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READER IS LEADER
오라리와 루이 비통, 사카이. 스타일과 정체성 모두 뚜렷하게 다른 세 브랜드에서 의외의 교집합을 발견했다. 루이 비통 쇼에는 다미에 패턴을 커버로 한 책 모티브 미니 백을, 오라리에서는 깨끗하고 클래식한 룩처럼 간결한 가죽 북 커버를 씌운 책을 든 모델들이 런웨이에 등장했다.
제임스 딘의 섬세하고 서정적인 면모를 오마주한 사카이 컬렉션은 오래된 소설과 지갑을 리본으로 묶어 가방을 대신했다. 적어도 이번 시즌만큼은 프레피 스타일을 완성하는 데 백팩이나 메신저백보다 직관적이고 아날로그 감수성이 묻어나는 아이템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02 WITH DAILY STUFF
보테가 베네타 2025 여름 컬렉션은 쇼장에 동물 모양 빈백 체어 60개를 배치해 시작 전부터 유쾌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런웨이 룩은 의도적으로 과장되거나 주름지고 줄어든 수트를 무해한 동심의 컬러 팔레트로 채웠다. 거기에 일상적인 모티브를 천진난만하게 풀어낸 액세서리 퍼레이드는 내내 어린 시절의 즐거운 기억을 환기시켰다.
일회용 장바구니를 모티브로 한 쇼퍼백 속에 무심하게 담은 미니 백, 니트로 짠 꽃다발이나 가죽 소재 페이퍼백과 가방을 함께 들고 걷는 모델들은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브랜드의 낙천적인 우아함을 보여줬다. 돌체앤가바나와 제냐 쇼에서는 보스턴백 위에 스웨터와 아우터를 걸치는 식으로 한껏 여유로운 이탈리아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했다.
03 FOLD A BAG
가방 크기에 주목하던 트렌드는 이미 과거가 됐다. 바야흐로 실루엣의 시대. 이번 시즌 런웨이에는 형태가 아주 단순한 데다가 납작한 백들이 등장했다. 에코백처럼 편하게 멜 수도 있지만 패션 디자이너들은 오히려 다른 방식을 탐구해 스타일링에 한 끗을 더했다.
펜디와 디스퀘어드2는 종잇장을 맞댄 듯 군더더기 없는 가죽 가방을 접어 들어 클러치처럼 연출했다. 베르사체 역시 토트백의 핸들을 잡는 대신 백을 접어 쥐는 방식으로 흘러내리듯 얇게 재단한 가죽을 강조했다. 좀 더 캐주얼하게 연출한다면 발리 컬렉션을 참고해도 좋겠다. 얇은 핸들을 손목에 감아 볼륨감 있게 구겨진 백을 런웨이에 올렸다.
04 ON MY SIDE
크기와 실용성 모두 존재감이 묵직한 빅백은 그 자체만으로도 룩에 포인트가 된다. 그 때문일까? 빅 백은 형태와 종류에 상관없이 일관된 런웨이 스타일링이 눈에 띄었다. 퍼렐의 새로운 키폴부터 제냐의 스웨이드 더플백, 베개처럼 풍성한 우영미의 니트 메신저백, 질 샌더와 페라가모 컬렉션에 등장한 다부진 디자인의 빅 백도 하나같이 모델의 허리춤에서 발견됐다.
그중에서도 뉴욕 도심을 배경으로 한 코치 컬렉션은 거의 모든 룩에 이런 방식으로 키치한 빅클러치를 매치했는데, 아메리칸 클래식과 Z세대를 연결하는 펑키한 스타일링에 방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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