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CAR MORE+

Less, But Better

볼보가 EX30을 선보였다. 기존에 없던 신모델이다. 형태는 소형 전기 SUV. 접근하기 편하고 쓰임새도 많다. 그러니까 EX30은 성장하는 볼보에 부스트를 달아줄 모델이란 뜻이다. EX30은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까.

UpdatedOn March 10, 2025

3 / 10

 

볼보는 기세가 올랐다. 작년 수입차 중에서 네 번째로 많이 팔렸다. 1, 2위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라는 전통의 강자가 있다. 둘은 볼보와 ‘사이즈’가 다른 브랜드다. 그리고 테슬라라는 신흥 강자가 세 번째. 그다음이 볼보다. 작년 신차로 등록된 볼보 대수는 1만5051대(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자료 기준). 10년 전 볼보를 떠올리면 천지가 개벽했다. 그때 볼보는 수입차 시장 10위권 밖이었다. 판매 대수도 3000대를 넘기 힘들었다. 푸조, 볼보, 인피니티 이런 식으로 인식했다. 판매 대수만 변한 게 아니다. 바라보는 시각 자체도 변했다. 그땐 튼튼한 도구로 바라봤다. 나름 마니아가 있었지만, 대체로 그랬다. 이젠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 담긴 공간으로 바라본다. 변화의 시작은 2016년에 국내 출시한 XC90. 기함으로서 이후 볼보의 변화를 선포했다. LED 주간주행등 토르의 망치, 곡선으로 다잡은 매끈한 외관, 간결한 실내와 차분한 소재, 공간의 마지막 조각인 B&W 스피커 시스템까지. 볼보는 XC90부터 달라졌고, 변화의 결과는 숫자가 증명한다. 진정한 환골탈태.

볼보의 전략은 성공했다. 하늘에서 갑자기 툭 떨어진 건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기존에 잘하던 걸 재해석한 결과다. 예전부터 볼보는 ‘안전의 볼보’로 통했다. 그냥 튼튼하기만 한 게 아니었다. 볼보가 개발해 퍼뜨린 안전장치가 여럿이다. 안전벨트나 ‘시티세이프티(전방 추돌 급제동 시스템)’는 볼보의 은혜다. 안전에 집중하는 방향성을 고급스럽게 확장한 결과가 지난 10년 동안 볼보 모델들이다. 안전은 안락함과 이어지니까. 편안한 공간은 안전하게 느껴지고, 운전할 때도 차분하게 진정시킨다. 무엇보다 안전의 근원은 ‘인간을 위하는 시선’이 바탕이 된다. 이 또한 스칸디나비안 디자인과 이어진다. 간접 조명을 쓰는 실내, 자연에서 영감받은 소재, 휴식하는 공간. 볼보에 고급스러움을 더한 결과다. 이런 방향성은 기존 브랜드와는 다른 어휘다. 성능보다 휴식. 그렇게 느끼도록 하는 안팎. 많은 사람이 그 지점에 반응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다. 대다수는 자동차를 개인 공간으로 인식한다. 볼보는 가려운 부분을 긁어줬다.

3 / 10

(좌) 사운드바는 참신한 아이디어. (우) 미니멀리즘을 극대화한 실내

(좌) 사운드바는 참신한 아이디어. (우) 미니멀리즘을 극대화한 실내

미니멀리즘의 힘

EX30을 만나기 전에 볼보의 10년을 돌아본 이유가 있다. EX30은 기존 라인업에 없던 신모델인 까닭이다. 볼보의 라인업은 다채롭지 않다. 성장에도 한계가 명확하다. 그럴 때 신모델은 영역 확장의 첨병이 된다. 게다가 EX30은 볼보 라인업에서 가장 작은 모델이다. 또한 전기차 시대에 대응하는 전기 SUV다. 차가 소형이기에 접근성이 좋다. 자연스레 판매 대수를 높일 기폭제가 된다. 한국에서 네 번째로 많이 팔린 수입차 브랜드라는 위치를 굳히거나 더 높이거나. 전 세계로 확장해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EX30은 지난 10년을 다음 10년으로 이어 나갈 모델이다. 너무 거창한가. 규모가 크지 않은 볼보이기에 과장은 아니다. 더구나 소형 전기 SUV는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 모델이다. 볼보이기에 중요하고, 형태가 소형 전기 SUV라 기대한다.

누구나 EX30을 처음 보면 이렇게 말할 거다. 볼보 같은데 또 다르다고. 이유가 있다. 일단 이름부터 조금 다르잖나. 볼보 SUV는 XC로 시작하는데 EX다. EX는 앞으로 다채롭게 펼칠 볼보 전기차 라인업 작명법이다. 새로운 라인업답게 디자인이 다르다. 비슷하지만 다른, 그래서 EX30만의 스타일을 구축한다. 전면 인상은 새로 디자인한 ‘토르의 망치’ 주간주행등과 전면을 가로지르는 검은 띠 장식이 좌우한다. 주간주행등은 큼직한 픽셀 형태로 바뀌어 그래픽처럼 보인다. 아래 검은 띠와 함께 SF 영화 로봇 같은 인상을 자아낸다. 전체적으로 차체를 간결하게 다듬은 방향성도 미래를 지향한다. 볼보 전기차의 기함 역할을 할 EX90과 통하는 디자인이다. 후면은 패밀리 룩인 길쭉한 리어램프를 채용하면서도 위아래를 분리했다.

3 / 10

소형이지만 다부지다.

소형이지만 다부지다.

볼보 EX30

크기 4235×1840×1555mm(전장/전폭/전고)
동력 방식 싱글 전기모터(후륜)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35.0kg·m
공차중량 1810kg
0-100km/h 5.3초
복합전비 4.8km/kWh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복합 351km
가격 4755만원부터


작은 차체를 넓어 보이게 하는 가로선을 디자인 요소로 적용한 까닭이다. 앞도, 뒤도 가로선이 똑 떨어지는 간결함을 증폭한다. 볼보의 미래 디자인은 미니멀리즘을 더욱 강조한다. 기존 볼보 디자인도 간결한데 더욱. 형제 브랜드인 폴스타가 떠오르긴 한다. 볼보가 풀어야 할 숙제지만, 일단 엠블럼이 다르니까. 실내 역시 미니멀리즘을 극대화한다. 많은 기능을 실내 가운데 큼직한 세로형 디스플레이에 몰았다. 심지어 계기반도 없다. 간단한 정보도 표시하지 않는다. 세로형 디스플레이를 분할해 주행 정보부터 인포테인먼트까지 표시한다. 도어 트림에 버튼도 없다. 이 역시 센터 콘솔로 몰았다.

창문 개방 버튼도 두 개뿐이다. ‘리어’ 버튼을 따로 눌러 뒷좌석 창문을 내려야 한다. 기어노브도 스티어링 휠 뒤편에 칼럼식으로 넣었다. 그만큼 인테리어가 간결하고, 간결하기에 쾌적함을 조성한다. EX30의 매력 요소인 사운드바도 공간 효율을 고심한 결과 아닌가. 도어 트림에 스피커가 빠진 만큼 공간이 늘어난다. 이렇게 EX30은 외관이든 실내든 시각적 요소로 크기를 넓히는 데 주력했다. 게다가 간결한 디자인은 미래 감각과 맞닿는다. 전기차의 미니멀리즘은 테슬라 이후로 대표적인 흐름이다. 각 브랜드마다 나름대로 반영한다. 이때 중요한 건 브랜드만의 감각이다. 볼보는 10년 전부터 그 감각이 뛰어났다. 잘한 디자인은 생명력이 길다. 디자인이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도 볼보 안팎이 여전히 탐스러운 이유다. EX30은 그 감도를 유지하면서 대범한 시도로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 다양한 친환경 소재를 인테리어 스타일로 제시한 점도 감각을 증명한다. 차분하고 정갈한 실내. 지금도 미래에도 통할 지점이다.

3 / 10

(좌) 차체와 지붕을 투톤으로 처리했다. (우) 새로 디자인한 주간주행등.

(좌) 차체와 지붕을 투톤으로 처리했다. (우) 새로 디자인한 주간주행등.

확실히 다르다. EX30을 시승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든 생각이다.
프리미엄 소형 전기 SUV로서 차이랄까. 특히 하체가 만들어내는 주행 질감이 고급스럽다.

감각의 차이

확실히 다르다. EX30을 시승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든 생각이다. 프리미엄 소형 전기 SUV로서 차이랄까. 특히 하체가 만들어내는 주행 질감이 고급스럽다. 노면 충격을 걸러내는 솜씨가 수준급. 기본적으로 안락한데 헐겁지 않다. 하체에 여러 층이 유기적으로 충격을 흡수하고 자세를 제어한다. 물론 차체 크기에서 오는 물리적 한계는 있다. 거대한 차체로 노면을 누르며 걸러내는 수준까진 아니다. 그럼에도 작은 차체의 경쾌함은 즐기면서 안락하게 운전할 수 있다. EX30 역시 안락함을 우선한다. 느긋한 조향 감각, 처음부터 격하지 않은 제동 감각에서도 그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3초에 도달하는 출력도 짜릿함보다 쾌적함을 조성한다. 볼보의 철학이 달라질 리 없다.

최근 전기차에 관해 대중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를 같이 놓고 비교하는 시각이 있다. 전기차는 모터 출력을 만들기 용이하고, 배터리 용량이 주행거리를 좌우하니까. 그러니까 숫자 얘기다. 전기차라서 숫자에 예민하고, 숫자라서 비교하기에도 쉽다. 하지만 숫자가 모든 걸 설명할 수 없다. 게다가 프리미엄은 숫자로 계측하는 영역이 아니다. EX30은 소형 전기 SUV로서 그 차이를 알려준다. 출발하고 도착하는 사이, 볼보가 공들인 면면이 드러났다. 간결한 안팎이라든가, 최적화한 인포테인먼트라든가, 1040W 하만카돈 사운드바라든가. 문 열 때 차량 앞뒤로 다가오는 존재를 감지해 알려주는 ‘문 열림 경보’ 같은 안전 장비는 또 어떤가. 섬세함으로 쌓아올린 차이는 직접 몸으로 느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EX30 역시 볼보다운 차이를 제시한다. 그냥 소형 전기 SUV가 아닌 볼보의 감각이 담긴 소형 전기 SUV. 그 차이가 중요한 사람이 있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김종훈

2025년 03월호

MOST POPULAR

  • 1
    The History Of Time
  • 2
    Happy Birthday
  • 3
    기술이라는 21세기 마법의경연장, CES 2025
  • 4
    FULL OF THINGS
  • 5
    Take Eat Easy

RELATED STORIES

  • CAR

    유용하거나 탐스럽거나

    작지만 알찬 자동차. 크고 화려한 자동차. 둘을 놓고 고른다면 답이 빤할까. 둘을 비교하면 그럴지도 모른다. 비교하지 않고 순서대로 타보면 또 다르다. 저마다 이유가 있고 역할이 나뉜다. 전기차 중에서 작고 알차거나 크고 화려한 두 차종을 연이어 타봤다.

  • CAR

    페라리의 세계

    페라리가 태국 방콕에서 열린 ‘우니베르소 페라리’에서 새로운 슈퍼카 F80을 선보였다. 창립 80주년을 기념하여 발매한 차량으로 1984 GTO와 라페라리 아페르타의 계보를 잇는다. 전 세계를 무대로 페라리의 헤리티지를 선보이는 전시에서 레이싱카의 영혼을 담은 로드카를 아시아 최초로 만나보았다.

  • CAR

    롤스로이스를 사는 이유

    고스트는 롤스로이스 오너가 직접 운전대를 잡게 만든 차다. 어떻게? 그 이유를 듣기 위해 지중해의 작은 도시로 향했다.

  • CAR

    올해의 자동차

    자동차 시장은 신차가 끌고 간다. 신차가 관심을 끌고, 그 관심은 다른 모델로 확장한다. 올 한 해에도 수많은 자동차가 출사표를 던졌다. 물론 그중에 기억에 남는 자동차는 한정적이다. 자동차 좋아하는 에디터 둘이 존재를 각인시킨 자동차를 꼽았다. 기준은 다른 모델보다 확연히 돋보이는 무언가다.

  • CAR

    패밀리 카라는 이름으로

    흥미로운 움직임이 감지된다. 패밀리 카 시장에 새 모델이 등장한 까닭이다. 중형 SUV는 이 시대 패밀리 카를 대표한다. 지금까지 중형 SUV 하면 떠오르는 모델은 명확했다. 르노 그랑 콜레오스와 KGM 액티언은 그 연상 작용에 균열을 일으키려 한다. 그럴 수 있을까?

MORE FROM ARENA

  • LIFE

    새로운 게 좋아

    생존하기 위해 변신을 시도하는 치킨들.

  • FASHION

    가을을 위한 아우터 6

    선선한 바람 부는 가을날 누려야 할 아우터 여섯 가지.

  • FASHION

    CINEPHILE

    방황하는 젊은 날, 혼돈, 고독, 낭만이 뒤엉킨 치기 어린 청춘의 표상. 그해 12월은 지독하리만큼 사랑했던 영화 속 한 장면들처럼 혼란하고 찬란하게 흘려보냈다.

  • ARTICLE

    응급처방

    중요한 약속을 하루 앞두고, 말끔한 자태를 위해 집에서 할 수 있는 현실적인 그루밍 필사기.

  • REPORTS

    BOOK - 꿋꿋하게

    낙오를 걱정하는 10년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문학(출판)은 죽었고 위기라는 말을 매해 듣고 살았으니 말이다. 다행히도 10년을 버텼고, 죽지 않았으니 낙오하지도 않은 셈이다. 이런저런 위기들이 많았으나 어디 어느 곳에서나 늘 있는 게 위기 아닌가. 10년 동안 셀 수 없는 책들이 출판되고 독자 손에 들어갔다. 그 셀 수 없는 책들에서 독자의 비판과 불편이 지난 10년, 모든 변화의 촉매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10년 동안 출판(문학)계는 전반적으로 발전했다, 아니 ‘발전’이란 낱말보다는 ‘성장’이란 말이 어울리겠다. 앞에 놓인 과제가 ‘성숙’이니 말이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