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르 브라쉬의 터줏대감 오데마 피게는 올해로 설립 150주년을 맞았다. 현재까지 이어온 독립적인 가족 경영은 브랜드가 성장하는 중요한 원동력이기도. 역사와 함께 자란 브랜드의 상징적인 요소를 하나씩 소개하기엔 역시 150년만큼 방대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제랄드 젠타 스포츠 워치의 시작, 8각형 베젤, 오픈워크를 통해 드러나는 완벽에 가까운 마감, 브랜드 고유의 핑크 골드까지. 모든 설명을 이 시계 하나로 대신한다.
브랜드 창립 180주년 내공에서 드러나는 독일 글라슈테 시계의 자존심. 랑에 운트 죄네의 이야기다. 이토록 고고한 기품이 느껴지는 크로노그래프 워치를 만들 수 있는 건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완벽한 레이아웃을 고민하는 브랜드의 집념 덕분. 시·분, 크로노그래프 그리고 12시 방향의 아웃사이즈 데이트와 6시 방향의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의 존재를 보면 이해가 될 터다. 케이스백은 또 어떻고. 루비, 골드 샤통, 블루 스크루로 꽃피운 디테일, 손수 조각한 밸런스 콕은 바라만 보고 있어도 황홀하다.
어쩌면 브레게는 고급 시계의 요건을 정립한 브랜드일지도 모른다. 장식 기법인 엔진 터닝, 그중에서도 기요셰의 시작, 창립자 아브라함-루이 브레게가 특허 낸 투르비용, 바늘 끝을 동그랗게 컷아웃한 푸른색 브레게 핸즈, 진품 구별을 위한 비밀 서명과 고유 번호, 케이스 측면에 촘촘하게 홈을 새긴 플루티드 케이스 밴드, 케이스와 러그를 용접하는 전통 방식의 웰디드 러그까지. 250년 역사를 지닌 브랜드의 유산은 이토록 탄탄하다. 투르비용을 제외한 모든 요소는 사진 속 시계에서 차분히 확인할 수 있다.
1735년, 그러니까 올해로 290주년을 맞은 블랑팡은 스위스 발레드주 빌레레 마을에서 시작한, 공식 설립일 기준 가장 오래된 시계 브랜드로 통한다. 역사적 모델 중에서 브랜드의 근간인 지명을 당당하게 부여한 모델이라니 이에 대한 신뢰는 말하지 않아도 알 테다. 그중에서도 시·분·초를 비롯해 월과 요일, 날짜와 문페이즈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컴플리트 캘린더는 브랜드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아이콘이 됐다. 10년 뒤인 300주년은 얼마나 더 근사할지.
브랜드의 모든 컬렉션이 하나하나 대상감인 롤렉스. 무엇 하나 서운한 모델이 없다만, ‘시계는 롤렉스를 부정하는 것으로 시작해 인정하는 것으로 끝난다’는 마니아들의 명언은 서브마리너를 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올해로 창립 120주년을 맞은 롤렉스의 역사 속에서, 세계 최초의 방수 손목시계를 만든 브랜드 기술력에 힘을 실어줄 모델이기도 하니까. 탄생부터 현재까지 기술적 진화만 거듭할 뿐, 눈에 익은 한결같은 디자인은 시간 여행을 하고 미래에 건네도 이질감이 없을 모습이다.
세계 최초의 파일럿 워치를 탄생시킨 160년 역사의 브랜드. 그럼에도 크로노그래프 모델을 꼽은 건 이유가 있다. 제니스가 없었다면 크로노그래프의 역사는 분명 바뀌었을 테니까. 1969년 세계 최초의 고진동 셀프와인딩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엘 프리메로가 공개되며 시계업계의 판도는 달라졌고, 그 안에서 제니스는 별처럼 빛났다. 오늘날에는 엘 프리메로 3600이라는 이름으로 5Hz로 진동하며 여전히 숨 가쁘게 질주하고 있다. 사진 속 시계는 이를 심장으로 삼은 가장 동시대적인 제니스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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