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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오징어 게임>은 성공했나

드디어 <오징어 게임> 시즌 2가 공개됐다. 한국 드라마 역사상 전무후무할 만한 작품의 속편이다. 전 세계가 주목했고, 앞다투어 이야기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 2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이겨냈을까.

UpdatedOn January 2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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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신드롬이었다. <오징어 게임>을 설명할 단어는 그것밖에 없었다. 전 세계 사람이 <오징어 게임>을 보기 위해 넷플릭스를 찾았다. 그 결과, 넷플릭스 시리즈 중 역대 최초로 1억 가구 시청 기록을 세웠다. (넷플릭스가 발표하는 인기 지표인) ‘첫 28일 동안 누적 시청’은 1억4200만 가구. 2021년 9월 30일에서 10월 1일까지 넷플리스 정식 서비스 국가에서 모두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무려 94개국이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는 전 세계 공통이었다. 그동안 K-드라마는 나름 인기를 끌어왔다. 그럼에도 <오징어 게임>은 그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어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한국 드라마라서 더 놀랍지만, 미국 드라마라 해도 경이로운 결과였다.

<오징어 게임>은 애초 속편을 생각하지 않은 시리즈였다. 하지만 속편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갔다. 쇼 비즈니스에선 흔한 일이다.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을 그냥 놔둘 리 없다. 황동혁 감독은 속편을 제작한 이유를 명확하게 말했다. 돈. <오징어 게임>은 흥행했지만, 감독에겐 명예 외에 얻을 건 없었다. 넷플릭스 제작 시리즈의 특징이었다. 흥행의 과실을 맛보려면 속편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당연한 선택이다. 10여 년 시나리오로만 부유하던 <오징어 게임>도 결국 완성했으니, 속편을 못 만들 건 없었다. 넷플릭스야 자사 최고의 기대작이 생기니 말할 것도 없고. 시청자 입장에서도 기대하는 드라마가 돌아온다는 사실을 즐기면 그뿐이다. 21세기 가장 성공한 드라마의 귀환. 만드는 사람, 선보이는 플랫폼, 시청자 모두 없는 것보다 있는 게 좋았다. 그러니까 올 게 왔다. 100년 만의 우주 쇼를 고대하는 마음으로 2024년 12월 26일을 기다렸다.

빨간불이 켜진 이야기

<오징어 게임> 시즌 2가 공개되자 반응이 쏟아졌다. 전 세계에서 관심을 보인 만큼 특히 해외 유명 언론의 평가가 빨랐다. 반응은 대체로 비판적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오징어 게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헤드라인을 걸었다. 더불어 “시즌 1을 본 사람이라면 이미 본 것을 또 보게 될 것이고, 7시간 동안 세계관을 확장하는 데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할리우드리포터> 역시 “<오징어 게임> 시즌 2는 철저히 실망스럽다”고 혹평했다. 전편에서 보여준 참신함이 부족하다고 꼬집으며 “게임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디테일이나 통찰력도 전혀 없다”고 평했다. <타임>도 불호에 한 표 던졌다. “시즌 2의 에피소드는 시즌 1의 재탕처럼 느껴진다”며 “시즌 3의 초대형 예고편을 7시간에 걸쳐 본 것 같다”고 비판했다. <가디언>은 좋은 평을 받기 힘든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할리우드의 나쁜 습관 중 하나는 수익을 두 배로 늘리기 위해 이야기를 반으로 쪼개는 것”이라며 넷플릭스가 흥행 효과를 위해 <오징어 게임>을 시즌 2, 3으로 나눈 점을 짚었다. 즉, 시즌 2는 툭 잘린 이야기 같다는 뜻이다.

모두 비판에 날을 세운 건 아니다. 영국 BBC는 “반복되는 게임과 총격전이 지루할 수 있지만, 시즌 2는 의심할 여지없이 시즌 1보다 재밌다”고 좋게 봤다. <버라이어티>는 심지어 극찬했다. “시즌 2는 훨씬 더 피 튀고, 더 방대하며, 극도로 몰입하게 한다”라며 “시즌 1의 한계를 극복하면서도 장점을 성공적으로 계승했다”고 평했다. 같은 작품을 봤는지 의심스러울 호평이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보다 다른 핵심을 짚은 경우도 있었다. <포브스>는 “<오징어 게임> 시즌 2에 대한 가장 중요한 질문은 평론가들의 점수가 아니라 바로 시청률”이라고 강조했다. 중요한 부분은 따로 있다는 얘기다. 넷플릭스 시리즈라서 더. 나 역시 공개하자마자 내달렸다. 원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게다가 속편이 전편만큼 좋은 평을 받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기억을 뒤져보면 <대부 2>나 <터미네이터 2> 정도려나. 소포모어 징크스란 말도 있지 않나. 그동안 수많은 경험이 있었기에 한껏 높아진 기대만큼 추락하는 실망이 크진 않았다. 마음가짐이 이렇게 중요하다. 짧게 몇 줄로 감상평을 쓴다면 해외 언론과 비슷할 게다. 호평보다는 비판적으로. 하지만 한국 드라마의 역사를 새로 쓴 작품인 만큼 몇몇 부분을 짚고 넘어가기로 했다. 우선 아쉬운 지점. 주목할 인물이 너무 많다. 보통 속편은 대규모 물량을 투여해 스펙터클을 강조한다. 그동안 수많은 속편이 걸어간 길이다. 전편이 흥행했으니 기대만큼 자본이 모인다. 넘치는 자본이 규모는 키우지만 규모가 꼭 재미를 보장하진 않는다. <오징어 게임> 시즌 2의 물량은 배우다. 다른 작품에서 주연을 맡을 법한 배우가 수두룩하다. 자본이 넉넉하니 이들을 캐스팅했고, 걸출한 배우들을 불렀으니 저마다실력을 발휘할 장면을 줘야 한다. 그러다 보니 개인사를 설명하느라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다. 시즌 1은 이정재가 연기한 성기훈을 중심으로 달려갔다. 주변 배우도 상대적으로 덜 유명해 성기훈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했다. 시즌 2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려는 의도는 이해한다. 그럼에도 득보다 실이 많았다.

수습하지 못한 이야기가 많다는 점도 아쉽다. 물론 이 부분은 시즌 3까지 다 봐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한 시즌을 2, 3으로 나눈 구조적 단점일 테다. 하지만 현재 시즌 2만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 한계는 명확하다. 툭 끊기는 느낌이어서 김이 빠진달까. 특히 성기훈을 찾는 준호 에피소드가 그렇다. 그들이 섬을 찾아 바다를 헤매는 것처럼 그들의 이야기는 시즌 2의 주변만 겉돈다. 경비병 노을의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다. 중요한 변수로 예상하게 하더니 결국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하고 7화가 끝나버린다. 무속인의 존재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등장부터 범상치 않은 느낌을 뿜어내 극적인 변화를 꾀할 인물이라고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런데 정말 조성만 했다. 마지막까지 존재 이유를 알 수 없는 모습만 보였다. 뺨 맞고 코피 흘리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으니 말 다 했다. 이런 아쉬운 점이 하나씩 이야기를 헐겁게 한다. 마지막 총격 신은 어쩔 수 없다 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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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X 투표가 사회의 한 단면을 축약해 보여주는 역할도 했다. 다수결은 정말 공평한 시스템일까.
다수결로 이끌어가는 민주주의는 최선일까. 그 안에서 어떤 갈등이 혼란을 유발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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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판단 기준

물론 흥미로운 지점도 있다. <오징어 게임>의 재미는 결국 게임이다. 어릴 때 하던 놀이가 생과 사를 가르는 생경함. 작은 실수 혹은 운이 죽음을 부를 때의 긴장감. 그 과정에서 불거지는 인간의 본능. 모두 게임에서 비롯하는 재미다. 시즌 2 역시 게임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시즌 2에는 어떤 게임이 등장할까 하는 기대감도 컸으니까. 시즌 1과 비슷한 형태라도 게임이 달라지면 감흥도 달라진다. <오징어 게임>이 성공한 가장 큰 요인도 낯선 게임 아닌가. 시즌 2의 게임이 진행되자 집중도도 높아졌다. 딱지치기, 비석치기, 공기놀이, 팽이 치기, 제기차기 그리고 짝짓기 게임까지. 역시 재미는 게임이었다. 속편다운 확장성을 꾀한 지점도 있다. 다음 게임으로 넘어갈지 결정하는 OX 투표다. 전편에서 일회성으로 진행한 투표를 정규 시스템으로 끌어들였다. OX 투표는 다음 게임을 하고자 하는 사람과 그만두고 싶은 사람 사이의 갈등을 유발한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OX가 극을 이끌어가는 주요 동력이 됐다. 투표 장면이 반복적으로 길게 나와 지루했다는 평도 있다. 길게 나와 그렇지 투표 시스템 자체는 새로운 긴장을 유발하는 장치로 기능했다. 또한 OX 투표가 사회의 한 단면을 축약해 보여주는 역할도 했다. 다수결은 정말 공평한 시스템일까. 다수결로 이끌어가는 민주주의는 최선일까. 그 안에서 어떤 갈등이 혼란을 유발하는가. 시즌 1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인간을 조명했다면 시즌 2는 사회 구조의 단면까지 확장해서 보여준다. OX 투표는 이야기를 더욱 다채롭게 하는 흥미로운 요소였다. 그렇다면 <오징어 게임> 시즌 2는 성공했을까. 극 자체의 완성도만 따지면 성공한 속편이라 하기 힘들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포브스>의 평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평론가의 점수보다 중요한 건 시청률. 맞다. <오징어 게임> 시즌 2는 OTT의 시리즈다. 영화제에서 상을 노리는 영화가 아니다. 완성도가 평가의 유일한 척도가 아니란 얘기다. 화제성을 유지하면서 많은 사람이 보면 그 자체로 성공이다.

<오징어 게임> 시즌 2는 새로운 기록을 써내려갔다. 공개하자마자 역대 넷플릭스 작품 중 공개 첫 주에 가장 많이 시청한 콘텐츠로 등극했다. 기대감이 그대로 시청으로 이어진 셈이다. ‘첫 주 시청 시간’도 신기록을 세웠다. 전 세계에서 4억8760만 시간 동안 시청했다. 시즌 1이 세운 기록을 넘어선 결과다. 공개 2주 차에도 글로벌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시청 수 또한 11일 만에 1억2620만을 돌파했다(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 낙수 효과도 있다. 시즌 2를 공개하자 시즌 1 또한 시청 시간이 늘어났다. 실제로 <오징어 게임> 시즌 2가 공개된 이후로 만나는 사람마다 봤냐고 묻는 게 인사였다. 너나 할 것 없이 봤다는 뜻이다. 좋든 싫든 봐야 뭐든 말할 테니까. 넷플릭스로선 흐뭇한 일이다.

화제성도 여전하다. 시즌 2 게임은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전 세계에서 공깃돌 찾는 사람이 증폭했고, 동요 ‘둥글게 둥글게’가 외국 클럽에 울려 퍼졌다. 시즌 2 관련한 다양한 인터넷 밈도 무한 증식했다. 최근에 이 정도로 전 세계가 주목한 시리즈가 있었나? 평가는 희미해지고, 화제성은 선명해졌다. 게다가 <오징어 게임>은 시즌 3도 남아 있다. 욕하든 환호하든, 사람들은 시즌 3가 나오면 볼 게다. 그리고 넷플릭스는 다시 웃을 일만 남았다. OTT가 변화시킨 쇼 비즈니스의 새로운 판단 기준. <오징어 게임> 시즌 2가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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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김종훈

2025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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