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Your Game At Pitti
1년 만에 다시 찾은 피렌체는 도시 전체에서 확실한 엔데믹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수많은 관광객은 물론 전 세계 남성 패션 업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전시회인 피티 워모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한 디자이너, 바이어, 기자 등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던 것. 피티 이마지네의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시즌에는 무려 8백25개에 달하는 업체가 참여해 1만7천 명 이상의 방문객을 유치했는데, 특히 한국, 일본, 중국 바이어가 강세를 보였다. 아시아 패션계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피티 이마지네 CEO 라파엘로 나폴레오네는 이탈리아 무역청(ICE)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프로그램을 강화한 것이 효과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이번 박람회는 다양성을 보강해 확실히 이전보다 참신했다. 일본이 자국의 장인정신을 선보인 ‘J 퀄리티 팩토리 브랜드 프로젝트(J∞QUALITY FACTORY BRAND PROJECT)’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 디자이너 추울랩(CHULAAP)의 런웨이, 자유의 여신상을 본뜬 설치 작품 ‘메이크 빌리브(Make Believe)’를 통해 자신의 흔적을 남긴 캘리포니아 출신의 게스트 디자이너 엘리 러셀 리네츠(Eli Russell Linnetz, ERL) 등이 많은 호응을 얻었다. 또한 박람회장인 포르테차 다 바소와 시내 곳곳에서 크고 작은 1백여 개의 이벤트가 펼쳐져 피렌체를 찾은 패션 업계 종사자들은 이번 전시회의 주제인 ‘피티에서 게임을 즐겨라(Play your Game at Pitti)’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피티 워모는 스트리트 스타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박람회장인 포르테차 다 바소에 모인 이들은 독특하고 창의적인 패션 스타일로 언제나 포토그래퍼와 여러 매체의 주목을 받는다. 피티 워모에서 찍힌 스트리트 스타일은 전 세계 패션 피플에게 영감을 주고, 스트리트 패션 트렌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번에는 전보다 화려해진 패턴의 아이템이 눈에 띄었고, 특히 데님 소재 아이템을 상하의 모두 착용하거나 오버올을 활용하는 등 웨어러블한 룩들이 많이 보였다.
Ave Maria
국내에서도 마니아층이 두터운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피티 워모에서 가장 중요하고, 또 주목받는 브랜드다.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매 시즌 피티 워모에서 새로운 컬렉션을 처음 공개하는 날 저녁, 화려한 디너 파티를 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디너 행사가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피렌체의 상징적인 랜드마크인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에서 열린 것은 물론, 배우 위하준이 함께했기 때문. 그는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클래식한 프렌치 칼라 드레스 셔츠에 블랙 더블 수트를 착용하고 2024 S/S 남성 컬렉션 발표를 기념하는 디너에 참석했다. 이날, 성당의 기다란 회랑을 따라 우아하게 세팅된 테이블 위의 와인잔들이 노을빛에 반짝였고, 위하준은 수많은 셀러브리티와 특별한 시간을 보내며 <오징어 게임>을 통해 글로벌 스타로 거듭난 위상을 내비쳤다. 이외에도 넷플릭스 시리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의 루시엔 라비스카운트(Lucien Laviscount), 메가 인플루언서 노아 벡(Noah Beck) 등이 어둑해진 밤하늘을 밝혔다.
California Dreamin’
로스앤젤레스의 베니스 비치를 기반으로 전개되는 브랜드 ‘ERL’이 피티 워모 104의 게스트 디자이너로 초대됐다. 브랜드를 이끌어가는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인 엘리 러셀 리네츠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Make Believe’를 주제로 2024 S/S 컬렉션을 선보이며 영화를 모티브로 함과 동시에 미국 문화의 진부함을 재해석했다. 모델들은 과장된 칼라가 달린 수트, 갑옷에서 영감을 받은 재킷, 작년 디올 맨과 컬래버레이션한 컬렉션에서 차용한 반짝이는 와이드 팬츠 등을 입고 등장했다. 포르테차 다 바소 중앙 광장에 설치된 안토니오 니그로, 일명 로가니의 자유의 여신상 작품 역시 ERL 컬렉션의 연장선이었고, 심지어 모델도 여신상으로 분장해 유쾌함을 자아냈다. 리네츠에 의해 캘리포니아의 자유분방한 파도가 피렌체로 쏟아져 내리던 순간이었다.
Make It Better
이제 피티 워모에 대해 이야기할 때 지속 가능성을 제외하기는 힘들다. 박람회의 주요 섹션인 ‘S|STYLE’은 큐레이터인 조르지아 칸타리니(Giorgia Cantarini)가 전 세계에서 스카우트한 10개의 지속 가능한 브랜드를 소개하는 전시 프로젝트다. 이번에 7회째를 맞아 피티 워모는 케링 그룹의 ‘소재 혁신 연구소(MIL)’와 독점 파트너십을 맺었다. 지속 가능한 소재와 원단 소싱을 연구하면서 케링 그룹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줄이는 데 전념하는 이곳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새롭게 체결된 협업은 ‘소재 혁신 연구소’의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이니셔티브 중 하나이기도 하며, 피티 워모 104에서 10개의 떠오르는 남성복 브랜드가 미래를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선보일 수 있도록 지원했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