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브랜드는 어떤 회사인가요?
소버린 브랜드는 주류 기업입니다. 형제 네 명과 함께 가족 기업으로 운영하고 있죠. 하나의 브랜드로 시작해 둘, 셋 지나 오늘 선보일 다섯 번째 브랜드까지 만들었습니다. 사실 소규모로 사업을 시작하면 99% 실패합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다섯 번째 브랜드까지 모두 성공적으로 선보여왔죠.
그동안 어떤 종류의 술을 만들어왔나요?
아르망 드 브리냑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어요. 에이스 오브 스페이드라는 별명의 샴페인이죠. 이건 매각했어요. 두 번째 브랜드로 바카디와 함께한 듀세라는 코냑을 만들었죠. 세 번째도 샴페인인데, 벨레어라는 이름이에요. 네 번째는 범브라는 럼을 만들었죠. 그리고 이제 다섯 번째로 출시한 제품이 더 디콘입니다.
출시한 제품을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나요?
다섯 브랜드 모두 처음 시작할 때 성공할 거라고 아무도 믿지 않았어요. 맛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고 행동도 다르고 저도 다르다 보니, 사람들이 다른 건 성공할 수 없다고 얘기했죠. 하지만 전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보다 저만의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걸 좋아합니다. 각 브랜드는 해당 카테고리 내에 다른 제품들과 차별점이 있습니다. 생김새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죠. 다름을 줄 수 있는 제품들이에요.
이단아, 반항아 같은 느낌이네요.
작은 회사니까요. 큰 회사처럼 할 수는 없어요. 다만 저다운 것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전이 소버린 브랜드의 특징으로 읽힙니다.
도전하고 싸우는 걸 좋아해요. 보통 다르게 행동하면 사람들이 안 된다고 얘기하죠. 전 그들이 틀렸음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소비자가 이건 다르구나 하고 느낄 수 있다면 그 제품을 좋아하든 안 좋아하든 사실 신경 쓰진 않습니다. 다르다고 느껴주면 좋겠어요.
다섯 번째 제품으로 스카치위스키를 선택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품을 출시할 때 다양한 제품을 많이 마셔봅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 스카치위스키를 마셨을 때 딱 원하는 맛의 프로파일이 있어요. 스모키한 피트 풍미가 있으면서도 구운 마시멜로처럼 달콤한 위스키. 그런 위스키가 존재하지 않아서 한번 시도해보고 싶었죠.
당연히 스모키한 위스키는 있어요. 타는 듯 강한 스모키 위스키는 있는데, 전 그 정도는 원하지 않았죠. 달콤하면서도 스모키한 맛을 원했습니다. 칵테일을 만들어 마실 때도 그 안에서 더 디콘을 느낄 수 있으면 했고요. 보통 위스키로 칵테일을 만들면 그 위스키의 특징은 거의 사라지거든요. 그렇지 않은 제품을 원했죠.
일단 병 디자인이 특이해요. 방향성을 확실하게 잡고 만든 느낌입니다.
우리는 에이전시도, 마케팅 회사도 쓰지 않습니다. 모든 활동은 우리 느낌으로 움직이죠. 전 스토리를 좋아하고, 모든 것에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병 디자인에 대해서도 들려줄 스토리가 많습니다. 병의 구리 색상은 스코틀랜드 위스키 증류기에서 영감받아서 정했죠. 병의 X 무늬는 스코틀랜드 국기를 나타냅니다.
마스크를 쓴 캐릭터는 과거 흑사병이 휩쓸었을 때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의사들이 마스크를 쓰고 알코올을 흡입했다고 해요. 병을 막기 위한 소독이죠. 그때 알코올을 라틴어로 아쿠아 비테라고 했어요. 생명수라는 뜻입니다. 그 모습에서 착안해 라벨을 디자인했죠.
병에 앞서 이름도 특이해요.
이름에 얽힌 이야기도 있습니다. 스코틀랜드에선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됐을 때 그 사람을 디콘이라고 합니다. 작가든, 사진작가든, 바텐더든 그 분야의 최고를 디콘이라고 하죠. 그 단어가 마음에 들어 오래전에 상표권을 등록해 브랜드에 사용할 날을 기다렸죠. 병 디자인에 관해 추가로 말하자면, 전체적인 느낌은 미국 페스티벌인 버닝 맨에서 영감받았습니다. 영화 <매드맥스> 같기도 하잖아요. 제 브랜드가 제가 살고 싶어 하는 쿨한 세상의 느낌을 표현해주기를 원합니다.
한눈에 봐도 주변을 놀라게 하고자 노력한 디자인이라고 느껴집니다.
위스키를 다 마시고 없어지면 아쉬워할 수 있잖아요. 다 마시더라도 간직할 수 있도록 병 디자인을 멋있게 구성했습니다. 사실 패키징도 중요하지만 그 안의 제품이 안 좋으면 사람들이 찾지 않을 겁니다. 일본에 방문했다가 한국으로 왔는데, 현재 일본에서 더 디콘이 핫한 위스키라고 해요. 패키징을 상당히 좋아하지만, 그 안의 위스키를 더 좋아한다고 하죠. 지금 일본 위스키의 인기가 상당하잖아요. 일본 위스키가 아닌데도 이렇게 반응이 뜨겁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본질적으로 내용물이 중요한 만큼 위스키를 만들 때 어려움이 많았을 듯합니다.
카테고리를 조금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려고 해요. 싱글 몰트위스키는 화가가 쓸 수 있는 색이 하나인 경우 같아요. 쓸 수 있는 색이 하나라면 화가는 제한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무지개색으로 그림을 그린다면 다양하게 그림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죠. 사실 원하는 맛을 낼 수만 있다면 어디서 생산하는지는 별로 개의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국이나 캐나다, 일본에서도 다 실패했어요. 그 맛을 낼 수 있는 곳이 스코틀랜드뿐이었죠.
각기 다른 몰트를 가져다 블렌딩해야만 더 디콘의 맛을 낼 수 있었죠.
맛을 완성하기까지 어느 정도 걸렸나요?
제품을 생산하기까지 7년이 걸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맛을 완성하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아버지는 위스키 업계에 45년을 몸담으셨어요. 그래서 항상 위스키를 해보자고 얘기했지만 다른 맛을 내는 위스키를 못 찾았어요. 그렇게 고민하다가 7년 걸려 완성했죠.
맛을 만들어낼 때 조금씩 맛을 쌓아 올렸나요? 아니면 어느 순간 발견했나요?
테이스팅도 블렌딩도 진짜 많이 해봤습니다. 큰 기업들은 소비자 조사도 하겠지만 우리는 형제들과 사무실에서 일하는 분들이 계속 마셔봤어요. 어떻게 보면 그냥 일반적인 사람들이잖아요. 우리 같은 일반인이 좋아하는 맛이라면 다른 소비자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죠.
맛을 완성하고 시바스의 마스터 디스틸러에게 맛보여드렸는데 좋아하셨어요. 그분은 모든 스카치를 오랫동안 계속해오신 분인데, 그분이 맛을 보고 이건 다르다고 얘기하자, 이제 됐다는 생각이 들었죠. 일본에서도 다들 맛이 너무 다르고 좋다고 반응해주셨죠. 특히 바텐더나 믹솔로지스트가 좋아해요. 이것으로 칵테일을 만들면 다른 것과 차별된 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죠. 다르다는 반응을 받을 때마다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이 기분은 절대 질리지 않아요.
더 디콘의 맛을 음악 장르로 치면 뭘까요?
개인적으로는 힙합을 좋아하고, 전 세계적으로 힙합 뮤지션들이 우리 브랜드 앰배서더로 활동하며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이 제품은 힙합 쪽은 아닌 것 같고, 심포니라고 할 수 있어요. 맛을 보고 어떤 느낌인지 적어보라고 하면 표현하는 게 다 달라요. 그런 맛을 조화롭게 담아서 심포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출시했어요. 어떤 사람이 마시면 어울릴까요?
고급 위스키로서 모든 사람이 최고의 위스키로 봐주길 원합니다. 굳이 스카치위스키의 소비자만 겨냥하지도 않아요. 어떤 위스키를 마시던 사람이든 이 제품을 마셔보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죠.
더 디콘을 딱 한 잔 마신다면 어떤 날이 좋을까요?
혼자 있을 때 마시면 좋겠네요. 혼자 있으면 자신만 생각하면서 자신만을 위해서 보낼 수 있잖아요. 저도 혼자 있을 때 술 마시는 걸 좋아합니다. 그때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더 디콘을 트로피라고 생각해요. 이 병을 들고 있으면 뭔가 위대한 일을 했다고, 무언가를 달성했다고, 그래서 자신을 축하하는 순간을 보내자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죠.
더 디콘을 보니 다음 도전도 궁금해져요. 다음 도전할 주종은 뭔가요?
럭셔리 쪽으로 와인과 증류주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인내심이 많아요. 지금 더 디콘을 출시했고, 고객사나 소비자가 이 제품을 좋아한다면 다음 제품도 기대할 겁니다. 지금은 급하게 하고 싶진 않아요.
일본에서 바로 왔다고 들었어요. 인터뷰 끝나고 뭐 할 예정인가요?
일단 영업 회의를 할 거예요. 그러고 나서 밤에 바 세 곳을 들러서 사람들에게 더 디콘의 맛을 보게 할 겁니다. 지금 30일 동안 아시아 7개국을 돌며 제품 출시 투어를 진행하고 있어요.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일을 사랑하다 보니까 이게 일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지난 2년 동안 50개국 이상 방문해 직접 소비자나 고객사를 만나고 있죠.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점은 어느 시장이든지 모두 최고를 원한다는 겁니다. 더 디콘이 만족시켜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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