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상하이는 연말의 활기와 세계 각지에서 모인 관광객의 북적임으로 한껏 들뜬 분위기였다. 이를 더욱 고조시킨 건, 곳곳에서 만난 <베리 랄프> 스크리닝 이벤트의 예고였다. 거리에 늘어선 영화 포스터, 밤하늘을 총천연색으로 빛낸 드론 쇼는 모두 <베리 랄프> 스크리닝 이벤트를 위해 준비됐다.
압도적인 상하이의 야경 한가운데서 1000여 개에 달하는 드론들은 능숙하게 움직이며 랄프 로렌의 다채로운 상징물을 표현했다. 아이코닉한 포니 로고, 실크 넥타이, 랄프 로렌의 초상화 등 10가지 이미지를 수놓은 황홀한 드론 쇼는 다음 날의 이벤트로 안내하는 또 다른 초대장인 듯했다.
상하이의 랜드마크 건축물 중 하나인 상하이 콘서트홀에서 진행한 스크리닝 이벤트에는 배우 하정우와 정수정(크리스탈)을 비롯한 다양한 셀러브리티들이 참석했다. 많은 이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자, 곧 영화의 막이 올랐다.
오드리 헵번이 랄프 로렌에게 미국 패션 디자이너 협회(CFDA)의 평생 공로상을 건네는 감동적인 순간을 시작으로, 그가 랄프 로렌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일궈낸 여정이 펼쳐졌다. 오랜 시간 미국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구현하고 아메리칸 드림의 산증인으로 자리 잡은 그의 삶은 가족, 오랜 동료와 친구, 그리고 본인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그려졌다. 디자이너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졌던 어린 시절, 50년간 이어온 결혼 생활, 랄프 로렌 설립 초창기부터 여러 어려움과 비판에 맞섰던 방식 등, 어디서도 들을 수 없던 그의 꿈과 사랑, 그리고 일에 대한 소신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런웨이와 광고에서 다양한 인종의 모델을 등장시키고 라이프스타일, 더 나아가 홈 퍼니싱 분야까지 브랜드의 카테고리를 확장하거나, 몰입형 매장 환경을 구현해 새로운 쇼핑 경험을 가능하게 한 것 등 독창적인 선구안으로 최초의 타이틀을 거머쥔 일화도 인상 깊었다. 브랜드의 탄생 50주년을 기념해 과거를 복기하고, 이를 되짚어보는 방식으로 다시 한번 새로운 도전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려는 그의 진취적인 신념도 느껴졌다.
연출과 감독을 맡은 수잔 레이시는 다양한 인물들의 솔직한 증언과 랄프 로렌이 일궈낸 결과를 증명하는 객관적인 지표를 토대로 그의 업적과 인간적인 면모를 두루 담아냈다. 오프닝에서 오드리 헵번이 말한 내용처럼 그 어떤 단어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랄프 로렌을 ‘Very Ralph’라는 새로운 표현으로 정의한 이 영화는 가장 ‘랄프 로렌답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전달했다.
또한 패션, 트렌드, 문화의 전반을 주도한 전설적 아이콘의 인생은 꿈을 좇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관객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기 충분했다. 모두의 박수와 환호 속에 영화는 막을 내렸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랄프 로렌의 여정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