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화보 촬영 있을 때 자신만의 루틴이 있나요?
특별한 루틴은 없어요. 요새는 오히려 얼굴이 잘 안 붓더라고요. 어제저녁에는··· 햄버거 먹었어요.
LP 수집으로 유명하시잖아요. 이번 인터뷰를 읽을 때 함께 들으면 좋을 노래 한 곡만 추천해볼까요?
최근에 LP를 하나 선물받았어요. 잭슨 파이브가 더 잭슨스로 이름을 바꾸고 발표한 앨범 <Victory>인데요. 거기에 수록된 ‘Be Not Always’ 고르겠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아주 밝은 곡은 아니에요. 유심히 들어보면 마이클 잭슨이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서 불렀다는 게 느껴져요. 저도 지금 이 인터뷰를 진심으로 하니까 잘 어울릴 것 같아요.
패션쇼에 가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잖아요. 영어로 대화하셨던 분들 중에 인상 깊었던 분이 있나요?
지금 딱 떠오르는 분은 제프 골드블룸. 처음 프라다 쇼를 보러 갔을 때 옆자리에 앉았거든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쥬라기 월드>로 유명한 배우인데 직업란에 피아니스트도 적혀 있더라고요. 실제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신다고 하더라고요. 인상적이었어요. 직업을 하나로 정하지 않고 여러 일을 한다는 게 멋졌고요. 최근에는 정말 우연히 비행기에서 뵀어요. 제가 팀 활동으로 LA에서 샌디에이고로 가는 비행기를 탔는데 바로 앞자리에 앉으셨더라고요. 서로 너무 반가워하면서 가는 내내 이야기했어요. 그때도 밴드랑 같이 투어하러 간다고 하셨던 게 기억나네요.
재현도 제프 골드블룸도 옷 잘 입는 걸로 유명하죠. 평소 옷 입을 때 참고하는 SNS 계정이나 롤모델이 있습니까?
특별히 참고하는 계정은 없어요. 대신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 런웨이 이미지나 옛날 룩북을 많이 찾아 봐요.
아침에 일어나서 입을 옷을 정할 때 어떤 걸 가장 먼저 고르세요?
이 질문은 처음 받아봐요.(웃음) 음, 저는 일단 최근에 구입한 옷을 중심에 둬요. 만일 최근에 바지를 하나 샀다. 그러면 바지를 먼저 꺼내놓고 거기에 맞춰서 상의랑 신발을 고르는 식이죠.
쇼핑할 때 자신만의 기준이 있습니까?
일단 상상을 합니다. ‘내가 이걸 사면 집에 있는 옷들이랑 어떻게 입을 수 있을까?’ 하고요. 그러다 보니까 옷 색깔이 비슷해요. 제 옷장 열어보면 다 칙칙하거든요. 같은 초록색 계통이어도 연두색이 아니라 진한 녹색을 고르는 편이에요. 그런 색감을 좋아하나 봐요.(웃음)
LP는 옷이랑 다르게 실제로 듣기 전까지는 예상이 안 되잖아요. 그런 점에서 LP를 고르는 기준도 궁금해요.
말씀하신 대로 LP는 집에 가져가서 듣기 전까지는 어떤 음악이 들어 있을지 가늠이 안 되잖아요. 그게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특별한 기준이 있진 않아요. 그냥 수집 과정이 즐거운 거죠. LP를 모으다 보면 이 아티스트가 누구인지, 앨범은 어떤 시기에 발매됐는지, 당시에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등 여러 정보를 알게 돼요. 내가 가장 좋아한 곡이 앨범의 최고 히트곡이 아닐 때도 있어요. 그런 점을 알아가는 게 LP의 매력인 것 같아요.
아티스트를 특정 곡이 아닌 앨범 단위로 이해한다는 것도 장점이 될 수 있겠네요.
맞아요. 저는 LP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노래를 들을 때도 꼭 앨범 단위로 들으려고 해요. 그래야 아티스트의 의도를 좀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어요.
혹시 LP 외에도 따로 모은 것이 있나요?
어릴 때는 돌 모았어요.
돌이요? 돌하르방 할 때 그 돌?
제가 다섯 살 때부터 열 살까지 미국에 있었거든요. 그때 돌이랑 동전 모았어요. 동전은 따로 모아둔 책도 있었어요. 한국에 돌아와서는 태권도 띠 정도?
돌이랑 동전이랑 태권도 띠는 전부 집에 보관하고 있나요?
돌은 이제 없고요.(웃음) 동전책은 잘하면 할머니 집에 있을 것 같은데 이참에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태권도 띠는 아예 모르겠어요. 저 검정 띠까지 땄거든요. 그거 따겠다고 국기원 두 번 갔었는데 집에 꼭 있었으면 좋겠네요.
찾으면 꼭 알려주세요. 국기원 말씀도 하셨지만 전 세계 큰 경기장에서 공연을 많이 하셨잖아요. 공연하는 입장에서 ‘좋은 공연장’의 조건은 무엇입니까?
선택의 차이인 것 같아요. 무대가 관객이랑 아주 가까운 홀 공연장에서도, 정말 규모가 큰 스타디움에서도 공연해봤는데 매력이 정말 달라요. 작은 공연장은 관객이 호흡하는 소리까지 다 들려서 좋고, 넓은 곳에서는 다양한 무대장치를 쓸 수 있어서 좋아요. 우리가 준비한 것을 어디에 중점을 두고 보여드리느냐에 따라 그 기준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오늘처럼 촬영 끝나고 ‘나 열심히 했다’ 하는 날에는 집에서 뭘 하세요?
저 기네스 진짜 좋아하거든요. 저녁에 한두 캔 정도 마시면 기분 좋더라고요. 그러고 보니까 옛날 기네스 포스터도 모아요.
저도 오늘 퇴근길에 기네스 사보겠습니다. 만일 한 달 동안 휴가가 주어진다, 어디서 무얼 하시겠습니까?
무조건 여행 가야죠. 이번에는 국내로요. 제주도, 부산 여행을 가본 적은 있는데 늘 아쉬움이 남았어요. 저는 여행 가면 그 지역의 유명한 랜드마크를 방문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지역을 그냥 돌아다니는 게 더 기억에 남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거기 살고 있는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가 오래 생각나거나 하는 식으로요.
그렇게 여행한 도시가 있나요?
플로렌스요. 도시 전체가 알록달록했어요. 건물도 사람들이 입은 옷도. 플로렌스의 한 마을에서 아이들이랑 우연히 이야기를 나눴는데 손에 온갖 색깔의 물 풍선을 들고 있었거든요. 새까만 길고양이도 기억에 남고요.
플로렌스 아이들은 앞에 있는 사람이 NCT 재현인 걸 알았을까요?
알아본 친구가 있었어요. 그래서 대화를 좀 더 많이 할 수 있었어요.(웃음)
쇼핑도 좋아하시죠. 저는 연예인도 쇼핑하러 가면 가격표 보고 내려놓는지가 궁금하더라고요.
그럼요. 저는 좋아하는 브랜드의 옷은 온라인으로도 자주 검색하니까 대충 가격대를 알거든요. 그러고 매장에 가서 예쁜 옷을 새롭게 발견했다, 그런데 가격표에 예상 밖의 가격이 적혀 있다? 그러면 일단 내려놓고 고민하죠.
잡지를 만들다 보면 이 기사는 누가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어요. 가수분들은 피드백을 어떻게 받고 또 실감하나요?
일단 모니터를 열심히 해요. 이번처럼 화보랑 인터뷰가 나가면 꼭 찾아 보고요. 남들의 피드백보다는, 저 스스로 결과물에 대해 ‘괜찮다’ ‘아쉽다’를 생각해요. 제 나름의 기준으로 살펴보고 개선하려고 하죠. 사실 저희 어머님이 제 기사나 영상이 뜰 때마다 꼭 가족 단톡방에 올려주시거든요? 절대 듣기 좋은 소리만은 안 하세요.(웃음) 그래서 더 유심히 들어요.
그래도 어머님께서 남몰래 자랑 많이 하실 텐데.
제 앞에서는 절대 내색 안 하세요. 마냥 ‘우리 아들 최고’가 아니라 ‘이건 좋은데 이런 점은 아쉽다’ 이야기하시거든요. 엄마도 자신만의 기준이 확실한 것 같아요. 칭찬은 저 안 보이는 곳에서만 하시는 것 같아요.
모든 직업이 그렇지만, 아이돌도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있을 것 같아요. 재현에게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저는 감사하게도 제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같죠. 동시에 하고 싶은 일을 기술적으로 잘해야 하죠.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 받을 때도 있지만 그건 필요한 스트레스라고 생각해요. 즐기고 있어요.
중학교 3학년 때 길거리 캐스팅됐죠. 그날이 아니었더라도 분명 캐스팅됐을 것 같지만, 만일 가수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지금은 어떤 어떤 일을 할 것 같은가요?
캐스팅되기 전까지 저는 가수가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 했어요. 노래 부르는 건 늘 좋아했어요. 학교 축제 때도 무조건 무대에 나가서 노래 불렀거든요. 어떤 직업을 가졌을지는 모를 일이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노래는 계속했을 것 같아요. 취미더라도요. 근데 진짜 뭘 했을까요?
음악을 워낙 좋아했으니 다른 장르의 가수가 되거나 작곡가가 되지 않았을까요?
고등학교 전까지는 늘 되고 싶은 게 있었어요. 테마파크 디자이너요. 학교 다닐 때 희망 직업 쓰잖아요. 늘 테마파크 디자이너라고 썼어요. 놀이기구가 참 신기한 게 과학 원리로 움직이잖아요. 그걸 타는 아이들은 마냥 행복해하고요. 어른이 아이를 위해 만든 환상 같은 곳이잖아요. 그 점이 좋아서 테마파크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에 가보니 제가 수학이 너무 안 되는 거예요. 벽을 느꼈죠.(웃음) 때마침 캐스팅됐고요.
막연한 질문입니다만 NCT가 되고 나서 가장 많이 바뀐 것은 무엇인가요?
숙소 생활을 한 게 가장 컸어요. 데뷔와 동시에 숙소 생활을 시작했거든요. 본가가 멀지 않았는데 자주 가지 못했어요. 제가 지내온 환경에서 큰 변화가 있었던 거죠. NCT가 돼서 바뀌었다기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바뀐 점들이 많죠.
숙소 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바뀌었다고 느낀 점도 있나요?
사실 저는 살면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느낀 적은 없었어요. 처음 미국에 갔을 때도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 때도 금방 적응했거든요. 숙소 생활도 그래요. 저희 멤버가 많잖아요. 또래 멤버들과 함께 살면서 ‘이런 부분도 살펴야 된다’ ‘이런 점은 더 신경 쓰고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몸에 밴 것 같아요.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가 훨씬 성숙해졌다고 생각해요. 그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더 생각이 어렸을 것 같아요.
일을 하면서 ‘내가 이 일을 하길 참 잘했구나’ 하는 순간이 있나요?
사실 늘 느껴요. 연습생 시절부터 노래 연습이 힘들어서, 춤 연습이 힘들어서 이 일을 그만하고 싶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적성에 맞는 거죠. 복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데뷔한 이후로는 내 실력이 매번 기록되고 평가받다 보니 고민이 커지긴 했어요. 그래도 여전히 이 일을 할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금 나이의 두 배가 됐을 때 재현은 어떤 가수, 어떤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하나요?
우와, 두 배면 쉰 살이 넘겠네요?(웃음)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어요. 어떤 유행이나 작품에 따라 조명받는 게 아니라, 자기 일을 하는 것 자체로 인정받고 주목받는 사람. 도저히 대체할 만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 사람. 저도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처럼 되고 싶어요.
재현의 소울 푸드 3
라면 + 삼겹살
데뷔하고 숙소 생활 때 멤버들이랑 많이 해 먹었던 음식. 지금도 ‘라삼’이라고 부른다.
비빔국수 + 기네스
엄마가 해주는 비빔국수. 본가에 갈 때만 먹을 수 있다. 기네스 캔맥주와 아주 잘 어울린다.
뚝배기 불고기
연습생 때 먹었던 음식. 새로운 연습생이 들어오면 ‘뚝불’ 시키는 법부터 알려주는 게 SM 연습생의 ‘국룰’이었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