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PLE NOON
시스템이 2024 S/S 파리 패션위크에 참가했다. 2019년 파리 컬렉션 첫 진출을 시작으로 벌써 10번째 파리 패션위크다. 특유의 모던하고 섬세한 감각을 살려 차별화된 스타일로 변화를 추구해온 시스템의 이번 테마는 ‘퍼플 눈(Purple Noon)’. 영국의 낭만파 시인 퍼시 B. 셸리의 시 구절에서 가져온 테마로 ‘빛과 함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해가 가장 빛나는 오후에 느껴지는 선명하고 따뜻한 기운과 보라색이 지닌 오묘하고 신비한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이번 컬렉션이 전하는 메시지에는 불확실한 미래보다 현재를 즐기려는 태도가 깔려 있다. 팬데믹을 지나 일상을 회복하면서 달라진 사고와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고 싱그러운 봄·여름 시즌의 기운과도 맞아떨어진다.
시스템 2024 S/S 컬렉션을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은 파리 마레 지구의 한 공립 고등학교에서 열렸다. 강당으로 이어진 통로에 붙은 강렬한 광고 캠페인 이미지가 먼저 눈길을 끌었다. 데이비드 심스가 촬영하고 <보그> 프랑스 전 편집장인 엠마누엘 알트가 스타일링한 캠페인 이미지는 이전과는 분명 다른 느낌. 레드 바이커 재킷을 입은 모델은 분방하고 경쾌했다. 캠페인에 등장한 재킷을 비롯해 이번 시즌 컬렉션의 거의 모든 아이템은 유니섹스 콘셉트다. 엠마누엘 알트도 컬렉션의 오버사이즈 네이비 재킷과 수트를 가장 마음에 드는 아이템으로 꼽았다. 구조적인 오버사이즈 실루엣이 주를 이루는 아우터에 보디라인을 드러내는 아이템을 매치하는 식으로 컬렉션 전반에 대조와 반전이 이어졌다.
클래식한 스타일링에 파이톤 프린트의 트렌치코트나 쇼츠, 슬리브리스 톱으로 변화를 주거나 파리지앵 스타일을 대표하는 줄무늬 아이템에 바이커 무드의 힘 있는 아이템을 믹스 매치한 것처럼 세련되고 위트 있는 스타일링도 꽤나 흥미로웠다. 하나의 아이템을 남녀 모델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선보여 젠더 플루이드 무드를 강조하기도 했는데, 당장 따라 입을 수 있을 정도로 실용적이었다. 쇼가 이어지는 동안 천장에 설치된 스크린에 필름메이커 샘 유키리스의 아트워크가 재생됐다. 오묘하고 산발적인 영상이 런웨이의 감각적인 분위기를 배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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