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 출연자로 저는 어떻습니까?
여자들은 좋아할 것 같네요. 남자들은 잘 모르겠고.
저는 남자들이 더 좋아합니다.
그래요? 깔끔하거나 다듬어진 분은 여자들이 좋아하고, 남자들은 좀 어수룩한 사람을 좋아해요. ‘나보다 편해 보이네, 어수룩하네’ 이런 사람을 좋아하죠. 그런데 가보면 알아요. 하루 이틀 지나보면 바로 판단되죠. 처음 이미지랑 다를 수도 있고요. 생활 속에서 탁 펼치는 거랑 정돈된 자리에서 그냥 대화 몇 마디 하는 건 많이 다를 수 있어요.
<나는 솔로> 사전 인터뷰도 약간 취조 분위기던데요.
항상 불려오는 사람은 당하고 가죠. 오늘도 불려왔으니까 당하고 가야죠.
별 말씀을요. 인터뷰 준비를 할 때 PD님 인터뷰가 많아서 준비하기 참 좋았습니다. 개인 성향에 따라 인터뷰를 고사하시는 분도 있는데, 인터뷰를 많이 하신 이유가 있습니까?
저는 인터뷰 요청이 오면 거절하지 말자는 생활 철칙이 있어요. 거절하는 분위기에서 좋은 일은 생기지 않아요. 누군가의 부탁을 받아들일 때 내게 더 좋은 일이 있다고 믿어요. 인터뷰를 안 해서 불리한 건 없어요. <나는 솔로>를 하면서 끄집어내도 거리낄 게 없고요. 마음껏 물어보세요.
감사하고 이해되는 말씀입니다만, <나는 솔로>가 논란도 있죠.
논란은 피하면 더 커져요. 별것도 아닌 걸 확대재생산한 거라서 제가 정리할 수 있으면 하는 겁니다. 때로는 논란이 프로그램 홍보가 될 때도 있는데 결정적으로는 긍정적이지 않은 논란은 정리하는 게 맞죠.
<나는 솔로>는 몇 명이 만듭니까?
직원부터 외주까지 보통 24명 정도요. 그 팀이 <나는 솔로>랑 <나는 솔로,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를 만든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굉장히 소규모예요.
지금 여기는 저와 사진가 둘만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데요. 방송은 원래 그렇게 사람이 많이 필요합니까?
그렇죠. 일단 계속 일하고, 촬영을 하면 조명, 카메라, 차량 등 관계자와 협력업체가 있죠. 방송사 관계자도 있고요. 촬영하러 가면 약 50명 정도가 일합니다. 외부 지원까지 생각하면 더 많고요.
생각보다 무척 규모가 크네요.
그런 분들이 <나는 솔로> 프로그램과 더불어 직업을 유지해나가는 거니까 <나는 솔로>가 정규 프로그램으로 유지되는 건 되게 중요하죠. 스태프의 생계니까요. <나는 솔로> 때문에 먹고사는 사람은 유튜버만이 아니에요.
<나는 솔로> 같은 관찰 예능은 카메라를 몇 대 씁니까?
6mm 카메라 6대가 항상 돌고, ENG 카메라가 6~7대, 그다음 거치 카메라가 수십 대 있죠.
<짝>을 촬영하실 때에 비하면 영상 소스가 늘었겠네요.
그때에 비하면 카메라 대수가 훨씬 많아졌죠.
“방송 기술이 발달해서 내용을 풍부하게 담을 수 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카메라가 늘어났다는 이야기인가요?
카메라 성능, 화질, 오디오 시스템이 월등히 좋아졌죠. (제작) 시스템화도 되었고요. 예능팀은 스태프를 많이 썼지만 제가 있던 교양팀은 소규모로 찍은 적이 많았어요. 다큐 형식으로. 그게 예능 형식으로 조금 더 시스템화되며 교양과 예능을 섞은 셈이에요. 다큐 형식으로 가되 예능 형식을 더하니까 카메라 등을 곳곳에 배치했죠.
원래 교양국 PD는 예능으로 잘 안 가지 않나요?
요즘은 그 경계가 없어졌어요. 기획하는 프로그램이 연예인을 활용한 예능 형식이 맞겠다 싶으면 예능이 되죠.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는 옛날 낚시 전문 방송에서 다큐로 찍던 건데, 이경규나 이덕화가 붙어서 예능이 되고 그러면 파이가 커져요. 다큐는 카메라 한두 대로 찍으면 PD와 카메라, 인건비가 다인 소규모 프로덕션이에요. 예능에서 가장 큰 몫이 연예인 출연료거든요. 다른 건 또 새 발의 피예요.
<짝>의 오디오로 김세현 성우를 활용해 자연 다큐 느낌을 준 것도 예산 때문이었습니까?
아니에요. 그때는 그런 의도였어요. 성우가 전개하는 방식이 프로그램 색이라 그렇게 한 거고, 요즘은 조금 더 힘을 뺀 겁니다. 다큐에 들어가는 내레이션은 다 힘이 들어가 있어요. 고상한 척을 해야 되니까. (<나는 솔로>는) 고상한 척이 많이 없죠. 고상한 척을 떼려 하는데 그걸 재수 없게 보는 사람도 있고요.
<그것이 알고 싶다>를 하셨을 때는 개인적인 신념 때문에 살인 사건 같은 건 안 다루셨다고 했습니다. 무슨 신념이었습니까?
시사 프로가 개인의 살인 사건을 너무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건 흥미 위주라고 봤어요. 구조나 제도가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을 다루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했어요. 개인의 살인 사건도 사회에 영향을 주죠. 가족이나 피해자 등 관계자에게만 파장이 미치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데 어젠다로는 조금 더 큰 사회문제를 다루는 게 좋을 거라 봤어요. 큰 신념은 아니에요. 저는 우리에게 조금 더 의미 있고 현실적인 걸 하고 싶었어요. 공교육 문제 같은 것은 메시지를 줄 수 있잖아요. 그 시도가 강물에 돌멩이 하나 던지는 셈밖에 안 돼도 더 많은 메시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짝>도 제 주변 문제잖아요. 제 주변 문제가 아닌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을 조금 더 벗어났다고 봤어요.
<나는 솔로>에서 드러나는 다층적인 욕망과 마음 역시 PD님의 흥미 영역입니까?
어떤 사람이든 이 주제가 흥미 있을 거예요. 사람이 만나서 결혼하고 또 아이를 낳고 지속되는 생태계가 인류의 역사 그 자체죠. <나는 솔로>가 그 찰나의 순간을 담은 거죠. <짝>도 그랬어요. 많은 사람들이 나왔고, 그 결과물을 담으면 사람이 첫인상부터 아이를 낳고 쭉 살아가는 모습이 담기지 않을까, 그게 다큐 아닐까 했어요. 저는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지만 어찌 보면 정교한 다큐인 거죠. 이걸 다큐로 하면 1년을 찍어도 못 담아요. 첫 만남의 떨림도 담을 수 없고요. 회상 처리를 할 거고. (영상 기록은) 정확하죠. ‘나도 모르는 새 흘낏 저 남자를 봤구나’ 같은 게 담겨 있고요. 그게 방송으로 잘 찍혀 남으면 인류의 종족 번식 과정이 기록되는 거고, 그중 한국인의 사랑이 이렇게 기록된 거겠죠. 저희 프로그램은 그걸 가장 정확하게 기록하고 있다고 봐요.
<나는 솔로>에 출연하시는 분들의 동기는 무어라 보십니까?
그 친구들은 굉장히 여러 가지 목적으로 오죠.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오는 사람도 많고, 결혼정보회사보다 나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오는 사람도 있고요. 결혼정보회사 비싸잖아요. 방송은 검증된 사람들이 나온다는 데서 신뢰가 있어요. 소개팅은 일회성인 데 비해 이건 그래도 생활을 하고 지속적으로 본다는 점도 다르죠. 내가 처음에 조금 덜 어필했더라도 며칠 동안 기회가 있기 때문에 선호하는 분도 있고요. 한편 방송 출연이 인생 일대의 이벤트잖아요. 그 이벤트를 해본다는 생각으로 오시는 분도 있고, 요즘 유명인이 되면 굉장히 편하니 제2의 인생이 열릴 수도 있고, 이런 걸 다 계산하고 와요. 그 계산을 저희도 아는데, 그 핵심이 어긋나 있거나 주객이 전도되면 출연시키기에 꺼려집니다.
출연자 경쟁률은 얼마나 됩니까?
굉장히 높지는 않아요. 출연시킬 소수의 사람 3명 중 1명을 고른다는 느낌 정도로 봐요. 그 사람이 크게 문제만 없으면 어떤 사람을 데려가든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뽑을 수는 있겠다, 그런 믿음은 있어요.
그 믿음은 수많은 연애 프로그램 제작 경험에서 왔습니까?
아무나 12명을 모았는데 모두 신원보증이 확실하고 직업이 뚜렷하고 여러 가지 기본적인 걸 갖췄다면 (영상이) 기본은 돼요. 그 기본 퀄리티가 유지되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대박을 노리고 프로그램을 만들면 끝도 없고 오래 못 가요.
그런데 이번에 특히 화제가 된 16기는 자극적인 면이 있었죠.
그때도 평범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었는데 그렇게 된 것뿐이에요. 복불복이죠. 출연진 중 한두 사람은 ‘좀 매력이 있네’ ‘이 사람은 인기가 있겠네’ ‘이 사람은 적극적이네’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 주도로 펼쳐질 거란 예상은 해요. 현장 분위기가 가라앉거나 조용하면 이벤트 등으로 긴장 관계를 만들면 되고요. 이벤트는 기본적으로 생각해뒀다가, 현장에서 잘 안 맞거나 문제가 있으면 바로바로 바꿔요.
말씀하신 홍상수 영화처럼 현장에서 바꾸시는군요. 솔로나라 촬영지가 정해지는 기준이나 지자체 협약도 있습니까? 16기 안동 편은 경치도 좋던데요.
지금은 프로그램 인기가 많아져서 지자체가 참여하기 시작했어요. 안동도 지자체 협찬이 있었고요. 지자체를 알리긴 좋죠. 데이트하는 풍경도 보여주고, 먹는 것도 보여주니까요.
저도 <나는 솔로>를 다큐로 봤습니다. 예능의 요소도 있고 지자체 협찬 등 사업적 요소도 있고요. 이런 조건 없이 내게 무한한 자원이 있다면 그때도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까?
‘이런 식’은 없어요. 어떤 걸 기획하면 가장 적당하게 구현하는 법을 연구해서 만드는 거지, 꼭 정답이 있는 건 아니에요.
창작자인 내가 하고 싶은 게 있을 수 있잖아요.
그렇긴 한데 기획과 제작이 쉽지 않아요. 자본과 인력이 들어가고 시장에서 돌아야 되잖아요. 돈도 돌고 시장에 선보일 창구도 있어야 하고. 어떤 걸 기획해서 방송사에서 틀 수 있으면 틀고, 인기 있으면 가고, 없으면 끝나요. 제가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면 좋은데, 그 위치가 안 되면 제안을 하기도 힘들죠. 제안이 먹히면 다양한 프로그램을 다른 식으로 할 수도 있고요.
개인적으로 자연 다큐를 좋아합니다. ‘저런 걸 어떻게 할까. 나도 지면에 저런 걸 구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현실의 저는 회사 일을 하지만요.
저는 욕심이 많이 사라져서 그래요.
거의 다 해봤으니까요?
<나는 솔로>만으로 되게 벅차거든요. <나는 솔로>와 <나는 솔로,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 두 개를 하고 있어요. 경영까지 하면서 일이 많아졌어요. 다른 고민도 있어요. PD들도 다른 경험을 해봐야 하니 여러 가지 로테이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아요. PD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고, 그래서 회사가 커져서 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가장 좋겠다고, 저는 그런 생각을 주로 합니다. 내가 해보고 싶다고 한다기보다는 시장에서 뭐가 통할지, 그래서 어떤 형식으로 만들까, 그게 급선무예요. ‘나는 달나라에 가는 프로그램 만들고 싶어’처럼 공상과학 같은 꿈은 접고, 현실적으로 회사나 시장에서 요구하는 게 뭐고 그걸 어떻게 접목할지를 고민해요. 자연 다큐처럼 고상한 걸 저는 꿈꾸지 않아요. 그런 건 제 역량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해요. 그건 더 잘하는 분도 많고, 방송사처럼 공익적으로 예산을 쓰는 곳에서 열정을 가진 PD가 하는 게 맞아요.
<나는 솔로>가 고상하지 않다는 건 아닙니다.
저는 산업적으로 정규 프로그램이 된다든지 하는 걸 꿈꿔요. 시사 다큐, 스페셜, 자연 다큐는 만드는 사람은 행복한데 그건 개인적인 일이에요. 한 프로그램이 정규 프로그램이 되면 산업적으로, <나는 솔로>는 지금 1천억의 효과가 생겼다고 봐요. 3개 방송사, 외부 시장 등을 생각하면 (<나는 솔로>)로 1년에 1천억 규모의 시장이 하나 생긴 거예요. 자연 다큐는 10억을 쓰면 10억에서 딱 끝날 가능성이 커요. (자연 다큐를) 1년에 한 번 만든다면 이건 매주 만들고, 그래서 파생하기도 훨씬 좋아요. 하나의 프로그램이 나오면 제2, 제3의 유사한 형제 같은 프로그램이 쭉 만들어질 수도 있고요. 그 프로그램이 다 같은 식구거든요.
나영석 PD가 tvN에서 한 일처럼요.
나영석 PD가 만든 시장으로 tvN 프로그램 영역이 커진 것처럼, <나는 솔로>의 파생도 더 커질 수 있어요. 프로그램이 흥하면 그렇게 되거든요. 지자체가 1억 협찬을 하면 그 이상의 경제효과가 생겨요. 그래서 자영업자도 같이 먹고살고요. (16기를 촬영한) 안동은 지금 굉장히 관광 인파가 늘었어요. 시장에 가면 줄을 서야 한다고 해요. 협찬으로 인해 경제 낙수효과가 생긴 셈이죠. 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면 관객이 뜻하지 않게 커져요.
나영석 월드처럼 남규홍 월드도 만들어지고 있다고 보면 됩니까?
글쎄요. 저는 제 나름대로 가는 거고요.
<나는 솔로>를 보니 한국인의 사랑 이야기도 맞지만 사랑이라는 소재를 통해 한국인 자체를 보여준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른의 결혼이 마음만으로 이루어지는 이벤트가 아니기도 한 만큼 현실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와서요.
그렇죠. 제가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사랑을 통하여 인간을 본다’는 한 줄로 표현해요. 이 프로그램은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담는 프로그램이지만, 그 속에서 부딪히는 모든 건 결국 사람 이야기예요. 사랑을 찾기 위해 “너 얼마 벌어?” “무슨 일해?” “힘 세?” 여러 가지를 말하다 보면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도 농축되어 표현될 거예요. 그들이 주고받는 건 다 그렇게 표현되어 나오는 거지 단순히 “너 나 좋아” 같은 게 아니잖아요. 성인은 여러 가지 호감도를 떠나 그 사람 자체를 놓고 계속 저울질을 해요. 그걸(저울질을) 보면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과 그 사람이 가진 모든 것을 다 보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이 표현될 수밖에 없어요. 이게 일대일이 아니라 다대다여서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도 있고요. 그게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드러나니 사랑 이야기지만 결국 인간 이야기이기도 해요.
그 많은 현장과 편집 장면을 보셨을 때, 압축해서 말하긴 어렵겠지만 솔로마을에 온 사람들은 무엇을 원하는 것 같으세요? 그 사람들의 욕망은 무엇일까요?
되게 복합적이에요.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게 가장 크죠. 그런데 능력이란 게 있잖아요. 지금은 남녀 능력이 대등해진 편이라 책임질 수 있는 여자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자기가 책임을 끌고 나가는 거고, 남자도 능력이 있으면 끌고 나가는 거죠. 그런 식의 좋은 인생 파트너를 원하지 않나 해요. 생물로 보면 그 색이 짙어 보일 거고, 순수하게 보면 다를 거고요. 객관적으로 보면 이것저것 복합적으로 얽혀서 단순히 하나로 정의하는 건 힘들어요.
저 역시 촬영 진행을 하는 게 직업이고, 감독님도 영상 매체의 힘을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인간이 영상에 찍히는 게 어떤 의미에선 자아가 벌거벗겨지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비판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저는 <나는 솔로>가 보통 사람의 날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조금 잔인한 면이 있다고도 생각해요.
여기는 자기 마음대로 살고 싶은 사람들이 오는 곳이에요. 그런 사람들한테는 그건 아무 문제도 안 돼요. 일반 사람의 시선은 아무것도 아닌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정해진 길을 가고 정해진 사람들 사이에서 정해진 것들을 말합니다. 다른 어떤 사람들은 대중 속에 탁 노출되고요. (출연자들은) 그걸 부딪쳐보는 거죠. 자신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면 나는 여기 있고 저 영상은 저기 있죠. 두 개의 다른 자아가 있는 겁니다. 저 영상은 수많은 사람들이 보면서 평가도 하고 난도질도 하죠. 그건 어떻게 보면 내 힘이 세지고 있다는 거예요. 나는 여기 있는데. (영상 속 나의) 힘이 나에게 오면 나는 더 센 사람이 되는 거예요.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면 끝이 없고 그렇게 가는 겁니다. ‘그게 뭐가 대수냐, 누가 뭐라든 나는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하며 즐겁게 살겠다’라는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괴로움보다 즐거움이 훨씬 커서 괴로움도 사라져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게 좋았다고 생각하면 부정적인 게 사라지지만, 싫었던 게 커지면 괴로워지겠죠. 괴로웠다면 그 친구는 나오지 말았어야 해요. 강한 자아를 가진 사람은 프로그램을 통해 얻는 것이 훨씬 많아요. 그런 사람에게 세상 사람들의 걱정거리는 대수롭지 않다고 봐요.
과정은 혹독하나 끝내고 나면 확실히 향상되는 훈련 같은 거라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화초와 야생화는 다르잖아요. 비바람을 맞으며 큰 식물은 달라요. 똑같은 조건으로 키운 식물에 비해 비바람을 견디고 큰 식물은 굉장히 강해요. 거기서 나온 과실이나 열매는 (온실 속 화초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맛있고요. 인간도 그런 게 있다고 봐요. 저는 “여기 출연해서 네가 얻어 가는 게 뭐냐?”라고 하면 이렇게 생각해요. ‘이 기회를 움켜쥐는 사람은 몇 명 안 된다. 이 기회와 과정을 거쳐서 세상이 너를 보는 시선을 보고, ‘남이 보는 나’를 나 자신과 합쳐서 긍정적으로 살아가면 더 훌륭한 인간이 될 것이다.’ 저는 그렇게 믿어요.
그 말씀에 동감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일반인을 수십 대의 카메라 앞에 세우는 게 나름의 압박 상황이라고 할 수도 있잖아요.
일단 혼자가 아니라서 누구나 웬만하면 견뎌요. 다수 속에 존재하면 항상 소수의 불안이 있고, 그런 것 때문에 못 한다고 할 수는 없죠. 그 정도는 항상 있을 수 있는 일이에요. 교통사고 때문에 차가 구르지 못하게 한다면 차는 불필요한 거예요. 그런 시선은 너무 극단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는 모든 일이 상식선에서 이루어지면 된다고 봐요. 압박감이 심한 걸 모르고 출연하지 않죠. 이렇게 여러 명이 있는데, 이 속에서 괴로움만 있으면 나가도 되고요. 그만둬도 됩니다. 대신 ‘끝까지 완수하면서 아까 거친 과정을 인생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면 나는 더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생각해야죠. ‘이것 때문에 나는’이라고 생각하면 애초에 나오지 말았어야죠.
말씀 들으니 <나는 솔로> 출연자들은 기본적으로 용기 있는 분들이네요.
그렇죠. 그거 쉽지 않아요. 10명 중에 1명이 아니라 1백 명 중 1명 정도가 응할 수 있는 거죠.
청춘으로 남을 만큼 프로그램을 잘 채워줄 좋은 분들이 계속 오시는 거고요.
이것보다 더 신기한 출연자들(이 나오는 프로그램)도 항상 유지되잖아요. 이건 정말 출연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프로그램이에요, 기본적으로.
그 많은 지원자를 보시다 보면 인간에 대한 신뢰가 줄어들지는 않습니까?
애초부터 부정적인 건 잘 안 보려고 해요. 허물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걸 어쩌겠어요. 허물은 어찌 보면 내게도 있는 건데. 사람이 가진 장점도 많으니 그것들을 보려고 하죠.
인터뷰를 준비하다 PD님께서 설립하신 제작사 촌장 엔터테인먼트의 기업 비전을 봤습니다. 인상적이었어요. ‘나는 왜 일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 통찰의 삶을 즐겁게 구현해본다.’ PD님께서 적으신 거 맞죠?
그런 것까지 찾아봤어요?(웃음) 나도 잊어버린 걸.
인터뷰를 준비하다 보니 신기해서요. 자극적인 상황이 발생할 때는 있었다 해도 PD님께서 마냥 사회에 자극적인 것만 내보내는 분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제 프로그램을 마니아처럼 찾아보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래서 기업 비전이 궁금했어요.
이 회사 직원들이 다 PD니까요. 이 친구들이 PD라는 일을 하다 보면 즐거움에서 시작했다가 나이 들고 능력이 부족해지면 굉장히 괴로워져요. 그래서 젊었을 때 조금 더 부지런히 능력을 연마해 10년 후쯤 조금 자리 잡히면 당당하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을 거다 싶었어요. ‘왜 일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항상 생각하고 일을 해라. 그러면 지금 일이 힘들어도 나중에 떳떳할 것이다’라고 말하려 했어요. 직원들이 “나는 사회에서 뭔가 좋은 일을 하다 간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길 바랐어요. 방송하는 사람들은 까딱하면 이리저리 생각 없이 할 수도 있거든요. 한 번 온 인생인데, 삶이라는 건 일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앞으로 <나는 솔로>가 어떤 프로그램으로 기억되길 바라십니까?
<나는 솔로>가 한국에서는 굉장히 많이 알려졌어요. 한국 대표 프로그램으로는 알려졌는데, 해외에서는 아직 존재감이 미미한 것 같아서 해외에서도 조금 더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데이팅 프로그램 중에서는 그래도 <나는 솔로>가 제대로 된 프로그램이라는 평가와 인식을 얻었으면 좋겠고요. 처음 의도한 대로 한국인의 사랑을 제대로 보여줘서 많은 사람이 통찰을 얻고 귀중한 인생 경험도 얻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나는 솔로>가 단지 데이팅 프로그램으로 기억되기보다는 ‘내 인생에 어떤 메시지를 줬다’는 느낌으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훗날 사람들이 수십 년이 지난 뒤 노인이 되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으로 <나는 솔로>를 꼽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데이팅 프로그램계의 <전국노래자랑> 같네요.
<전국노래자랑>은 지금 자꾸 늙어가고 있어요. 예능 프로그램은 늙어가면 죽는 거예요. 그래서 오랫동안 청춘으로 계속 있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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