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BLOSSOM GARDEN
드라마틱하고 생생한 플라워 모티브로 런웨이가 한껏 풍성해졌다. 특히 이번 시즌은 잔잔한 플라워 프린트, 보태니컬 패턴보다 손에 잡힐 듯 탐스러운 플라워 모티브가 강세다. 돌체앤가바나, 발렌티노, 아미리의 남성 컬렉션은 플라워 모티브를 활용해 클래식한 부토니에르를 재해석했다. 디올 맨은 중국의 꽃 장신구 ‘룽화’를 비니에 더했고, 프라다의 테크니컬 웨어에 만발한 여린 플라워 모티브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성 컬렉션에서는 단연 장미가 주를 이뤘다. 알렉산더 맥퀸과 20여 년간 여정을 함께해온 사라 버튼의 마지막 컬렉션에는 여지없이 붉은 장미가 선연하게 피어났고, 사상 초유의 쇼 피스 도난 사건으로 쇼 시작 전까지 속 시끄러웠을 올리비에 루스테잉의 발망 컬렉션에도 화려한 장미로 장식한 다채로운 드레스들이 등장했다. 시스루 소재에 생화를 장식한 시몬 로샤 컬렉션, 꽃과 나비를 채집해 담아 어둠 속에서 불을 밝힌 실험적인 미니 드레스로 화제를 모은 언더커버의 또 다른 주역 역시 장미였다. 마르니의 프란체스코 리소는 기억 속 꽃들을 영감으로 삼았다. 상상력과 장인정신을 총천연색으로 구현한 듯한 조형적인 실루엣의 콜라주 드레스들은 걸어나오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히 황홀했다.
2 FLAME RED
남녀 할 것 없이 2024 봄/여름 시즌을 준비하는 디자이너들은 선명한 레드에 대해 탐구했다. 이 뜨거운 컬러를 활용하는 방식은 오히려 아주 담백했다. 에르메스와 릭 오웬스의 여성 컬렉션을 지배하던 레드 컬러, 폴 스미스와 페라가모, 발렌티노 남성 컬렉션의 레드 룩이 그러했듯이 ‘올 레드’로 치장하는 것. 순수한 색 자체로 다채로운 상상력을 자극하는 레드 컬러 외에 블랙 포인트를 가미하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해 보였다.
3 SWINGING FRINGE
찰랑찰랑 흔들리는 프린지 장식이 다가오는 시즌에 생기를 불어넣을 전망이다. 이번 시즌 런웨이에서 발견한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가죽과 스웨이드를 가공한 보테가 베네타의 태슬 디테일, 에트로의 태슬 장식 카디건, JW 앤더슨 남성 컬렉션의 벌키한 니트 톱, 가는 직사각형 태슬을 더해 묵직하게 떨어지는 실루엣을 완성한 질 샌더의 미니멀한 이브닝드레스처럼 펑키한 율동감이 멋스러운 짧은 프린지 장식. 반대로 구찌의 라임색 코트부터 알렉산더 맥퀸의 블랙 수트, 버버리의 니트 드레스를 따라 낭창하게 흔들리는 실오라기 같은 프린지 장식을 찾을 수 있었다. 프라다 남성 컬렉션에도 등장한 이 찰랑이는 디테일이야말로 드라마틱한 룩을 완성하는 이번 시즌의 펀치라인.
4 XXXXL SIZE
한동안 뜸했던 빅 백 트렌드가 다시 돌아왔다. 한눈에 봐도 더 크고 압도적인 사이즈로. 로에베와 보테가 베네타, 루이 비통에서 선보인 큼직한 가방들은 멘다기보다는 짊어진다는 표현이 더 적당하다. 여기에 담긴 소지품과 드는 방식에 따라 구겨지거나, 헐렁하게 늘어지는 실루엣이 이번 시즌 백들의 관전 포인트. 라피아 백에서 영감받은 보테가 베네타의 인트레치아토 위빙 토트와 무심하게 열린 플랩에 복잡하게 연결된 체인과 키 링을 장식한 로데오 백을 선보인 발렌시아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헤비급 빅 백을 어떻게 채워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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