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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앨범, 그 명차

켄드릭 라마의 ‘슈퍼볼 하프타임 쇼’를 함께한 뷰익 GNX부터 NCT 127의 포르쉐 911 GT3, 오아시스의 롤스로이스 실버 쉐도우까지, 각양각색 자동차들이 다양한 장르의 앨범 커버에 주차돼 있다. 어떤 앨범 커버가 어떤 자동차를 품었을까.

UpdatedOn March 10, 2025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다. 과시의 상징으로, 특정 시대나 지역을 대변하는 아이콘으로, 또는 눈길을 사로잡는 예술적 오브제로 활용되어왔다. 그렇기에 음악의 주제를 요약하는 앨범 커버에서 자동차는 아주 적절한 시각적 요소다. 성공한 래퍼들이 올라탄 번쩍이는 슈퍼 카부터 나가이 히로시의 1980년대 시티팝 커버 한구석에 자리한 올드 카까지 음악 위에 당당히 주차된 자동차들. 이번 기사에서는 그중에서도 자동차와 음악 혹은 아티스트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있거나 아트워크 자체에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있는 앨범들을 소개한다.

실재하는 자동차의 구체적인 모델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드러난 경우만을 포함했으며, 1930년대 포드 쿠페를 개조한 핫로드 차량부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산 패밀리 카, 실제 대회에 출전한 F1 머신까지 폭넓은 차량을 다뤘다. 1960년대부터 2020년대에 이르는 록, 힙합, 일렉트로닉, K-팝 등 15개의 앨범 커버 속 특별한 자동차 이야기들. 앨범 커버에 흥미가 생겼다면 음악도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GNX>(2024)

<GNX>(2024)

<GNX>(2024)

01 뷰익 리갈 그랜드 내셔널 익스페리멘탈

켄드릭 라마

2024년을 뜨겁게 달구며 그래미 5관왕에 오른 현시대 최고의 래퍼 켄드릭 라마는 자동차를 앨범 커버에 두 번이나 사용했다. 메이저 데뷔 앨범 <good kid, m.A.A.d city>의 디럭스 버전에는 앨범 내용과 긴밀하게 연관된 크라이슬러 타운 앤 컨트리를 넣었고, 최신작 <GNX>는 앨범 타이틀부터 자동차 모델명이다. GNX는 1987년에 뷰익, ASC, 맥라렌이 공동 개발해 선보인 뷰익 그랜드 내셔널 익스페리멘탈의 약자. GNX는 276마력의 터보차저 V6 엔진을 탑재해 당시 세계 최고 성능을 자랑하던 머슬카로, 오로지 547대만 생산한
희귀 모델이다.

앨범 커버의 검은 GNX는 실제로 켄드릭 라마가 구매한 것으로, 인스타그램에 어릴 적 사촌과 GNX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사진을 공유하며 실물 차량을 손에 넣은 감회를 직접 밝히기도 했다. 켄드릭 라마와 GNX의 인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동차가 출시된 1987년은 켄드릭 라마가 태어난 해일 뿐 아니라, 그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가 병원에서 집까지 그를 태우고 온 차도 뷰익 리갈이라고 한다. GNX는 바로 뷰익 리갈의 퍼포먼스 모델 ‘그랜드 내셔널’의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최상위 모델. 앨범 커버 속 GNX는 얼마 전 화제가 된 ‘슈퍼볼 하프타임 쇼’ 공연에도 등장했다.

<nostalgia, ULTRA.>(2011)

<nostalgia, ULTRA.>(2011)

<nostalgia, ULTRA.>(2011)

02 BMW M3

프랭크 오션

<nostalgia, ULTRA.>는 아직 신인이던 프랭크 오션이 처음 대대적으로 조명받는 계기가 된 믹스테이프이자 지금까지 팬들이 들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앨범 단위 결과물이다. 당시 대담한 샘플링과 서정적인 스토리텔링이 어우러진 신선한 시도로 폭발적인 찬사를 받으며 R&B 신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믹스테이프가 성공하자 앨범 커버 속 오렌지색 BMW도 주목을 받았다. 자동차 마니아라면 1980년대 독일 DTM 레이싱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설적인 스포츠 세단 BMW M3(코드네임 E30)를 한눈에 알아차렸을 것이다.

자동차를 뒤덮은 ‘오렌지색’은 이듬해 출시한 그의 정규 1집 <channel ORANGE> 타이틀에도 등장하는데, “따뜻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감성” 때문에 오렌지색을 선택했다는 본인의 설명을 통해 해당 차량 또한 과거에 대한 향수를 상징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프랭크 오션이 사진 속 BMW를 소유하거나 대여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 BMW 포럼에 올라온 이미지를 무단으로 편집해 커버로 만들었다는 것. 물론 성공을 거둔 뒤에는 그도 코드네임 E30 M3는 물론 코드네임 E90 M3, M5 등 화려한 BMW 컬렉션을 소유했다고 알려졌다.

<질주 (2 Baddies)>(2022)

<질주 (2 Baddies)>(2022)

<질주 (2 Baddies)>(2022)

03 포르쉐 911 GT3

NCT 127

K-팝에서도 자동차 문화가 앨범의 주요한 테마로 사용된 사례가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NCT 127은 네 번째 정규 앨범 <질주 (2 Baddies)>에서 고성능 자동차와 레이싱을 앨범의 메인 테마로 활용한다. 타이틀곡 ‘질주 (2 Baddies)’에는 포르쉐 브랜드명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뮤직비디오에는 멤버들이 커스텀 포르쉐를 모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팝업스토어나 앨범 관련 굿즈에도 이러한 자동차와 레이싱 테마가 곳곳에 적용됐다.

앨범 커버에 등장하는 모델은 포르쉐 911 GT3. 포르쉐의 모터스포츠 DNA를 그대로 반영해 공기역학과 퍼포먼스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계한 모델이다. 4.0L 수평대향 6기통 자연흡기 엔진으로 510마력을 뽐내며, 카본파이버 소재를 활용해 약 1418kg이라는 가벼운 차체를 구현했기에 트랙에 최적화되어 있다. 단지 세련된 디자인뿐 아니라 강력한 퍼포먼스를 뽐내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속도감을 강조한 앨범의 콘셉트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앨범 타이틀을 자동차 아래에 스키드마크처럼 새겨 넣은 디자인도 강렬한 속도감을 보여준 디테일. 타이틀곡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자 포르쉐 브랜드에서 공식 SNS 계정으로 직접 댓글을 다는 등 긍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El Camino>(2011)

<El Camino>(2011)

<El Camino>(2011)

04 플리머스 그랜드 보이저

더 블랙 키스

2001년 결성된 더 블랙 키스는 블루스 록과 개러지 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악을 선보이는 대표적인 그룹이다. 데뷔 10년 차에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 앨범을 통해 그래미 3관왕을 수상하는 등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앨범 커버에는 두 멤버의 역사와 유머 감각이 모두 담겨 있다. 앨범의 타이틀 ‘El Camino’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쉐보레 엘 카미노 차량을 연상하겠지만, 이들은 일부러 이런 예상을 깨고 플리머스 그랜드 보이저를 넣었다고 한다.

스포티하고 멋진 엘 카미노 대신 낡은 패밀리 밴이 자리한 이유는 이 차량이 더 블랙 키스가 이름을 알리기 전 인디 밴드로 전국 공연장을 떠돌던 초창기 활동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도적인 대조뿐 아니라 ‘El Camino’가 스페인어로 ‘길’을 의미하기에 길 위에서 보낸 자신들의 음악 여정을 나타내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즉, 앨범 커버의 그랜드 보이저는 단순히 자동차가 아니라 이들의 투어 생활을 함께한 동반자이자 초심 그리고 정체성을 상징한다. 커버에 사용된 사진은 실제 이들이 운행하던 차량과 유사한 자동차를 찾아 촬영한 것이라고 한다.

<Little Deuce Coupe>(1963)

<Little Deuce Coupe>(1963)

<Little Deuce Coupe>(1963)

05 포드 모델 B 쿠페 (핫로드 커스텀)

비치 보이스

1960년대 ‘서프 뮤직’을 대중화한 비치 보이스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전설적 밴드다.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의 자유로운 ‘유스 컬처’가 음악의 주된 테마였던 만큼, 젊은 자동차 애호가들의 튜닝 문화 ‘핫로드’ 또한 자연스럽게 이들에게 큰 영감이 됐다. 그 덕분에 앨범 전체에 하나의 주제를 담는 ‘콘셉트 앨범’을 시도한 선도적 작품 <Little Deuce Coupe>가 탄생했다. 자동차를 테마로 한 이 앨범은 타이틀에 당시 핫로드 신에서 가장 인기 있던 포드의 1932년형 3윈도 쿠페를 부르는 별칭 ‘듀스 쿠페’를 붙였다. ‘듀스 쿠페’는 당시 가볍고 개조가 쉽다는 점 때문에 스트리트 레이스에서 각광받으며 핫로드 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앨범 커버에도 핫로드 튜닝이 더해진 1932년의 포드 모델 B 쿠페가 자리했다. 비치 보이스는 앨범 내내 핫로드 문화를 찬양하며 젊은이의 반항심과 개성을 대변하고, 자유와 스피드에 대한 열망을 노래한다. 후속작 <Shut Down Volume 2>에서도 같은 테마를 계승하는데, 이 앨범 커버에 등장하는 쉐보레 콜벳, 폰티악 그랑프리는 실제 멤버들의 소유 차량. 당시 멤버들은 자동차를 구매하고, 개조하고, 심지어 레이싱 경기에 참가할 정도로 자동차 문화에 푹 빠져 있었다고 한다.

<Eliminator>(1983)

<Eliminator>(1983)

<Eliminator>(1983)

06 포드 쿠페 (핫로드 커스텀)

ZZ 톱

또 다른 ‘로큰롤 명예의 전당’ 밴드 ZZ 톱은 1969년 텍사스에서 결성된 블루스 록 밴드다. 전 세계적으로 5000만 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한 ZZ 톱의 화려한 커리어 중에서도 1980년대 MTV 시대는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시기를 대표하는 앨범이 바로 <Eliminator>다. 밴드의 리더 빌리 기븐스는 지미 헨드릭스도 인정한 기타리스트이자, 에릭 클랩튼, 데이브 그롤 등 많은 아티스트가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꼽는 인물인데, 그는 음악뿐 아니라 앨범 커버에 자동차가 자리하게 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앨범 커버를 장식한 자동차는 빌리 기븐스가 1933년식 포드 쿠페를 베이스로 1976년부터 1983년까지 7년에 걸쳐 자체 제작한 핫로드 커스텀 차량으로, 앨범의 타이틀과 같은 이름 ‘일리미네이터’로 불렸다. 강렬한 빨간색 위에 ZZ 톱의 로고 장식을 더한 이 자동차는 앨범 커버뿐만 아니라 ‘Gimme All Your Lovin’ ‘Sharp Dressed Man’ ‘Legs’ 등 수록곡의 뮤직비디오에도 등장한다. 또한 다양한 이벤트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면서 1933 포드 쿠 는 점차 ZZ 톱의 음악적 이미지와 결합된 시그너처로 자리 잡았고, 밴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현재 이 차량은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전시돼 있다.

<Savage Mode II>(2020)

<Savage Mode II>(2020)

<Savage Mode II>(2020)

07 람보르기니 쿤타치 & 페라리 360 스파이더

21 새비지&메트로 부민

21 새비지와 메트로 부민의 합작 앨범 <Savage Mode II>는 발매 직후부터 트랩 뮤직 팬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웅장한 비트와 뛰어난 랩 퍼포먼스뿐 아니라 모건 프리먼이 내레이션으로 참여한 사실도 큰 화제가 됐다. 왠지 난잡해 보이는 커버 아트워크가 익숙하게 느껴진다면 당신은 남부 힙합의 팬이었을 것이다. 총알, 마약, 보석, 현금 등 갱스터 라이프를 나타내는 요소로 휘황찬란하게 장식하고 유치하게 느껴질 만큼 과장된 폰트로 그려 넣는 특유의 스타일은 바로 아트워크를 담당한 그래픽 디자인 회사 펜앤픽셀의 시그너처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펜앤픽셀은 1992년부터 2003년까지 노 리밋 레코즈와 캐시 머니 레코즈의 대표작을 포함해 1만9180장의 앨범 커버를 제작하며 고유의 스타일을 정립했고, 이후 많은 작품에서 오마주됐다. 바로 그 펜앤픽셀이 17년 만에 <Savage Mode II> 커버를 제작하기 위해 컴백한 것이다. 앨범 커버에는 람보르기니 쿤타치와 페라리 360 스파이더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수억에서 수십억원 하는 차량이 함께한 모습은 ‘블링 랩’을 상징하는 펜앤픽셀의 디자인과 안성맞춤이다.

<Grand Prix>(1995)

<Grand Prix>(1995)

<Grand Prix>(1995)

08 심텍 S941

틴에이지 팬클럽

틴에이지 팬클럽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이 “세계 최고의 밴드”라고 극찬하고, 오아시스의 리암 갤러거가 “(오아시스에 뒤이은) 세계 2등 밴드”라고 평가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분명 관심이 갈 것이다. 1989년 스코틀랜드에서 결성된 틴에이지 팬클럽은 파워 팝과 인디 록, 서프 록의 영향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록 사운드를 보여준 밴드로, 1990년대 브리티시 록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 5집 <Grand Prix>는 틴에이지 팬클럽의 앨범 13장 중에서도 손꼽히는 작품 중 하나. 타이틀부터 ‘F1’을 강하게 연상시키는 앨범 커버에는 실제 F1 레이싱팀인 심텍이 운용하던 레이싱카 ‘심텍 S941’이 등장한다.

자연흡기 포드 HBD 6 V8 엔진이 탑재된 해당 머신은 1994년 16개의 F1 그랑프리에 참가했다. 하지만 중소 팀이던 심텍은 재정난을 이기지 못하고 바로 다음 해에 해체하면서 두 시즌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심텍과 관련해서는 한국에서도 흥미 있는 내용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하지만 대한항공이 한국 최초로 F1 스폰서십에 참여한 팀이 심텍이었다. 지금도 인터넷에서 대한항공 로고가 들어간 당시 S941의 리버리를 확인할 수 있다.

<Underground Rockstar>(2022)

<Underground Rockstar>(2022)

<Underground Rockstar>(2022)

09 페라리 F8 트리뷰토

창모

힙합 신에서 고가의 자동차는 성공과 부를 상징한다. 그리고 창모는 활동 기간 내내 그것에 대한 욕망을 전혀 감추지 않았다. 특히 활동 초기 작품들에서 일관되게 물질적 갈망을 노래하는데, “Maserati car, 하얀색 대리석 house, 그게 내 2악장”(‘마에스트로(Maestro)’) 등의 가사에서 자동차도 그 갈망의 주요한 대상 중 하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이름을 알린 후에 내놓은 두 장의 정규 앨범 커버에는 모두 자동차가 있다. 정규 1집 <Boyhood>에는 포르쉐 파나메라, 정규 2집에는 페라리 F8 트리뷰토가 등장하는데, 창모는 수록곡 ‘태지’를 통해 포르쉐에서 페라리로 바꾼 계기를 직접 털어놓기도 한다.

이 앨범은 ‘한국대중음악상’ ‘한국 힙합 어워즈’를 휩쓸고 힙합 팬들의 찬사를 받으며 그가 명실상부 ‘언더그라운드 록스타’임을 증명한 작품이다. 앨범 커버의 페라리는 럭셔리하면서도 거침없는 록스타의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 동시에 그가 오랜 갈망 끝에 이룩한 ‘성공’ 그 자체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페라리의 역사적인 V8 엔진에 대한 헌사를 담아 제작된 F8 트리뷰토는 3.9L V8 트윈터보 엔진이 뿜어내는 720마력 성능을 자랑하는데, 이 강력한 퍼포먼스는 앨범에서 역동적으로 요동치는 창모의 에너지와도 맞닿아 있다.

<독립음악>(2019)

<독립음악>(2019)

<독립음악>(2019)

10 기아 카니발

최엘비

모든 래퍼들이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기에 힙합 앨범 커버에도 항상 수억원이 넘는 슈퍼 카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최엘비의 <독립음악>은 주변의 화려한 랩스타들과 대비되는 초라한 자기 현실을 이야기한 작품이다. 앨범은 열등감과 고뇌로 가득한 내면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빼어난 스토리텔링으로 큰 공감을 주면서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랩&힙합 음반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러한 앨범의 내용에 걸맞게 앨범 커버에는 최엘비의 지극히 개인적인 삶의 면면이 담겼다.

수록곡 ‘독립음악’의 가사 “내 나이 이제 곧 서른이지만 아빠의 차는 여전히 빡세게 굴러가네”에 등장하는 자동차가 바로 앨범 커버 속 기아 카니발로, 최엘비의 아버지가 2013년 중고로 구매해 여전히 운행 중이라고 한다. 부모님이 탑승한 자동차 위에는 퍼그로 형상화된 최엘비가 올라탄 것을 볼 수 있는데, 성공한 래퍼들처럼 경제적으로 독립해 멋진 차를 굴리는 대신 여전히 부모님에 기대야 하는 본인의 처지를 자조하면서 극복을 다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 외에도 본인의 반려견과 반려어 등 최엘비의 개인적 삶의 요소를 곳곳에 배치한 것이 눈에 띈다.

<Pink Season>(2017)

<Pink Season>(2017)

<Pink Season>(2017)

11 닷지 스텔스

핑크 가이

지금은 조지(Joji)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R&B 아티스트 조지 밀러가 사실 ‘밈 제조기’ 유튜버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조지는 ‘필티 프랭크’라는 유튜브 채널로 2010년대 인터넷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 당시 그가 유튜브에서 선보인 여러 가지 캐릭터 중 하나가 바로 ‘핑크 가이’다. 분홍색 타이츠를 입고 온갖 기행을 펼치는 핑크 가이는 유튜브 채널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 중 하나였다. 그는 핑크 가이의 이름으로 우스꽝스럽고 엽기적인 내용의 노래들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그 노래들을 묶어 발표한 두 번째 앨범이 <Pink Season>이다.

유튜버 캐릭터의 개그 앨범이지만 빌보드 앨범 차트 70위까지 오르며 큰 화제를 모았다. 유머와 풍자가 가득한 ‘병맛’ 노래들은 조지로 활동하며 발표한 노래들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기에 조지의 팬으로서 듣는다면 조금 당황스러울 수 있다. 앨범 커버에는 캐릭터의 컬러 콘셉트를 반영한 핑크 컬러 닷지 스텔스가 있다. 희귀 레트로 스포츠카 감성으로 소수 마니아에게 여전히 사랑받는 자동차다. 앨범 커버 속 핑크색 닷지 스텔스는 핑크 가이의 영상 속에서 ‘타임 드리프트’로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설정을 지닌 시그너처 자동차 ‘핑크 스텔스’로 등장한다.

<Autobahn>(1974)

<Autobahn>(1974)

<Autobahn>(1974)

12 폭스바겐 비틀 & 메르세데스 280SE

크라프트베르크

1970년 당시 서독이던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결성된 크라프트베르크는 일렉트로닉 장르의 창시자 중 하나로 평가받는 전설적인 전자음악 그룹이다. 이들은 현존하는 모든 일렉트로닉 음악을 비롯해 팝 음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특히 일렉트로닉 장르의 대중화에 선구적 역할을 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그래미 어워드’ 평생 공로상을 수상했고, 여전히 수많은 매체에서 대중음악사를 바꾼 그룹으로 평가받는다. <Autobahn>은 이들이 처음으로 대중적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 전자음악이 록과 팝 음악 신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타이틀곡 ‘Autobahn’이 LP 한 면을 차지하는 22분짜리 곡이라는 것도 큰 특징인데, 실제로 자동차를 타고 독일 고속도로 ‘아우토반’을 달리는 경험을 음악적으로 표현한다. 자동차 주행의 소리와 감각을 전자음악으로 표현한 혁신적인 곡으로, 4분으로 축약한 버전이 차트에 오르는 등 대중적 인기를 끌기도 했다. 커버 아트워크에 그려진 자동차는 독일의 국민차로 불리는 폭스바겐 비틀과 럭셔리 세단의 정석을 확립했다고 평가받는 메르세데스 280SE 두 대다. 독일의 도로, 자동차 그리고 전자음악의 혁신이 결합된 작품의 의도를 훌륭하게 담아낸다.

<OFF DUTY>(2019)

<OFF DUTY>(2019)

<OFF DUTY>(2019)

13 BMW 325i 카브리올레

다이나믹 듀오

다이나믹 듀오는 매번 앨범의 음악뿐만 아니라 아트워크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 21년간 발표한 10장의 앨범들 중에는 <Taxi Driver> <GRAND CARNIVAL> 등 자동차가 등장하는 커버도 많은데, 특히 9집 <OFF DUTY>의 앨범 커버는 자세히 살펴보면 아기자기하게 채워놓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찾는 재미가 있다. 커버를 장식한 차량은 개코의 실제 소유 차량인 BMW 325i 카브리올레(코드네임 E30)다. 여러 매체를 통해 올드 카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온 그는 해당 차량을 소유해 시트 복원부터 엔진룸 정리에도 심혈을 기울였고, M 보디킷이 차 전체에 완벽하게 들어가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자동차를 자세히 보면 번호판에는 1집 <Taxi Driver>의 발매일이 적혀 있고, 차량 뒤로는 대표곡 ‘이력서’ 종이가 날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좌석에는 각각 동물로 표현된 두 멤버가 앉아 있으며, 보닛에는 최자의 반려묘들이 있다. 배경에는 두 멤버가 처음 만난 신구초등학교가 크게 그려진 것도 눈에 띈다. 앨범을 열면 커버 아트워크의 뒷면이 나오면서 지난 앨범명들이 새겨진 ‘다이나믹 로드’가 드러나는 것 또한 역사가 오래된 그룹만이 보여줄 수 있는 소소한 재미다.

<Abbey Road>(1969)

<Abbey Road>(1969)

<Abbey Road>(1969)

14 폭스바겐 비틀 & 모리스 J4

비틀스

비틀스가 마지막으로 함께 작업한 앨범 <Abbey Road>는 비틀스의 대중성과 실험성을 극대화한 대중음악 역대 최고 명반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비틀스의 모든 앨범 중에서도 특히 많은 사랑을 받으며 여러 음악가에게 영향을 주었는데, 음악뿐만 아니라 앨범 커버도 <빌보드> <롤링스톤> 등 수많은 매체에서 역대 최고의 앨범 커버를 논할 때 빠짐없이 최상위권에 자리한다. 앨범을 녹음하던 스튜디오 근처에서 촬영한 앨범 커버 속 횡단보도를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 명소로 만들었고, EMI 스튜디오의 이름까지 애비 로드 스튜디오로 바꿔버렸다.

촬영 당시 우연히 길가에 주차돼 있던 자동차도 덩달아 유명해졌는데, 특히 왼쪽에 보이는 흰색 폭스바겐 비틀은 번호판이 어처구니없이 ‘폴 매카트니 사망설’ 음모론에 사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차주는 차량 번호판이 지속적으로 도난되는 등 수난을 당하다가 결국 차를 넘겼고, 독일에서 경매로 판매된 뒤 2001년부터는 독일의 어느 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그 외에도 당시 런던 경찰차로 사용하던 검은색 모리스 J4를 비롯해 1960년대 영국에서 실제 운행하던 차량들이 다수 배경 속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Be Here Now>(1997)

<Be Here Now>(1997)

<Be Here Now>(1997)

15 롤스로이스 실버 쉐도우

오아시스

지난해 16년 만에 재결합을 발표하고 오는 10월 내한 공연을 앞둔 오아시스는 1990년대 브릿 팝 열풍을 이끌면서 ‘제2의 비틀스’라고 불린 밴드다. 그리고 실제로 이들은 비틀스의 강한 영향을 받았고, 비틀스를 매우 존경한다고도 알려졌다. <Be Here Now>는 오아시스가 1집과 2집으로 커다란 성공을 거둔 뒤에 발표한 3집이다. 그래서 앨범 커버는 각종 오브제를 통해 성공한 록스타의 과시적인 면면을 묘사하는데, 곳곳에서 선배 밴드들에 대한 오마주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1970년대 플레이보이 파티가 열리는 장소로 유명했던 하트퍼드셔의 스톡스하우스를 배경으로 촬영한 앨범 커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수영장에 반쯤 잠겨 있는 롤스로이스 실버 쉐도우다. 이처럼 독특하게 자동차를 배치한 이유는 밴드 더 후의 드러머 키스 문이 호텔 파티 중 (롤스로이스로 알려지기도 한) 링컨 컨티넨탈을 수영장에 빠뜨렸다는 일화에 대한 오마주다. 그리고 차량 번호판의 ‘SYO 724F’는 앞서 소개한 비틀스의 명반 <Abbey Road> 앨범 커버에 등장하는 경찰차의 번호판에서 가져온 것이다. 훗날 이 특별한 롤스로이스를 되찾는 프로젝트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차량은 우여곡절을 거쳐 파괴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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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Contributing Editor 최용환

2025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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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래퍼 넉살이 보드게임을 추천한다면?

    사람들이 모인 자리라면 함께 보드게임을 즐기는 건 아주 좋은 선택지다. 하지만 수많은 보드게임을 앞에 두면 선택 장애에 빠질 수 있다. 하드코어 보드게임 플레이어인 래퍼 넉살이 각 상황에 딱 맞는 보드게임 8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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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 빈티지

    빈티지가 유행이란다. 빈티지 물건의 가격도 올랐다. 너나 할 것 없이 빈티지를 찾는다. 이런 흐름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그냥 돈 주고 사는 빈티지는 얄팍하니까. 진짜 빈티지를 조명하고 싶었다. 오래 갖고 있어서 절로 빈티지로 불릴 만한 물건들. 쌓인 시간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누구나 자신만의 빈티지가 있다. 아니,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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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화이트데이에는 향수를

    사탕보다 달콤한 이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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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NOCK, KNOCK

    한 해가 가고 또 다른 한 해가 문을 두드립니다. 똑똑똑,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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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랜선 장보기는 어디가 최고?

    코로나 19의 장기화에 더욱 유용해질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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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 모르고 사지 마오

    돈보다 먼저 챙겨야 할 쇼핑 노하우를 아이템별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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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레나> 생일상

    19주년을 맞은 <아레나>를 위해 차린 생일 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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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away Guide

    비행기 탑승부터 호텔 체크아웃까지, 떠나는 당신을 위한 스타일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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