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생 이후 세대는 SM,
나아가 지금의 K-팝 시장이 존재하기 이전의 세상을 경험한 적이 없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K-팝’의 탄생과 발전에 중추 역할을 해온 연예기획사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창립 30주년을 맞이해 ‘THE CULTURE, THE FUTURE’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내걸고 대대적인 프로젝트들을 선보이고 있다. 창립 30주년 기념 브랜드 필름과 컴필레이션 앨범, K-팝과 클래식이 결합된 오케스트라 라이브 공연, 5년 만의 새로운 걸 그룹 등 다채로운 프로젝트를 연이어 발표했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SM 아티스트들이 총출동하는 <SMTOWN LIVE 2025> 콘서트였다. 30년의 역사를 기념하는 축제인 만큼 산하 레이블을 포함한 SM 소속 아티스트들은 물론, 지금 SM이 있기까지 큰 역할을 한 1세대 아티스트와 SM의 미래를 책임질 연습생까지 총 98명의 아티스트들이 출연했고, 무려 6시간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59곡을 선보이며 SM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집대성하는 무대를 펼쳤다. 1월 11, 1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5월부터 멕시코시티와 LA, 런던, 도쿄에서도 공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유년 시절부터 SM 음악을 듣고 자라며 SM의 성장과 K-팝 시장의 확대를 눈으로 지켜봐온 한 사람으로서 <SMTOWN LIVE 2025>는 특별하게 다가왔다.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는 SM의 음악과 직간접으로 얽히며 살아왔고, 이제는 그것이 국경을 뛰어넘어 하나의 문화로 공고히 자리 잡았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SM은 한 발짝 더 나아가려 한다. ‘핑크 블러드’로 가득했던 이날의 공연은 SM이 말하는 ‘THE CULTURE, THE FUTURE’가 결코 공허한 외침이 아님을 증명했다.
우리의 SM
SM은 30주년을 기념하는 올해 ‘컬처’라는 키워드를 당당하게 내세웠다.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사전적으로 문화는 ‘인간이 만들어낸 생활 방식, 믿음, 행동 양식 그리고 창작물의 집합체’를 뜻한다. 이는 단순히 예술과 문학뿐 아니라 언어, 관습, 가치관, 기술, 제도 그리고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 전반을 포함한다. 그렇기에 문화라는 것은 결코 단시간에 형성될 수 없고, 그것을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 또한 쉽지 않다. 하지만 SM은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한 K-팝 문화가 탄생할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고, 또 그 안에서 독보적인 SM만의 문화를 만들어왔다.
1990년대 SM을 창립한 이수만은 당시 국내외 음악업계와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요소를 적절하게 받아들이고 조합함으로써 처음으로 K-팝 아이돌의 원형을 만들었다. 연습생 트레이닝 시스템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를 조합한 음악 스타일, 적극적인 해외 진출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활동 방식, 새로운 구조의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및 마케팅 방식과 현 팬덤 문화의 기본이 되는 공식 팬클럽 도입, 글로벌한 작곡가 풀을 활용한 제작 방식 등 이제는 표준이 된 K-팝 산업과 문화의 많은 부분이 SM에서 처음 시작했거나 SM의 사례를 통해 만들어졌다.
SM이 ‘대 K-팝 시대’를 열어젖혔음은 분명하지만, 당연히 이 문화를 홀로 이끌어온 것은 아니다. K-팝은 문화 특성이라고 일컬어지는 ‘축적성’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서 지식과 기술이 축적되어갔고, ‘공유성’에 따라 K-팝 업계와 팬들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언어, 신념, 관습이 생겨났다. 그리고 ‘변동성’에 따라 외부 영향이나 내부 혁신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변화를 거듭했다. SM은 K-팝 문화의 초석을 세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축적과 공유, 변동 과정 속에서 지속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끼쳐왔다. K-팝 역사를 이야기할 때 SM을 빼놓을 수 없다는 표현은 결코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다시 시선을 문화의 한 축인 우리에게 돌려보자. 먼저 내 이야기부터 시작하자면, 기억 속 SM과의 첫 만남은 아직 ‘SM 기획’이던 시절 현진영이 발표한 ‘너는 왜?(현진영 Go 진영 Go)’다. 그 뒤로는 S.E.S.의 책받침을 모았고, H.O.T.의 노래로 장기자랑에 섰다. 보아의 일본 진출 덕분에 J-팝을 접했고, 훈련소에서 소녀시대의 ‘Gee’를 처음 들었다. 대학 시절 사귀던 여자친구의 ‘최애’는 샤이니의 민호였고, 레드벨벳의 ‘빨간 맛’을 들었던 여름에는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올해는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서 에스파의 수상 여부에 대한 논의도 하고 있다. SM 노래들은 인생의 어느 순간에나 내 곁에 있었다.
주변에서 고농도의 핑크 블러드를 찾는 것 또한 어렵지 않다. 얼마 전 결혼한 30대 중반의 오랜 친구는 ‘클럽 H.O.T.’ 활동으로 청춘을 보냈고, 이제 20대 후반이 된 한 친구는 언젠가 샤이니의 앨범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음악업계에 뛰어들어 실제 모 기획사에서 일하고 있다. 직장에서 만난 또 다른 20대 친구는 엑소를 거쳐 NCT 127, 라이즈로 SM 팬들 특유의 ‘내리사랑’을 실천 중이다. 어린 시절 소녀시대를 따라 하며 핑크 블러드가 되었다는 중국인 친구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깊어져 지금은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록 음악을 즐겨 듣던 음악 잡지 에디터 출신의 40대 일본인 친구는 NCT 일본 투어를 모두 따라 다니는 늦깎이 ‘시즈니’가 됐다. 이렇게 수많은 팬은 즐기고 응원하며 30년 동안 차곡차곡 문화의 성장을 함께 이끌어왔다.
“여러분은 어떤 시기에 우리의 음악을 듣게 되었을까요?
우리 음악은 지나간 유행가가 아닌, 우리가 꿈꿀 때, 용기 내고 싶을 때 늘 여러분 곁에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시간이 많이 흐른 뒤 우리 후배들의 음악, SM의 모든 음악이 여러분의 긴 인생 바다에서 흐르고 또 흐르길 바랍니다.”
- S.E.S. 바다
SM이라는 이름 아래
본 공연의 막을 연 SM의 창립 30주년 기념 브랜드 필름 ‘THE CULTURE’는 이러한 헤리티지에 대한 자부심과 그것을 함께 일구어낸 팬들에 대한 감사를 담고 있다. ‘Only One’의 아련한 인스트루멘탈과 함께 펼쳐지는 영상에는 우리의 모습이 있다. TV를 보며 춤을 따라 추던 우리, 노래방에서 1분을 남기고 마지막 곡을 예약하던 우리, 아이돌의 헤어스타일을 따라 해보던 우리, 팬 활동을 이해하지 못하던 부모님 세대와 갈등하던 우리. 그 우리는 국경을 넘고 세대를 넘어 퍼져나가 전 세계의 우리가 된다. 이 영상을 보는 동안 어느 한 장면에서 자기 과거를 겹쳐 보고 울컥하는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은 모두 SM이 만든 문화를 함께 향유한 핑크 블러드라고 할 수 있다.
공연은 30년간 SM이 쌓아 올린 문화의 자랑스러운 순간들을 소환한다. 젊은 세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사회 현상으로 일컬어지기도 했던 SM 최초의 아이돌 그룹 H.O.T.의 멤버 강타, 토니가 후배인 라이즈, NCT 멤버들과 대표곡 ‘Candy(캔디)’ ‘행복’을 부르는 장면은 오랜 세월을 함께한 핑크 블러드에게 진한 감동을 줬을 것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아이돌로서 모든 K-팝 걸 그룹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S.E.S.의 바다 또한 ‘꿈을 모아서(Just In Love)’에 이어 에스파 멤버들과 ‘Dreams Come True’ 오리지널 버전을 선보이는 등 특별한 무대를 펼쳤다. 본격적인 R&B 장르를 선보였던 또 다른 SM 1세대 그룹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환희는 라이즈 소희와 함께 ‘Sea of Love’를 부른 뒤 “SM은 영원하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 만 14세의 나이로 일본에 진출해 정상급 인기를 얻으면서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아시아의 별’이라고 불린 보아는 각각 한국과 일본에서 온 NCT 시온, 라이즈 쇼타로와 함께 ‘Only One’ 무대를 선보이며 아련한 여운을 남겼다. 마찬가지로 한일 양국에서 전대미문의 기록들을 세운 2세대 아이돌의 대표 주자 동방신기는 본 공연의 막을 연 ‘Rising Sun(순수)’부터 ‘주문-MIROTIC’까지 대표곡을 부르며 여전히 에너지 넘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슈퍼주니어 ‘쏘리 쏘리(Sorry, Sorry)’, 슈퍼주니어-M ‘至少還有爾(당신이기에)’, 엑소 ‘첫 눈’, 레드벨벳 ‘빨간 맛(Red Flavor)’ 등 각 그룹이 대표곡들을 선보였고, 4개의 NCT 그룹들이 전부 등장해 NCT 위시, NCT 드림, WayV, NCT 127 순으로 연달아 개성적인 무대를 보여주기도 했다. SM 특유의 파괴적이고 강렬한 사운드와 비주얼을 일컫는 ‘SMP’ 스타일을 이어받은 에스파의 무대 그리고 이와 상반되는 밝고 통통 튀는 라이즈의 무대도 있었다. 또한 소녀시대 효연과 NCT 양양, 에스파 지젤이 함께한 ‘DESSERT’, 샤이니 키와 NCT 제노가 함께한 ‘Villain’, 샤이니 민호와 에스파 닝닝이 함께한 ‘Because Of You’, 강타, NCT 재희, SM 재즈 트리오의 ‘북극성’ 그리고 총 7개 그룹 20명의 아티스트가 함께한 ‘Show Me Your Love’ 등 다채로운 합동 무대는 ‘SMTOWN LIVE’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조합과 그에 따른 감흥을 전했다.
SM의 역사를 압축한 듯한 공연 전반부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창립 30주년 기념 컴필레이션 앨범 <2025 SMTOWN : THE CULTURE, THE FUTURE>의 타이틀 곡 ‘Thank You’ 뮤직비디오였다. 이날 최초 공개된 뮤직비디오에는 그동안 SM에서 만든 수많은 뮤직비디오 클립을 삽입했다. 앞으로도 기적 같은 나날이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가사는 그동안 함께해준 팬들의 사랑에 대한 감사와 함께해온 시간의 소중함을 담고 있다.
핑크 블러드의 연대
“과거 유산은 미래의 결실을 가져오는 씨앗”이라는 말이 있다. 과거와 미래는 서로 대치되는 개념 같아 보이지만, 과거 유산을 토대로 새로운 미래를 펼쳐나가는 것만큼 훌륭한 문화의 계승 및 발전 방법은 없다는 의미다. 그리고 <SMTOWN LIVE 2025>는 그것을 무대에서 보여준다. 30년에 걸쳐 이룩한 ‘컬처’를 자랑스럽게 돌아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최종적으로 그 유산을 품은 ‘퓨처’를 쏘아올린 것이다. 지난 30년에 대한 감사를 노래한 ‘Thank You’의 뮤직비디오가 끝나자마자 바로 SM 연습생 25명으로 구성된 SMTR25의 창립 30주년 헌정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직속 선배들의 아카이브를 비장한 표정과 각 잡힌 퍼포먼스로 소화한 이들의 무대는 SM만이 보여줄 수 있는 명예로운 신고식이었다. SMTR25는 공연 초반부터 2, 3세대 SM 남자 아이돌의 계보를 잇는 샤이니의 ‘Lucifer’, 엑소의 ‘으르렁’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자신들이 계승할 유산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내리사랑을 준비 중인 핑크 블러드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그동안 다수의 컴필레이션 앨범과 기획사 식구들의 협업 그리고 단체 공연 등을 통해 단순한 소속사 이상의 패밀리십을 자랑해온 SM은 이번에도 선후배가 함께하는 다양한 스테이지로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후반부 공연을 통해 최초 공개한 30주년 기념 앨범 <2025 SMTOWN : THE CULTURE, THE FUTURE> 수록곡들은 SM 아티스트 간의 리메이크를 통해 축적된 레거시의 힘과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핑크 블러드의 연대를 보여준다. 중화권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NCT의 유닛 그룹 WayV가 샤이니의 ‘줄리엣(Juliette)’을 다시 불렀고, 일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또 다른 유닛 그룹 NCT 위시는 막내 보이 그룹의 단골 메뉴인 슈퍼주니어의 ‘Miracle’을 재탄생시켰다. NCT 드림은 엑소의 명곡 ‘Love Me Right’를 리메이크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NCT 127이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를 세련된 편곡으로 재해석한 무대였다. 현진영은 SM 엔터테인먼트의 전신인 SM 기획 시절의 소속 아티스트로, SM의 0세대라고 할 수 있는 1990년 기록까지도 SM 아카이브에서 놓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에스파가 f(x) 특유의 키치한 색깔을 지닌 ‘첫 사랑니(Rum Pum Pum Pum)’를 다시 불러 화제가 됐고, 라이즈가 부른 동방신기의 데뷔곡 ‘Hug(포옹)’는 선공개해 이미 뜨거운 반응을 얻은 바 있다. 레드벨벳은 소녀시대의 ‘Run Devil Run’을 더욱 치명적이고 강렬한 색깔로 재해석했고, 슈퍼주니어는 ‘I Pray 4 U’를 원곡의 시원한 감각 그대로 살려서 소화했다. 엑소가 강렬한 록 사운드를 강조한 ‘투지(鬪志, Git It Up!)’를 선보인 것도 특별했다.
반드시 선배의 노래를 후배가 리메이크한 경우만 있진 않았다. 모든 아티스트가 SM의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미래로 나아가는 동료이기 때문이다. 강타는 동시대에 활동한 S.E.S.의 명곡 ‘Just A Feeling’을 댄서블한 느낌 그대로 다시 불렀고, 보아는 샤이니 종현의 솔로곡 ‘하루의 끝(End of a day)’에 애절한 감정을 담아냈다. 동방신기는 후배 걸 그룹 레드벨벳의 ‘Psycho’를 베이스가 강조된 새로운 어레인지로 재탄생시켰다. SM이 펼쳐나가고자 하는 미래는 이처럼 30년이란 전통 위에 펼치는 다양한 창의적 시도라고 말하는 듯했다.
서브 레이블을 통해 여러 장르를 품은 SM의 방향성 또한 특별한 순간들을 만들어냈다. 2016년 SM이 국내 대형 기획사로는 유일하게 산하 레이블로 설립한 댄스 뮤직 전문 레이블 스크림 레코즈가 사전 공연에서 DJ 타임을 선보였고, 대형 기획사 중 유일하게 연주자를 위한 산하 레이블인 SM 클래식스 멤버들은 SM 재즈 트리오를 결성해 K-팝을 색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보여줬다. 지난해 설립된 컨템퍼러리 R&B 장르 전문 산하 레이블 크루셜라이즈의 첫 아티스트 민지운도 사전 공연 무대에 올랐다.
미래로 나아가며
2025년에도 SM의 다양한 시도와 도전은 이어진다. 이날은 데뷔를 앞둔 SM과 TV조선의 합작 트로트 아이돌 마이트로의 무대 그리고 SM과 영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문 앤 백이 함께 만든 보이 그룹 디어 앨리스의 무대도 펼쳐졌다. SMTR25와는 또 다른 방향으로 SM의 미래를 예고하는 시간이었다. 공연 마지막에는 새 걸 그룹 하츠투하츠의 데뷔 소식을 깜짝 공개했는데, 자랑스러운 유산을 선보일 뿐 아니라 바통을 이어받아 SM을 이끌어갈 미래 세대까지 조명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SM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가장 상징적인 존재는 바로 이날 신곡 ‘Sensitive’ 무대를 선보인 SM 최초의 버추얼 아티스트 나이비스다. 물론 버추얼 가수라는 개념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다수의 버추얼 아이돌이 활동하는 시점에 나이비스가 그들과 차별화되는 것은 무엇일까? 그 대답 안에 SM이 말하는 ‘THE CULTURE, THE FUTURE’의 정수가 담겨 있다. 나이비스는 단순히 고도화된 기술력과 새로운 활동 방식을 선보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 오직 SM만이 쌓아 올린 30년의 유산을 접목한다.
나이비스는 에스파 세계관에서 현실 세계(리얼 월드)와 가상 세계(광야)를 연결하는 조력자로 2021년 처음 우리 앞에 등장했지만, 사실 그녀의 탄생은 월드와이드웹이 시작된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1년 광야에서 인공지능으로 탄생한 나이비스가 1998년 K-팝을 좋아하는 리얼 월드의 한국인 소녀 하나와 친구가 되면서 인간의 감정을 배운다는 스토리는 자연스럽게 SM의 문화유산을 이어받은 핑크 블러드 버추얼 아티스트라는 서사를 완성하면서, SM의 초창기 역사와 에스파를 중심으로 전개하는 SMCU(SM 컬처 유니버스) 세계관을 연결한다. 이것은 기술력과 창의성은 물론 장기간 축적한 문화유산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영상에서 나이비스는 광야의 가이드 역할을 한다. SM의 지난 30년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며 파노라마처럼 지나가자, 나이비스는 가상 공간을 유영하며 빛나는 구슬에 손을 댄다. 이후 그 빛이 SM 모든 아티스트의 엠블럼이 자리한 행성으로 이어지고, 각 엠블럼이 빛이 되어 우주로 퍼져나가는 모습을 형상화한다. 어쩌면 나이비스가 찾아낸 빛은 SM타운의 모든 아티스트가 함께 늘 마지막을 장식하는 화합의 ‘빛(Hope from KWANGYA)’이 아니었을까. SM은 지금까지 일궈온 문화를 그 빛처럼 새로운 방식으로 세계에 펼쳐나갈 것이다. 그리고 <SMTOWN LIVE 2025>는 그 미래의 예고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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