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조쌀보리밥의 삼색 나물
광장시장 ‘ㅇㅇ골목’에는 특정 상품군을 파는 곳이 몰려 있다. 시장 동쪽 끝, ‘동부 A’는 비빔밥집 군락이다. 수많은 비빔밥집 중 ‘동부 A 37호 원조쌀보리밥’은 유난히 많은 나물을 낸다. 멸치볶음이나 열무김치 같은 기본 반찬은 물론 제사상에 꼭 올리는 나물도 매일 직접 만든다. 무나물, 콩나물무침, 고사리나물, 모두 은근히 만들기 까다롭다.
“제사상 올리시게?” 무와 콩나물, 고사리나물을 주문하자 되돌아온 질문이다. 김종래 대표는 어머니에 이어 2대째 64년간 한자리에서 나물을 볶고 무치고 밥을 비볐다. 이곳 나물은 기본적으로 비빔밥에 들어가는 고명 개념이라 상대적으로 간이 약하다. “제사 지내고 나서 무나물과 콩나물은 참기름에 한 번 볶아서 소금 간 조금 하면 더 맛있어, 그렇게 먹어봐.”
주소 서울시 중구 다산로47길 28
영업시간 일~목 00:00~23:55, 금 11:30~22:00, 토 정기휴무
가격 7천5백원
2 박가네 빈대떡의 모둠전
제사상 차림을 아무리 덜어내고 줄여도 전을 뺄 수는 없다. 전 부치는 기름 냄새로 제사를 시작하고, 남은 전을 처리하면서 제사가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장시장의 수많은 맛집 중에서도 터줏대감인 ‘박가네 빈대떡’은 커다란 번철 위에서 기름을 가득 두르고 온갖 전을 부친다.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쉬는 날 없이 매일매일.
“요즘 같은 때가 가장 정신없어요. 명절도 있고, 제사는 시도 때도 없이 있으니까요. 9월과 10월에는 평소에 비해 포장 매출이 5배 이상 올라요.” 추상미 대표의 말이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인 녹두빈대떡과 별개로 제사상에 올리는 전으로는 꼬치산적, 동태전, 동그랑땡이 잘 나간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홍어무침과 같이 먹어도 궁합이 잘 맞는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종로32길 7
영업시간 월~일 08:00~22:00
가격 모둠전 1만5천원
3 김치와멸치의 경상도식 탕수국
경상도의 제사상에는 탕국이라 부르는 ‘갱’을 올린다. 내륙이냐 해안 지방이냐에 따라 재료가 조금 다르다. 쇠고기와 두부, 무를 넣는 쇠고기 탕국과 조개, 새우, 문어 등 각종 해산물로 끓인 해물 탕국으로 나뉜다. “쇠고기와 해산물 모두 시원하고 개운한 맛을 내잖아요. 두 식재료의 맛을 합치면 어떨까 고민하다 만들게 됐어요.” 김선희 대표의 말이다.
쇠고기 해물탕수국은 재료의 면면이 화려하다. 양지머리를 기본으로 황태포, 백합, 개조개, 홍합, 그리고 문어 한 마리가 통으로 들어간다. “제사상에 올리기 위해 구매해 가시는 분들도 많지만, 술안주로, 몸보신을 위해 드시는 손님도 많아요”라는 말도 이해가 간다. 제사도 축제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 탕수국 한 그릇으로 느낄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48길 65 1층
영업시간 월~금 11:00~23:00, 토·일 정기휴무
가격 탕수국 1그릇 1만2천원
4 락희옥의 떡갈비
락희옥은 서울의 애주가라면 으레 아는 유명 한식 주점이다. 락희옥 떡갈비는 공덕동 본점을 비롯해 을지로와 교대역 지점을 망라하고 매장과 포장 주문을 통틀어 가장 인기 있는 메뉴다. 보통 제사상에 올리는 고기 음식인 갈비찜이나 산적은 손이 많이 가고 만드는 데도 오래 걸린다. 락희옥 떡갈비는 ‘손 많이 가는 육류 제사 음식’의 확실한 해결책이다.
“명절이 겹친 시기엔 차례상에 올린다고 가져가시는 분들이 많아요. 명절에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이는 추세가 아니다 보니 한 끼에 먹기 좋은 양이라 더욱 인기 있는 것 같아요.” 유성운 이사의 말이다. “제사상에는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끝난 후 함께 드린 실부추 무침을 곁들여 드셔보세요. 떡갈비 맛이 두 배가 됩니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백범로 170 공덕더샵아파트 101동 1층 1호
영업시간 월~일 11:00~23:30
가격 떡갈비 3만원
5 방울과꼬막의 반건조 민어찜
경상도 지역 중 남쪽 바닷가의 제사상에는 으레 어류 음식을 올린다. 경상도 중 서해와 남해로 둘러싸인 만큼 이 지역에서 해산물의 존재는 남다르다. 좋은 날에도, 궂은 날에도 빠질 수 없는 식재료가 생선과 건어물인 이유다. 제사상에는 주로 제철 생선을 찌거나 구워서 낸다. 많고 많은 생선 중에도 반건조한 민어를 그중 최고로 친다.
“신안에서 잡은 민어를 굵은 소금으로 4시간 정도 염지한 뒤 그늘진 곳에서 일주일 정도 말리면 가장 완벽한 상태의 반건조 민어가 됩니다.” 방울과꼬막 최시준 대표의 말이다. 너무 덥거나 습하지 않은 환경에서 말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길게 자른 생미나리에 민어 살을 발라 얹고 튀긴 취나물을 곁들여 짜고 매콤한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무척 맛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30길 11-5 1층
영업시간 월~수 17:00~00:30, 목~금 17:00~02:00, 토 15:00~02:00, 일요일 정기휴무
가격 반건조 민어찜 6만2천원
6 결의 개성주악과 모약과
“평소에는 차례나 제사상에 올라가는 구색 정도로 여겨졌던 약과와 주악이 이젠 젊은이도 좋아하는 인기 간식이 된 것을 몸소 느껴요.” 결은 올해 8월 교대역 인근에 문을 연 주악과 약과 전문 브랜드다. 잠실에서 쑥인절미로 이름을 날리는 ‘떡함지’에서 만들었다. “40~50대 고객은 물론이고, 20~30대 젊은 손님도 많이 방문하는 추세예요.” 결 차민웅 대표의 말이다.
결의 주악과 약과는 유독 부드럽고 촉촉하다. 비결은? “주악은 찹쌀, 밀가루, 설탕에 막걸리를 넣어 숙성시켜요. 은은한 단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더해지죠. 약과는 밀가루, 참기름, 꿀에 소주를 넣어 만듭니다. 수십 번을 밀고 접어 페이스트리 같은 겹을 만들어내는 것이 포인트죠. ‘결’이라는 상호도 여기서 나왔어요.” 차민웅 대표가 설명하는 스스로의 결이다.
주소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58길 18 102호
영업시간 월~금 09:00~20:00, 토·일 정기휴무
가격 약과와 주악 10구 세트 2만9천원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