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션 맥기르(Seán McGirr)는 다분히 영국적인 헤리티지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재해석했다. 어린 시절 구전으로 전해온 밴시 설화는 이번 컬렉션의 영감이 됐다. 전통적인 영국식 수트는 누군가 세게 움켜쥔 것처럼 뒤틀려 있고, 독특한 T-바가 돋보이는 선명한 실루엣을 선사한다. 무엇인가로 들어올린 것처럼 좁고, 높이 솟은 어깨라인은 이번 시즌에도 유효하다. 워싱하고, 잘게 자르고, 다듬은 실크 시폰과 오간자의 활용도 눈에 띄었다. 고운 브러시드 실크를 엮어서 만든 정교한 코브웹 레이스는 실이 풀리는 듯한 착시를 일으켰고, 오간자는 밴시의 빗이 꽂힌 덩굴손 형상으로 길게 늘어졌다. 주얼리 역시 밴시 설화에 나오는 머리 빗, 길게 늘어지는 ‘발견된 물건’ 사슬 등에서 영감 받았다.
레드 파이핑 디테일의 테일러드 재킷, 라벤더색 레이스 톱과 드레스, 트위스티드 테일러링 등 연이어 등장하는 남녀 모델의 룩에서 보여지는 연관성도 이번 런웨이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다. 션 맥기르는 구전과 헤리티지를 드라마틱하게 풀어낸 이번 컬렉션을 통해 솔직하고 강인한 인간을 표현하고자 했다. 맥퀸 쇼에 참석한 셀럽으로는 국내 뮤지션 더로즈의 우성과 황소윤이 맥퀸 2025 봄/여름 컬렉션에 참석했다.
“밴시는 맥퀸의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기도 하고, 제가 어린 시절 들었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아일랜드에서 어머니가 이 이야기를 해주시던 기억이 납니다. 이 고독하고 불길한 인물의 울부짖음에 대해서. 이제 저에게 밴시는 현실적이고 강력한 무언가를 상징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감정을 느끼는 솔직한 사람, 타인을 이끄는 힘이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을 나타냅니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션 맥기르(Seán McGirr)
2024년 9월 28일,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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