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컬렉션 기간의 첫날 마지막 쇼였으니, 분명 순순히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 뒤편에 지어진 쇼장에 들어서자마자 알 수 있었다. 서부로 가는구나. 무법천지였다.
퍼렐 윌리엄스가 선보이는 루이 비통 카우보이는 오리지널 정서가 진득하게 배어 있었다. 그는 미국 서부 의상의 본질에 대해 직접적으로 파고들었다. 값진 보석부터 수작업으로 그린 그림을 더했고, 뛰어난 전문가들의 최고 수준의 자수 기법까지 고귀한 장인정신을 투영했다. 미국 부츠 제조업체인 팀버랜드와 함께 작업했고, 미국 원주민인 다코타(Dakota)와 라코타(Lakota) 예술가들과 함께 만들어낸 음악, 무대장치 및 다양한 요소를 컬렉션 전반에 녹여냈다. 이는 메종 남성 컬렉션을 통해 선보이는 LVERS 커뮤니티에서부터 이어진 새로운 시도의 일부라고. 황야의 무법자들이 거칠게 런웨이를 걸었다. 카우보이모자, 볼로 타이, 버클 벨트, 웨스턴 부츠, 소 두개골 장식인 부크라니아, 메탈 큐브레 꽃무늬 장식의 바케로 재킷, 요크나 리벳 장식 셔츠 등 모두가 정답에 가까운 웨스턴 룩이었는데,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루이 비통의 상징적인 디테일, 장인정신이 깊이 스며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디테일을 적용하는 방식은 아주 명민했고, 디테일은 견고했다. 데님은 시퀸 꽃 자수로 꾸몄고, 청회색으로 바랜 꽃 모티브를 더했다. 카우보이가 바지 위에 덧입는 가죽 바지는 데님 소재로 대신했고, 프린지 장식 가죽에 스터드나 모노그램 또는 꽃 장식을 수놓았다.
가죽 재킷과 면바지는 말안장의 엠보싱을 모방해서 디자인했다. 메탈 스터드, 터키석 장식 핀 스트라이프, 다미에 체커를 수놓은 수트 등의 테일러링을 시도하고, 블랭킷 코트와 질레에는 카우보이 모노그램을 더했으며, 캔버스 소재는 태양에 오랜 시간 노출되어 바랜 듯한 효과를 줬다. 팀버랜드와 협업한 슈즈는 클래식한 산업용 부츠에 메종의 모노그램을 새겼고, 밀색이나 검은색 방수 스웨이드 누벅 가죽, 버펄로 누벅 버전 등으로 구성되었다. 그 외의 슈즈 라인들도 짙은 웨스턴 향을 풍겼다. 웨스턴 부츠 전문 제조업체 굿이어(Goodyear)와 함께 루이 비통과 미국 서부의 정서를 담아낸 정통 카우보이 부츠인 LV 텍산(Texan), 레이스업 스타일과 몽크 스트랩 두 가지 종류의 LV 로데오 카우보이 슈즈, 둥근 코 디테일의 웨스턴 부츠 LV 라이더 등이 있다.
무엇보다 런웨이에서 가장 눈에 띈 건 이제껏 본 적 없는 다양한 소재와 디테일이 적용된 백 라인. 스피디는 소뮈르 백과 함께 스터드 장식된 새들백 형태, 혹은 데미에 나벳 스터드를 더하기도 했다. 스티머는 다미에 패턴이 깃듯 버펄로 체크 캔버스 소재, 에이지드 모노그램 캔버스, 브러시드 모노그램, 색이 바랜 데님 다미에 패턴, 악어가죽 모노그램, 타조 가죽 모노그램, 누벅 악어가죽 소재 등 그야말로 방대한 종류의 소재와 디자인으로 재탄생한 백 라인이 등장했다. 한 장면도 놓칠 수 없는 서부 영화의 한 부분처럼 거침없이 달려온 쇼는 말미부터 피날레에 이르기까지 북미 전역의 원주민 출신 가수들로 구성된 파우와우 그룹 네이티브 보이스 오브 레지스턴스(Native Voices of Resistance)의 공연이 이어지며 멈출 수 없는 여흥을 남겼다. 그리고 역시, 퍼렐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피날레를 장식한 네이티브 보이스 오브 레지스턴스를 비롯해 멈퍼드 앤 선스와 퍼렐이 무대에 올라 이번 쇼의 사운드트랙이었던 ‘Good People’ 공연을 펼치는 등 화려한 애프터 파티로 파리 패션위크의 첫날 밤을 근사하게 장식했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