로는 비틀스와 꽤 묘한 인연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과연 그는 비틀스의 음악만큼이나 아름답고 영감이 풍부한 사람이다. 앞에서 로는 절대 천박하고 보잘것없는 역할은 할 수 없을 거라고 했지만, 사실 그건 모르는 일이다. 그는 꾸준히 발전하는 배우이며, 아직 관객에게 게임의 패를 전부 펼쳐 보이지 않은 것 같기 때문이다. 주드 로는 비틀스의 음악이 그러하듯, 오랫동안 사랑받는 배우로 남을 만하다. 꽤 시간이 흐른 뒤에, 여전히 멋진 예순네 살의 노배우를 스크린에서 만나게 된다면 우리는 이렇게 인사를 건넬 수도 있을 것이다. Hey, J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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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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