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를 오롯이 담은 산과 사방으로 펼쳐지는 낮과 밤, 고요히 흐르는 자연의 소리. 리움미술관에서 개최 중인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는 한 폭의 산수화가 되어 우리를 맞이한다. 작가 강서경은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한 후 런던왕립예술대학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회화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둥근 유랑’ ‘그랜드마더 타워’ 시리즈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이름을 알렸고, 2013년 제13회 송은미술대상 우수상, 2018년 아트바젤 발루아즈 예술상을 수상하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녀의 작품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회화, 조각,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방식을 넘나든다.
보테가 베네타는 예술 분야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브랜드로 지난 9월 6일부터 나흘간 열린 국내 최대 규모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을 기념해 강서경 작가와 손잡고 <버들 북 꾀꼬리>를 준비했다. 매 시즌 다양한 소재를 엮어 공예적인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 또한 장인의 수공 정신을 바탕으로 한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이전부터 다채로운 문화 교류 프로그램과 여러 국가의 미술관을 후원하며 남다른 행보를 이어왔기에 올해 선보인 강서경 작가 그리고 보테가 베네타의 만남은 어쩌면 필연적일지도 모른다.
이 전시는 그녀의 개인전으로는 최대 규모로서 ‘정(井)’ ‘모라’ ‘자리’ 등 초기작과 더불어 ‘산’ ‘귀’ ‘아워스’ 같은 신작에 이르기까지 총 1백30여 점을 선보인다. 제목이 된 <버들 북 꾀꼬리>는 전통 가곡 이수대엽(二數大葉)의 ‘버들은’에서 영감을 얻었다. 나뭇가지를 길게 늘어뜨린 버드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꾀꼬리들의 움직임과 소리가 마치 풍경으로 베를 짜는 듯한 모습과 같다고. 그녀는 이러한 비유를 통해 오감과 시공간을 아우르는 본인만의 작업 특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메인 전시장을 들어서면 곳곳에 배치된 신작 ‘산’ 시리즈가 장엄하게 공간을 메운다. 인왕산 바로 옆에 위치한 그녀의 작업실에서 동경의 대상처럼 바라보던 자연을 리움미술관에 완벽하게 그려냈다. 풍경화가 공간으로 옮겨와 3차원으로 펼쳐지고, 관람객은 그 사이를 거닐며 바라보는 것을 넘어 작품과 동화되어 전경의 일부가 된다. 또 다른 대표작 ‘정井( )’은 음의 길이와 높이를 표기한 조선시대 악보 <정간보>에서 영감받아 제작됐다. 가사가 적힌 유리를 나무로 짠 틀에 넣어 소리와 악기의 움직임을 담아낸 설치작품이다. 전시를 감상하다 보면 대다수의 작품이 액자에 갇혀 있지 않아도 ‘사각’ 형태를 띠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데, 회화의 영역을 입체적인 시공간으로 확장시키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작가는 우리를 둘러싼 다른 이들의 존재를 인지하고, 더불어 그들과 관계를 맺어나가는 모습에 메시지를 던진다. 또한 진정한 풍경의 개념을 모든 방향으로 확장함과 동시에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불균형과 갈등을 끊임없이 조율하며 온전하게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을 제시한다. 전시의 시작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오프닝 나이트에서는 사회 속 개인의 영역에 대한 탐구를 시각화한 퍼포먼스 ‘액티베이션(Activation)’을 선보였고, 보테가 베네타의 앰배서더 방탄소년단 RM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전시 장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 전시 기간 2023년 12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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