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날에 <SBS 연예대상> 시상자로 나서서 화제였죠. 상을 받는 것만큼, 시상하는 것도 특별했을 텐데요.
살면서 상 받을 일도 별로 없지만, 줄 일은 더 없잖아요. 어릴 때부터 연말마다 챙겨 보던 시상식에 제가 나간다고 생각하니 너무 설레고 긴장됐어요. 분위기도 촬영 현장과는 많이 달랐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바쁘게 움직이고, 화려한 모습이 실시간으로 전국에 송출되잖아요. 그 한가운데 있는 것만으로 무척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최근작인 드라마 <정년이>는 배우들의 이야기였죠. 촬영 전에는 지리산에서 판소리 연습을 했다고 들었어요.
출연 배우들이 다 함께 지리산에서 소리꾼 선생님들께 레슨을 받았어요. 저는 신유진 선생님이 전담으로 가르쳐주셨는데요. 모든 배우들이 ‘사랑가’ ‘사철가’ ‘광대가’는 공통으로 연습했는데, 산에서 내려올 때는 다른 배우들이 부르는 노래까지 외울 정도로 열심히 연습했던 기억이 나네요.
배우를 꿈꾸던 시기가 있었으니, 연기할 때의 감정도 남달랐을 것 같아요.
제가 <정년이>에서 맡은 ‘주란’은 원래 큰 배역을 꿈꾸지 않던 친구거든요. 그러다 친구 정년이(김태리)를 보고 용기를 얻어서 도전하게 돼요. 말씀하셨듯 저도 처음 배우를 꿈꾸기 시작한 때가 있었던 만큼 모든 장면을 몰입해서 찍었어요.
그 시기가 언제였나요?
제가 오디션을 정말 많이 봤거든요. 떨어진 오디션만 50번은 넘을 거예요. 그러다 처음 배역을 맡고 저한테도 필모그래피가 쌓이기 시작한 시기였죠. 그전까지는 출연 자체가 목적이었으니까요. 데뷔 후에야 ‘나도 더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내가 잘 연기할 수 있는 배역을 맡고 싶다’는 꿈을 처음 꾸게 됐어요.
뜬금없는 이야기인데, 평소 애니메이션 좋아하신다고.
사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기보다, <네모바지 스폰지밥>을 좋아해요.
<네모바지 스폰지밥>에도 주인공이 많잖아요. ‘최애 캐릭터’가 궁금한데요.
다람이랑 핑핑이요. 다람이는 우주복 입은 다람쥐, 핑핑이는 스폰지밥이 기르는 달팽이예요. 다람이는 야무진 모습 때문에 어릴 때부터 제 롤 모델이었어요. 핑핑이는 애완 달팽이지만 정말 똑똑해요. 스폰지밥이 엉뚱한 짓을 할 때마다 궂은일까지 대신 처리해주는데, 그 모습이 무척 듬직하더라고요. 핑핑이를 너무 좋아해서 달팽이도 키웠어요.
성우를 도전해도 잘할 것 같은데, 혹시 욕심나는 캐릭터가 있다면요?
혹시 <개구리 중사 케로로> 보셨어요? 거기에 ‘앙골 모아’라는 친구가 있어요. 나이가 2000살이나 되는데, 겉으로는 4차원 소녀거든요. 사자성어로 말하는 버릇이 그 친구의 매력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앙골 모아를 많이 따라 했어요. 앙골 모아 성우를 맡으면 무척 뜻깊지 않을까요.(웃음)
<정년이> 촬영 전에는 만화방에도 다녀왔다고 들었어요.
오디션 날짜가 정해지고 가장 먼저 만화방부터 갔어요. 미리 전화를 돌려서 ‘<정년이> 있어요?’ 물어보고, 만화책이 있는 곳으로 찾아갔죠. 웹툰은 단행본과 내용이 다르다고 해서, 따로 한 번 더 정주행했어요.
원작 속 ‘홍주란’과 드라마 각본 속 ‘홍주란’ 사이에 차이점이 있던가요?
저는 아예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손짓이나 외적인 부분은 참고했지만, 원작과 드라마 안에서 정년이가 걷는 길은 아예 다르거든요. 물론 원작은 열심히 봤지만 그 모습을 떠올리면서 연기하려고 하진 않았죠. 제가 대본에서 느낀 주란이는 그보다 생기 있고, 꿈에 대한 열망이 큰 친구거든요. 후반부로 가면서 조금은 무겁고 힘든 길을 걷게 되고요. 주란이가 겪는 정서의 변화를 최대한 잘 전달하려고 노력했어요.
“배우는 모든 작업이 도전이더라고요. 꾸준히 도전하다 보면 제게도 깊이와 무게가 생기겠죠?
그 변화를 기대하면서 한발 한발 열심히 현장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정년이>에서 남들이 좋아하는 주란의 장면과, 자신이 좋아하는 장면이 다를 수도 있겠다 싶어요. 특별히 한 장면을 꼽는다면 어떤 장면일까요?
주란이가 거리 공연을 끝내고 온 정년이와 화해하는 장면이 있어요. 전에 크게 다퉜거든요. 그 장면을 떠올리면 참 애틋해요. 어색한 공기가 맴돌지만, 사실 둘은 서로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알거든요. 다들 그런 경험이 한 번씩 있잖아요. 그래서인지 유독 기억에 남는 장면이에요.
<정년이> 촬영이 끝나고 카페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들었어요. 데뷔 후에 다른 일을 한 적도 있나요?
데뷔 후로는 이번이 첫 아르바이트였어요. 촬영 스케줄이 규칙적이지 않다 보니까, 다른 일을 구하긴 힘들었거든요. 사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싶어서 아르바이트를 지원한 거였어요. <정년이> 촬영이 끝나고 나니까, 하염없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아침 오픈 타임으로 지원했어요. 아침 7시부터 오후 1시까지. 너무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라테 아트 할 줄 아세요?
이제 하트는 만들 수 있어요. 아쉽게도 나뭇잎까지는 못 배웠습니다.
또 배우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포토그래퍼요. 휴대폰 사진을 잘 찍는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요. 기자님도 잘 아시겠지만, 사진 한 장으로 어떤 세계를 구현한다는 게 매력적이잖아요. 오늘도 촬영장에서 포토그래퍼 실장님이 낯선 제 모습을 찍어주시는 걸 보니까 더 호기심이 생겼어요.
만일 포토그래퍼가 된다면, 누구를 가장 먼저 찍고 싶어요?
저희 매니저님! 항상 같이 다니는 스태프분들 사진을 찍어드리고 싶어요. 물론 원하지 않으실 수도 있지만요.(웃음) 저희 집에서 부모님 사진도 꼭 한번 찍어드리고 싶어요.
올해 9월 공개 예정인 <키스는 괜히 해서!> 소개도 간단히 부탁드려요.
3월부터 촬영이 시작되는데요. 우선 대본을 재미있게 읽어서 기대가 큰 작품입니다. 모든 역할이 하나같이 사랑스러워요. 저는 재벌가 막내딸 ‘유하영’ 역을 맡았는데, 하염없이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친구예요. 기존에 제가 맡은 역할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 나름대로 대변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유쾌한 에너지로 가득한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캐릭터를 준비할 때는 어떤 노력을 하나요?
저는 어떤 인물을 새롭게 입을 때, 그 안에 항상 제가 있기를 바라요. 새로운 사람을 만들어내는 작업이지만, 결국 제 얼굴과 목소리로 표현하게 되잖아요. 나를 완전히 지우기보다 제가 지닌 모습을 반영하려고 노력해요. 그래야 저도 연기할 때 더 편하고 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답변을 들으니 배우로서의 목표가 더 궁금해지네요.
늘 궁금하고, 보고 싶어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도전을 가까이 해야겠죠. 사실 제가 뭐든 쉽게 도전하는 성격은 아닌데, 배우는 모든 작업이 도전이더라고요. 꾸준히 도전하다 보면 제게도 깊이와 무게가 생기겠죠? 그 변화를 기대하면서 한발 한발 열심히 현장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켜봐주세요!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