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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2024

각자 다른 분야를 살아가며 다른 세계를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무턱대고 2024년의 키워드를 물었다. 각자의 키워드에는 그들이 속한 세계의 디테일과 함께 오늘날의 시대정신이 생각보다 진하게 드러나 있었다. 국제정치부터 전통주까지, 스타트업부터 고급 시계까지 망라한 2024년 키워드.

UpdatedOn January 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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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생존

스타트업 신은 작년부터 생존이 화두였고 앞으로도 몇 년 동안은 생존이 화두가 될 것 같다. 불경기라 하던 2023년을 어찌어찌 넘겼다고 해도 여전히 먹고살 만해졌다거나 상황이 해결되었다기보다는 파국을 미뤘을 뿐이다. 경기의 영향을 받는 면이 아무래도 있다. 투자를 받아서 성장한다는 스타트업의 모델이 변했다. 이제는 스타트업의 생존 방식 중 ‘투자를 계속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기존 주주들이 도와주겠지’라는 생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금리가 올랐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른바 유니콘 회사들이 기업가치가 높아진 뒤 그만큼의 가치를 정당화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투자자들은 그 결과 새로운 투자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그러나 올해가 지나 2025년쯤 되면 진정한 강자가 보일 것 같다. 그때쯤 되면 수익을 내면서 성장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회사가 대두할 거라 생각한다. 펀드 빈티지라는 게 있다. 와인의 빈티지처럼, 특정 연도에 투자한 회사의 포트폴리오를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불황 때 만든 펀드가 더 수익률이 높다고 한다. 역으로 기업가치에 거품이 끼지 않았을 때 창업한 회사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회사들이 불황이 끝나고 호황기가 찾아왔을 때 크게 성장하는 경우가 있다. 쿠팡이나 토스, 배민 등도 상황이 좋을 때 창업한 회사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럴 때 진짜배기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윤수영(트레바리 대표)

정치

탈냉전 vs 신냉전

냉전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왔다는 ‘탈냉전주의’적 관점은 1990년대에는 신선한 시각이었다. 그 시각이 지난 30년 동안 이어졌다. 그러다 코로나 등 전 지구적 이슈를 겪고 나서 국민국가의 귀환 등을 생각하게 된 것이 요즘 시대다. 반면 ‘탈냉전시대는 끝났으니 이제 정말 새로운 시대로 갈 수밖에 없다. 신냉전이 좋건 나쁘건 우리가 작응해야 할 가치다’라고 생각하는 신냉전주의자가 있다. 그 키워드로 정치와 선거를 보면 조금 달리 보일 것이다. 단순히 10년 전처럼 특정한 추세가 있어서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게 아니다. 지금 한국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에서부터 가치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 관점의 대립을 요약하면 탈냉전 vs 신냉전이 될 것이다. 나는 탈냉전시대 시각이 낡은 가치라고 생각한다. 탈냉전시대가 준 긍정적인 가치는 갈 데까지 갔고, 30년 동안 지배적인 헤게모니를 유지하며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봉착했다. 진보적인 포지션을 가졌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신자유주의의 폐해 앞에서는 침묵하고, 러시아는 경제적으로 합리적이지 않은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거기 더해 중국까지 대만 선거 결과에 극단적인 정책으로 반응한다면 합리적 경제주체를 당연히 여기는 탈냉전시대의 가치를 유지할 수 없다. 탈냉전시대의 특징 중 하나는 다양한 가치관이 용인되는 것이었는데, 그건 역으로 개인이 어떤 정체성이나 가치관을 고수하든 상관없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이제 세상이 다시 한 바퀴 돌았다. 누군가가 정체성을 엄격히 묻는다면 이제는 자신의 정체성을 말해야 할 때가 왔다. 노정태(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지금 한국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에서부터
가치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 관점의
대립을 요약하면 탈냉전 vs 신냉전이 될 것이다.”

 

경제

리쇼어링, 총선, 비트코인

기존 세계화 시대의 골자는 생산과 설계를 분리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중국과 미국의 대립 등 국제 정세가 변하며 생산과 설계를 통합하는 ‘리쇼어링’ 중이다. 단순히 생산과 설계를 통합하는 개념이 아니라 반도체 등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설계를 다시 미국으로 돌리는 것이다. 경제학적 투자는 공장을 짓는 것이니 그만큼 중국으로 갈 투자는 줄어든다. 그렇게 요즘은 중국으로 가는 돈이 막히는 게 금융시장의 트렌드다. 리스크 분산을 목표로 하는 포트폴리오 구성과는 다른 개념이지만, 지금은 신냉전 체제라 부를 정도로 국제 정세가 변하고, 금융도 그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아울러 곧 있을 한국 총선도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각종 부동산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부도 사태가 임계점에 놓여 있다. 원래 부도가 나면 돈을 회수할 때 은행이 먼저 돈을 가져가고 후순위가 피해를 본다. 청구서가 날아오면 누군가는 피해를 보게 된다. 지금 금융당국이 만기 연장이라는 방식으로 청구서가 날아오는 시간을 유예하고 있다. 총선 전까지는 시장에 불안 요소가 생기면 여당이 불리하니 이렇게 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정책적으로 유예할 수는 없다. 질서 있는 디폴트를 해서 연착륙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또 하나 신경 쓰이는 건 비트코인의 ETF다. 비트코인이라는 가상자산이 제도권 안에 들어왔다는 의미가 있다. 제도권 안에 들어왔으니 제도권의 자금이 집행될 수 있고, 즉 하나의 투자처로 인정 받은 것이다. 완전한 인정이라기보다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소송을 하다가 반박하지 못해 인정되어버린 것이니 반쪽짜리 승인이라 할 수 있지만, 이미 비트코인 ETF라는 상품은 나와버렸다. 가상자산이라 여겼던 비트코인이 적어도 원자재 정도의 투자 클래스는 확보한 셈이니 그만큼 기존 금융시장에도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 박문석(KB증권 부장)

 

“가상자산이라 여겼던 비트코인이 적어도 원자재 정도의
투자 클래스는 확보한 셈이니 그만큼 기존 금융시장에도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

 

한국 문학

열림

지난 3~4년 동안 코로나 등의 사회 이슈로 갇혀 있었기 때문인지 요 몇 년간 한국 문학 작품은 대체적으로 자기 안으로 깊이 들어가는 경향이 강했다. 최근 우리 회사의 신춘문예에도 자기 내면을 깊이 탐구하는 방향의 작품이 많았다. 너무 자기 내면을 탐구해서 응모한 사람들이 세상과 사회적으로 단절되나 싶기도 했다. 특정 작가 한 사람의 문제라기보다는 많은 사람에게서 드러나는 일종의 경향 같기도 하다. 작가뿐 아니라 많은 젊은 사람들이 관계를 어려워하는 것 같다. 연애도 어려워하고, 결혼도 잘 안 하고. 세상 모든 일에는 흐름이 있으니 올해는 조금 더 여러 가지가 밖으로 열릴 거라 기대하게 된다. 자기 안으로 침잠해온 많은 문학이나 문화 콘텐츠가 타인과의 관계를 건강하게 회복하는 경향으로, 공동체의 따스함을 회복하는 작품이 많이 나오면 좋지 않을까. 내게만 머무르지 않는 문학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문학뿐 아니라 문화 콘텐츠 전반에서. 오경진(<서울신문> 기자)

고급 시계

정상화

정상화라고 볼 수도 있고 과거로의 회귀라 볼 수도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고급 시계는 특정 방향으로 쏠려 있었다. 스포츠 워치라거나, 일부 브랜드에 프리미엄이 너무 많이 붙었다거나. 전 세계적으로 그런 경향이 줄어들고 있다. 일부 브랜드의 일부 모델을 제외하면 매출 등 여러 가지 지표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한 번 매출이 크게 오른 뒤 지금 같은 침체기에도 원래의 매출을 유지하는 브랜드가 몇 곳 있는데, 앞으로 그런 브랜드는 계속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런 브랜드로는 오데마 피게, 파텍 필립, 브레게 등이 있다. 한국 시장에서 매출 버블이 빠져도 어느 정도 매출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이 브랜드들의 특징은 나름 정체성이 있다는 점인데, 그 면에서 정체성이 강한 브랜드들이 각광받는 것 같다. 반면 성장세가 약해진 브랜드도 있다. 몇몇 브랜드는 이미 살 사람들은 다 산 것 같은데 새로운 고객을 끌어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눈에 띄는 브랜드는 브레게와 태그호이어다. 브레게는 보수적인 하이엔드 시계 중에서도 개성이 있는 회사고, 그 개성과 높은 세공 품질 등의 요소가 고객에게 인정받고 있다. 태그호이어는 시계 가격이 올랐는데도 존재감이 크고, 조금 더 젊고 트렌디한 브랜드가 되었다. 마케팅 캠페인 등 매니지먼트도 젊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태그호이어의 CEO였던 프레데릭 아르노가 LVMH 시계 부문 대표가 될 수 있었던 것도 태그호이어가 잘해왔다는 증거라고 본다. 예상되는 시계 트렌드 역시 약간의 정상화다. 시계의 크기는 작아지고, 완전한 드레스 워치는 아니더라도 드레스 워치 느낌이 드는 하이브리드풍 시계가 인기를 끌 것 같다이. 재섭(타임포럼 에디터)

건축

대수선

우리처럼 건축가가 아닌 보통 사람들은 ‘리모델링’이라고 부르는 분야다. 지금 우리 회사에 들어오는 건축 문의는 거의 신축이 아닌 대수선이다. 실제로 2024년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대부분 대수선이다. 우리 회사가 나갔던 방송 <빈집살래> 역시 대수선 프로젝트였다.

대수선이 많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서울에는 여전히 고쳐서 쓸 건물이 많다. 유행이 지난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제 시작일 수도 있다. 성수동 열풍이 그 증거다. 거기 더해 건축 경기가 안 좋아져서 비용이 올라간 면도 있다. 신축이 아닌 대수선이라면 일반 건축보다 조금이라도 저렴할 거라 기대하는 건축주들이 있다. 실제로는 크게 차이가 안 난다고 해도. 신축과 대수선의 비용 차이는 생각처럼 크지 않다. 건축주는 대수선을 할 때 신축 대비 절반 이하로 건축비가 떨어질 거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평균을 내보면 30%쯤 줄어드는 정도지만 이것도 확실하지 않다. 대수선은 워낙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 고치는 게 신축보다 비용이 더 드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대수선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예를 들어 예전에 지은 건물은 새 건축 법규를 따르지 않아도 될 때가 있다. 이런 식으로 대수선에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대수선은 건축가 입장에서 재미있는 건축인가? 이것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도시재생 등 큰 개념 안에서 진행한다면 재미있다. 신축 건물과는 달리, 건물을 살리면서 그 건물의 기존 맥락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예산만을 위한 수선이라면 골치 아플 때도 있다. 대수선의 어려운 점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안전진단 등 진행 중 변수가 많아서 사실상 도면을 그릴 수가 없다 조. 세연(노말건축 소장)

국제

트럼프 시즌 2

나는 8년 전부터 도널드 트럼프를 편견 없이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 대선이 다가오는 가운데 트럼프 시즌 2도 다가온다. 조 바이든의 지지율이 낮고, 공화당 안에서도 트럼프의 라이벌이 딱히 없다. 트럼프가 마주한 각종 법적 이슈는 큰 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다. 만약 트럼프가 구속이라도 된다면 민주당은 정말 역풍을 맞을 거라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다. 거기 더해 최근 미국은 난민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나는 최근 미국에 다녀왔다. 지난달 CNN에서도 바이든을 비판하는 기사가 나왔다. 시카고 시장이 생방송 인터뷰에 나와서 “나는 민주당원이지만 바이든은 진짜 아니다. 지금 우리 도시에 (불법) 이민자들을 챙기느라 그 문제 대응하는 데 연간 예산의 5%가 나가고 있다. 이대로는 망한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걸 보는 스윙보터들은 뭐라고 생각할까.

나는 8년 전부터 도널드 트럼프를 편견 없이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 대선이 다가오는 가운데 트럼프 시즌 2도 다가온다. 조 바이든의 지지율이 낮고, 공화당 안에서도 트럼프의 라이벌이 딱히 없다. 트럼프가 마주한 각종 법적 이슈는 큰 변수가 되지 못할 것이다. 만약 트럼프가 구속이라도 된다면 민주당은 정말 역풍을 맞을 거라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지 않다. 거기 더해 최근 미국은 난민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나는 최근 미국에 다녀왔다. 지난달 CNN에서도 바이든을 비판하는 기사가 나왔다. 시카고 시장이 생방송 인터뷰에 나와서 “나는 민주당원이지만 바이든은 진짜 아니다. 지금 우리 도시에 (불법) 이민자들을 챙기느라 그 문제 대응하는 데 연간 예산의 5%가 나가고 있다. 이대로는 망한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걸 보는 스윙보터들은 뭐라고 생각할까.

8년 전과 비교해 가장 큰 차이는 이제 주류 언론도 트럼프에 대한 혐오성 발언을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8년 전 미국 주류 언론과 엘리트층은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들은 당선 후에도 트럼프를 국가의 리더로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본인들의 판단력 부족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트럼프가 지지율 1위를 오래 유지한 만큼 주류 언론도 예전처럼 트럼프를 무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앞서 말한 CNN이나 NYT 등이 트럼프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에, 그 영향을 받는 한국 언론도 트럼프를 다루는 논조가 바뀌는 게 느껴진다. 예전처럼 트럼프를 덮어놓고 비난하는 기사가 줄어들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전쟁 이후 트럼프 시절의 평화가 재평가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으로는 드물게 외국에서 새 전쟁을 벌이지 않았다. 트럼프가 과연 본인의 호언장담처럼 당선 즉시 전화 한 통으로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을지 기대된다. 그 외 올해 예상되는 큰 지정학적 변수는 파리 올림픽이다. 1972년 뮌헨 올림픽 때처럼 테러가 날까 걱정된다 . 조진서(국제 칼럼니스트)

방송

도파민

자극적인 콘텐츠가 당분간 더 유행할 것이다. <나는 솔로>도 그렇게까지 잘될 줄은 몰랐는데 16기 이후 잘 풀리고 있다. 자극적인 설정과 이야기들이 만들어내는 ‘도파민 중독 사회’가 전제로 깔려버렸다. 말하자면 방송은 좀 더 의도적으로 도파민을 호소하기 시작했고, 시청자는 이제 도파민을 수집하려 안달이 나 있다. 그래서 <환승연애>도 자극적인 이야기가 난무하는 도파민 파티가 열렸다. 연초 주목할 프로그램은 <환승연애>를 만든 PD가 JTBC로 이직해서 론칭하는 ‘연애남매(가칭)’다. 남매들이 서로를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남매와 연인을 섞어놓고 남매인지 연인인지 찾아내는 것이다.

연애 프로그램은 단순히 출연자가 사랑하는 걸 보는 게 아니다. <환승연애>에도 추리가 들어가 있듯, 시청자가 추리하고 맞히고 틀리는 과정이 있다. 실제 남매와 실제 연애를 섞어서 한국의 남매 문화와 연애 사이에서 시청자가 찾아내게 하는 것이다. 남매끼리 연애하는 연기를 해야 할 수도 있으니, 이건 누가 봐도 ‘도파민 맛 좀 봐라’ 싶은 자극적인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3월에 방송 예정이라고 한다. 당장 이번 주에도 OTT 플랫폼 웨이브에서 <사상검증구역: 더 커뮤니티>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진보나 보수, 페미니즘이나 이퀄리즘 등 8명이 서로 이념으로 싸우는 것이다. 말이 안 되지만 그걸 염두에 두고 만든 것 같다. 더 강한 자극으로 도파민에 호소하는 방송국 플랫폼, 더 큰 자극을 원하는 시청자, 이 둘의 수요와 공급이 올해 정점을 찍을 것 같다. 모든 것에는 흐름이 있으므로 그런 흐름이 피로한 사람도 있을 테니 올해 말쯤 되면 오히려 디톡싱 개념의 콘텐츠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정신 건강이 될지, 자기계발이 될지, 세컨드 잡이 될지는 모르겠지만문. 신애 (CJ ENM PD)

전통주

증류주

전통주 분야에서는 소주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박재범의 원소주 열풍만으로 분석하기에는 뭔가 모자라다. 한국의 와이너리도 증류주를 내놓는 추세니까.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단 증류주는 막걸리나 약주에 비해 보존성이 좋다. 병에 담아두고 오래 둬도 재고 부담이 덜하다. 막걸리나 약주 등은 상하는 경우도 많아서 보관이 어렵다.

요즘 사람들의 음주 행태가 변한 것도 연관이 있다. 요즘 젊은이는 센 술을 먹는 대신 하이볼 등으로 자신의 구미에 맞는 술을 섞어 먹는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오히려 독주가 유행하게 된 면이 있다. 하다못해 ‘소맥’도 달라졌다. 예전의 소맥이 처음처럼에 카스였다면, 지금은 프리미엄 소주에 크래프트 비어를 섞어 먹는 식이다. 달라진 사람들의 음주 습관 역시 증류주가 키워드로 뜨는 이유다.

바텐더들도 한국의 증류주를 애용하는 추세다. 한국의 증류주가 저렴하기 때문이 아니다. 바텐더 대회에 나갔을 때 한국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제 대회에서는 오히려 한국 술로 칵테일을 만들었을 때 반응이 더 좋다는 바텐더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증류주의 추세가 앞으로도 오래갈 거라 생각하지만 품질이 얼마나 더 좋아질지가 관건이다. 지금은 증류주가 대세이기 때문에 많은 곳들이 증류주를 출시하는데, 그러다 보니 주질이 별로 높지 않은 것이 있는 곳도 사실이다. 사람들은맛이 없으면 안 먹으니까 계속 주질이 좋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서양 위스키가 좋은 품질로 인정받는 건 오랜 세월 숙성하기 때문인데 사람들이 기다릴 수 있을까. 일품진로는 저장해뒀다가 잊고 있던 술이라는 말도 있다. 한국 증류주의 가장 큰 리스크는 시간과 인내심이다.

전통 증류주 하면 떠오르는 박재범의 원소주는 주질이 향상되지 않으면 반등이 어려울 것 같다. 그것이야말로 숙성 등을 통해 주질을 끌어올리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은 맛이 없다. 초도 물량은 거친 맛이 있었는데 공장도 세우고 증류기도 새로 가져왔다고 하는데도 품질이 별로 좋아지지 않았다. 술을 마케팅으로 생각하는 건지 좋은 술을 만들려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할리우드 스타가 만드는 와인 같기도 하고, 스타 마케팅의 패착 같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증류주는 예산사과와인에서 만드는 사과 증류주 추사다. 추사 40은 오크 숙성이라 무겁고 가격이 있지만 사과 향이 많이 나면서 맛이 부드럽고 안정되어 있다. 추사의 백 소주도 3개월은 숙성해서 맛이 좋다백. 문영(주류 칼럼니스트)

 

“일품진로는 저장해뒀다가 잊고 있던 술이라는 말도 있다.
한국 증류주의 가장 큰 리스크는 시간과 인내심이다.”

 

인테리어

공예적 마감

3D 프린팅이 발달하면서 생긴 나비효과 같은 일들이 있다. 3D 프린팅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손이 많이 가는 공예적 마감의 구현 난이도가 낮아졌다. 3D 프린팅으로 프로토타입이나 몰딩을 만들 수도 있고, 마음대로 도면으로 그려서 넘기면 나오니까. 기존의 기계라면 구현할 수 없었던 특별한 세공이 오늘날의 기계로 가능해진 것이다. 그에 따른 효과로, 사람들이 핸드메이드를 더 좋 아한다. 기계가 구현할 수 없는 특별한 걸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점점 더 질 높은 마감을 선호하는 경향이 느껴진다. 아울러 또 하나 생각나는 건 무광의 트렌드가 끝났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유약을 발라서 광이 나는 타일을 점점 많이 찾는다. 금속 소재는 항상 인기였는데 요즘의 트렌드는 금박이다. 우리가 샘플로 받는 소재 중에서는 유리나 코르크에 금박을 한 것도 있다. 친환경 소재의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특정 제품이나 공간 정도에 쓰였다면 이제는 건축 등 더 큰 단위의 프로젝트에서도 친환경 소재를 쓰려는 움직임이 있다. 흙 건축이나 대마를 섞은 ‘헴프크리트(헴프+콘크리트)’ 등이 그 예다. 한국에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구 단계였는데 이제는 우리도 샘플이 나와서 실제 적용이 될 것 같다. 백수경(소재 라이브러리 콩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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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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