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작품 <한여름 밤의 꿈>에서 영감받은 시스템의 2025 봄/여름 컬렉션은 복잡한 사랑의 형태에 주목했다. 그중에서도 휴가나 여행 중에 충동적으로 시작된 강렬한 감정에 집중해 ‘Summer Love’를 컬렉션 테마로 정했다. 일시적이지만 쉽게 잊을 수 없는 사랑의 이중성과 혼란스러운 감정의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식을 사용한 것이 컬렉션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이를테면 리넨, 레이어드 시폰 등 가벼운 소재를 사용해 구조적인 볼륨감을 표현하거나 각기 다른 소재와 컬러를 감각적으로 레이어링하는 식으로 마구 겹치고 포개지는 감정의 모습을 담아냈다. 차분한 컬러 팔레트가 이어지는 중 빈번하게 등장하는 플라워 프린트도 인상적이었다. 이는 화가 조지아 오키프와 사진작가 앨프리드 스티글리츠가 나눈 사랑의 서사에 착안한 프린트로 컬렉션을 한층 풍요롭게 만들었다. 액세서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여행지에서 들기 좋은 드로스트링 백이나 쇼퍼백을 넉넉하고 커다란 크기로 만든 것이 눈에 띄었고, 프로스펙스와 협업해 완성한 스포티한 스니커즈도 만날 수 있었다.
시스템 컬렉션은 항상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과 협업하며 이루어진다. 이번 시즌에도 역시 사진가 데이비드 심스가 촬영하고 엠마뉴엘 알트가 스타일링한 광고 캠페인의 대표 컷을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선공개했다. 또한 빛이 옅게 흩어지는 어두운 공간엔 프로듀서 세제르 자닌이 프로듀싱한 음악이 흘렀다. 컬렉션의 테마와 무드에서 영감받아 그가 재해석한 사운드스케이프 덕분에 쇼에 깊게 몰입할 수 있었다. 더불어 쇼가 끝나고 진행된 애프터 파티에선 하이트 진로가 스폰서십을 맡아 진로 소주 칵테일 등 이색적인 케이터링을 준비하기도 했다.
이번 시즌에 시스템 컬렉션이 특별했던 점을 또 하나 꼽자면 런웨이에 나온 제품을 즉시 구매할 수 있는 ‘See Now Buy Now’ 시스템을 도입한 것. 한정된 아이템이긴 했지만 더한섬닷컴과 시스템, 그리고 시스템 옴므 일부 매장에서 쇼에서 본 제품을 다음 계절까지 기다리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이제껏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만 진행한 시스템 컬렉션이 런웨이 쇼를 선보인 건 이번 파리 패션위크가 처음이었다. 하지만 처음인 것이 무색하게 다채로운 협업과 이벤트로 가득 채워 지루할 틈이 없었던 파리의 여운이 아직도 짙게 남았다. 마치 이번 컬렉션의 테마인 ‘Summer Love’의 의미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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