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2024 S/S 메인 테마인 ‘퍼플 눈(Purple Noon)’은 퍼시 B. 셸리(Percy B. Shelley)의 시 구절에서 영감받았다. 문학적인 요소를 어떤 방식으로 컬렉션에 녹이려 했나?
시에서 ‘빛과 함께’를 의미하는 퍼플 눈이라는 단어가 인상적이었다. 팬데믹에서 벗어나 일상을 회복 중인 상황과 현재를 즐기는 오늘날의 사회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보라색이 지닌 이질적이고 색다른 이미지도 재현하고자 했다. 예를 들면 고귀함, 치유, 어두움, 불안 같은 것들.
Q 성별을 아우르는 오버사이즈 실루엣과 스타일링이 눈에 띈다. 이번 시즌 키 아이템을 꼽는다면?
레드 가죽 바이커 재킷과 파이톤 프린트 쇼츠, 레이스 홀터넥 드레스! 이보다 더 섹시한 아이템이 있을까? 특히 광고 캠페인에서 착용한 가죽 바이커 재킷은 가장 시스템 스튜디오다움을 보여주는 힘 있는 아이템이다. 시스템 스튜디오가 제안해온 바이커 무드에 과감한 컬러, 거친 실루엣으로 완성했다.
Q 이번 시즌 컬렉션은 패턴, 소재, 디테일을 다채롭게 사용했다. 자칫 과해 보일 수 있는 과감한 아이템을 조화롭게 소화하기 위한 스타일링 키워드는 무엇인가?
부조화 속에서 찾는 새로운 조화로움, 그리고 믹스 매치.
Q 컬렉션만큼이나 협업 아티스트 라인업이 대단하다.
작년 4월, 우연한 기회에 사진가 데이비드 심스와 연락이 닿았다. 시스템 스튜디오의 인스타그램과 비주얼을 소개했는데 굉장히 흥미를 보이더라. 그래서 함께 작업해보기로 했다. 순식간에 이뤄진 일이라 꿈만 같았다. 캠페인 작업을 준비하면서 그가 <보그> 프랑스 전 편집장 엠마누엘 알트를 스타일리스트로 추천했다. 그녀의 실력 역시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렇게 든든한 두 파트너와 작업하게 돼 나로서는 더없는 영광이었다. 필름메이커 샘 유키리스와의 협업은 파리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면서 이뤄졌다. 그의 아트워크 덕분에 이번 컬렉션의 무드를 한층 강조하면서 압도적인 현장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Q 서울에서 원격으로 소통하기에 어려움은 없었나?
촬영 사전 미팅은 줌으로 진행했다. 화면으로 처음 인사를 나누는 순간부터 이야기가 술술 풀려서 마치 원래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미팅한 기억이 난다. 이후에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데이비드 심스의 아들 네드 소속사 측에서 우리 컬렉션의 모델로 서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 그 순간의 짜릿한 기분을 잊을 수 없다.
Q 앞으로도 이런 협업을 기대해볼 수 있을까?
물론. 앞으로 어떤 거장들과 작업할 수 있을지 나 역시도 궁금하고 기대가 크다.
Q 시스템 스튜디오는 2019년 파리 패션위크 첫 진출을 시작으로 매 시즌 활약 중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맨땅에 헤딩하며 하나하나 배워가는 중이다. 아직 많이 배우는 단계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걸 실감한다. 그래도 해외 고객층이 점차 늘어나는 걸 보면서 브랜드를 이끄는 데 막중한 책임감도 느낀다.
Q 당신의 ‘퍼플 눈은’ 언제라고 생각하나? 그곳은 서울 또는 파리일까?
태양이 지구를 한 바퀴 돌듯 젊은 날에 퍼플 눈을 경험했다고 본다. 지금의 나는 아직 오전에 있고 퍼플 눈을 향해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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