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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이 된 남자들

드라마 <악인전기>의 두 주연 신하균과 김영광이 카메라 앞에 섰다.

UpdatedOn October 2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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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니트 톱·셔츠·팬츠 모두 발렌티노, 타이 발렌티노 가라바니 제품. 코트·셔츠·타이 모두 발렌티노, 팬츠 질 샌더 by 무이 제품.

(왼쪽부터) 니트 톱·셔츠·팬츠 모두 발렌티노, 타이 발렌티노 가라바니 제품. 코트·셔츠·타이 모두 발렌티노, 팬츠 질 샌더 by 무이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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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팬츠 모두 디올 맨, 모카신 구찌, 이너 슬리브리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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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팬츠 모두 드리스 반 노튼 by 분더샵, 슈즈 발렌시아가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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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마르니, 팬츠 코스 제품.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보고 작품을 택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이번 <악인전기>는 어떤 이야기를 주목하셨습니까?
<악인전기>는 ‘평범한 변호사가 한 사람을 만나 그의 제안을 선택하면서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 되는 이야기’예요. 우리가 살아가는 많은 부분을 이야기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신하균이 맡은 캐릭터인 동수가) 생계형 변호사라는 점도 그랬어요. 우리가 보는 기존 변호사 캐릭터는 굉장히 멋있고, 말도 잘하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적이잖아요. 그런데 먹고살기 위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변호사라는 설정도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악인전기>라는 세계 안에서 한동수 변호사는 그 제안을 받고 점점 못된 사람이 됩니까?
그렇죠.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 전혀 다른 방향의 삶을 살게 되죠. 그 제안 때문에, 그 당시 필요했던 돈 때문에. 김영광 씨가 맡은 서도영이란 인물에 의해 자신도 몰랐던 내면의 또 다른 악한 모습이 드러납니다. 서도영을 만나기 전엔 굉장히 선하고 정의로운 사람이었어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이 정해놓은 선을 지켜가며 살았고, 그러면서도 또 굉장히 명석한 두뇌와 빠른 판단력 등 능력이 있는 친구입니다. <악인전기>는 그런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어떤 선택을 했는지와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나저나 걱정처럼 대답이 짧지 않네요. 혹시 ‘신하균의 짧은 대답’ 시리즈를 아시나요?
알죠. 인터넷에 많이 돌아다니던데. 카메라 켜져 있을 때는 긴장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이렇게 인터뷰할 때보다요.

인터뷰의 ‘카메라’와 영화 현장의 ‘카메라’를 달리 느끼십니까?
다르죠. 연기는 사실 나를 보여준다기보다 나를 통해서 이야기의 인물을 표현해내는 기술이라고 봐요. 내가 이야기를 해석하고 분석한 뒤 적당한 표현을 찾아 보여주기까지의 과정이잖아요. (영화) 촬영 현장은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것에 충실하면 돼요. 내가 준비한 게 있고, 준비한 게 모자라거나 다른 방향으로 갈 때는 빨리 파악해서 순발력 있게 그 방향에 맞춰 감독과 상의해서 표현하고. 저희는 그걸 하는 사람이거든요. 일상에서의 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어색해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될지도 잘 모르겠고. 카메라 앞에서 신경 쓰이고. 기본적으로 주목받는 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배우로서 주목받는 건 내 기술을 보여주는 거니까 괜찮고요.
그건 제게 일이죠. (상황에) 맞춰 적당한 것을 찾아야 하고요. 계속 똑같은 것만 보여줄 수는 없으니까 계속해서 관객과 시청자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를 위해 안 해본 역할, 이야기, 장르, 새로운 분들, 이렇게 여러 새로운 것들을 만나 새로운 작업을 하다 보면 저도 모르는 모습이 또 나올 수 있는 거죠. 그렇게 계속 도전해나가는 과정이니 (영화 카메라와 그 외의 카메라는) 전혀 다르다고 봅니다. 카메라는 기계니까 메커니즘은 같겠지만요.

이해합니다. 저도 인터뷰를 할 때 저는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거든요.
일을 하다 보면 별 정보 없이 그냥 그 이야기를 보는 게 더 좋더라고요. 굳이 제가 영화나 드라마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나, 말주변도 없는데 막 풀어서 말하는 게 어렵고요.

그럼 이런 인터뷰 역시 배우의 의무감입니까?
아니요. 김영광 배우와 같이 작업한 것도 좋고, 사진은 또 오랫동안 남잖아요. 김영광 배우와 기념으로 이런 화보도 찍어보면 좋을 것 같아서 하게 됐습니다.

작품 하시며 호흡이 좋았나 봅니다.
좋았어요. 김영광 배우는 저보다 낯가림이 더 심해요. 그래서 초반에는 말도 없다가 촬영하며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지금은 적대적인 관계로 나와서 아쉬운데, 다음에 좀 더 편하고 친한 관계의 역할을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말씀대로 배우들끼리 적대적인 장면을 연기할 수 있잖아요. 서로 얼굴 붉히고 폭력적인 연기하고. 그 장면이 끝나면 다시 보통 사람으로 돌아갑니까?
그럼요. 감정이 격해졌어도 조금 가다듬고 나면 똑같아지죠. 촬영은 항상 (이야기의) 순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장소에 따라 진행되는 일이 많아요. 그 장소에서 거기 맞춰 적당한 표현을 찾아내는 게 우리 일이기 때문에 너무 거기에만 빠져 있으면 안 되죠. 전체를 보고 있는 연출자와 상의도 해야 하고, 머리를 많이 써야 해요. 같이 모니터를 하다 ‘이게 좀 과하다’ 싶으면 좀 줄여서도 할 줄 알아야 되고, ‘좀 모자란 것 같다’ 그러면 조금 높여서 해야 하고, 이런 어떤 게이지가 저희에게는 필요해요.

약간 오디오 볼륨 조절하듯이요?
그렇죠. 감정을 표현하는데 내가 너무 거기 빠져서 어떻게 연기했는지도 모르고 하면 안 되거든요. 표현할 때는 확실하게 해주고, 컷을 하고, 너무 빠져 있으면 안 되니까 몇 분 후에 다시 또 정신 차리고, 만약 한 번 더 촬영을 하면 ‘다시 한번 다르게 해봐야겠다’고 빨리 생각해서 또 다르게 한 번 해보고, 수위 조절도 하고요.

배우라는 직업을 쭉 잘해오셨습니다. 배우가 된 건 삶에서 좋은 선택이었습니까?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제가 출연한 작품을 누군가 보게 된다면, 영화라면 2시간, 드라마라면 10 시간 정도가 되겠죠. 인생에서 그 시간을 함께 보내는 건데 얼마나 의미 있어요. 그게 누군가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면 그것만큼 보람 있는 게 어딨어요. 저도 그랬죠. 저도 영화를 볼 때 너무 행복했고 즐거웠고 그 시간은 제 인생에서 계속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어요.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면 기분 좋죠. 저는 그걸로 생활도 하고 있으니까 그것도 참 감사한 일이고요.

배우라는 직업을 오랫동안 잘하기 위해 제일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그때그때 잘해야죠. 마지막이고 다음은 없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도 좋은 연기가 나올까 말까 하니까. 연기가 내 마음대로 술술, 제 생각대로 나오면 얼마나 좋겠어요. 내 생각에서 뭔가 다른 지점을 뽑아내고, 이야기의 흐름과 캐릭터의 절묘한 지점을 찾아내는 것도 힘든데. 그 표현을 찾았다고 해도 내 생각대로 연기가 나오는 게 얼마나 힘든데요. 안 나와요. 현장에서도 머리로 생각하죠. 혼자서도 생각을 많이 합니다. 현장에서도 많이 듣는 편이고요. 연출자나 다른 스태프들이나 상대 배우가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찾아주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있죠. 상대 배우가 내가 생각하지 못한 연기를 하면 저도 모르게 다른 리액션이 나오기도 하고요. 현장에서 많이 열어놓는 편이고, 좋은 게 있으면 찾아내고, 상황에 따라 내 것은 다 버릴 수도 있어야 된다고 봐요.

신하균 님의 동기부여는 무엇입니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보시는 분들의 반응을 느꼈을 때 보람이 가장 크죠. 물론 표현하는 (배우라는) 직업이 느끼는, 보통 직업의 분들은 느끼지 못하는 부분도 있어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대놓고 막 화내고 눈물 흘리고 호탕하게 웃고 그럴 수가 없잖아요. 우리는 일이 그래요. 많은 사람 앞에서 눈물 흘릴 수도 있고 막 소리 지를 수도 있고 화낼 수도 있고 감정을 표현해야 합니다. 살면서 어릴 때는 감정을 다 표현하지만 성인이 되어 일을 하면 감정을 점점 숨기고 감춰야 하잖아요. 우리는 오히려 그렇게 살면 안 되는 사람들이에요. 일할 때 그 모든 걸 다 열어놓고 이야기와 인물에 맞는 표현 방법을 찾아서 써야 해요. 내 안에 있는 걸 다시 조합하는 거죠. 이 사람이 웃는 소리, 그 소리의 크기, 혹은 이 사람이 우는 방법이나 표정, 이런 걸 다 생각해서 하나씩 뽑아서 조합하는 거예요. 그렇게 막 모으다 보면 하나의 인물이 탄생하고요. ‘이 사람이 이런 상황에서 이런 대사를 하네. 왜 이런 대사를 하지?’ ‘이런 대사를 할 때 이 사람은 어떻게 말을 할까?’ ‘어떤 감정으로 말할까?’ ‘어떤 톤으로 말할까?’ ‘어디서 숨을 한 번 쉴까?’ ‘어디서 말을 먹을까? 말을 뱉을까?’ 다양하게 막 생각을 한단 말이에요. 그런 걸 표현하다 보면 해소되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그것만을 위해 연기하는 건 아니지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지금까지 제가 해온 작품도 좋고, 앞으로 제가 할 작품도 좋고, 누군가의 기억 속에 그저 어떤 영화 속의 인물, ‘그걸 봤는데 저 사람이 그 인물이었구나’ 그냥 그렇게만 기억되면 좋겠어요.

Editor 박찬용

 

“살면서 어릴 때는 감정을 다 표현하지만
성인이 되어 일을 하면 감정을 점점 숨기고 감춰야 하잖아요.
우리는 오히려 그렇게 살면 안 되는 사람들이에요.
일할 때 그 모든 걸 다 열어놓고 이야기와 인물에 맞는 표현 방법을 찾아서 써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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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치코트·터틀넥 톱 모두 발렌시아가 제품.

오늘처럼 촬영이 있는 날에 하는 본인만의 루틴이 있습니까?
특별히 루틴까지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일찍 자려고 하죠.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회복이 잘된다고 하잖아요. 9시 정도에는 자야 다음 날 에너지를 온전히 쓸 수 있어요. 보통 자기 전에 유튜브 보다 보면 새벽이 되잖아요. 저도 새벽 4시까지 유튜브 볼 때도 많았어요. 지금은 의식해서 일찍 자려고 하는 편이에요.

일하면서 생긴 습관인가요?
맞아요. 촬영장뿐만 아니라 행사장에도 저를 보러 먼 길 와주신 분들이 계시잖아요. ‘쟤는 왜 저렇게 피곤해 보일까?’ 생각이 들면 죄송한 일이죠. 그런 일이 없도록 요즘에는 평소에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려고 해요.

지금보다 더 키가 크는 거 아니에요?
실제로 일을 시작하고 키가 더 크긴 했어요.(웃음) 제 프로필 보면 187cm라고 적혀 있거든요. 얼마 전에 건강검진을 했는데 190cm이더라고요. 프로필에 적힌 키도 성인이 되고 한참 지나서 잰 건데 저도 신기해요.

저도 당장 오늘부터 일찍 자야겠습니다. 인터뷰가 나갈 때쯤이면 <악인전기>가 한창 방영 중일 텐데 본인이 생각하는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악인전기>의 배경은 ‘신남’이라는 가상 도시예요. 거기에 흑과 백처럼 다른 두 남자가 나옵니다. 제가 맡은 ‘서도영’은 흑, 하균 선배님이 맡은 ‘한동수’는 백이죠. 두 남자는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만나요. 겉으로는 파트너인 것처럼 굴지만, 끊임없이 서로 간보고 상대가 언제 배신할지 모른다는 심리적인 압박을 느껴요. 두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어떤 영향을 낳을지 집중하면 좀 더 <악인전기>에 몰입하지 않을까 싶어요.

드라마 <썸바디>에서 악역을 연기했지만, 이번 <악인전기>에서 ‘서도영’은 확실히 더 강하고 거친 느낌이 들어요. ‘서도영’을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인물에 지속적으로 집중하는 게 굉장히 어려웠어요. 저 스스로 ‘서도영은 왜 이 순간에 침착하게 있는 거지?’ 이유를 찾아야 했는데 그 이유가 불분명할 때 집중이 잘 안 되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하균 선배님이 큰 도움이 돼주셨죠. 워낙 월등하게 집중력을 발휘하셔서 의지할 수 있었거든요.

서도영처럼 악으로 똘똘 뭉친 사람을 오랫동안 연기하다 보면 그 긴장감이 촬영 후에도 이어질 것 같아요. 그게 피로감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테고요.
그럼요. 모든 배우들이 그 피로감을 느낄 거라고 생각해요. 작품 하나를 찍는 데 보통 반년이 걸리거든요. 대본에 적힌 말과 행동도 결국에는 제 몸을 통해서 구현되잖아요. 제 경험이 되는 거고요. 현장에서 순간순간 감정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다 보면 심적인 피로가 계속 쌓여요.

그만큼 몰입하는 거네요. 이미 연기를 하신 지 15년이 됐지만 이번 작품을 하면서 새롭게 배운 것이 있나요?
악역을 맡아서 배운 점이라기보다 하균 선배님과 같이 연기하게 돼서 배운 게 있죠. 이렇게까지 집중할 수 있구나. 저도 물론 100%를 쏟아내려고 하지만 매번 잘될 수는 없잖아요. 긴장감만 높고 마음이 풀어질 때가 있는데, 선배님을 만나면 딱 몰입되는 느낌이에요. 정말 집중력 있는 배우는 잡아당기는 힘이 강한 자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동료들도 덩달아 그 집중력에 빠져들게 되는 거죠.

저는 아직 예고편만 봤지만 교도소에서 두 분이 처음 만나는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도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극 중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나는 장면이거든요. 서도영은 죄수복 차림으로 교도소 접견실에 들어가서 아무렇지 않게 자기의 요구 조건만 늘어놔요. 어떻게 보면 대화가 안 되는 상대인 거죠. 캐릭터의 첫인상이 걸린 장면이다 보니 저도 정말 많이 긴장했어요. 하지만 막상 촬영이 시작되고 맞은편에 있는 하균 선배님을 보니까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됐어요. 지금도 생생해요.

그 장면이 첫 촬영이었나요?
맞아요. 첫 만남 장면을 가장 먼저 촬영했어요. 감독님께서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의 긴장감을 유도하려고 일부러 첫 촬영으로 배치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대단한 디테일이네요. 개인차가 있겠습니다만, 로맨스 연기와 악연 연기 중 기술적으로 무엇이 어렵나요?
저는 악역이 더 어려워요. 로맨스는 나름대로 장난도 치고 애드리브를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요. 악인은 그게 쉽지 않죠. 자칫 캐릭터가 왜곡되거나 어색해질 수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악역이 기술적으로는 연기하기 더 어려워요.

연기를 볼 때의 즐거움보다는 연기할 때의 즐거움이 더 큰가요?
그럼요. 저는 스스로 칭찬하기보다는 질책하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도 정말 가끔씩 ‘잘됐다’ 싶을 때가 있어요. 촬영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서 동료들한테 ‘나 오늘 잘하지 않았냐? 나 오늘 잘한 것 같은데?’ 하기도 하죠.(웃음) 그럴 때 기쁘죠. 연기가 재미있고요.

촬영 현장에서는 어떤 칭찬받을 때 제일 좋은가요?
감독님이 한 번에 “오케이 좋았어!” 하실 때 정말 기쁘죠. 감독님마다 시그너처 소리가 다르잖아요. 어떤 감독님은 벌떡 일어나서 “오케이!” 소리치시고, 어떤 감독님은 되게 조용하게 “오케이” 하시거든요. 그 짧은 말 한마디에서 느껴지는 희열이 있어요. 반대로 감독님께서 “잠깐만” 하실 때면 저 혼자 속으로 온갖 생각을 해요. 그럼 괜히 감독님한테 가서 물어보죠. “좀 다르게 해볼까요?” 하고요. 그럼 감독님이 “음, 아니 잠깐만” 하시거든요.(웃음) 그때가 제일 떨려요.

김영광 팬들은 ‘웃을 때 예쁘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카메라 앞에서 웃을 때는 신경을 좀 더 쓰는 편인가요?
신경을 쓴다기보다는 긴장되죠. 오늘처럼 화보 찍을 때는 괜찮아요. 마음 편하게 집중할 수 있어요. 그런데 팬분들이 휴대폰으로 같이 찍자고 하시면 이상하게 긴장되더라고요. 저 스스로도 ‘나 지금 되게 어색하게 웃네’ 생각이 들거든요. 저도 팬분들이 제 웃는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걸 아니까 행사장이나 팬미팅 자리에서는 많이 웃으려고 노력해요. 그래도 괜히 긴장되고 어색해요.

그럼 촬영장에서는 우는 연기와 웃는 연기 중 무엇이 더 어렵나요?
우는 게 쉽죠. 눈물 흘릴 때 감정이 훨씬 덜 복잡해요. 정확히는 연기적으로 ‘잘 웃기’가 어려워요. 대본에는 ‘뭐 때문에 이렇게 해서 웃는다’라고 적혀 있지만 웃음에도 여러 종류가 있잖아요. 소리를 내서 웃을 때도 있고, 미소만 지을 때도 있고요. 우리가 개그를 볼 때도 다 알고서 보면 재미없잖아요. 그런 것처럼 웃는 감정은 미리 알고 있으면 잘 안 나오더라고요. 반대로 슬픈 감정은 한 가지 감정을 깊이 관찰하고 거기에 충실하면 눈물이 나와요. 저도 평소에는 잘 웃는 편인데도 연기할 때는 웃는 게 더 어려워요.

9년 전 <아레나> 인터뷰에 이런 말을 하셨어요. “지금 27세인데 그동안 실제 나이보다 8~9세 더 많은 역할을 주로 맡았다. 그 나이 때 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고민을 해본 적이 없으니 연기하며 답답할 때가 많았다.” 지금은 그 나이가 됐는데 고민은 해결이 됐나요?
당시에는 로맨스물의 실장님 역할을 많이 했거든요.(웃음) 드라마도 결국 픽션이잖아요. 그걸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데 있어서 스스로 부족함을 많이 느꼈어요. 시간이 지난 만큼 경험은 쌓인 것 같아요. 현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연기자로서의 태도나 작품을 대하는 모습이 예전보다는 자연스러워졌다고 생각해요.

여태까지 맡은 역할 중 자연인 김영광이랑 제일 닮은 인물은 누구인가요?
저는 잘 몰랐는데 오랜 친구들이 말해줘서 알았어요. <너의 결혼식>에서 ‘우연’의 말과 행동이 저 고등학교 때랑 똑같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 듣고 되게 흐뭇했어요. ‘자연스러운 내 모습으로도 역할을 잘 보여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 9년 뒤 김영광은 어떤 배우,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사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부끄러운데요.(웃음) 9년 뒤에도 연기하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진실성 있게 연기하는 배우, 역할로서 기억되는 배우가 된다면 행복한 일이죠. 오랫동안 연기하고 있다면 거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Editor 주현욱

 

“우리가 개그를 볼 때도 다 알고서 보면 재미없잖아요.
그런 것처럼 웃는 감정은 미리 알고 있으면 잘 안 나오더라고요.
반대로 슬픈 감정은 한 가지 감정을 깊이 관찰하고 거기에 충실하면 눈물이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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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재킷·팬츠·로퍼 모두 구찌, 이너 니트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팬츠 모두 질 샌더 by 무이, 슈즈 페레가모 제품.

(왼쪽부터) 재킷·팬츠·로퍼 모두 구찌, 이너 니트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팬츠 모두 질 샌더 by 무이, 슈즈 페레가모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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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박찬용, 주현욱
Photography 김영준
Stylist 박준영, 임혜림
Hair 박미형, 에녹
Make-up 박미형, 이미영

202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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