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 촬영날 아침은 기분이 조금 남다를 것 같기도 해요. 촬영장 오는 길에는 어떤 노래 들었어요?
오늘처럼 촬영이 있는 날에는 그날그날 콘셉트에 맞춰서 음악으로 기분을 조율하는 편이에요. 오늘은 아이브 신곡 ‘REBEL HEART’ 들으면서 왔어요. 이번 화보도 ‘REBEL HEART’를 들으면서 보시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최근 출연한 <나 혼자 산다>에서 반찬 실력이 화제였죠. 새롭게 빠져 있는 메뉴가 있나요?
요즘 한창 드라마 촬영 중이라 최대한 건강식으로 챙겨 먹으려고 해요. 마침 집에 쌈 채소가 많이 남아 있길래, 어떻게 먹어볼까 고민하다 쌈밥이 생각나더라고요. 마트에서 우렁을 사와서 집 된장으로 버무려 우렁쌈장을 만들었거든요. 두부랑 채소 곁들여 먹으면 진짜 맛있어요. 한번 해보세요.
집에서 혼자 우렁쌈밥 해 먹는 20대는 처음 봤습니다. 요리는 어디서 배웠어요?
엄마가 워낙 요리를 잘하세요. 어깨너머로 많이 배웠죠. 평소에 요리 영상 찾아보는 것도 좋아해요. 처음 요리할 때는 레시피만 곧이곧대로 따라 했는데, 자주 하다 보니까 나름대로 감이 생기더라고요. 요즘은 그때그때 집에 있는 재료를 사용해 즉흥적으로 음식 만드는 게 재미있어요. 마음대로 재료를 추가하면서 제 입맛 따라 요리하는 것도 즐겁고요.
가장 자신 있는 필살기도 하나쯤 있을 것 같아요.
우렁강된장.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맛있어요. 된장만 넣으면 짜잖아요. 간을 맞추려고 두부를 으깨서 넣었는데 확실히 더 낫더라고요. 고소한 맛도 더하고 싶어서 집에 있던 들깻가루도 넣었어요.
집에 들깻가루도 있어요?
그럼요. 웬만한 식재료는 다 준비되어 있습니다.
이 정도면 ‘집밥 조선생’이네요.
실제로 친구들 초대해서 자주 밥해줘요. 본가가 멀어서 집밥 못 챙겨 먹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시간 날 때마다 초대해서 밥해주는데 고맙게도 다들 맛있게 먹어주더라고요.
점점 셰프 인터뷰가 되는 것 같지만, 하나만 더 여쭤볼게요. 앞으로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메뉴가 있다면?
아직 겨울이잖아요. 겨울에는 칼국수, 수제비만 한 게 또 없죠. 아직 집에서 반죽을 해본 적은 없거든요. 조만간 손칼국수나 손수제비 한 번 해보려고요.
지난해 출연한 드라마 <감사합니다>에서 연기 실력으로 호평을 받았죠. 건설회사 감사팀 직원 역할을 맡았고요. 회사원으로 살아보는 경험은 어땠어요?
저는 회사원으로 일해본 적은 없거든요. 그런 점에서 모든 게 새로웠어요. 세트장이 진짜 사무실처럼 꾸려져서 촬영장에 갈 때마다 회사 출근하는 기분이었어요. 평범한 회사원이 아닌 감사직원이었거든요. 조금은 낯선 직무라서 더 재미있었어요. 촬영 전에는 서점에도 가서 여러 책을 펼쳐 보며 감사실 직원은 어떤 일을 하는지, 감사 업무에서는 어떤 점이 중요한지 공부했어요. 전혀 몰랐던 일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큰 작품이었습니다.
만일 배우가 아니었다면 어떤 직업을 꿈꿨을까요?
저는 승무원도 해보고 싶었어요. 고된 일이지만, 승무원만 할 수 있는 경험이 있잖아요. 다양한 나라를 다니면서 낯선 사람과 외국어로 소통하는 일을 해보면 어떨까 늘 궁금했어요.
배우는 역할에 따라서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하잖아요. 승무원도 경험해볼 수 있고요. 그런 점에서 맡고 싶은 역할도 있을 것 같아요.
익숙한 역할보다 새로운 역할이 많으니 뭐든 도전해보고 싶어요. 배우는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역할들이 있잖아요. 욕심이 있다면 지금은 20대 중반의 나이에만 맡을 수 있는 역할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그 장르가 로맨스일 수도, 학원물일 수도 있고요. 그러려면 일상도 충실하게 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 액션도 꼭 도전해보고 싶어요.
“배우는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역할들이 있잖아요.
욕심이 있다면 지금은 20대 중반의 나이에만 맡을 수 있는 역할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액션물도 직업 종류가 다양하죠.
저는 킬러. 킬러를 직업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웃음) 제가 지금까지 맡은 역할들은 대부분 전문직이거든요. 전문직은 아니지만 킬러나 스파이처럼 흔치 않은 역할도 맡아보고 싶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실용음악을 전공했고, 대학생 때는 연기를 전공했다고 들었어요. 어떤 계기가 있었을지 궁금했어요.
가수는 다섯 살 때부터 꿈꿨어요. 어렸을 때 TV 앞에서 투애니원, 빅뱅 선배님들 노래를 따라 부르고 춤도 췄대요. 그걸 보시고 부모님께서 춤 학원에 보내주셨거든요. 지금도 기억나는 게, 저희 동네에 문화센터가 있거든요. 거기서 처음 춤을 배웠어요.
문화센터 출신이시군요.
맞아요.(웃음) 배우의 꿈은 자연스럽게 꾸게 됐어요. 고등학생 때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처음 연기를 접했는데요. 어렸을 때부터 ‘내 꿈은 무조건 가수’라고 확고했는데, 연기도 너무 재미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렇게 서울예대에서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고, 동기들이랑 여러 공연을 준비하면서 진지하게 배우의 꿈도 키웠어요.
아직 배우 조아람의 연기를 보지 못한 분들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은 장면을 하나만 고른다면요?
지금 당장 떠오르는 건 제 데뷔작 <살인자의 쇼핑목록>에 등장하는 장면인데요. 제가 맡았던 ‘알바’가 무거운 귤 박스를 무심하게 툭 놓으면서 옮기는 장면이에요. 제가 배우로서 처음 촬영한 장면이자, 처음 등장하는 장면이거든요. 제게는 배우로서 첫 포문을 열어준 장면이라 특별해요. 그만큼 설레고 떨리는 마음으로 준비한 장면입니다.
“촬영을 다녀오면 늘 다이어리에 쓸 이야기가 잔뜩 쌓이거든요. 감독님도 스태프분들도 하나같이 따뜻하시고.
작품에는 담지 못할 순간들을 꼼꼼히 기록해두고 싶어요.”
‘다이어리 꾸미기’ 마니아로도 유명하죠. 다이어리 꾸미는 것을 보니 잡지 한 권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랑 똑같더라고요. 만일 본인 다이어리로 잡지를 만든다면 어떤 제목이 어울릴까요?
생각하니까 부끄러운데요.(웃음) ‘한 페이지의 에세이’ 어떨까요?
어떤 의미일까요?
평소에 독서를 자주 하는데, 그중에서도 짤막한 에세이를 묶은 책들을 좋아해요. 주로 스케줄 틈틈이 책을 읽다 보니 언제든지 꺼내서 짧은 호흡에 읽을 수 있는 책을 많이 보거든요. 에세이는 사실 일기잖아요. 제게 다이어리는 일기장이거든요.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그때그때 사진과 글로 남겨요. 그렇게 완성한 다이어리를 무심코 펼쳐 보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괜히 초심도 돌아보게 되고. 그런 점에서 제목에 ‘에세이’가 들어갔으면 했어요.
최근 읽은 책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책 한 권만 소개해주세요.
장기하 선배님 산문집을 정말 재밌게 읽었거든요. 제목은 <상관없는 거 아닌가?>. 여행 가면 꼭 책방에 들러요. 거기서 산 책을 여행 내내 읽는데, 작년 혼자 제주도 여행 갔을 때 이 책을 읽었어요. 제주도 바닷가 앞에서, 혼자 들른 식당에서, 다시 서울로 돌아와서도 몇 번을 읽은 책인데 볼 때마다 마음이 편해져요. 지인들에게도 여러 권 선물했어요. 추천드립니다.
2025년 다이어리에 꼭 더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지금 드라마 촬영이 한창인데요. 촬영장에서의 모습을 많이 남겨두고 싶어요. 이제 막 촬영을 시작했거든요. 촬영을 다녀오면 늘 다이어리에 쓸 이야기가 잔뜩 쌓이거든요. 감독님도 스태프분들도 하나같이 따뜻하시고. 작품에는 담지 못할 순간들을 꼼꼼히 기록해두고 싶어요.
배우지만 늘 카메라도 들고 다니겠어요.
맞아요. 늘 가방에 즉석카메라, 필름 카메라 들고 다닙니다.
‘조아람’은 본명이 아닌 예명이더라고요. 어떤 뜻으로 지은 이름일지도 궁금했어요.
한글 이름이 아닌 한자인데요. 예쁠 아( ), 예쁠 남( )을 모아서 지은 이름이에요.
인간 조혜연과 배우 조아람은 어떤 점이 다른가요?
조아람으로 살 때가 더 철저한 것 같아요. 조혜연은 즉흥적으로 살거든요. 그때그때 생각나고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움직여요. 꼭 제가 요리할 때처럼요. 조아람은 배우로서 일할 때 쓰는 이름이니까, 뭐든지 철저하게 살피고 계획하면서 행동하게 돼요.
비슷한 점이 있다면요?
둘 다 낯을 가리는 편이죠. 하지만 가까워지고 마음을 열면 하염없이 웃고 장난치는 부분이 닮았다고 생각해요.
모든 직업이 그렇듯 배우도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잖아요. 충전이 필요할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요?
<나 혼자 산다>에 나온 모습 그대로예요. 대부분 집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충전해요. 요리도 하고, 책도 읽고, 청소도 하고. 사실 저는 집에 있을 때 가장 바쁜 것 같아요.
집순이네요.
완전 집순이죠. 마트도 최대한 살 거리를 적어뒀다가 하루에 몰아서 다녀와요. 집에 있으면 왜 이렇게 할 일이 많은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주변 친구들이 집에 있는데 왜 연락이 안 되냐고 잔소리해요.
버킷 리스트가 전 세계 수족관에 가는 거라고 들었어요.올해 꼭 가보고 싶은 수족관이 있다면요?
두바이에 있는 ‘두바이 아쿠아리움’. 전 세계에서 제일 큰 수족관이래요.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예요.
어쩌다 수족관 가는 게 버킷 리스트가 됐어요?
어렸을 때부터 아빠랑 TV를 많이 봤어요. 아빠가 <동물의 왕국>이나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를 좋아하시거든요. 그걸 옆에서 시청하면서 자연스럽게 동물, 식물 보는 걸 좋아하게 됐어요. 지금 저 혼자 사는 집에 어항을 둔 것도 ‘물멍’을 너무 좋아해서거든요. 고요하게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다들 ‘인생 드라마’ 하나씩 있잖아요. 조아람의 인생 드라마를 골라보자면?
김혜자, 한지민 선배님의 <눈이 부시게>. 제 인생 드라마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뒤늦게 한 번에 몰아서 봤는데요. 때마침 어버이날에 첫 정주행을 시작했어요. 새삼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도 느꼈지만, 보는 내내 위안을 받은 작품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이남규 작가님을 무척 좋아하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극본을 쓰셨는데, 이 작품도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잔잔하게 마음을 다독여주는 작품들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제 20대 중반이 됐어요. 나이 앞자리가 바뀔 때쯤에는 어떤 모습이었으면 하나요?
조금 더 여유로워지면 좋겠어요. 아직은 모든 일에서 처음인 순간들이 많다 보니 늘 긴장하고 걱정도 많거든요. 서른이 됐을 때는 그간 쌓인 경험만큼, 제 일을 좀 더 즐기면서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배우로서 표현할 수 있는 감정도 훨씬 다양해질 테고요. 그런 점에서 한 살 한 살 나이 먹는 게 기대되기도 해요.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도 궁금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눈이 부시게>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보면서 제가 위안을 느꼈잖아요. 다른 누군가에게 그런 위안을 전하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 작품 속 선배님들의 연기가 마음에 와닿은 건, 저마다 겪어온 삶의 내공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런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배우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일상을 충실히 잘 살아내야 할 거고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오늘 저녁 메뉴는?
음 수제비? 일반 수제비도 좋은데요. 오늘은 들깨 수제비로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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