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우 선수와의 인터뷰는 촬영보다 일주일 먼저 진행했다. 때마침 서울을 찾은 최승우의 어머니와 공군 대위로 복무 중인 여동생이 함께 자리했다. 인터뷰 도중에는 최승우 어머니에게 질문을 건네기도 했다. “아들의 경기를 보는 게 힘들진 않으세요?” 어머니는 아들의 경기가 잡힐 때마다 같은 질문을 받고 매번 이렇게 대답한다. “아들이 정말 노력한 끝에 이제 성과를 내는 거잖아요. 농사를 지었으면 수확을 해야죠. 내 자식이 최선을 다했는데 그 결과물을 부모가 못 보겠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되죠.”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승우 선수의 긴 팔은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것이다.
모든 UFC 선수에게는 입장곡이 있죠. 인터뷰를 읽기 전 틀어두면 좋을 노래 하나만 골라볼까요?
사실 이 질문 받고 엄청 고민했어요. 처음 UFC 입장곡 고를 때만큼이요.(웃음) 김진호 님이 부른 ‘폭죽과 별’ 고르겠습니다. 폭죽과 별이 서로를 부러워하면서 나눈 대화를 가사로 쓴 노래예요. 자기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빛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인터뷰가 나오면 저도 이 노래 들으면서 읽어보려고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뭔가 할 말이 남았는데 마이클 비스핑이 눈치채지 못했잖아요. 어떤 말을 하려고 했던 걸까 궁금했습니다.
‘코리안 좀비를 응원해달라.’ 이 말을 제일 하고 싶었죠. 조금이나마 찬성이 형에게 응원을 보태고 싶었어요.
그날 메인 이벤트가 정찬성 vs 맥스 할러웨이 경기였죠.
맞아요. 사실 그날은 찬성이 형에게도 중요한 경기였지만 한국 선수와 팬에게도 엄청 중요한 경기였잖아요. 분위기를 좀 더 끌어올리고 싶었는데 시간이 빠듯했어요. 제가 15분 판정승으로 시간을 꽉 채워서.(웃음)
저는 경기 내용도 내용이지만 영어 인터뷰도 인상 깊었어요. 매번 사전에 연습하나요?
영어 인터뷰는 2021년부터 늘 준비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으로 준비했습니다. 여자친구가 스크립트 짜는 걸 도와줬어요. 제 성격과 이야기를 다 아는 사람이니까요. 그걸 토대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써줬어요. 통째로 외웠습니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UFC도 경기 직후 인터뷰가 참 중요하다 싶어요. 승패와 무관하게 그 선수의 인상을 좌우하기도 하고요.
맞아요. 저는 통역사 없이 자유롭게 영어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UFC처럼 전 세계 팬들이 보는 무대에서는 영어도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스크립트를 외우는 수준이지만 꾸준히 공부하고 있어요.
이번 경기장에서는 한국 팬들의 응원이 대단했어요. 아드레날린이 뿜어나오는 중에도 과연 저 함성이 들릴까 궁금했어요.
입장할 때는 너무 잘 들리죠. 엄청나게 응원이 되고요. 하지만 옥타곤 문이 딱 닫히는 순간부터는 안 들려요. 눈앞의 상대만 보이고 코너맨 말밖에 안 들려요.
코너맨 말은 들리는군요?
저는 들려요. 그것도 연습이거든요. 경기 중에 코너맨 말을 못 들으면 혼자 싸우는 게 되잖아요. 바둑 둘 때처럼 MMA(Mixed Martial Arts, 종합격투기)도 옆에 있는 사람이 경기를 더 객관적으로 보거든요. 그런 점에서 코너맨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죠. 평소 스파링할 때도 코너맨이 여러 이야기를 해줘요. 그때 목소리와 톤을 집중해서 듣다 보면 시합 때도 들려요.
이번에는 코너에서 어떤 말을 가장 많이 했나요?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리셋’. 상대방과의 거리를 멀리 유지하라는 뜻이에요. 그동안 저는 제 리치에 비해 되게 짧게 싸웠거든요. 그만큼 잘 때리지만 많이 맞아요. 이번에는 코너맨이 상대방과 거리를 멀리 두고 안전하게 싸우라고 많이 요구했어요. 모션이나 스텝에 대한 이야기도 꾸준히 해주셨고요.
스스로 체감하기에 이전 경기와 이번 경기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즐긴 경기였어요. 단순히 재미있었다는 건 아니고요. 경기 내내 제가 연습한 것을 15분 동안 1초도 놓치지 않고 풀어냈어요.
옥타곤 위에서 상대 선수와 대화를 하기도 하나요? 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나요?
저는 옥타곤에서 상대 선수랑 한 번도 이야기해본 적이 없어요. 상대 선수와 이야기하는 건 경기 전 페이스오프 때, 경기 끝났을 때가 전부예요. 경기 중에 욕을 하거나 도발하는 선수도 있죠. 저는 하지도 않고 신경도 안 쓰는 편입니다.
모든 순간이 그렇겠지만 옥타곤 위에서 가장 집중해야 하는 순간이 있나요? 부상이나 KO 위험이 가장 높을 때라든가.
뻔한 답변일 수 있지만 옥타곤 문이 닫히고 15분이 지날 때까지는 항상 집중해야죠. 중요하지 않은 순간이 없어요. MMA는 펀치 하나, 킥 하나에 경기가 끝날 수 있잖아요. 철옹성 같던 챔피언도 그렇게 녹아웃된 적이 많고요. 경기가 아닌 상대방에 집착하면 그때부터 말리는 것 같아요.
최승우는 강원도 속초에서 자랐다. 몸이 약했던 최승우는 여덟 살이 되던 해 ‘강해져야 한다’는 아버지의 권유로 합기도를 시작했다. 무에타이는 열다섯 살에 시작했다. 이번에는 부모님이 반대했다. 너무 위험한 운동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아들에게 일주일 시간을 줄 테니 고민해보라고 하셨지만 최승우는 “일주일도 필요 없다”며 하고 싶은 걸 하겠다고 했다. 2년 뒤, 설악고 1학년 최승우는 대한민국 무에타이 국가대표가 됐다. 스무 살이 되던 해에는 국내 최초로 개설된 용인대 무에타이 전형에 합격했다. 당시 선발 인원은 전국 1명이었다.
그 정도로 집중하면 맞아도 아프다는 생각이 안 들겠네요.
사실 경기 중에도 통증이 바로바로 오긴 해요. 배가 정말 아프고요. 턱도 아프죠. 그걸 제외하면 대부분은 말씀하신 대로 고통을 잘 못 느껴요. 사실 맞아서 느끼는 고통보다 상대방 때문에 느끼는 긴장과 압박감을 이겨내는 게 더 힘들어요.
그럼 통증은 언제쯤 찾아오나요?
옥타곤 내려오면 바로요.(웃음) 정말 내려오자마자 아파요. 오늘 킥을 많이 찼다. 그러면 저도 모르게 다리를 절뚝이고 있죠. 코랑 턱이 특히 많이 아픈 부위예요. 지면 더 아픕니다. 이기면 아픈 것도 행복해요. 이기면 다 괜찮아요.
이런 질문드리기 부끄럽지만 경기 중 아파서 죽을 것 같은 때도 있나요?
그럼요. 겁도 나죠. 그런데 이런 영화 대사도 있잖아요. “너라고 내가 안 무섭겠나?” 그냥 이겨내는 거죠. ‘맞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미 경기에서 절반은 진 거라고 생각해요. 상대도 맞으면 아픈 건 똑같을 테니까요. 나와 상대방이 같은 위치임을 계속 상기합니다.
이것도 민망스러운 질문입니다만, 때릴 때의 쾌감도 있습니까?
때려서 느끼는 쾌감보다는 내가 머릿속에 담은 전략이 잘 먹힐 때 쾌감을 느끼죠. 내가 수없이 상상했던 장면이 눈앞에서 벌어질 때. 이번 경기 마지막에 야르노 에렌스가 카프킥 맞고 쓰러졌잖아요. 전략이 상대에게 통하고 있다는 티가 확실히 날 때 기분이 좋죠.
부모님께서 모든 경기를 챙겨 보신다고 들었어요. 그 점이 부담되진 않습니까?
신경 쓰이죠. 특히 직관하러 오시면 ‘우리 엄마 아빠가 여기 어딘가 있겠구나’ 생각해요. 그럴 때마다 항상 저희 엄마는 “가족이 아니면 누가 보겠니” 하세요. 감사할 따름이죠.
사실 이번 경기 전까지 3연패를 했던 터라 은퇴 경기가 될 거라는 말도 있었잖아요. 본인은 이번 경기를 어떻게 예상했나요?
제가 UFC에서 3연패 하기 전에 3연승 했거든요. 3연승 후 처음 졌을 때 너무 힘들었어요. 두 번째도 그랬고요. 그런데 3연패 하고 나니까 마음을 내려놓게 되더라고요. 경기 제안이 안 오면 은퇴할 생각도 있었어요. 그런데 잃을 게 없어지니까 과정도 결과도 즐기게 되더라고요. 마지막 경기는 시간이 지나도 회자되잖아요. ‘이번에도 질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연습한 걸 못 보여주면 평생 후회하겠다.’ 그렇게 제 격투기 인생 마지막 15분이라 생각하고 싸웠어요.
마지막 15분이라는 생각 때문에 되려 마음이 편해진 거네요.
어차피 4연패 하면 깔끔하게 은퇴할 생각을 했으니까요. 기왕 할 거 즐겨보자는 마음이었죠.
대단하네요. 그럼 다음 경기 때는 조금 더 욕심이 생길 수도 있겠어요.
그렇게 안 하려고요. 저는 벼락까지 몰려봤잖아요. 앞으로 뛸 모든 경기를 제 인생 마지막 15분이다 생각하려고요. 저는 지금까지 스스로를 너무 옥죄면서 살았어요. 무조건 이겨야 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니까 정작 경기에 집중을 못 하더라고요.
이번 훈련은 정찬성 선수와 함께하셨죠. 기존 훈련과 다른 점이 있었나요?
전략부터 달랐어요. 제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향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기존 스타일을 버리지 않되, 전략에 맞춰 하나하나 추가하는 식으로요. 그래서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었어요.
이를테면요?
거리를 두고 가벼운 타격으로 점수를 많이 내는 것. 모션과 스텝에도 움직임을 추가하는 것. 상대를 끌어들이고 카운터를 치는 전략 위주로 연습했죠. 저는 리치가 긴데도 항상 먼저 들어가서 타격했거든요. 이번에는 욕심을 많이 버리고 침착함과 냉정함을 1순위로 뒀어요.
정찬성 선수와 같은 날 경기를 뛰어서 서로 도움이 됐을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찬성이 형한테 큰 신세를 졌죠. 이번 할러웨이 전은 정말 중요한 시합이었잖아요. 경기 오퍼를 받고 형한테 훈련을 부탁드리는 게 맞을까 싶었어요. 한참을 고민하다가 전화드렸는데 흔쾌히 “그러자” 하셨죠. 형이 저 때문에 훈련 시간을 30분 앞당겼어요. 스파링 파트너가 겹치니까 형이 시간을 당겨서 제 훈련 시간을 확보해준 거죠. 코치들과 상의해서 제 훈련과 전략 틀도 짜주셨고요.
경기 당일에 정찬성 선수 경기 보셨어요?
저는 호텔에서 봤어요. UFC는 규정상 경기가 끝나면 선수는 호텔로 가야 하거든요.
정말 많은 분들이 눈물을 흘렸는데 최승우 선수는 어땠나요?
엄청 울었죠.(웃음) 저는 한 번도 경기 보면서 눈물 흘린 적이 없거든요. 이번에는 등장부터 눈물이 나더라고요. 처음이었어요. 찬성이 형의 이미지, 파이팅 스타일, 닉네임과 등장 음악. 이 모든 게 찬성이 형만큼 조화로운 선수가 또 있을까 싶어요.
이번 경기에서는 스텝과 킥이 확연히 보완됐다는 평가가 있었어요. 본인이 체감하기에 가장 큰 개선점은 무엇인가요?
제가 연습한 게 딱 그거예요. 방금 말씀하신 스텝, 거리, 모션. 경기 영상 댓글에도 그런 피드백이 많더라고요. 내 노력을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구나 싶어서 기뻤어요. 부족한 점은 아직 많아요. 그래도 만족스러운 건 팀원들과 짠 전략을 경기장에서 다 보여줬다는 점이에요. 그게 이겼다는 사실보다 더 기쁘더라고요. 거기서 제 가능성을 봤다고 생각해요. 이번 준비 기간은 평소의 절반이었거든요. 원래는 10주 정도 준비하는데 이번에는 5주 정도였어요. 그런데도 실제 경기에서 연습한 게 이만큼 나왔다는 점은 고무적이죠.
MMA는 1대1 스포츠이긴 하지만 팀 스포츠만큼 전략이 중요하잖아요. 전략과 재능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요?
재능 있는 선수는 랭킹 상위권까지 빠르게 올라갈 수 있어요. 하지만 재능에 맞는 전략이 없으면 챔피언이 못 되거나 정상에 오래 머물지 못해요. 하지만 재능과 전략에서 우위를 따질 수 없어요. 전략을 잘 수행하는 것도 재능의 일부거든요.
그런 점에서 자신의 가장 큰 무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아무래도 많은 분들이 언급하시는 리치겠죠. 페더급 안에서 확실히 긴 편이니까요. 정신력도 제 무기라고 생각해요. 정신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지만 저는 스스로 늘 그렇게 생각합니다.
무에타이는 한국 국가대표까지 지내셨지만 MMA에서 타격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수정 기간이 길었죠. 무에타이에는 그라운드가 없잖아요. MMA랑은 타격 거리부터 너무 달라요. MMA가 훨씬 멀죠. 글러브도 얇고 태클이 허용되기 때문에 레슬링 잘하는 사람 만나면 바로 잡혀요. 최대한 멀리서 싸워야 유리합니다. 타격 리듬도 높낮이도 달라요. 말씀드렸듯 무에타이는 레슬링이 없어서 무게 중심이 훨씬 높거든요. MMA로 전향하면서 처음부터 배운다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라운드에 대한 부담감도 있으실 것 같아요.
숙제는 많아요. 타격이 제 무기 중 하나지만 여전히 보완해야 할 영역이기도 해요. 레슬링도 타격도 다 보완해야죠. UFC에는 늘 새로운 강자가 나타나잖아요. 프로 선수라면 늘 스스로를 부족하게 여겨야 해요.
‘Sting’은 언제 어떻게 얻은 별명인가요?
어렸을 때 같이 운동했던 형이 처음 지어줬어요. 제가 눈이 찢어져서 인상이 날카롭잖아요.(웃음) 스타일도 타격가고요. ‘날카롭다’ ‘송곳처럼 찌르다’라는 느낌이 어울린다고 지어준 별명이에요. 만족합니다.
늘 궁금했던 게 닉네임은 본인이 직접 UFC 서류에 쓰나요?
맞아요. ‘Sting’이라고 본인이 씁니다.(웃음) 미국은 주마다 라이선스를 따로 등록해야 하거든요. 경기 전 작성하는 서류에 닉네임 칸이 있어요. 지금은 ‘스팅’으로 불리고 있어서 굳이 적지 않아도 항상 ‘스팅’으로 올라가요.
그럼 등장곡도 본인이 정하나요?
입장곡도 본인이 정해요. 나중에 바꾸는 것도 가능합니다. 저는 몇 번 바꿔봤는데 제일 처음 사용한 곡으로 돌아왔어요. 래그 앤 본 맨의 ‘Human’.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선수들은 경기 직전에 어떤 음식을 먹을까 궁금하더라고요.
경기 당일에는 최대한 탄수화물이나 당 성분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려고 해요. 경기 시간이 오후 5시면 2시 정도에는 숙소에서 출발하거든요. 그럼 출발 2시간 전에 식사를 든든히 하죠. 보통은 죽이나 파스타 먹어요. 감량 기간에는 탄수화물을 제한하고 연어, 스테이크, 스크램블 에그 위주로 먹습니다.
이번 경기 당일에는 뭐 드셨어요?
죽이랑 한식 반찬 먹었어요. 찬성이 형 사모님이 식사를 챙겨주셨어요. 경기 끝나고는 먹고 싶은 거 다 먹습니다. 이번에는 게 요리 먹었어요. 싱가포르가 또 칠리크랩이 유명하니까.(웃음)
저라면 긴장돼서 밥이 안 넘어갈 것 같아요. 경기날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입장하고 옥타곤 문이 닫히는 순간. 그때가 가장 긴장되죠.
흥분에 가깝나요, 두려움에 가깝나요?
많은 프로 운동선수가 ‘경기를 즐기자’ 하지만, 정말 즐기는 선수가 있을까 싶어요. 저도 그렇고요. 긴장 반 두려움 반이에요. 두려움이 없을 수는 없어요. 두 달 동안 피땀 흘려서 연습한 게 훅 한방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고요. 경기 중에 해야 할 것에만 집착하려고 해요. 상대에게 집착하면 더 두렵거든요.
UFC 선수는 훈련 기간에 어떤 노래를 들을까 궁금하더라고요.
전 이번에 싸이 노래 많이 들었어요.
‘챔피언’ 들으셨나요?
아니요.(웃음) 저는 주로 발라드 듣습니다. 경기 전에 기분이 들뜨는 게 싫어요. 집중력이 떨어지는 느낌이에요. 차분한 노래를 들어야 마음이 편해지고 집중도 더 잘돼요. 평소에 발라드를 좋아하기도 하고요.
2010년의 한 기사를 찾아보니 최승우는 이미 ‘대성할 조짐을 보였다’라고 했더라고요. ‘2005년(당시 속초중 2년)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영랑호를 뛰고 실전 훈련에 임하는 등 성실한 자세로 일관’이라는 내용도 있고요. 무에타이에 어떻게 입문하셨어요?
먼저 합기도를 여덟 살부터 열다섯 살 때까지 했어요. 어렸을 때는 몸이 되게 약했어요. 뼈도 가늘고 마른 체질이라 아버지가 ‘강해져야 된다’ 하면서 보내셨죠. 그렇게 합기도를 하다가 중학생 때 K1을 보게 된 거죠. K1 나가려고 무에타이 시작했어요.
최승우 선수가 15세 때면 한창 레미 본야스키 전성기였죠?
맞아요. 그리고 제가 군대에 있을 때 추성훈, 김동현 선수가 UFC에서 활약했어요. 주말마다 UFC를 보다 보니 MMA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번 그 생각이 드니까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더라고요. 군대 전역하고 바로 무에타이를 그만뒀어요. 그렇게 서울에 왔고 국내 단체인 TFC에서 페더급 챔피언을 하고 UFC로 넘어왔어요.
UFC 데뷔전을 가졌던 2019년에는 하지 못했던, 지금의 노력이 있나요?
사소한 행복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 저는 스스로 굴곡이 많은 파이터라고 생각해요. 국내에서는 데뷔부터 승승장구하다가 한 번 무너지고 다시 챔피언이 됐어요. UFC에서는 2연패, 3연승, 다시 3연패, 그리고 이번 1승 했고요. 예전에는 경기에서 지면 인생에서 졌다고 여겼어요. 지금은 지는 게 안 무서워요. 다시 1승을 올렸지만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알아요. 반대로 바닥을 치면 다시 올라갈 수 있음을 경험으로 알고요. 선수 생활이 끝나더라도 ‘그래, 인생은 이런 거지’ 하고 넘길 수 있게 됐어요.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게 됐어요.
우리가 코리안 좀비를 사랑하는 이유는 매번 승리하는 선수가 아닌, 매번 죽을 만큼 투지를 쏟아내는 선수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승우는 어떤 선수로 기억됐으면 합니까?
경기 볼 때 행복한 선수. 물론 늘 이기는 선수로 기억되면 더 좋겠죠. 하지만 승패에 상관없이 경기가 너무 기다려지는 선수가 있거든요. 저한테 찬성이 형이 그런 것처럼요. 경기에 임하는 순간만 봐도 누군가의 가슴을 뜨겁게 해주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밸런스 게임
전성기 기준, 같은 팀으로 싸워야 한다면 팀원 삼고 싶은 선수는?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 vs 이슬람 마카체프 가장 고민했던 질문이에요. 둘 다 너무 좋아하는 선수라.(웃음) 그래도 마카체프 고르겠습니다. 이유는 탁월한 그라운드 실력.
레온 에드워즈 vs 카마루 우스만 전성기 기준이라면 우스만. 최근 두 경기에서 우스만이 에드워즈에게 연달아 지긴 했지만, 전성기 우스만의 그라운드는 정말 압도적이었어요.
찰스 올리베이라 vs 저스틴 게이치 올리베이라. 제 롤모델 중 한 명이에요. 대표적인 올라운더 선수죠. 무엇보다 대기만성형 선수라는 점이 좋아요.
닉 디아즈 vs 네이트 디아즈 네이트 디아즈. 내 편이라고 엄청 든든하진 못해도, 상대편이라면 엄청 거슬릴 것 같아요. 제가 못하는 트래시 토킹도 잘해줄 거고요.(웃음)
맥스 할러웨이 vs 브라이언 오르테가 무조건 할러웨이. 레전드죠. 스스로 이야기했듯 UFC 최고의 복서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희 어머니가 할러웨이 좋아해요.
로버트 휘태커 vs 파울로 코스타 휘태커. 타격과 레슬링에서 휘태커가 앞선다고 생각해요. 기본기가 좋죠. 그에 비해 코스타는 증명할 게 더 남아 있다고 생각해요.
이스라엘 아데산야 vs 앤더슨 실바 아데산야. 타격 기술의 우위를 따지긴 어려워요. 다만 실바는 본능적인 파이터라면, 아데산야는 정말 똑똑한 파이터라고 생각해요.
스티페 미오치치 vs 시릴 간 미오치치. 미오치치는 모든 경기를 정말 영리하게 플레이하는 선수예요. 시릴 간도 대단한 테크니션이지만, 미오치치의 경험과 노련미가 더 든든할 것 같아요.
존 존스 vs 프란시스 은가누 존 존스. 은가누가 무섭긴 하지만 존 존스가 좀 더 안정적인 느낌이에요. 팀원을 고른다면 재밌게 싸우는 사람보다는 안정적으로 싸우는 사람이 좋을 것 같아요.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vs 조르주 생 피에르 GSP를 너무 좋아하지만 하빕 고를게요. 무패 파이터잖아요. 하빕에게는 정말 깨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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