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브라이틀링 타운하우스 한남의 1주년을 위해 서울을 방문하고, 올해는 취리히에 팝업 뮤지엄을 오픈했다.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데 요즘 어떻게 지냈나?
최근 인도와 필리핀을 방문했고 팝업 뮤지엄 개관과 140주년을 기념하는 책 출간을 앞두고 있어 분주하게 보냈다. 브랜드의 잠재력이 높은 나라를 방문하기도 했고 지속적으로 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올해는 나에게 가장 중요한 해라고 할 수 있다. 팬데믹이 끝나고 한동안 이어지던 보복 소비도 식어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어려운 경제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 고민하는 시기다. 돌이켜보면 성장도 중요하지만 내실을 다질 기회이기도 하다. 브라이틀링이라는 브랜드를 오롯이 인지하고 이해하는 사람은 10퍼센트 미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부지런히 움직이며 지냈다. 서두가 너무 길었나?(웃음)
지난 140년 동안 독립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브라이틀링이 가장 지키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새로운 것과 전통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쉽게 말해 ‘밸런스’. 시계는 누군가에게는 아날로그적인 물건일 수 있다. 나 역시 브라이틀링을 매일 착용하지만 실상 스마트폰과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다. 아이러니하지 않나? 이 점에서 간극이 생기기 마련인데, 우리는 어떻게 하면 ‘쿨’하고 새롭게 보일 수 있을지 고민한다. 아날로그 시계를 착용하는 건 마치 스파를 받는 것과 동일하다. 우리는 기분이 좋아지기 위해 시계를 구매하기 때문이다. 이 점을 절대 잊지 않으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한다.
브라이틀링 CEO로서 취임 이후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이었나?
솔직히 말하면, 당연히 브랜드가 성공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내가 취임한 후 거의 모든 컬렉션의 디자인을 변경하고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서울에 위치한 타운하우스 한남 같은 공간을 오픈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달라진 것이다. 아날로그 감성을 살리면서도 새로운 연구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세상의 모든 것은 빠르게 진화하고 변하고 있다. 심지어 패션도 주얼리도 변한다. 시계도 이런 흐름에 맞춰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브라이틀링은 140년이라는 오랜 역사와 유산을 간직했음에도 현재 시계 트렌드를 주도하는 느낌이다. 다채로운 컬러, 다양한 컬렉션의 확장을 예로 들 수 있는데,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필요를 창조하는 사람들이다. 시계는 필수 아이템이 아니기에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그리고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 지루하지 않도록 다양한 흥미를 유발할 필요가 있다. 이번 140주년 팝업 뮤지엄을 연 것도 ‘트렌드’의 일환일 수 있다. 물론 브라이틀링 브랜드 자체가 ‘트렌드’가 될 수도 있고.(웃음)
140년 동안 브랜드의 운명을 바꾼 결정적인 사건이 있으면 알려달라.
“Absolutely.”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 처음 브라이틀링 컬렉터를 만난 순간이다. 나는 원래 다른 시계 브랜드에서 오랜 시간 몸담았기 때문에 시계 업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는 높았으나, 브라이틀링에 대해서는 솔직히 몰랐다. 너무 솔직했나?(웃음) 하지만 브라이틀링을 접한 순간부터 컬렉터를 만나고 브랜드가 가진 무궁무진한 역사와 유산을 알게 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내 머릿속에 무언가 ‘띵’ 하고 스쳐 갔다고 해야 하나? 그 이후 브랜드를 보는 자세가 달라졌다. 면밀하고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세상에 내놓은 수많은 제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 이유는 무엇인가?
솔직히 모든 제품이 나에게는 동일하게 의미 있고 귀한 것이다. 모든 제품에는 존재 이유가 있고 가치가 있다. 그래도 굳이 고르자면 공식적으로 선보일 14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프리미에르, 내비타이머, 크로노맷. 이 세 가지 컬렉션이 우리 브랜드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다. 솔직히 효자 상품은 ‘슈퍼오션 헤리티지’ 컬렉션이지만 보이지 않는 가치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세 가지 컬렉션을 골랐다. 세 모델을 보면 아마 동의할 거다.
그렇다면 브라이틀링은 어떤 사람이 착용하면 좋을까?
우리는 나이, 수입, 성별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다만 취향에 차이가 있을 뿐. 우리는 다른 럭셔리 브랜드와 달리 매우 유니크한 위치를 점한다고 생각한다. 패션으로 말하자면 스트리트 브랜드다. 그 가치를 좋아하는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브랜드를 구매한다. 매번 우리는 질문한다. 우리의 브랜드를 좋아하고 우리의 스타일에 매력을 느끼는가? 그럼 구매하는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어울리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내 가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당신도 ‘미스터 브라이틀링’이다.
대중은 앞으로 다가올 브라이틀링의 다음 140년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일단 나는 없을 것이다. 내 이름은 아마 브라이틀링 뮤지엄에 한 줄 남을 것이다.(웃음) 지금까지 우리의 전략은 소비자에게 잘 전달되었다. 브랜드의 세계관인 하늘, 육지, 바다 그리고 ‘모던 레트로’라는 디자인 철학, 더불어 포용적이고 캐주얼하며 지속 가능한 럭셔리 접근 방식은 우리가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하는 데 도움을 준 세 가지 핵심 요소이다. 이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 지금부터는 인내가 중요하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계속 꾸준히 해나가야 하는 것. 이렇게 나아간다면, 앞으로 140년도 이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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