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마음가짐이 많이 바뀌었죠.
요샌 설레서 촬영장에 빨리 가고 싶고, 빨리 연기하고 싶어요.
물론 떨리는 건 마찬가지지만 긍정적인 긴장으로 바뀌었죠.”
작년을 돌아보면 목표한 바를 잘 이룬 한 해였나요?
그렇다고 볼 수 있겠네요. 전 매해 그냥 열심히 최대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자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작년에는 특히 다양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죠. 그래서 만족하냐고 하면 또 거기에 머무르게 되니까 늘 만족하진 않죠. 전 항상 부족함을 찾아내려는 성격이어서 만족하진 않아요.
한 해가 시작됐으니 시작을 돌아볼까요. 데뷔 때와 비교하면 많이 달라졌겠죠?
긴 시간이 지나진 않았지만 그때의 저를 생각하면, 이젠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요.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찍을 때였어요. 드라마 작업은 한 장면도 컷을 많이 찍잖아요. 데뷔작이라 컷 하나 찍고 다 끝난 줄 알고 화장실에 갔더니 사람들이 절 막 찾았어요. 큰일 난 줄 알아서 걱정한 기억이 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귀엽죠. 그땐 항상 걱정하고 불안해하면서 촬영했어요. 이젠 마음가짐이 많이 바뀌었죠. 요샌 설레서 촬영장에 빨리 가고 싶고, 빨리 연기하고 싶어요. 물론 떨리는 건 마찬가지지만 긍정적인 긴장으로 바뀌었죠.
어떤 작품을 겪고 나서 그런 마음으로 바뀌었나요?
저도 모르게 그냥 바뀐 것 같아요. 어느 순간 돌아보니까 제가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안 하더라고요. 어느 한 포인트가 아닌, 자연스럽게 좋은 방향으로 바뀌게 됐어요. 연기할 때 덜 긴장하니 다른 배우분들과 소통하면서 리액션도 자연스럽게 나오게 됐죠.
큰 변화네요. 그러면서 배우로서 계속 활동해도 되겠다는 자신감도 붙었겠죠?
전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재미가 있었어요. 학생 때는 낯을 많이 가리는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처음 연기를 배울 때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 자체가 재밌었죠. 평소 내보지 않을 소리를 내고, 하지 않을 몸짓을 하는 재미가 있었어요. 데뷔하고 나선 점점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나 표현할 수 있는 연기 부분이 다양해지니 재미도 점점 더 커졌죠.
경험이 쌓이면서 재미도 더 커진 선순환이네요.
처음에는 저와 다른 성격을 표현하는 것에만 재미를 느꼈다면, 요샌 현장에서 다른 배우분들이랑 맞추고, 감독님이나 촬영 스태프분들과 소통하며 작업하는 것에도 재미를 느껴요. 점점 재미가 커지니 문득, 과연 몇 년 뒤에는 어떤 재미가 나타날까 하는 기대감이 들기도 해서 더 열심히 연기하려고 하죠.
배우 배현성 하면 순수하고 착한 청년 느낌이 있어요. 실제로 그런 역할도 많이 맡았고요.
그런 역할을 계속 맡으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어쨌든 한 작품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드려서 좋게 봐주신 다른 감독님들이 찾아주셨다고 생각해요. 크게 보면 순수하고 착한 캐릭터인데, 또 캐릭터마다 다른 부분도 엄청 많거든요. 톤도 몸짓도 다 달라요.
순수하고 착한 청년 이미지, 마음에 드나요?
전 좋아요. 어쨌든 보시는 분들이 얘는 이런 강점이 있다고 느끼신 거니까요.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다양한 매력 중에 커다란 하나가 될 수 있죠.
<조립식 가족>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여전히 순하고 착한 느낌인데 전보다 영역을 대폭 확장해서 보여줬어요.
제가 연기한 강해준이란 캐릭터도 큰 틀로 보면 착한 사람이에요. 하지만 내면에는 큰 아픔이 있고, 그 아픔을 안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친구죠. 아픔을 숨기고 항상 해맑게 웃어서 안쓰러웠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슬픔을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활짝 웃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려고 했죠. 그동안 이렇게 활짝 웃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어요.
<조립식 가족>을 2024년 최고의 드라마로 꼽는 사람이 있어요. OTT를 통해 선보여 외국에서도 반응이 좋았고요. 본인에게도 특별한 드라마로 다가왔나요?
연기하면서 인엽이 형이랑 채연 누나랑 셋이 진짜 가족처럼 지내면서 편하고 재밌게 촬영했어요. 그리고 최원영 선배님이랑 최무성 선배님이 진짜 아빠, 엄마처럼 저희를 감싸주면서 저희 연기하는 모습도 많이 지켜보고 응원해주셨죠. 저에겐 모든 작품이 특별하고 감사해서 이번이 더 특별하다고 하긴 그렇지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는 점에서 특별하다면 특별해요.
<조립식 가족>을 보니 의외로 몸이 좋더라고요. 그렇게 좋은 줄 몰랐어요.
데뷔 전부터 꾸준히 운동해왔어요. 어릴 때부터 마른 몸이 콤플렉스여서 열심히 했죠. 몸을 보여주는 장면을 찍을 때 더 노력하긴 했지만, 성실히 해온 모습이 좋게 보여서 뿌듯했죠. 운동은 웨이트 위주로 해요.
순한 얼굴에 단단한 몸. 반전 매력을 보여주는 지점이죠.
액션이 들어간 작품을 하면 더 잘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몸 쓰는 걸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경성 크리처 2> 때 액션을 재밌게 촬영하기도 했고요. 깔끔한 수트 입은 전문직 역할을 맡아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네요.
수트 입고 액션을 펼치는 작품을 찍어야겠네요.
그거 좋네요.(웃음) 재난 영화도 해보고 싶어요. 열심히 구르고 고생하겠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서 얻는 저만의 보상도 크지 않을까 싶어요.
그동안 여러 작품을 경험하면서 무엇이 쌓였다고 생각하나요?
연기 경험도 쌓였지만 선배님, 동료 배우, 감독님, 작가님 등등 많은 분과 좋은 관계를 쌓아가고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해요. 제가 참여한 작품을 보면 스스로 놀랄 때가 있어요. 어릴 때 TV에서 보던 분들과 같이 연기하다니, 운이 굉장히 좋았죠. 그동안 좋은 사람들이 많이 생겼어요.
작품을 돌아보니 쟁쟁한 분들이 워낙 많네요.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선배 배우를 떠올려본다면 누굴까요?
너무 많아서 . 한 분을 꼽자면 아무래도 가장 최근에 함께한 최원영 선배님이 기억에 남아요. 선배님과 함께 연기하는 감정 신이 굉장히 많았어요.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거의 매회 우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때 선배님이 감정 조절해서 연기하는 부분에 대해 많이 조언해주셨죠. 계속 울기보다 어떤 장면에선 울음을 삼키면서 보여준다든가 하는 식으로.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먼 미래에 저도 후배와 같이 연기할 때 많이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배우로서 어떤 부분을 채우고 싶나요?
아무래도 제가 지금까지 보여드린 모습과 반대인 캐릭터를 맡았을 때 부족한 모습을 줄이고 싶어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기에 작품을 열심히 준비했지만 모니터링하면서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다음에 그런 캐릭터를 맡으면 어색한 점을 보완하고 잘 깎아내 더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해야죠. 스펙트럼을 넓히는 게 지금 저한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배우로 나아가고 싶나요?
전 외모 관련한 칭찬보다 연기 칭찬이 정말 좋더라고요. <조립식 가족>을 보신 시청자분들이 연기가 늘었다고 칭찬해주셔서 너무 기분이 좋았죠. 이런 칭찬들이 더 커져서 나중에는 제가 출연한 작품이라면 봐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기대하게 하는 배우가 지금의 꿈이고 목표죠.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라고 할까요.
올해 배우로서 말고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여행을 거의 안 가는 편이에요. 친구들과 시간 맞추기 힘들어서 잘 안 가는데, 올해는 국내든 해외든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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