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처음 방문했나요?
네, 처음입니다. ‘제퍼슨 올드 패션드 위크’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했죠. 한국은 아주 역동적인 위스키 시장이면서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시장이에요.
이번에 처음 열리는 ‘제퍼슨 올드 패션드 위크’에도 참여한다고 들었어요. 어떤 활동을 하나요?
한국에 있는 바 83곳과 함께 제퍼슨 올드 패션드 위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행사를 통해서 단순히 제퍼슨 버번만 소개하지 않고 제퍼슨 버번의 특별한 기술과 올드 패션드 스타일, 관련 라이프스타일도 같이 알리고 싶어요. 어제 특별히 바텐더 22명과 함께 직접 블렌딩을 해보는 세션을 열었습니다. 서로 교류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죠. 대부분 블렌딩을 해본 적이 없는 분들이어서 직접 만들며 즐기는 시간이었어요.
행사에서 같이 만든 술을 일반 고객이 마실 수 있나요?
상업화를 위한 작업은 아니었어요. 자신만의 블렌딩을 만들어보는 작업이었죠. 이런 시도를 통해 블렌딩을 어떻게 하는지 직접 체험하며, 단순히 섞기보다 훨씬 더 좋은 합을 이룰 수 있음을 느껴보라는 의미였어요. 특히 블렌딩을 통해 균형을 찾아가는 경험을 선사했죠.
참가자가 바텐더들이라 반응이 좋았겠네요.
제퍼슨 버번의 역사나 이야기, 제품을 만드는 다양한 방식을 설명했는데 노트에 적으면서 잘 들으시더라고요. 제퍼슨 버번의 맛도 봤죠. 제퍼슨 버번은 시작, 중간, 끝의 맛이 다 다르거든요. 그 맛이 어떻게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지 경험하도록 했죠. 그다음에 실제로 여러 버번을 블렌딩해서 조화롭게 만드는 시간도 마련했어요. 제퍼슨 버번은 네 가지 위스키를 조합한 제품이거든요. 블렌딩 세션 참가자 중 한 명이 직접 블렌딩해보니 조화롭게 훌륭한 맛을 내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미국에서 올드 패션드 칵테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올드 패션드는 미국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은 칵테일이에요. 켄터키 펜데니스 클럽에서 처음 만들었죠. 오랫동안 사랑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잊히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2008~2010년쯤 믹솔로지스트나 바텐더가 경쟁적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만들어 보여주면서 다시 인기를 얻었죠.
제퍼슨 버번으로 만든 올드 패션드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제퍼슨 버번은 라이트 차링(Charring)이라고, 조금 가벼운 등급으로 차링을 해요. 차링은 배럴 안을 그을리는 것이에요. 네 가지 단계가 있는데 강할수록 2차 향미가 조금 죽을 수 있죠. 제퍼슨 버번은 라이트 차링을 해서 오렌지나 복숭아의 향미가 진하죠. 그래서 칵테일로 만들었을 때 더 풍성하죠.
젊었을 때 창업했다고 들었어요. 보통 위스키 브랜드는 가업을 잇는데, 특별한 경력이에요.
전 켄터키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켄터키 사람들은 버번을 흔히 마시는데 다른 지역에선 많이 마시지 않더라고요. ‘얼마나 훌륭한 술인데 왜 안 마시지?’ 하는 생각이 있었죠. 그리고 1993년쯤 아버지가 아이리시 위스키 부시밀의 싱글 배럴을 살 기회가 있었어요. 구매할 때는 병당 13달러 정도였는데, 25년 숙성을 거치면 병당 250달러의 가치로 팔 수 있었죠. 생각해보니 좋은 사업 아이템이었어요. 게다가 아일랜드에서 배럴을 구매하는데 켄터키에 있는 내 친구들에게서도 배럴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생활 속에서 사업 아이템을 찾은 셈이네요.
당시 버번이 30년 하락기를 겪고 있었어요. 버번 증류소마다 오래 숙성된 배럴들의 재고가 많이 남은 상황이었죠. 덕분에 전 각 증류소에서 아주 훌륭한 배럴들을 조금씩 구매할 수 있었어요. 마치 다양한 색상이 있는 팔레트를 소유하게 된 거죠. 그림을 그릴 때 다양한 색을 조합하듯 그렇게 버번을 블렌딩할 수 있었죠.
다채로운 색이 있는 팔레트가 제퍼슨 버번의 정체성으로 담겼군요.
어떻게 보면 버번을 증류한다기보다 와인메이킹과 비슷한 방식을 시도했죠. 증류는 과학이지만 숙성은 하나의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제퍼슨은 총 35개 제품을 선보였어요. 그중 두 개를 빼고 나머지는 단순히 증류하고 숙성하고 도수를 낮추고 병입하는 수준 이상의 작업을 진행합니다. 숙성할 때 더 많은 시간, 돈, 에너지를 투자하죠. 어떻게 하면 다양한 방식으로 숙성할 수 있을까 연구하면서 전통적 방식의 버번과 차별화할 수 있었죠. 더 다양한 맛을 선사할 수도 있었고요.
새로운 숙성법으로 차별화해 결국 켄터키 버번 명예의 전당에도 올랐어요. 그때 감회가 남달랐겠네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일은 큰 영광이죠. 이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우린 소위 아웃사이더였어요. 환영받지 못했죠. 그랬는데 지난해 아버지와 함께 제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게 된 거죠.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올라간 경우는 처음이라고 해요. 너무나 큰 영광이었죠. 당시 우리를 소개하신 분이 이렇게 설명했어요. 처음에 이 부자가 와서 사업을 하겠다고 할 때는 비웃었는데, 이제 이들이 혁신을 주도하기에 따라가야 하는 입장이 됐다고.
‘버번의 마크코 폴로’라는 수식어가 인상적이었어요. 애초 여러 버번을 블렌딩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했기에 도전을 방향성으로 잡았나요?
우선 타사와 차별화하기 위해 혁신을 추구했어요. 그리고 어쩌면 혁신은 제 천성이 아닐까 생각해요. 항상 전 뭔가 새롭게,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더불어 아버지가 버번 역사학자로 책도 쓰셨거든요. 아버지께서 버번은 실용적인 이유로 동일한 방식으로 만들어왔다고 알려주셨죠. 그렇다면 실용적인 부분을 배제하면, 혹시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최고의 버번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제퍼스 오션이나 제퍼슨 트로픽스 같은 제품의 숙성 방식은 실험적인 느낌까지 듭니다. 완제품을 만들기까지 과정이 정말 쉽지 않았을 듯해요.
친구와 코스타리카까지 배 타고 여행한 일이 있어요. 그 배에 버번 배럴 네 통을 실었죠. 3년 반 동안 배에서 버번을 숙성해보려는 실험이라면 실험이었죠. 3년 반이 지나서 보니 무색이던 버번이 까만색으로 변하고, 아주 진한 맛이 나더라고요. 이걸 제품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매번 다 실을 수 없으니 켄터키에서 6년 정도 숙성한 후 배에 싣고 5대륙 30개 항구를 항해했죠. 그렇게 돌아오면 새로운 방식으로 숙성한 버번이 완성되죠. 그 제품이 제퍼슨 오션이에요.
새로운 숙성법에 눈을 뜬 거군요?
그 과정을 경험하면서 숙성 과정에서 주변 환경이나 배럴의 움직임을 바꾸면 결과물이 상당히 다를 수 있음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다양한 환경에서 숙성을 시도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덥고 습도가 높은 곳에서 숙성하면 맛이 상당히 달라진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제퍼슨 트로픽스는 그렇게 나온 제품이죠. 켄터키에서 5년 정도 숙성한 후에 배에 실어서 싱가포르로 보내 18개월을 추가 숙성한 후 다시 켄터키로 가져옵니다. 그러면 배럴 속 당분이 천천히 캐러멜화해서 체리 파이나 블러드 오렌지 같은 향미가 나타나죠. 환경과 기후를 달리해 숙성하는 건 와인의 테루아와 같은 느낌이에요. 테루아에 따라 맛이 달라지듯 숙성할 때 환경과 기후가 그런 역할을 하죠.
“버번은 결국은 사람들을 한데 모으고 이야기와 기쁨을 나누게 하는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다양하게 시도하다 보면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았을 듯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실패 사례는 뭐였나요?
아는 셰프 중에 담배 농장을 소유한 분이 있었어요. 담배 농장에 가서 보니 담뱃잎을 막대기에 붙여서 말리더라고요. 그 막대기를 75년 동안 사용하면서 계속 담뱃잎을 말렸다고 해요. 숙성할 때 그 막대기를 배럴에 넣으면 어떤 맛이 날까 궁금했죠. 해봤더니 풍미가 좋은 버번이 완성됐어요. 만족스러워서 제품화하기 위해 연구실로 보내 성분을 분석했더니, 안타깝게도 발암 물질이 들어 있더라고요. 맛은 좋았는데.(웃음)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으로 재조명받은 에드워드 리 셰프와도 협업한 제품이 있다고 들었어요.
에드워드 리 셰프는 제 친구예요. 둘 다 켄터키에 살고요. 어느 날 에드워드 리 그리고 와인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과 바를 몇 군데 방문하다가 에드워드 리의 식당에 갔어요. 그때 에드워드 리와 함께 버번과 음식 페어링에 관해 얘기하고, 적합한 버번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죠. 9개월 동안 같이 작업했어요. 한국의 프라이드치킨과 어울리는 버번도 만들어봤죠. 음식과 버번이 서로 압도하지 않고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버번위스키 두 개와 라이위스키 하나를 블렌딩해서 완성했죠.
다양하게 숙성해 완성한 제품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기본은 제퍼스 버번이죠. 제퍼슨 버번의 어떤 점이 기본이 될 수 있었나요?
균형감과 복합성입니다. 또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점이죠. 한국처럼 버번 시장이 막 성장할 때 입문하기에 좋은 제품이라고 생각해요. 목 넘김이 상당히 좋고 맛도 다채롭죠. 제 친구는 심지어 너무 잘 넘어가 위험하다고 표현하기도 했죠.(웃음)
위스키를 마실 때 다양한 풍미를 찾는 즐거움이 있어요. 제퍼슨 버번의 아버지로서 제대로 느끼려면 어떤 풍미를 찾아야 할까요?
위스키는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마시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제가 바에 가서 제퍼슨 버번을 온더록스로 주문하면 바텐더가 좋은 버번이라 그냥 마셔야 한다고 해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각자 자신에게 맞는 음용법이 있죠. 그렇게 일단 즐겨야 해요. 그러고 나서 다양한 맛을 찾아보면 좋죠. 제퍼슨 버번은 다른 버번에서 느낄 수 없는 맛과 향이 많아요. 일단 전통적인 버번에서 느낄 수 있는 바닐라나 캐러멜 향을 접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 중간 단계에선 토피나 가죽 같은 맛을 느낄 수 있죠. 그러다 끝에선 시트러스, 오렌지나 복숭아의 맛을 접할 수 있어요.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면서 느껴집니다.
궁극적인 버번위스키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버번은 결국은 사람들을 한데 모으고 이야기와 기쁨을 나누게 하는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저 또한 사람들과 어울려서 술 한잔 마시면서 얘기하고 좋은 일을 축하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죠. 버번은 그런 상호작용을 도와줄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사회적인 윤활제라고 표현할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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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명: 제퍼슨 버번 | 제조국: 미국 | 수입업소: ㈜페르노리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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