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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MILAN To PARIS

다가올 대대적인 변화를 앞둔 와중에도 강렬한 순간을 만들어낸 2025 F/W 남성 컬렉션. 기존의 스케줄을 떠난 브랜드와 새롭게 합류하며 신선한 활기를 불어넣은 브랜드들 , 패션 판타지라는 변주 안에서 창조한 우아한 남성상, 밀라노와 파리를 배경으로 <아레나> 에디터들에게 각인된 인상 깊은 장면을 되짚었다.

UpdatedOn March 01, 2025

Dolce&Gabbana

Paparazzi

돌체앤가바나는 새로운 컬렉션의 주제로 ‘파파라치’를 떠올렸다.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유래한 이 단어는 유명인을 쫓아다니며 몰래 그들의 모습을 담는 사진가들을 일컫는다. 막이 오르고 붉은 커튼이 걷히자, 단상 위에 수트를 차려입은 파파라치 군단이 플래시를 마구 터트리기 시작했다. 눈부신 플래시 세례와 ‘여기를 봐달라’고 소리치는 분주하고 끈질긴 시선을 견디며 걸어 나온 모델들은 이 상황이 익숙한 영화배우처럼 기다랗게 펼쳐진 레드 카펫 위를 여유롭게 걸었다. 그리고 쇼에 참석한 사람들은 마치 또 다른 파파라치처럼 무대 위에 선 그들의 모습을 각자의 카메라로 담았다. 모두의 렌즈가 런웨이 속 모델을 향하던 순간, 어쩌면 우린 모두 돌체앤가바나가 의도한 상황 속에 휘말린 걸지도 모른다.

Day&Night

모델들은 어떤 시대를 풍미한 영화배우를 연기했다. 한껏 차려입은 후, 레드 카펫 위에선 화려한 밤과 편안하고 느긋하게 일상을 보내는 낮의 모습, 두 가지로 나뉜 테마에 맞게 옷의 분위기도 확연히 달라졌다. 낮에는 넉넉하고 여유로운 실루엣이 주를 이뤘으나, 가죽이나 데님 소재를 사용해 강인한 느낌을 더했다. 카고 팬츠, 탱크톱, 베레 등을 활용한 룩도 인상적이었는데, 이는 꼭 과거에서 회귀한 그 시절의 배우들처럼 보였다. 해가 저문 뒤, 반짝이는 밤을 위한 이브닝웨어도 준비했다. 돌체앤가바나의 특기인 테일러링이 돋보이는 룩은 물결처럼 부드럽게 흐르는 실크 스카프, 1940년대에서 영감받은 화려한 브로치를 더해 더욱 우아하게 변주됐다.

Fresh Bag

로고 플레이에 의존하던 돌체앤가바나의 가방들이 눈에 띄게 변화했다. 이는 가방 디자인을 도맡던 디자이너가 지난 시즌부터 바뀐 덕분이라고. 테일러링 위주였던 이전 컬렉션과 달리 일상적인 룩이 가득해 가방을 들고 나온 스타일링이 많았는데, 특히 로고의 존재감을 줄이는 대신 사이즈를 큼직하게 키우고, 자연스러운 소재를 활용한 가방이 주목할 만하다.

Prada

Basic Instinct

인공지능의 영향력이 짙게 밴 사회에 의문을 제기하듯, 프라다는 인간의 본능과 본성에 집중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치밀하게 계산하지 않은 즉흥적이고 자연스러운 행동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의미를 담아서. 이는 스타일링에서 선명히 드러났다. 타이트한 꽃무늬 티셔츠 위에 단정한 코트를 걸치거나, 파자마 팬츠 위에 야성적인 퍼 베스트를 매치하는 등, 질서와 규칙을 배제하고 서로 대척점에 있는 것들을 조합해 의외의 조화를 완성했다. 또한 몸을 포근하게 감싸는 퍼 아이템이나 옷에 부적처럼 더한 금속 장식은 신체를 보호하는 옷의 기본적인 본질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With Western

모델들은 대부분 앞코가 뾰족하게 솟아오른 웨스턴 부츠를 신고 있었다. 색과 소재, 무늬를 각기 달리한 부츠들은 모든 룩에서 존재감을 형형하게 드러냈다. 그뿐만 아니라 스마일 포켓, 프린지 장식 같은 웨스턴풍 요소를 담은 니트와 거칠고 불규칙하게 재단한 퍼 등 마치 서부 영화 속에서 입을 법한 아이템들이 쏟아졌다.

Once Upon A Time

거대한 미로처럼 꾸민 폰다치오네 프라다 ‘데포지토’ 바닥에는 할머니 집에서 볼 법한 예스러운 카펫이 깔려 있었다. 이는 영화 <물랑 루즈> <위대한 개츠비>의 의상을 담당한 캐서린 마틴이 디자인한 작품으로, 마치 한 편의 시대극에 들어온 느낌을 자아냈다. 공간의 복고적인 분위기는 룩에도 깃들었다. 자연스럽게 에이징된 가죽으로 만든 패치워크 셋업, 프라다의 아카이브 속에서 꺼내온 듯한 커다란 볼링백 등,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게 하는 갖가지 세부들이 눈에 띄었다. 이렇듯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다양한 질감의 소재들을 사용한 것 또한 자연스럽고 진실된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노력으로 보였다.

Familiar or New

브랜드의 새 앰배서더로 선정된 김수현은 물론, 이전부터 관계를 맺어온 김태리와 사나가 많은 팬들의 환호 속에 등장했다. 또한 트로이 시반, 해리스 디킨슨, 루카 구아다니노 등 분야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인물들이 모습을 드러내 화제를 모았다.


2025 F/W MILAN

MINI KEYWORD 3S(SHORTS, SOFT, SO TIGHT)

2025 F/W 밀라노 남성 패션위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짧은 쇼츠, 부드러운 소재, 꼭 맞는 핏이다. 디자이너가 바뀌거나, 남성과 여성 통합 쇼를 선보이는 브랜드가 많아져 쇼의 개수는 크게 줄었으나, 그럼에도 유수의 브랜드에서 세 가지 요소를 고르게 배치한 룩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LGBTQ+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파티와 동시에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MSGM은 속옷 같은 짧은 쇼츠를 여럿 선보였다. 또한 반항적이고 분방한 느낌이 다분했던 마글리아노, 성별의 경계를 허문 다양한 수트를 선보였던 프로나운스 등의 컬렉션에서도 F/W 시즌임에도 다리를 훤히 드러낸 룩을 소개했다. 매서운 추위를 위한 페이크 퍼 혹은 퍼 프리 버전의 아우터도 존재감을 더했다. 좀 더 클래식하고 우아한 뉘앙스로. 그래서인지 이탈리아 향기가 짙은 돌체앤가바나와, 엠포리오 아르마니, 필립 플레인 등의 브랜드에서 강세를 보였다. 꼭 맞는 핏의 티셔츠는 다가오는 계절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빈티지 숍에서 만날 법한 프라다의 꽃무늬 티셔츠, 로고 태그로 심플하게 완성한 돌체앤가바나, 네크라인을 커팅한 방종한 스타일의 조던루카까지. 가지각색의 베이비 티셔츠들이 가득했다.

3 / 10

LOVE IS ALL

패션위크에서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의 결혼식 하객이 될 줄이야. 런웨이를 버진 로드로 뒤바꾼 주인공들은 바로 브랜드의 디자이너, 조던 보웬과 루카 마르체토다. 중간중간 흘러나온 결혼행진곡, 꽃으로 꾸민 웨딩 아치는 모두 마지막 이벤트를 암시하는 힌트였으며, 쇼에 등장한 모델들은 대부분 결혼식에 초대된 친구나 가족으로 꾸렸다. 컬렉션은 그들이 사랑하는 분방한 펑크 스타일을 중심으로 전개됐고, 모델들이 모두 퇴장한 후 사회자가 등장해 깜짝 결혼식을 진행했다. 예상치 못한 이벤트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사랑이 충만하게 흐르는 하루임은 분명했다.

3 / 10

 

HOT DEBUT

정체기라고 할 수 있는 밀라노의 남성 패션위크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은 건 바로 PDF가 아닐까 싶다. 도메니코 포미체티가 설립한 레이블 PDF는 이미 많은 힙합 뮤지션들이 착용해 유명했지만, 이번 2025 F/W 밀라노 남성 패션위크를 통해 성공적인 런웨이 데뷔를 마쳤다. 1990년대와 2000년대 힙합애서 영감받은 컬렉션은 이제껏 밀라노에서 본 브랜드들과 결이 다른, 대담하고 과장된 스트리트웨어를 선보였다. 컬렉션의 마지막엔 복면을 둘러쓴 그래피티 군단이 등장해 흰 벽에 PDF의 시그너처 모티브를 그리는 퍼포먼스를 펼쳤고, 사이렌이 울리며 가짜 경찰들이 혼란한 현장을 정리하며 끝을 맺었다. 이토록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으니 PDF의 다음 컬렉션이 기다려질 수밖에.

3 / 10

Louis Vuitton

Friendship

이토록 아름다운 사나이들의 우정이라니. 루이 비통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퍼렐 윌리엄스와 니고가 함께 만든 2025 F/W 컬렉션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과거부터 이어온 그들의 우정과 업적, 이를 자양분 삼은 지금 이 순간과 앞으로 뻗어나갈 미래는 ‘Remember The Future’라는 테마를 관통하며 컬렉션을 완성했다. 서로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거, 현재, 미래처럼, 퍼렐과 니고 역시 서로에게 영감을 나누며 새로운 창조물을 끝없이 쏟아내는 관계임을 증명한 순간. 퍼렐이 좋아하는 플레어팬츠와 셔츠, 수트와 바서티 재킷은 니고의 시그너처인 스트라이프 패턴, 캔버스 소재, 일본 문화가 만나 루이 비통이라는 장르로 새롭게 태어났다.

Bag&Shoes

쇼가 시작되기 전부터 루이 비통 멘즈 디자인팀 인스타그램 계정 (@skateboard)에는 중복된 색 조합이 전혀 없는 40여 개의 스니커즈가 올라왔다. 스니커즈의 이름은 ‘LV 버터소프트’. 두툼하고 둥근 디자인에 촉감이 부드러운 레더 스니커즈로 이번 시즌 키 슈즈다. 매 시즌 옷을 갈아입는 ‘스피디 P9’은 니고의 고향 일본을 담았다. 유자 옐로, 센차 그린, 벚꽃 핑크 컬러를 비롯해 일본의 전통 방법으로 염색한 인디고 블루, 일본 도자기 수리 기법인 킨츠기가 떠오르는 금빛에 흰색 모노그램을 더한 디자인을 보면 대번 이해될 듯.

Playlist

음악가이자 프로듀서인 그에게 패션쇼의 사운드트랙을 기대하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쇼는 퐁뇌프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라이브 연주로 시작됐다. 일본의 전설적인 게임 <파이널 판타지 VII>의 곡, 우에마쓰 노부오의 ‘One-Winged Angel’이 흘러나왔고, 뒤이어 익숙한 목소리에 심장이 뛰었다. 그가 직접 프로듀싱한 3개의 사운드트랙은 더 위켄드와 플레이보이 카티의 ‘Timeless’를 비롯해 세븐틴의 ‘Bad Influence’, 그리고 마지막으로 돈 톨리버와 제이홉이 함께한 신곡 ‘LV Bag’이 울려 퍼졌다.


2025 F/W PARIS

LAST DANCE

디올 맨의 쇼를 연 건 그 어느 때보다 사무치게 들린 마이클 니만의 연주곡 ‘Time Lapse’였다. 우리 곁을 떠난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맥퀸>의 OST기도 했기에, 피아노 건반 소리가 들리자 소문만 무성했던 킴 존스와의 이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뒤이어 등장한 첫 번째 모델. 단호하게 넘긴 헤어, 눈을 가린 실크 리본, 턱끝까지 올라온 하늘하늘한 블랙 셔츠와 순결한 도복처럼 펄럭이는 스커트 팬츠. 1954~55년에 선보인 디올 H 컬렉션의 유산이 이토록 아름다운 또 하나의 유산으로 기록된 순간이었다. 이별 소식은 컬러에서도 이어졌다. 쇼가 시작되기 전 컬러 공식 인스타그램에 한 자씩 연필로 꾹꾹 눌러 담은 편지가 한 장 올라왔다. ‘이번 쇼는 저에게 특별한 순간이 될 것입니다.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컬러 헤드 디자이너로서의 여정을 마무리하게 됐으니까요. 하지만 앞으로도 내부에서 지원할 예정입니다.’ 비대칭 속 완벽한 불균형, 반전에 반전을 더한 소재의 조화, 분방한 레이어링과 컬러 믹스까지. 창립자 아베 준이치가 해온 거, 가장 잘하는 거, 더 이상 여한이 없는 모든 장기를 쏟아낸 그야말로 라스트 댄스를 펼쳤다.

3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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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NING ACT

이번 시즌 파리 멘즈 패션위크에서 신고식을 치른 이들도 있다. 디자이너로는 랑방에 합류한 피터 코핑, 브랜드로는뉴 욕에서 터를 옮긴 윌리 차바리아, 이세이 미야케의 남성복 브랜드 IM MEN이다. 브랜드 특유의 고풍스러운 오버사이즈 실루엣과 드레이프로 오늘날 잔느 랑방의 옷장을 표현한 피터 코핑, 장미로 장식한 블레이저, 웨스턴 모자, 워크웨어와 스포츠웨어의 조합, 대담한 비율과 실크, 벨벳, 부클레, 캐시미어 등 고급스러운 소재를 조화시켜 이민자와 혼혈의 정체성을 패션이라는 예술로 승화한 윌리 차바리아, 옷을 풀고 묶으며 몸과 옷 사이의 공간에 해방감을 강조한 IM MEN. 신체의 자유로움을 강조하기 위해 쇼장을 뛰어다닌 모델의 모습에서 이세이 미야케가 뛰놀고 있을 천국의 들판이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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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luti

Since 1895

가죽에 대한 우아한 창조와 장인정신을 추구하는 벨루티가 올해로 창립 13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는 프레젠테이션 행사는 프랑스 문학과 학문에 있어 유서 깊은 시몬&치노 델두카 재단의 접객실에서 이뤄졌는데, 벨루티가 일군 역사를 폭넓게 조명했다. 벨루티의 작은 역사를 이룬 슈즈부터 가방, 레디투웨어가 진화해온 면면을 전시하며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시간이었다.

Demessure Shoes

벨루티의 창립자이자 첫 번째 슈메이커 알레산드로 벨루티가 한 장의 가죽으로 제작한 3 아일릿 레이스업 슈즈인 디메져 옥스퍼드. 상징적인 디메져 컬렉션을 시작으로 ‘영혼을 지닌 구두’라는 수식어를 얻기까지 발전해온 알레산드로, 퍼레이드, 알토 모델과 스텔라 스니커즈를 나열하며 격식과 편안함을 갖춘 아카이브를 한데 선보였다. 각 컬렉션마다 인상을 달리하는 섬세한 세부만으로도 충분히 고급스럽고 새로웠다. 벨루티만의 깊고 풍부한 농담의 차이를 완성하는 파티나 기법의 일부 과정도 감상할 수 있었다.

Forestiere Jacket

파블로 피카소와 앤디 워홀 등 예술과 패션에 일가견이 있는 당대의 아이콘들이 벨루티의 친밀한 고객이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 특히 오랜 고객 중 한 명이었던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의 사적인 주문으로 완성한 포레스티어 재킷은 이번 시즌 새로운 영감을 선사했다. 벨루티의 비스포크 정신이 깃든 견고한 형태는 그대로 유지하고, 소재와 길이, 활용성을 대범하고 다채롭게 재해석했다.

Periple Bag

델두카 재단의 주방에 들어서자 테이블 위에 가방을 구성하는 레더 피스와 도구들이 퍼즐처럼 나열돼 있었다. 벨루티가 새로 선보이는 페리플 백 제작 과정의 일부를 소개한 것. ‘여정’을 의미하는 이 백 컬렉션은 베네치아산 풀그레인 소프트 레더로 제작되며, 옥스퍼드 슈즈 제법과 유사한 방식으로 완성한 점 역시 벨루티다웠다. 가벼운 외출을 위한 메신저백부터 긴 여행의 동반자가 될 위켄더 트래블 백까지 폭넓은 카테고리로 전개할 예정이다.


2025 F/W PARIS

MODEL ARMY

뮤지션 칼렙 아레돈도(Caleb Arredondo)가 연주하는 진중한 색소폰 선율과 피아노 연주로 시작된 아미 쇼. 알렉상드르 마티우시 특유의 모던하며 따뜻한 감수성을 직선적인 코트와 도회적인 컬러 팔레트, 느슨하게 힘을 뺀 스타일링 면면에 녹였다. 쇼에 몰입하는 데는 쟁쟁한 모델 라인업이 한몫했다. 콜 모어, 카렌 엘슨, 라라 스톤, 설리나 포러스트 등 전설적인 모델들이 등장한 아미 쇼는 여유로운 카리스마와 친밀한 분위기가 공존했고, 시대를 초월한 세대 간 이야기를 담은 이번 시즌 메시지와도 완벽하게 부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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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THER FEATHERED CHAIN MAIL

릭 오웬스 쇼에 등장한 압도적인 부츠만으로 릭 오웬스의 한계 없는 미래를, 예상을 빗나가는 통쾌한 미학을 엿볼 수 있었다. CGI(Computer- Generated Imagery) 기술을 활용하는 아티스트 빅터 클라벨리(Victor Clavelly)와 협업해 레이저 컷으로 제작한 부츠와 가죽 스커트는 비늘처럼 원초적이고 깃털처럼 휘황하게 흔들렸다. 빅터 클라벨리는 가죽 깃털로 뒤덮인 갑옷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기묘하고 정교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릭 오웬스의 집념이 환상과 기능의 경계를 다시 한번 허물었다.

3 / 10

 

STRIKING COLLABORATION

이번 시즌 파리 패션위크에서도 여전히 런웨이 속 작은 컬렉션, 다채로운 협업 아이템들이 주목할 만했다. 파리 데뷔 쇼를 치른 윌리 차바리아는 아디다스와 다시 한번 뭉쳐 강인하고 스포티한 스트리트웨어를 내놓았다. 은발의 시니어 모델들이 등장한 준야 와타나베 맨 쇼는 필슨과 협업해 클래식한 워크웨어를 선보였고, 총천연색 카무플라주 패턴이 만발한 키드슈퍼와 베이프의 재기 발랄한 조합, 자크뮈스와 나이키, 키코 코스타디노브와 아식스, 오라리와 뉴발란스 등의 협업 스니커즈 이슈도 빼놓을 수 없다. 사카이는 칼하트 WIP와의 실패 없는 조합과 함께 사이하이 부츠부터 벌키한 롱부츠로 연출할 수 있는 어그 부츠 컬래버레이션으로 드라마틱한 시티 하이커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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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김장군, 이상, 이다솔

2025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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