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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나의 첫인상

2006년 3월 창간호부터 지금의 229번째 <아레나>가 만들어지기까지. 지난 19년 동안 함께해온 동료들을 찾아가 물었다. <아레나>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아레나>에서 보고 싶은 기사는 무엇인가요? 좋은 잡지는 어떤 잡지일까요? 창간 19주년을 자축하며, 19인에게 들어본 <아레나>의 그때 그 시절.

UpdatedOn February 28, 2025

“잡지는 손이 아닌 발로 만든다는 말이 있다. 혹자는 종이 잡지의 종말을 이야기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성범수

콘텐츠 제작대행사 ‘INDEED’ 대표
여전히 최초의 기억을 사랑한다. 2006년 3월 <아레나> 창간호를 장식한 주드 로의 흑백 커버는 여전히 내겐 최고로 남아 있다. 당시 나는 다른 남성 잡지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2개월 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아레나>로 자리를 옮겼다.

<아레나>에서 가장 뜻깊었던 추억은 디자이너 앤 드뮐미스터와 나눈 인터뷰. 평소 영어 실력에 자신이 있었기에, 통역 없이 직접 인터뷰 하겠다고 고집했다. 하지만 그녀를 대면하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정작 앤은 바쁜 스케줄을 뒤로한 채 나를 다독이며, 천천히 해도 괜찮다고, 시간을 가지라고 말해주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내 등은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잡지는 손이 아닌 발로 만든다는 말이 있다. 혹자는 종이 잡지의 종말을 이야기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여전히 두 발로 뛰어다니며 ‘잡지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을 만드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게 좋은 잡지란 뛰어난 에디터들이 모여, 저마다 가진 정보와 기호를 독자에게 거부감 없이 전하고, 나아가 독자의 감식안을 높여주는 잡지다. 여전히 잡지계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아레나>가 만들어내는 콘텐츠들은 온라인상의 그것과는 분명 다르다. 변함없이 수준 높은 콘텐츠를 오래도록 보고 싶다.

김형근

‘아우디 코리아’ 부장
주드 로와 론 커스텀 타이. 그리고 서점으로 내달리던 나. <맥심> 한 권을 친구들과 돌려보던 나를 처음으로 ‘이건 내 돈 주고 사야 해!’ 외치게 했던 잡지가 바로 <아레나>였다. 특히 창간호의 부록! 왜 그렇게 갖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친구들과 하나씩 손에 쥐고 자랑했다. 정확하진 않지만, 두 번째 <아레나> 부록이 코데즈 컴바인 팬티였던 걸로 기억한다. 친구들과 <아레나> 부록 팬티를 맞춰 입고 여행을 갈 정도로 부록에 심취했었다.

<아레나>와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단연 ‘A-Movie Project’! 아우디와 <아레나>가 함께한 프로젝트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단편 영화가 기획되고 제작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고, 영화가 TV에서 방영될 때는 ‘아, 이게 문화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순간이구나!’ 하며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 컨트리뷰터에 내 이름이 실린 순간 역시 잊지 못한다. 살면서 시상식 후보에 올라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그 비슷한 기분이 아니었을까? 처음으로 내 이름이 인쇄된 잡지를 몇 번이고 다시 펼쳐 보고, 괜히 조명 아래서도 비춰봤다. 내 이름을 처음으로 실어준 고마운 잡지이기에 여전히 <아레나>에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다.

<아레나>에 바라는 건 단 하나. 부록의 부활이다. <아레나>는 언제나 멋진 콘텐츠를 제공하는 잡지지만, ‘부록 홀릭’인 나로선 잡지와 함께 포장된 부록을 뜯는 기분을 다시 한번 껴보고 싶다. 내게 좋은 잡지는 ‘손이 가는 잡지’다. 거실 테이블, 주방 식탁, 자동차 시트, 여행 가방 속 어느 곳이든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잡지. 읽는 순간순간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잡지. <아레나>가 만들어주길 응원한다.

김미현

홍보대행사 ‘더 레이어’ 이사
2012년쯤이었을까? 홍보대행사에 입사하면서 처음으로 남성지를 봤다. <아레나>에는 <아레나>만의 느낌이 있었다. 뭐랄까. 다른 남성지는 분명 멋있지만 나와는 닿을 수 없는 듯한 거리감이 있었다면, <아레나>는 그보다는 좀 더 가까운 느낌이랄까. 당시 즐겨 듣던 인디 뮤지션들의 인터뷰 기사를 읽으며 친밀감을 쌓아갔다.

좋은 잡지는 ‘글도 자세히 보고 싶어지는 잡지’라고 생각한다. 10여 년 전 <아레나>에는 에디터들이 직접 체험해보고 쓰는 기사가 자주 실렸다.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기분. 이우성 에디터가 피부과에서 여드름 짜며 쓴 체험기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스스로를 ‘미남’이라 지칭하며 써내려간 기사였는데, 페이지에 함께 실린 에디터의 일러스트도 유심히 바라봤다.

‘매거진 전성기’라고 할 만한 시절, 홍보를 담당하던 브랜드와 협업해 <아레나>와 3편의 단편 영화를 제작했다. 당시에는 ‘와, 이렇게까지 판이 커진다고?’ 싶어 덜컥 겁도 났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두 번 다시는 못 해볼 프로젝트에 함께했구나’ 하며 그 시간을 행운으로 여기고 있다. <아레나>에 바라는 점이 하나 있다. 이진욱 오빠의 커버, 화보, 디지털 콘텐츠 많이 보고 싶다. 매달 보고 싶다. 잘생겼으니까. 사랑해요, 이진욱! 부탁해요 <아레나>!

신기준

포토그래퍼
포토그래퍼로서 <아레나>와의 첫 촬영은 2024년 4월호에 실렸다. <눈물의 여왕> 곽동연 배우가 그 주인공이다. 사실 촬영이 잡히기 전부터 <눈물의 여왕>을 보며 혼자 웃고 울곤 했다. 그래서 곽동연 배우를 찍는다는 설렘에 밤새 시안을 찾고 테스트 촬영을 했다. 촬영 당일에는 곽동연 배우에게 감격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무지 애를 썼다. 컨트리뷰터에 이름이 실린 순간도 잊지 못한다. 남몰래 노력하던 시간들을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감격했다. 내게 <아레나>는 선물 같은 책이다. 선물을 받았을 때의 기쁨, 그 선물을 준비할 때의 기분 좋은 떨림을 모두 느끼게 해주는 잡지니까.

“읽는 순간 빠져들고, 덮고 나서도 머릿속에 남는 것. 그게 바로 ‘재미있는’ 잡지다.”

박만현

홍보대행사 ‘피알라인 코리아’ 대표
2006년 3월호, 블랙 수트에 내로 타이를 멋스럽게 맨 주드 로의 커버는 아직도 선명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아레나>는 가장 스타일리시한 남성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창간 멤버로 함께한 때가 어느덧 19년 전이라니,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사실도 있다. <아레나>는 여전히 시대를 초월하는 매력을 지닌, 진정한 패션 매거진이라는 사실 말이다.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하나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로케이션 다섯 곳에서, 새벽 3시부터 시작된 대규모 촬영. 15명의 모델, 100착장이 넘는 의상과 액세서리, 버스를 대절한 이동까지,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프로젝트였다. 쉽지 않은 일정이었지만, 포토그래퍼, 모델, 헤어&메이크업 팀 모두 한마음으로 임하며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패션 에디터로서 누릴 수 있었던 최고의 특권은 단연 밀라노와 파리 패션위크, 그리고 글로벌 빅 이벤트들이었다. 만나기 힘든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의 인터뷰, 런웨이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순간들. 특히 보테가 베네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토마스 마이어와 백스테이지에서 악수를 나눈 기억, 그리고 보스턴에서 우사인 볼트와 함께 러닝을 즐겼던 특별한 경험은 패션 에디터라는 직업이 아니었다면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호사였다.

좋은 잡지는 정보만 잔뜩 늘어놓는 백과사전이 아니다. 읽는 순간 빠져들고, 덮고 나서도 머릿속에 남는 것. 그게 바로 ‘재미있는’ 잡지다. 흥미로운 인터뷰와 그들의 이야기, 예상하지 못한 고급 정보, 그리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펼쳐지는 멋진 비주얼. 이 세 가지가 만나면 잡지는 더 이상 그냥 종이가 아니다.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세상을 좀 더 많이 알고, 더 즐기고 싶어지는 것. 그런 잡지가 진짜 ‘잘 만든 잡지’ 아닐까?

“내 기억 속 <아레나>의 첫인상은 ‘실속 있는 남자들의 교과서’였다.”

노지영

스타일리스트
내 기억 속 <아레나>의 첫인상은 ‘실속 있는 남자들의 교과서’였다. 오직 종이로 보던 잡지가 온라인과 SNS 플랫폼으로 이동할 때 <아레나>에도 ‘디지털팀’이 만들어졌고, 나는 이 팀의 초창기 에디터였다. 당시 나와 우리 팀은 어느 잡지보다 위트 있고 기발한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꽤 노력했더랬다. 그래서인지 <아레나> 피드를 보면 언제나 연연한 마음이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커버는 2023년 9월호를 장식한 BTS 뷔. 새빨간 셀린느 가죽 재킷을 입고 곱슬한 머리카락을 눈 아래까지 내려뜨린 뷔, 그 위에 올곧은 폰트의 ‘ARENA’를 기억한다.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아티스트와 폼 나는 브랜드의 합작. 그리고 그 플랫폼이 <아레나>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성별을 나누는 것이 무의미한 시대라지만, <아레나>를 통해 이 시대 멋진 남자를 더 많이 만나보고 싶다. 내게 좋은 잡지? 19년을 버틴 잡지. 그리고 20년을 맞이할 잡지.

이상휘

유튜브 <자동차 읽어주는 남자> 운영자
때는 2013년. 미용실에 있던 잡지를 하나 골라 읽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거의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자동차, 시계, 패션, 스포츠 등등. 그게 <아레나>와의 첫 만남이었다. 평소 시계를 좋아한다. 값비싼 시계를 모두 사 모을 순 없고, 그렇다고 매번 매장에 가기엔 부담스럽다. 그럴 때마다 백화점 대신 서점에 가서 <아레나>를 한 권씩 사왔다. 언젠가 기사로 읽었던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는 여전히 나의 드림 워치로 남아 있다.

잡지를 읽는 건 결혼 생활에도 도움이 된다. <아레나>에 실린 레스토랑 기사를 보고 아내와 그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평소 좋은 내색은 잘 하지 않는 아내가 그날따라 칭찬을 늘어놨다. 차마 ‘잡지에서 보고 왔어’라는 말은 못 했지만, 속으로는 그 기사를 쓴 <아레나> 에디터에게 무척 고마웠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는 도파민으로 가득 찬 영상이 매일 쏟아진다. 너무 쉽게 소비하고 외면해버리는 콘텐츠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재미와 정보를 주는 것이 잡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내게 좋은 잡지는 서재 한편을 기꺼이 내줄 수 있는 책이다. 나아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아, 그때 그 잡지에 이런 내용이 있었는데!’ 하며 다시 꺼내 볼 수 있는 잡지다. 오늘의 <아레나>가 ‘오래된 잡지’가 되는 그날까지 승승장구해주길.

홍준형

포토그래퍼
2008년 대학생 시절, 패션 전공을 하는 친구가 매달 사서 읽던 <아레나>를 어깨너머로 처음 봤다. 함께 서점을 다니면서 나 역시 자연스럽게 <아레나>를 사 모으게 됐다. 지금도 거실 책장에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톰 크루즈가 나온 <아레나>를 모시고 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010년 9월호의 원빈 커버. 군 복무 시절이었는데, 휴가 나와서 산 <아레나>를 내무반 선임들과 돌려 읽었다. 지금 봐도 힘이 느껴지는 사진이다. 이 커버 때문에 뒤늦게 <아저씨>를 찾아 봤다.

군 전역 후에도 <아레나>와의 인연은 이어졌다. 어시스턴트 시절 촬영 장소를 찾기 위해 인천에 간 적이 있다. 모든 일정이 끝난 뒤, 기자님이 ‘맛있는 걸 먹자’ 하며 사준 영등포 방치탕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 후로 로케이션 촬영을 나갈 때면 늘 함께 고생한 스태프들에게 최대한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려고 한다. 좋은 잡지는 ‘쉽게 알 수 없는 정보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레나>는 늘 ‘따라 하고 싶은 것’들로 가득한 책이다. 또다시 19년이 흘러도 ‘이번 주말에는 이걸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기사를 만들어주길.

“좋은 잡지는 하나 마나 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잡지 아닐까.”

이정욱

인스타그램 매거진 <슐튀르미디어> 디렉터
형광 핑크색 배경을 뒤로한 채 발렌시아가를 입은 유아인. 군대에서 처음 보고, ‘이 잡지, 참 거침없다!’ 생각했다. <아레나>의 2021년 2월호 커버였다. 2024년 3월호에 실린 박찬용 에디터의 ‘신촌의 봄’ 기사도 인상적이었다. 나는 열두 살까지 마포구에 살았는데, 외출할 때면 늘 신촌에 갔다. 엄마와 아빠도 신촌만 갔다. 시간이 지나 대학생이 된 후로는 합정만 갔다. 그 이유도 모른 채 신촌과 합정을 오가던 나날들. ‘신촌의 봄’은 그 이유를 알려준 기사였다. 읽는 내내 ‘어떻게 이런 기획을 했지?’ 하며 취재력에 경탄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지금 운영 중인 <슐튀르미디어>는 남성지 에디터가 되기 위한 포트폴리오용으로 처음 만들었다. 그런 <슐튀르미디어>가 <아레나>를 통해 소개된 적이 있다. 이런 식으로 남성지와 연결될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기분 하나는 최고였다. 좋은 잡지는 하나 마나 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잡지 아닐까. 세상에 숨겨진 멋지고 아름다운 걸 잘 찾아내는 잡지. 자기 복제를 멀리하고 도전을 가까이 하는 성실한 잡지. 내가 매달 <아레나>를 펼칠 때마다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것, 남자들이 좋아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기사.”

정건

‘넷마블’ 커뮤니케이션팀 과장
‘아레나’는 수영복 브랜드로만 알고 있었다. 군대에 다녀온 형이 언제부터인가 집에 잡지를 사다 놓기 시작했는데, 그중 하나가 <아레나>였다. 나는 그때도 지금도 책 읽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이상하게 잡지를 읽는 모습은 멋있어 보였다. 그 후로 꾸준히 잡지 사서 읽는다.

홍보 일을 시작하면서 운 좋게 자동차 브랜드를 담당하게 됐다. 덕분에 <아레나>와도 협업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내가 쓴 딱딱한 보도자료도 <아레나>를 거치면 이렇게 재미있는 글이 되는구나 느꼈다. 함께 출장을 다녀온 뒤 읽은 시승 기사도 큰 즐거움 중 하나였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을 멋지게 담은 기사를 읽으면서 에디터의 시선은 남다르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아레나>에서 보고 싶은 것도 결국은 이런 기사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것, 남자들이 좋아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기사. 한창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들과 <아레나>를 읽는 날이 올 때까지 힘내주시길!

이주승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에브리리틀씽’ 디렉터
2007년, 타 잡지의 창간 작업을 할 때 처음으로 <아레나>를 접했다. 당시는 라이선스 매거진들이 앞다투어 창간하던 시기였다. 얼마 없던 남성지 중에서도 <아레나>는 볼드한 디자인과 독특한 일러스트, 빼곡한 기사들로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당시에 수트 스타일링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관련 기사를 유심히 읽었다. 예나 지금이나 <아레나>는 단순한 트렌드 소개를 넘어, 남성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을 보여주는 잡지라고 생각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물은 보테가 베네타와 배우 이영애의 2024년 4월호 커버. 절제된 우아함과 독창적인 미감을 동시에 담아내기 위해 수십 번의 캘리그래피 작업을 시도했던 과정이 떠오른다. 2024년 10월호 엔하이픈 8종 커버도 특별했다. 각 멤버의 스타일링과 개성을 고려해 컬러 매칭과 타이틀 디자인을 정교하게 조율하고, 모든 커버가 독립적인 매력을 지니면서도 하나의 흐름을 유지하도록 다양하게 시도한 작업이다. <아레나>와의 작업은 내게 늘 큰 고민과 어려움을 안겨주지만, 가장 큰 성취감과 기쁨을 주는 일이기도 하다.

신동훈

포토그래퍼
<아레나>의 깔끔한 표지 디자인과 커버 인물 선정에 늘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항상 서점 잡지 코너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던 잡지가 <아레나>였다. 개인적으로 주드 로의 커버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장 자크 아노 감독의 <에너미 앳 더 게이트>를 보고 주드 로의 팬이 된 시절이기에 더욱 특별했다. 잡지 커버에도 고스란히 담긴 영화 속 스나이퍼의 강렬한 눈빛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아레나>와 함께 일하는 동안 방송인 이경규를 촬영했다. 인터뷰 내용 중에 종종 곱씹게 되는 말이 있다. ‘자리를 비우지 마라.’ 자기 관리와 일관된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닫게 하는 말이었다. <아레나>는 좋은 글, 좋은 사진, 좋은 디자인이 어우러진 한 편의 짧은 영화 같은 잡지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사람 냄새 나는, 인간미 묻어나는 기사를 <아레나>를 통해 만나고 싶다

이광훈

‘미디엄레어 스튜디오’ 대표
<아레나>에 얽힌 가장 오래된 기억은 2006년 창간호 별책 부록이었던 론 커스텀의 검은색 슬림 타이다. <아레나>의 첫 등장은 여러모로 파격이었다. 내게는 새로운 남성상을 보여주는 진한 첫인상을 남겼다. 가장 기억에 남는 커버는 단연 2010년 9월호의 원빈. 창백한 피부 톤에 ‘뭐 어쩔 건데’라는 표정. 떡 벌어진 어깨 위에 무심하게 걸친 톰 포드 수트. 그 당시 <아레나>만이 시도할 수 있던 비주얼이기에 오래도록 잔상이 남았다.

<아레나>에서 패션 에디터로 일한 경험도 특별했다. 2009년 소녀시대의 아홉 멤버와 함께 촬영을 진행한 적이 있다. 이 기사의 핵심은 ‘남자들의 팬심’으로 인터뷰하는 것이었다. 인터뷰이로 나설 아홉 명의 남자가 필요했고, <아레나>의 모든 남자 에디터가 총출동한 것도 모자라 마케팅 팀장까지 대동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난 제시카를 인터뷰했는데, 그때의 순수한 떨림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한창 패션 에디터라는 ‘뽕’에 가득 차 있을 때, 한 선배가 흘리듯 한 말을 기억한다. ‘때론 흥미로운 박스 기사 하나가, 화려한 패션 화보보다 독자에게 더 큰 감흥을 줄 수 있다’는 말. 좋은 잡지는 디테일에서 판가름이 난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볼 수 없는, 잡지에서만 시도할 수 있는 기획으로 만든 특집 기사. 패션 브랜드조차 시도할 수 없는 패션 화보. 내일의 <아레나>에 기대하고픈 것들이다.

3 / 10

 

“고등학생 때부터 스타일리스트를 꿈꾼 내게 <아레나>는 ‘정기구독해야 하는 남성 잡지’였다.”

박선용

스타일리스트
고등학생 때부터 스타일리스트를 꿈꾼 내게 <아레나>는 ‘정기구독해야 하는 남성 잡지’였다. 많은 잡지 중에서도 남자들을 위한 트렌드 선정이 남달랐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커버는 이영애 배우와 보테가 베네타의 2024년 4월호. 남성 잡지의 커버에는 주로 남자가 등장한다. 그 자리에 이영애를 세우고, 낯설고도 매력적인 모습으로 그려낸 <아레나> 팀원들의 노력이 인상 깊었다.

‘내 분수에 맞는 시계’라는 칼럼을 통해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인터뷰 내내 ‘이 양반 시계 장사하나?’ 싶을 정도로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져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저 편하게 읽는 기사 하나도 결코 쉽게 만들지 않는구나 알게 된 경험이었다. <아레나>는 예나 지금이나 좋은 취향이 겹겹이 쌓여 있는 잡지다. 그런 점에서 에디터들의 솔직한 후기가 담긴 아이템 체험기를 많이 보고 싶다. 그들의 안목을 믿으니까.

장은실

홍보대행사 ‘매그피알’ 차장
대학생 때 만나던 남자친구가 나름 패션에 관심이 있었는데, 항상 <아레나>만 읽었다. 맘에 드는 화보가 많다나 뭐라나? 나로서는 남성 잡지를 읽어볼 생각은 없었는데, 막상 펼쳐 보니 내 취향에 맞는 아이템 기사가 너무 많았고, 그 때문에 매달 통장 잔고 걱정을 해야 했다. 아, 당시 남자친구와는 헤어졌지만 <아레나>와는 헤어지지 않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는 ‘프리즈 서울 2024’ 취재기’!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글이 읽기 쉽고 유용해서 큰 도움이 됐다. NCT 재현과 프라다가 함께한 2023년 10월호 커버도 기억에 남는다. 재현의 상큼한 모습, 프라다의 미학을 여실히 드러내는 스타일링은 보는 내내 흐뭇했다. 좋은 잡지는 첫 장을 펼칠 때 무슨 내용이 들어 있을까 설렘을 주는 잡지라고 생각한다. 요즘 유튜브에 즐비한 쇼츠처럼 휘발성 강한 콘텐츠가 아닌, 읽고 나면 잔상이 남는 기사들을 기대한다.

홍석준

홍보대행사 ‘드밀커뮤니케이션’ 대리
전역 후 패션에 무지했던 나에게 친구가 ‘복학생이면 옷이라도 잘 입어야지’라는 말과 함께 건넨 책이 <아레나> 2015년 2월호였다. 처음에는 패션을 알기 위해 굳이 잡지를 봐야 할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지만, 읽다 보니 다양하고 흥미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 피처 기사에 흥미를 느꼈다. 그날을 계기로 잡지의 매력에 빠져 매달 서점에 들러 잡지를 구입한다.

<드래곤볼> 게임이 출시될 때마다 빠짐없이 구매할 정도로 <드래곤볼>을 좋아한다. 2024년 3월 1일, 도리야마 아키라 작가의 별세 소식에 깊이 슬퍼하던 중, 그달 <아레나>에 실린 ‘만화책의 탄생’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누군가의 업적과 이별을 기리는 방식으로서 기사를 쓸 수 있다는 점에 내심 뭉클했다.

<아레나>에 내가 찍은 자동차 사진이 실린 적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수많은 사진 중 하나일 뿐이겠지만, 즐겨 보던 잡지에 내 사진이 실리는 기분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지금도 책상에 꽂혀 있는 2022년 5월호는 오래도록 시간 나의 소중한 기억으로 자리할 거다.

이소연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
<아레나> 창간부터 지난 19년 동안 꾸준히 함께 작업해온, 내게는 애틋한 동료 같은 잡지다. <아레나>는 유독 야외 촬영이 많았다. 화보 촬영차 들른 제주도에서 하루 종일 비를 맞고 몸살로 앓아누운 기억이 있다. 다시 하라면 못하겠지만, 가끔씩은 그립기도 하다. 내가 잡지에서 보고 싶은 건 술술 읽히는 기사, 신선한 자극을 주는 비주얼,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는 설득력이다. <아레나>는 그 일을 가장 멋지게 해내는 잡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박종진

‘블링크 안경’ 브랜딩 매니저
처음 잡지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11년 군대에 있을 때다. 지금과 달리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던 시절이었기에, 일과 후 개인 정비 시간이 있을 때마다 잡지를 즐겨 읽었다. 그 시절 재미있게 보고 모은 잡지 중 하나가 <아레나>였다. 작년에는 ‘롤렉스 차는 남자’를 주제로 <아레나>와 짧은 인터뷰를 나눴다. 잡지를 보며 남다른 패션 감각과 라이프스타일을 꿈꾸던 내게는 잊지 못할 순간이다. 좋은 잡지는 꿈꾸게 하는 잡지라고 생각한다. 글과 사진만으로도 마치 내가 그곳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기사. 읽고 나면 어디론가 떠나고 무언가 사고 싶어지는 기사. 지금까지 그래 왔듯 <아레나>가 그 역할을 계속 잘해내길.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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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주현욱

2025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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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래퍼 넉살이 보드게임을 추천한다면?

    사람들이 모인 자리라면 함께 보드게임을 즐기는 건 아주 좋은 선택지다. 하지만 수많은 보드게임을 앞에 두면 선택 장애에 빠질 수 있다. 하드코어 보드게임 플레이어인 래퍼 넉살이 각 상황에 딱 맞는 보드게임 8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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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드맨들의 손재주

    한국에도 아웃도어 로컬 브랜드는 존재한다. 제작자는 클라이머와 하이커, 경량 유저와 해머커로 실제 필드맨들이다. 필드에 대한 경험과 이해를 바탕으로 다듬어 내놓은 것들은 그래서 믿음직스럽고 당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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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그냥’ ‘그런 거’ ‘예쁜 거’ 정도의 대답만 돌아왔다. ‘아름다움이란 근거가 없고, 말로 형용할 수 없고, 느낄 뿐인 것이구 나.’ 타투이스트 미래, 초유, 장깃비가 그랬다. 아름다웠다. 그들이 새기는 선과 그들이 가진 선이. 물론, 대화를 통해 느껴지는 마음의 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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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한 진심

    하고 싶은 일을 오래 하기를 바라는 정신이 곧 창의력이 된다는 것을 조기석을 통해 목격한다. 그는 경계 없이 다양하게, 비주얼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루는 스물다섯의 비주얼 메이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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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니커즈를 수집하는 이들에게 물었다. 매력이 무엇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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