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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욱은 다음을 준비한다

삼성 라이온즈의 스타 선수. 질책하기보다 스스로 모범이 되고 싶은 주장. 쉴 때는 직접 요리해 먹는 즐거움에 빠진 야구선수. 야구를 빼면 내성적인 남자. 극적인 시즌을 보낸 구자욱이 자신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넸다.

UpdatedOn December 31, 2024

차콜 울 더블 코트·블랙 캐시미어 터틀넥 스웨터·울 솔리드 슬림 핏 팬츠 모두 갤럭시 제품.

스트레치 데님 소재 말렛 커버올 재킷·코튼 소재 체크 셔츠·절개 디테일 티셔츠·세미 와이드 핏 말렛 팬츠 모두 시프트지 제품.

시즌이 끝나서 부담 없이 쉴 수 있겠네요. 이때 뭐 하나요?
한 2주 정도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해요. 집에서 온전히 휴식만 취해요. 시즌이 길다 보니까 온전한 휴식 시간을 저 자신에게 주고 싶기도 해서요. 그러고 나선 부상 때문에 재활에 몰두할 계획이에요.

집에선 어떻게 쉬나요?
살이 좀 빠져서 맛있는 거 많이 먹고 몸 회복에 중점을 두면서 지내죠. 부상이 없어도 시즌 끝나면 1~2주 정도는 푹 쉬어요. 그때 외에는 비시즌이라 해도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하기에 마냥 쉴 수만은 없죠.

오늘 촬영은 집에서 쉬는 와중에 특별한 이벤트였겠네요.
맞습니다. 특별하기도 하고, 제 전문 분야가 아니어서 신경도 많이 쓰이더라고요. 잡지 촬영은 거의 처음 하는 거라서 제가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걱정도 들었죠.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셔서 재밌고 신선했어요.

요새는 일상에서도 사진 많이 찍잖아요. 그런데 본인은 즐기진 않나 보네요.
즐기는 편은 아니에요. 옷을 계속 갈아입어야 하고 카메라 앞에서 포즈도 취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제가 원래 걱정이 많은 편이에요. 결과물이 잘 나와야 할 텐데. 잘 찍어주셨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

원래 처음은 어색하잖아요. 해보니 관심이 생기나요?
시즌 중에는 힘들겠지만, 훈련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야구선수임을 알리고 싶기도 해요. 야구의 인기를 위해서 야구에 관심이 없는 분들에게 야구선수들도 이런 활동을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죠. 팬분들에겐 이런 제 모습이 생소하겠지만, 생소해서 더 즐거워하실 것 같아서 찍었어요. 오늘같은 계기가 있다면 할 수 있죠.

울 코듀로이 코트·라이트 그레이 스트라이프 수트 세트·아이보리 터틀넥 스웨터 모두 갤럭시 제품.

스포츠 선수들도 방송에서 활동하는 시대잖아요. 그런 쪽에도 관심이있나요?
지금은 관심이 많진 않아요. 일단 기회가 없었죠. 그래도 접하다 보면 관심이 생길 수 있겠죠. 오늘 재밌었거든요. 해보니 재밌어서, 그러고 보니 관심이 생기기도 하네요.

은퇴한 야구선수들이 유튜브 많이 하잖아요. 방송처럼 노출될 기회가 많아졌죠. 야구 유튜브에는 나간 적 있나요?
아직까지 나간 적은 없는데, 섭외가 들어와요. 선배님들이랑 대화할 시간이 생겨서 기대되기는 해요.

아직 나가진 않았어도 보긴 했나요?
네, 이대호 선배님이나 유희관 선배님 유튜브를 봤어요. 선배님들 유튜브는 재밌는 콘텐츠가 많아서 좋아요. 유익한 정보도 많고요.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재밌는 콘텐츠가 올라오면 보게 돼요.

잘 보고 나중에 직접 하면 되겠네요.
아직까지 그런 계획은 없어요. 유튜브 할 정도로 시간 여유가 없죠. 비시즌에 선배님들 유튜브에 한 번씩 나가는 것만으로 만족할까 해요.

이제 야구 얘기로 들어가볼까요? 지난 한국시리즈 얘기를 안 할 수 없어요. 직전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선수의 마음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더라고요.
일단 선수들한테 미안함이 가장 컸어요. 열심히 준비했는데 도움이 되지 못해 마음이 좋지 않았죠. 하지만 열심히 뛰는 선수들이 있어서 한국시리즈까지 갈 수 있었으니 간절히 응원하기도 했죠. 플레이하는 입장이 아닌 지켜보는 입장에서 이렇게 마음 졸이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포츠가 야구임을 다시 한번 느꼈죠. 이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보는구나, 느꼈죠.

부상당했을 때 다른 선수들한테 미안하다고 얘기했는데, 너무 착한 대답 아닌가요?
정말 미안했어요. 모든 선수가 안타까워해주고 격려해주기도 했고요. 팀의 중심 타자로서 같이 뛰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으니 팀에 피해를 준 것 같아서 미안했죠. 모든 선수가 그럴 거예요. 저희 팀 선수들끼리 워낙 팀워크가 좋고 모두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커서 도움이 안 됐을 때는 항상 미안해하고 자책하죠. 그러면 다른 선수들이 옆에서 격려해주고요. 저뿐만 아니라 같은 상황이면 다른 선수들도 미안해할 거예요.

그런 마음에서 열심히 응원했군요. 한국시리즈 경기 당시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모르게 막 파이팅이 나오고 기쁘고 슬프고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이 생겼어요. 그러다 보니 경기가 끝난 후에는 감정 소모가 심해서 기가 빠진 느낌도 들었죠. 선수들의 투지나 팬분들의 응원이 엄청 큰 힘이 됐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응원했죠.

블랙 경량 다운 점퍼·나일론 소재 팬츠 모두 시프트지 제품.

“선수들, 팬분들이 제 플레이를 지켜보기에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고 다짐했죠.
한순간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이런 경험이 이후 마음가짐에 영향을 주기도 하겠네요.
이제 매 순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선수들, 팬분들이 제 플레이를 지켜보기에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고 다짐했죠. 한순간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2024년 시즌 초반만 해도 삼성이 한국시리즈까지 갈 거라 생각하지 못했어요. 예상을 뒤엎고 선전한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주장으로서 좋은 영향력을 미쳐서?
야구는 어떤 한 선수만 잘한다고 팀이 상위권에 올라갈 수 있진 않아요. 팀 스포츠니까요. 모든 선수들이 골고루 잘해줘서 예상을 뒤엎고 상위권 성적을 낼 수 있었죠. 선수들이 그만큼 잘 준비했고, 매 경기 이기려고 노력했어요.

의욕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데 주장의 역할이 있잖아요.
선수들도 다 큰 어른이니 제가 말로 하기보다 스스로 보고 느끼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더 열심히 뛰려고 해요. 제가 열심히 뛰어야 저도 할 말이 있고, 후배들이 그 모습을 보면서 주장이 열심히 뛰니까 자신들도 열심히 뛰어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죠. 말보다 몸으로 보여주려고 했어요. 어떤 선수에겐 질책하기보다 같이 열심히 뛰어보자는 식으로 격려하는 게 더 맞더라고요. 조금만 열심히 뛰어보자. 나도 더 열심히 뛸게. 이런 메시지를 강조했어요.

그런 방향성은 애초 선수 시절부터 품었나요? 아니면 주장을 맡고 나서 방향성을 정했나요?
저도 좋은 선배님들 밑에서 선수 생활을 했어요. 지나간 선배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배웠죠. 그렇게 좋은 선배님들이 좋은 영향력을 미쳤기에 저도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선배님들께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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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비 알파카 더블 코트·차콜 그레이 울 스트라이프 수트·화이트 셔츠·네이비 타이 모두 갤럭시 제품.

네이비 알파카 더블 코트·차콜 그레이 울 스트라이프 수트·화이트 셔츠·네이비 타이 모두 갤럭시 제품.

리버서블 디테일 밀리터리 재킷·카키 라이너 재킷 모두 SAGE DE CRET by 시프트지, 세미 와이드 핏 카고 팬츠 시프트지 제품.

이승엽 감독님도 함께 선수 생활 할 때 좋은 선배님이었나요?
가장 중요한 걸 많이 알려주셨어요. 항상 겸손해야 한다. 팬분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팀을 생각하고 자만하지 마라. 야구의 기술적인 것보다 야구 외적으로 야구인으로서 갖춰야 할 자세를 많이 알려주셨죠. 선배님들한테 인사 잘하고 후배니까 좀 더 파이팅 하고. 이런 것들을 배우면서 좋은 영향을 받았죠.

스포츠팀의 주장은 어떤 역할을 주로 하나요? 알게 모르게 정해진 규칙이 있나요?
일단 소통을 잘해야 해요. 선수단 분위기를 잘 조성해야 하죠. 불만 사항이 있으면 제가 잘 해결해나가야 하고요. 또 의견을 들어보기도 하고요.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 야구팀 주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안 좋은 상황에 동요하지 않게 옆에서 잘 막아주기도 하고요. 야구 기술적으로 도움이 되진 못하더라도 정신적이라든지 팀의 분위기를 책임져야 하죠.

야구 중계를 보면 선발투수가 대량 실점을 하고 더그아웃에 오면 선배들이 뭔가 얘기해주잖아요. 그때 무슨 말을 하나요?
괜찮다, 괜찮다. 너무 신경 쓰지 말자. 한 경기일 뿐이다. 잘 던졌다. 그래도 고생했다. 이런 얘기죠. 그 선수가 그 순간을 빨리 잊고 다음 경기에서 잘 던질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하죠.

베이지 울 스트라이프 수트 세트·아이보리 터틀넥 스웨터·코튼 멜란지 셔츠 모두 갤럭시 제품.

“야구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어요.
팀 내 선수들의 성향도 많이 파악했고요.
이기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겠다는 것도 얻었고요.”

누군가 결정적으로 실수해서 경기에 지는 경우가 있잖아요. 당사자는 스트레스가 엄청날 듯해요. 서로 비방이야 안 하겠지만, 그럴 때 분위기를 어떻게 풀어주나요?
저도 경기에서 많이 실책해봤어요. 그럴 땐 정말 숨고 싶어요. 나 때문에 경기에 진 것 같아서 미안하죠. 선수라면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할 텐데 그런걸 빨리 잊게끔 도와줘야 해요. 실책한 선수가 있다면 괜찮다고, 대량 실점한 투수가 내려오면 괜찮다고. 다음 경기 잘하면 된다. 네 덕분에 이긴 경기가 더 많다. 오늘의 실책은 앞으로 야구하면서 더 큰 교훈이 될 거라고 하죠.

스포츠 만화 같은 뭉클한 분위기네요. 진짜 싸늘해진 적은 없나요?
싸늘해지는 경우는 실책했을 때가 아니라 나태한 플레이를 했을 때예요. 어떤 선수가 열심히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 질책하죠. 그러면 분위기가 싸해지는데, 최대한 그런 상황을 안 만들려고 선수들이 노력해야죠.

주장도 맡은 만큼 지난 시즌이 남달랐을 듯해요. 시즌 시작할 때 따로 목표를 세웠나요?
사실 부상 없이 최대한 경기를 많이 나가는 게 목표였어요. 홈런이나 안타를 더 치겠다는 개인적인 목표는 못 세웠죠. 주장이어서 개인적인 목표보다 팀이 가을 야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급했죠. 5위를 목표로 달려갔어요. 그 이상의 성적을 거둬서 목표는 달성했다고 생각해요. 이런 경험이 앞으로의 시즌을 준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죠.

지난 시즌을 겪으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게 있다면 뭘까요?
얻은 것만 많은 시즌이에요. 젊은 선수들이 좋은 기량을 펼쳐줘서 팀이 강해지는 데 도움을 많이 줬죠. 제가 한 건 없고 선수들이 각자 잘 성장해줘서 팀으로서 얻은 게 많죠.

구자욱 선수 개인적으로는 어떤 걸 얻었나요?
야구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어요. 팀 내 선수들의 성향도 많이 파악했고요. 이기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겠다는 것도 얻었고요. 항상 스프링캠프에 가면 다음 시즌을 기대하죠.

구스다운 베스트 점퍼·피시 테일 파카를 재해석한 울 파카·울 소재 후드 스웨터 모두 시프트지 제품.

지난 시즌 인상적인 세 장면을 꼽는다면 어떤 순간인가요?
첫 번째는 김헌곤 선수가 8연패를 끊은 순간이 기억나요. 당시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는데 가장 중요한 순간에 저희 연패를 끊어줬죠. 두 번째는 플레이오프 때 선수들이 잘해줘서 한국시리즈에 올라간 순간. 마지막은 한국시리즈 경기가 끝난 순간이에요. 우승 팀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기억에 많이 남네요.

지난 시즌은 드라마틱했어요. 이런 경험이 선수가 성장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치겠죠?
당연히 많이 끼쳐요. 선수들이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되죠. 한 시즌을 보내면서 얻은 자신감이 다음 시즌을 준비할 때도 이어지죠. 그런 자신감을 갖고 야구를 계속해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소소한 질문인데 홈런 칠 때 순간 손에 홈런이라는 느낌이 딱 오나요?
정말 중심에 맞았을 때는 손의 울림도 적고 공이 뻗어나가는 모습이 잘 보여요. 또 연습하면서 홈런이 자주 나오기도 해서 홈런을 딱 쳤을 때 느껴지는 손의 경쾌한 감각을 알고 있죠.

시즌 때 야구 외에 다른 어떤 것도 하지 않나요?
가끔씩 음식 해 먹는 거 좋아해요. 해 먹으려고 노력하죠. 또 만들었을 때 맛있으면 기쁘기도 하고요. 생각이 많을 때 요리하면 잡생각 안 나서 좋아요.

집에서 요리하는 야구선수라 그림이 잘 그려지진 않네요. 어떻게 그런 취미가 생겼나요?
건강을 생각하다 보니까 유튜브 같은 거 보면서 직접 해 먹기 시작했죠. 한 2년 정도 됐어요. 사실 자주 해 먹지는 못해요. 취미까지는 아니고, 딱히 취미는 없습니다. 잘 쉬는 거죠.

그렇다면 야구 외에 구자욱을 말한다면 뭐가 있을까요?
야구를 뺄 수 없어요. 야구를 빼면 좀 우유부단하고 소심하며 내성적인 사람.

야구를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지켜오는 것이라면 뭐가 있을까요?
꾸준히 노력하는 마음이요. 변함없이 계속하는 게 가장 어렵잖아요. 사실 못 하는 날도 많겠지만, 어떻게 해서든 그런 마음으로 해나가는 게 중요하니 최대한 변함없이 채워나가려고 해요. 야구를 좋아하는 마음도 변함없네요.

사람들의 기억 속에 어떤 야구선수로 남고 싶나요?
내가 야구 보던 시절에는 구자욱이 참 잘했지.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그 정도만 해도 성공한 야구선수가 아닐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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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김종훈
Contributing Editor&Stylist 심예빈(hearty project)
Photographer 장기평
Hair&Make-up 정지은

2025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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